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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리마켓(이하 마켓)은 벼룩시장 개념의 ‘플리(flea) 마켓’이나 예술 시장 개념의 ‘프리(free) 마켓’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어요. 장미 대선, 미세 먼지 때문에 4~5월에 중단됐던 행사들이 얼마 전부터 다시 시작되면서 올해는 6월이 마켓 성수기가 됐어요.”
마켓 정보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인 ‘문화상점’(cafe. naver.com/pandamarket) 운영자 문주연(36)씨가 웃으며 말했다. 요즘 이 커뮤니티 게시판은 전국 마켓 소식과 ‘셀러(마켓 판매 참가자)’ 모집 글로 도배돼 있다.
바야흐로 ‘춘추마켓시대’! 황사와 미세 먼지가 물러간 요즘, 전국에선 주말마다 마켓이 선다. 마켓은 시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지만 최근 국내에선 전통 시장과 대비되는 야외 장터 개념으로 쓰인다. 날이면 날마다 서는 장이 아니다. 너무 덥거나 추울 땐 주춤했다가 ‘날 좋을 때’ 우후죽순 서는 ‘현대판 5일장’이다. 개인 브랜드를 지닌 판매자가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유통 플랫폼이자 공연 체험 행사가 곁들여진 문화 공간이다.
마켓 관계자들은 IMF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벼룩시장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개성 넘치는 ‘변종 마켓’들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본다.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 잡다한 생필품 판다고 해서 ‘생활 잡화 마켓’이라고도 하고, 세련된 이미지 강조해 ‘라이프스타일 마켓’이라고도 한다. 3일만 열린다고 해서 ‘삼일만 마켓’, 계단에서 열린다고 해서 ‘계단장’, 보부상처럼 전국 각지를 순회한다고 해서 ‘유랑마켓’ ‘방랑마켓’ ‘원정마켓’이라 불리는 마켓도 있다. 마켓을 브랜드로 만들어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단이 꾸려지기도 하고, 모객(募客) 역할을 톡톡히 해 각종 지자체 축제에 초청되는 마켓까지 생겼다.
이런 흐름은 장기 불황과 연결돼 있다. 좀 더 알뜰하게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백화점 대신 ‘착한 소비’를 찾아 마켓으로 향하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이들은 마켓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실제로 마켓은 청년 실업률 증가로 취업이 어려운 20~30대, 육아로 일을 관둔 주부 중 손재주 좋은 ‘금손’들이 정성껏 만든 작품, 음식, 제품을 들고 나온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서 전국적으로 이름 얻은 ‘파워 셀러’도 꽤 있다. 그들에게 마켓은 삶의 돌파구, 출발점이다.
수공예품이 인기 끌면서 작가들도 기꺼이 마켓 셀러로 나선다. 자수 작가 김재은(34)씨는 의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업하느니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알리는 게 낫겠단 생각에 주말마다 마켓 셀러로 참여했다. 덕분에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마켓이 제겐 자립할 기회를 키워준 ‘인큐베이터’ 같은 존재예요.”
서울 도심의 농부 장터로 자리 잡은 '마르쉐@' 부터 경기권 대표 마켓 ‘문호리리버마켓’, 매번 3만여 명이 다녀간다는 경상권 대표 마켓 ‘마켓움’, 제주 여행 필수 코스가 된 ‘벨롱장’ 등 지역 대표 마켓부터 따끈따끈 새로 생긴 마켓까지, 전국 마켓들을 소개한다. 런던 ‘포토벨로마켓’, 도쿄 ‘요요기 벼룩시장’ 같은 세계 유명 마켓 부럽지 않은 알짜 마켓 골라 만든 ‘대동마켓지도’와 마켓 이용팁은 덤이다.
마켓 전성시대
단골 북적이는 도심 농부 장터… 여행자들 찾아가는 지역 명물 마켓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프리마켓(이하 마켓)이 열리는 장날에 맞춰 그 지역으로 나들이, 여행을 가는 마니아층까지 생겼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권 주요 지역에선 마켓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서울의 홍대, 삼청동, 이태원, 망원동, 성수동, 광화문 일대 등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켓이 성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1일 덕수궁 돌담길엔 노란 파라솔 이 길게 늘어섰다. 매주 목·금·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에 열리는 덕수궁 페어샵(070-7596-7075)이다.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만든 수제 도장, 가방, 옷, 액세서리, 캘리그래피 작가들의 엽서와 액자 등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선 서울숲의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도시형 농부 장터 마르쉐@성수를 비롯해 ‘아이엠마켓’ ‘새촌마켓’ ‘스케치인러브’ 등 대여섯 개의 마켓이 동시다발로 펼쳐졌다.
