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리석은 좌파들이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근본원인을 제발 좀 제대로 해석했으면 좋겠
다. 김정은은 대북제재가 해제되더라도 마지막 생존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최소한의 핵무기만은 절
대로 폐기할 마음이 없다. 정권을 존속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일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핵무기는 워싱턴이나 동경을 향한 것이 아니라 유사시에 서울 상공
에서 터뜨려 남조선 인민들을 살상하기 위한 것이다. 출발 당시부터 정당성이 결여된 정권을 유지하
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후의 협박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트럼프의 전면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완전 핵 폐기 요구에 응할 수 없는 이유다. 노무현도 문재인도 북한의 핵무기를 옹호하면서도, 그것
이 바로 제 머리 위에서 터뜨리기 위한 무기인 줄은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

IMF사태는 이국종에게 닥친 두 번째 위기였다. 그가 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연구강사로 근무하
고 있을 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 감투를 쓴 김대중은 IMF사태를 핑계로 흑자기업인 대우
그룹을 부도처리하여 공중분해해버렸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산업계나 금융계에서도 정치적인 목적
의 불순한 보복이라고 진단했다. 대우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아주대학교와 아주대병원은 하루아침에
병참지원이 끊긴 최전방 전투부대 신세가 되었다. 간 조직 재생 연구를 테마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
해놓은 이국종에게 아주대병원 어디에도 일자리가 없었다. 국가경제가 얼어붙은 마당이라 다른 병원
의 일자리는 더욱 막혀 있었다.
그때 박사학위 논문의 지도교수인 외과 과장이 이국종을 불러 병원 내에 신설할 외상외과 자리를 권
했다. 그때까지 국내에는 외상외과의 개념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이국종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국종은 힘든 일을 피하는 성격이 아니다. 외상외과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잘 모
르지만, 힘이 들더라도 보람 있는 도전이 될 터였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
는 자리는 그가 진작부터 꿈꿔오던 기회였다. 외상외과에 자리가 확정되었을 때는 월드컵대회에서
대한민국이 4강에 올라 온 국민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지만, 서해에서는 참수리고속정이 북괴
군의 선제공격을 받아 윤영하 대위를 비롯한 6명의 해군장병이 전사하고 고속정은 침몰했다. 그 판
에 국군통수권자인 김대중은 월드컵 축구 결승전을 구경하기 위해 왜국까지 날아가 히히덕거리고 있
었다. 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면 망명을 노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국내에는 그때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외상외과는 원시시대부터 시작된 외과의 초기 모습이
다. 중증외상이란 생명이 위독한 외상으로 반드시 수술 및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수술대에 눕혀놓아야 한다. 중증외상 팀
은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빠른 진단과 수술, 집중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마취과와 혈액은행은 물론 필
요하면 관련 진료과목 의사들도 총동원되어야 한다. 당시 이 모든 체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은
기성 외과의사들이 아니라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이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교과
서를 통해 배운 원칙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사면허시험을 볼 때는 대부
분 문제를 잘 맞히지만, 일단 현장에 배치되면 엇나간다.
현재 이행되고 있는 표준 수술법은 19세기 중반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제대로
된 마취법도 개발되어 있지 않았고 항생제나 진통제도 없었기 때문에 수술을 받고 살아나는 환자는
거의 없었다. 전쟁 때 팔다리에 총을 맞으면 팔이나 다리 전체를 잘라내는 게 유일한 수술법이었다.
그러고도 대부분 사망했다. 현재처럼 대부분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
게 된 것은 수술기법 향상뿐만 아니라 마취와 약물치료술도 현저하게 발전해왔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외과의사도 수술 전후에는 정확한 내과적 진단과 집중치료에 정통해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
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외과의사가 수술할 때 가장 긴밀하게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 사람은 마취과 의사다. 마취과 의사는 수
술이 진행되는 동안 각종 장비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가 수혈을 비롯하여 필
요한 일체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외과의사는 환부에 예민하게 집중하느라 환자의 전신상태에 신경
을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수술대 위의 환자는 마취과 의사의 손끝에서 무의식으로 빨려 들어가고
다시 깨어난다.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유능한 외과의사일수록 마취과 의사들에게 고마워
하고 성공적인 수술의 공을 돌리는 이유다.
외과의사의 역할은 터진 장기를 꿰매거나 잘라내고 환부를 봉합하는 것으로 끝난다. 수술 후 환부가
아무는 과정은 자연치유력의 몫이다. 환자의 자연치유력과 회복력과 얼마간의 운, 의사들은 동의하
지 않겠지만 바로 삼신할머니의 손길이다. 수술을 마친 외과의사는 겸허하게 환자의 몸이 스스로 작
동하여 치유되는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외과의사가 조력할 수 있는 일은 각종 인공 생
명유지장치를 점검하여 환자의 회복 속도에 따라 조절해주는 정도다. 이국종은 경험이 쌓일수록 외
과의사로서 한계를 명확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국종은 빠르게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로 성장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그의
면전에서 계속 죽어나갔다. 살릴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시스템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
다. 그때 서울아산병원 임경수 교수가 두툼한 진료기록을 건네주었다. 재미교포 출신 외상외과 의사
가 3년 동안 국내에서 일하다가 도저히 희망이 없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넘겨준 기록이라고 했다.
이국종은 이에 자극을 받아 미국의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로 건너가 단기연수를 받기 시작했다. 미
국의 의료분야는 역시 선진국다웠다. 외상센터들은 환자의 규모와 치료 범위에 따라 1~4단계로 명
확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센터들 간에는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빠른 시간 안에 환자를
살려 건강하게 회복시켰다.

이국종이 4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과 치료에 대해 만족할 만한 연수를 마치
고 돌아왔을 때, 국내에서는 깜깜한 절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가 미국인 줄 알아!”
이 한 마디로 선배 의사에게 더는 미국과 영국의 선진기법에 대해 입을 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
은 국가적 제도나 병원의 설비가 아니라 의사 개개인의 마음가짐이었다. 선배 의사들은 환자 치료보
다 절대적인 복종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면 환자 한두 사람 죽어
나가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의료분야에서만큼은 선진국이란 국가나 병원의 수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개개인의 마음이 결정할 문제였다. 그 흐린 윗물이 모두 바다로 나가고 지금은 이
국종이 윗물이 되어 있다. 의사의 마음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러자 부패한 관료주의가 발목을 잡
았다. 이 나라의 관료주의는 절망적인 백년하청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환자가 많으니까 별수 없는 짧은 진료지만 3개월에 한번씩 가는 가정의학과 역시도 공복혈당 검사결과만 화면으로 비교해 보고 큰 변화가 없으면 5분도 안되어 끝내고 약처방만 받아오는 당뇨검진 입니다. 수술이나 치료야 다르겠지만 긴한 상담 한번 해보지 못하는 실정, 병원 의존형 의 Medicalization 으로 우선 환자가 많기 때문 입니다. 사실 동네 의원을 찾으면 한결 상담이 길고 편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