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리 대평원
원제 : Pony Express
1953년 미국영화
감독 : 제리 호퍼
출연 : 찰톤 헤스톤, 론다 플레밍, 잔 스털링
포레스트 터커, 마이클 무어, 포터 홀
헨리 브랜든, 스튜어트 랜달, 루이스 마틴
'포니 익스프레스 (Pony Exrpress)' 이른바 '조랑말 속달 우편'은 1860년 4월 3일 부터 1861년 10월 26일까지 약 1년 반 동안 운영된 미국의 동서횡단 우편입니다. 당시 동부에서 서부로 편지를 보내려면 역마차를 이용해도 최소 한달 이상 걸리고 배로는 훨씬 더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주 빨리 오는 마차라도 21일(영화속 표현) 이라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포니 익스프레스라고 하는 조랑말 속달 우편을 이용하면 동부 세인트 조에서 서부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까지 불과 10일 만에 도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속달 우편이었습니다.
포니 익스프레스의 운영 방식은 조랑말을 기수가 타고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우편물을 나르는 방식입니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총 157개의 정류소(영화에서는 190개)가 설치되고 역장과 말 사육자 2명씩이 상주하며 말 세 마리를 비치합니다. 조랑말은 작은 말이지만 지구력이 강해 장거리 운행에 강하고 최고의 실력을 가진 기수가 선발되어 약 16km(영화에서는 25km) 간격의 정류소에서 말을 갈아타서 빠른 속도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계주를 하듯 기수마다 하루 75km 를 달리고 바톤 터치를 해주면 다른 기수가 릴레이처럼 우편물을 받아서 이어 달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3,212km 에 달하는, 즉 서울에서 부산까지 길이의 약 8배 길이의 동서 횡단을 단 10일 만에 달려오는 것입니다.
이게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정말 원시적인 방법이지요. 로키산맥 같은 산맥 횡단을 거쳐야 하고 곳곳에서 공격해 올 지 모르는 인디언들을 피해야 하고 영화 속 표편을 빌리자면 유타주의 무시무시한 소금사막, 그리고 모래폭풍, 캘리포니아 산의 9미터 높이의 눈폭풍 등 험로를 거쳐야 합니다. 즉 위험을 무릅쓰고 우편물을 전달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질주하는 1인 릴레이 우편 배달 방식이죠.
흥미로운 실제 역사입니다. 이 소재를 토대로 만든 영화가 1953년 제리 호퍼 감독의 '미즈리 대평원' 입니다. 원제 Pony Exrpess 의 우리나라 개봉 제목인데 좀 갸우뚱한 제목입니다. 미즈리 대평원이 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명칭으로 보면 미주리주 일것 같은데 미주리 주는 미국 중부, 약간 동부쪽에 치우친 중부 지역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세인트 조 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인데 난데없이 미즈리 평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드넓은 대평원은 실제로 많이 나옵니다. 거기가 미주리주 일리는 없지만. '조랑말 속달 우편'이란 제목이 개봉제목으로 흥행성이 없어 보인다면 '대평원의 질주' '평원의 특급' 뭐 이런 제목이 맞지요.
영화는 실제 역사인 포니 익스프레스 이야기를 역시 실존 인물인 버팔로 빌과 와일드 빌 히콕을 등장시켜 두 사람이 포니 익스프레스 특급 우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는 모험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완전 허구죠. 포니 익스프레스가 시작된 1960년에 버팔로 빌은 겨우 14세 였으니까요. 그냥 흥미를 위해서 서부의 두 인물을 내세워 그들이 포니 익스프레스를 창시한 것처럼 다룬 것입니다. 그래서 포니 익스프레스 과정도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두 상남자 같은 주인공의 모험에 치중을 더 하고 있습니다.
버팔로 빌 역할은 당시 유명해지기 전의 젊은 찰톤 헤스톤이 연기합니다. 찰톤 헤스톤은 촬영당시 29세 였습니다. 아직 '십계' '벤허' 등의 대작에 출연하기 전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스펙타클로 유명해지기 전에 연상의 주연급 여배우들과 공동 주연을 하거나 서부극의 주인공으로 착실히 성장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의 덜 알려진 초기 영화지요. 상대인 와일드 빌 히콕 역은 장신 배우 포레스트 터커가 연기하는데 굉장히 노안 배우입니다. 당시 34세였는데 45살은 되어 보입니다. 버팔로 빌을 사이에 두고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는 두 여인으로는 버팔로 빌을 끔찍히 좋아하며 질투도 거침없이 하는 괄괄한 데니 역으로 잔 스털링, 처음에 포니 익스프레스 계획을 방해하려는 일당의 편이었다가 버팔로 빌에게 돌아서는 이블린 역으로 론다 플레밍이 등장합니다. 론다 플레밍은 'O.K, 목장의 결투' '양키 파샤' '제로미모족의 역습' '망각의 여로' 등 그래도 제법 우리나라에 개봉작이 있었던 주연급 여배우입니다. 찰톤 헤스톤이 초기에 '수잔 헤이워드' '제니퍼 존스' '도나 리드' '엘레노어 파커' 등 A급 여배우들과의 공연이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덜 유명한 여배우들과 공연한 것이죠.