서울·경기권 도심형 농부장터 '마르쉐@', 양평 명소 된 ‘문호리리버마켓’
5년 차에 접어드는 서울의 대표 마켓인 마르쉐@ (marcheat.net) 와 4년 차에 접어드는 경기권 대표 마켓인 문호리리버마켓(cafe.naver.com/ theseojong)은 단골층이 두껍다. “5년 동안 믿을 수 있는 농산물, 식재료를 만날 수 있는 도심 농부 장터란 게 알려지면서 특히 요리사들이 많이 찾는다”고 마르쉐@ 운영 기획팀 김송희씨가 말했다. 마르쉐@는 둘째 주 혜화 마로니에 광장, 넷째 주 성수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다. 시간은 유동적이나 11일 일요일 '마르쉐@혜화' 는 오전 10시~오후 3시, 24일 '마르쉐@성수'는 날이 더워질 것을 대비해 야시장(夜市場)으로 열 계획이다.
양평시 서종면 문호리 문호강변에서 열리는 문호리리버마켓은 지역 상생장이자 문화 놀이터를 표방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4년째 매달 첫째·셋째 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110~130여 팀의 부스가 길게 늘어선다. 도예, 수공예, 음식, 농산물, 인테리어 소품, 키즈 용품 등 직접 만들거나 수확한 제품 등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열리며 볼거리가 많아 서울 근교 나들이 코스로 인기다.
경상권 대표 마켓 된 ‘마켓움’, 부산 달맞이고개에서 열리는 ‘달맞이아트마켓’
캠핑과 빈티지 소품 수집가인 손지민(39)씨가 2015년 3월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의 어느 바닷가 캠핑장에서 지인 몇 명과 ‘캠핑 마켓’ 콘셉트로 열었던 조그마한 마켓은 창고형 빈티지 마켓 ‘창곶’을 거쳐 이제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공간에 초청받아 찾아가는 인기 ‘유랑마켓’이 됐다. 경상권 대표 마켓이 된 마켓움(instagram.com/sapoon_) 얘기다. 석 달에 한 번꼴로 3일 동안 열리는데, 평균 3만명 정도가 찾는다. 그간 부산 영화의전당, 오륙도, 대룡마을, 고려제강 ‘f1963’ 등 부산의 명소에서 열렸다. 다음 마켓 일정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해월정광장 일대에서 11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2~9시에 열리는 달맞이아트마켓(051-749-4064)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캐리커처 액자, 손바느질한 손지갑, 캘리그래피 목공예 소품 등을 부담 없는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제주 세화포구 ‘벨롱장’, 제주 원조 프리마켓 ‘서귀포예술시장’
제주 말로 ‘반짝(벨롱) 열리는 장’이라는 뜻의 벨롱장(cafe.naver.com/vello ng)은 2013년 2월 제주 동쪽 바다 세화 해변을 배경으로 처음 열기 시작해 올해로 5년 차를 맞는다. 초창기엔 이주민들이 중고 물품을 가져 나와 파는 ‘플리마켓’ 성격이 강했지만 차츰 제주로 이주한 30대 ‘금손’ 청년들이 수공예 제품을 만들어 나오면서 지금은 아트 마켓 개념으로 바뀌었다. 제주 엽서와 그림, 조개로 만든 반지, 한라산 소주잔에 만든 향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오전 11시~오후 2시(6월 말 이후 여름엔 오후 6~8시)에 열리며 120여 팀 정도가 참가한다. 인근의 전통오일장인 세화오일장이 서는 날엔 열지 않는다.
이중섭 거리에서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여름엔 오후 7시까지)에 열리는 서귀포예술시장(064-760-2482)은 2008년 시작해 제주 원조 프리마켓으로 꼽힌다. 소규모지만 차츰 입소문 퍼지며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멘도롱장도 가볼 만하다. 매주 일요일 오후 4~7시에 함덕 서우봉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5년차 서울 대표 마켓 '마르쉐@'
농산물·식재료 사러 요리사들 많이 찾아
'지역 상생장·문화 놀이터' 양평 문호리리버마켓
매달 첫째·셋째 주말 열려
경상권 유랑마켓 '마켓움'
제주 '벨롱장', 춘천 '호반장' 등도 인기몰이
기업, 청년·문화 단체 주최 마켓 많은 강원·충청·전라권
호반의 도시 춘천엔 호반장(湖畔場)(chuncheon.sangsangmadang. com)이 있다.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정오~오후 6시에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호반을 배경으로 열린다. 마켓에 나오는 제품들은 모두 직접 제작하거나 구상한 작품들로 춘천을 주제로 한 창작품들이다. 민화 부채 체험, 네일아트, 타로카드 상담, 쿠키 아이싱 만들기 체험 등 매회 재미있는 체험들이 곁들여 진다.
원주중앙시장에서 매달 둘째 주 토·일요일(8·12월 제외) 열리는 미로예술시장프리마켓 미로카니발(wjjamk 2015. modoo.at)은 시장에 입점한 공예 매장, 맛집 등 80여 팀의 셀러가 참여한다. 공연이 더해진 데다 부대 행사들이 열려 당일 여행 코스로 인기다.
