김길남 님 일상생활 23-13 “이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직원이 김길남 님을 한 달 정도 도우면서 김길남 님이 지내시는 방을 정리를 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다시 어지러워지는 것을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왔다. 그 고민의 결과로 김길남 님이 잘 쓰지 않음에도 다른 물건들과 함께 방치되는 것들을 찾아 생활 반경에서 덜어내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번째 일환으로 김길남 님의 옷장 안의 옷들 중에서 입을 옷, 안 입는 옷, 버릴 옷을 본인이 직접 분류해 보는 일을 제안했다. 김길남 님께서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셔서 직원이 옷장을 열어보니 옷들을 한쪽으로 밀어보아도 공간이 잘 나지 않을 만큼 옷이 정말 많았다. 직원과 김길남 님이 옷들을 모두 꺼내서 침대 위로 옮기고 나서 한 벌씩 들어서 이곳저곳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길남 님, 이 옷은 어떤 것 같으세요?”
“여기 찢어졌어.”
“그렇네요? 그럼 이 옷 입으실 건가요?”
“아니.”
“그럼 수선해서 입을까요?”
“음.....”
“혹시 번거로우신 거예요?”
“응.”
“그럼 버립시다. 지금도 옷은 충분히 많아요.”
옷들을 정리하다 보니 일하다가 찢어진 옷, 부분 탈색된 옷, 오염되고 제때 빨지 못한 옷들이 몇 벌 있었다. 그 옷들은 버리기로 정하고 한동안 따로 보관하다가 쓰레기봉투를 구매하여 김길남 님이 직접 버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옷들을 정리하다 보니 김길남 님이 입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 옷이 있었다. 태그를 살펴보니 네임팬으로 ‘국도’라고 이름이 쓰여있었다.
“이 옷 혹시 국도 님 옷 아니에요?”
“어, 맞어.”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섞였어, 섞였어.”
“이 건 조금 있다가 국도 님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옷 사이즈 차이도 나고...”
“응, 있다가 줄게.”
못 입을 옷들을 정리하고 나니 깔끔하고 입을 수 있는 옷들 중에 지금 추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들도 보였다. 봄가을에 입는 남방들이 상당히 많아서 당장 입지 못할 옷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 옷들은 한동안은 못 입을 테니까 따로 한쪽으로 몰아두는 건 어떨까요?”
“좋아.”
“그런데 이 옷들 중에 약간 작은 사이즈 옷들은 지금 길남 님이 입기에는 좀 작은데요.”
“살쪄서 그래.”
“살은 좀 빼긴 하셔야겠어요. 1년 사이에 너무 살이 찌셔서 그간 잘 입으시던 옷들 중에 못 입는 옷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응.”
봄옷들을 보니 어머니가 선물로 사주신 깔끔한 옷들을 포함하여 너무 많은 옷들이 입지를 못하는 상황인지라 봄을 제외한 계절도 비슷한 상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길남 님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기에 맞는 옷을 사서 입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옷을 너무 많이 구매해야 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김길남 님이 조금이라도 다이어트를 하실 수 있도록 독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김정원
일상에서 입을 옷을 김길남 님에게 물어보시고, 함께 의논하시면서 옷장을 정리하셨네요..
김길남 님의 일상을 사회사업답게 도우시려는 선생님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