버팔로 빌과 와일드 빌 히콕의 모험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우선 속달 우편을 방해하는 캘리포니아 악당들과의 대립입니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멕시코에서 독립한 자치구였는데 미국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원하는 무리와 마차 우편을 독점한 무리 등이 포니 익스프레스의 탄생을 껄끄러워 합니다. 그래서 버팔로 빌을 제거하려고 하고 버팔로 빌은 이들의 흉계에 맞서지요. 론다 플레밍이 연기한 이블린도 원래 그들 무리에 포함되었지만 버팔로 빌에게 도움을 받고 그에게 반하여 돌아서게 되는데 그것 때문에 버팔로 빌의 애인인 데니의 심한 질투를 받습니다. 하지만 두 여인은 버팔로 빌에게 협조를 하면서 동맹을 이룹니다. 영화 내내 이블린과 버팔로 빌이 만날때마다 질투심을 보이는 데니 캐릭터가 재미있지요.
그리고 인디언과의 싸움도 다루고 있는데 버팔로 빌을 노리는 인디언들과의 대립과 모험이 나름 흥미롭게 다루어지지요. 인디언을 마냥 흉폭한 종족으로 다룬 건 아니고 남자답게 약속을 지키고 용맹스런 무리로 설정했습니다. 버팔로 빌은 어느 오두막집에 사람들과 고립되어 인디언들과 사투를 벌이고 인디언 우두머리와 1 : 1 사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와일드 빌 히콕은 버팔로 빌을 돕는 절친 역할인데 특히 악당들의 흉계로 종착지의 정류소가 파괴되자 버팔로 빌이 직접 우편물을 인수 받아서 질주하고 와일드 빌 히콕이 악당들에 맞서서 버팔로 빌을 보호하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두 용맹한 상남자의 모험보다는 목숨을 걸고 위험한 속달 우편을 시행한 사람들의 노고와 애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그냥 평범한 오락물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노고를 기리기 위해서 후반부에 어이없는 무리수를 넣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다소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아픔을 딛고 속달 우편을 이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포니 익스프레스 기수에 대한 헌정으로 연결되니까요.
포니 익스프레스, 조랑말 속달 우편을 미국 역사의 한 축으로 평가하기에는 역사가 그리 오래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밝혔듯이 불과 1년 반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무리한 비 실용적 운송이라는 단점도 있었을테고 (짐이 아닌 소량의 편지, 서류 정도만 배달할 수 있었으니) 전신의 발달로 전보로 대체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링컨 대통령이 시작한 동서횡단 대륙열차로 인하여 완전히 필요 없어진 것입니다. 아무튼 짧은 운영기간이었지만 실제로 링컨 대통령은 포니 익스프레스 기수들을 치하하였고 훗날 포니 익스프레스 관련 기념 우표도 발행되었습니다.
찰톤 헤스톤은 굳건하고 용맹스러우면서 넉살까지 있는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인디언 악당들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고 와일드 빌 히콕 역의 포레스터 터커도 괜찮은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두 여배우는 론다 플레밍이 더 유명하고 나이도 어렸지만 잔 스털링이 훨씬 동안이라 오히려 더 앳되게 나왔습니다. 제리 호퍼 감독은 그다지 유명한 인물은 아닌데 찰톤 헤스톤과 다음 해 '잉카왕궁의 비보'라는 남미를 배경으로 한 모험 영화에 다시 콤비를 이루었습니다. 록 허드슨 주연의 '하나의 희망'이라는 영화도 그가 연출한 개봉작이지요.
우리나라에는 1956년 개봉되었는데 TV 방영 기록이 없고 출시도 되지 않은 진짜배기 희귀작입니다. 얼마전 블루레이 영상이 등장했고, 영자막도 불과 얼마 전에 나올 정도였는데 원 대사와 많이 다른, 제 3국어를 역번역한 영자막 같습니다. 국내 개봉된 희귀작 중 하나죠.
평점 : ★★☆ (4개 만점)
ps1 : 와일드 빌 히콕과 버팔로 빌의 캐릭터를 다룬 다른 영화들도 존재합니다. 버팔로 빌의 경우 폴 뉴만이 주연한 '버팔로 빌과 인디언(76)' 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영화는 그냥 그랬는데 놀랍게도 베를린 영화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해 베를린 영화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그리고 와일드 빌 히콕 캐릭터는 비교적 유명한 고전 뮤지컬 '캘러미티 제인'에서 하워드 킬이 연기합니다. 그 영화에서는 역시 실존 인물인 캘러미티 제인과 와일드 빌 히콕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지요.
ps2 : 1850년대 캘리포니아는 골드러시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인구가 급증했는데 동부의 반대편의 먼 외곽 끝 지역이라 미국 정부와 단절이 되어서 주민들의 불만도 크고 자체 독립국 움직임도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포니 익스프레스는 그런 소외감을 해결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대륙 간 횡단열차가 동서를 잊는 결정적 가교가 된 셈이죠. 지금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중심주이고 'LA'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프로야구 구단만 다수 있는 유명 지역입니다.
ps3 : 영화의 높은 완성도에 대한 기대보다는 포니 익스프레스 라는 실제 제도가 궁금해서 찾게 된 영화입니다. 찰톤 헤스톤이 주연하지 않았다면 물론 볼 일이 없었겠지만.
ps4 : 1950년대 초반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세트 촬영이 아닌 로케 촬영을 많이 한 작품입니다.
ps5 : 아래는 포니 익스프레스 기념 우표 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종류들이 있더군요.
[출처] 미즈리 대평원 (Pony Express, 53년) 조랑말 속달 우편 역사를 다룬 모험물|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