충청권에선 플레이마켓(cafe.naver. com/dodgefleamarket)이 유명하다. 2010년 벼룩시장 개념의 ‘닷찌플리마켓’으로 시작해 예술·수공예품 위주의 ‘대전아트프리마켓’을 거쳐 현재 공연과 전시가 어우러진 놀이 마켓인 ‘플레이마켓’이 됐다. 6월(10·24일 오후 1~6시에 개최)까지 대전시청 남문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전라도권은 요즘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ACC 구름다리~하늘마당에서 11월(8월 제외)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5~10시에 열리는 ‘브릿지 디 마켓’이 가볼 만하다. 시민 참여형 공연 마켓으로 지역 예술작가들과 핸드메이드 작가, 시민들이 어우러져 시끌벅적 ‘장’을 펼친다.
입소문 타고 떴다… 마켓에서 출발한 ‘맛집·멋집’
유명 마켓 소문난 브랜드들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땐 말이 필요 없다. 포장된 내용, 제품 이력 정도만 확인하고 카트에 담으면 끝. 하지만 마켓엔 ‘이야기’가 있다. 농산물을 가지고 나온 농부와 대화하고, 작품을 만들어 나온 작가와 대화한다. ‘이야기가 있는 장터’가 마켓이며 마켓에서의 이야기는 입과 입을 통해 ‘소문’이 된다.
부산의 핫플레이스인 부산 동구 초량동 카페 ‘초량’은 매장 오픈 전 프리마켓 ‘마켓움’에 셀러로 참여했다. ‘마켓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우유 카페’라고 소문나면서 부산 카페 투어의 필수 코스가 됐다. 자수 작가 박강희씨의 ‘베란다자수’도 마켓움에 셀러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쇼룸 겸 공방을 열어 작품 전시와 클래스를 진행한다.
농부들의 시장 '마르쉐@'에선 ‘꽃비원’ 모르면 간첩이다. 귀농 부부가 귀농 1년 차 때부터 흰 양파, 주키니호박, 풋고추 등을 들고 나오는데 유럽의 ‘파머스마켓’처럼 싱싱한 채소들로 풍성하게 꾸민 부스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마르쉐@의 ‘준혁이네 농장’은 요리사들이 찾는 단골 식재료상이 됐다. 외할머니가 키운 곡물로 잼을 만들어 파는 망원동 수제 잼 전문점 ‘지새우고’도 마르쉐@ 장터에서 시작한 브랜드. 곡물과 제철 채소로 만든 버거로 유명한 ‘달키친’, 마크로비오틱(자연식 요리)으로 유명한 ‘뿌리온더테이블’은 마르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다.
‘문호리리버마켓’의 ‘폴브레드’는 화덕 빵이 대표 메뉴다. 화덕에서 즉석에서 빵을 구워 내는데 ‘문호리리버마켓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이다. 원하는 맛의 카레를 발라주는데 마켓이 열리면 줄이 길게 늘어선다.
바다에서 주운 조개껍데기와 천연 불가사리를 가공해 반지와 팔찌, 목걸이, 핀 등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바다보석’은 제주 ‘벨롱장’의 인기 상품.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남원점, 서귀포시 서귀동에 있는 이중섭거리점 등 두 매장은 제주 여행자들 사이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소품 가게로 자리 잡았다.
얼굴 있는 농부시장(얼장) : 10·24일 /'마르쉐@'와 함께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만날 수 있는 농부 시장.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070-4205-1233
쓸어담아마켓: 11일 14~18시 /약 20팀이 참가해 휴대폰 케이스, 에코백, 파우치, 마카롱, 다육식물, 건어물, 가죽 공예 제품, 석고 방향제 등 판매./ 송파구 오금로 '카페데플레르 석촌점', 070-5159-6677
경리단문화마켓: 매주 토·일 13~21시 /옷, 중고 책, 액세서리 등 마치 편집 매장 같은 빈티지하고 감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마켓. /용산구 이태원동 649번지, 070-4210-2092
펀지점프: 매주 토·일 12~18시 /핸드메이드 또는 직접 디자인한 제품만 판매할 수 있는 거리 마켓. /종로구 소격동 2번지 '보드레 안다미로' 앞 주차장.
몽아트스토어: 365일 /수공예품, 생활 예술 작품을 매일 만날 수 있는 상설 프리마켓. /종로구 낙산4길 49(이화동 벽화마을 내), 010-8965-5155
띵굴시장: 16~17일 11~19시 /인기 블로거 '띵굴마님' 이혜선씨가 이끄는 살림 마켓·놀이터. '초여름 살림전' 이란 주제로 살림 도구, 패션용품, 캠핑, 피크닉용품까지 만날 수 있다. /일산 동구 강송로 33(벨라시타), 인스타 공식 계정 @ddingulmarket
엉클스플리마켓: 10~11일, 24~25일 11시~21시 30분 /일산벨라시타 지하 광장에서 50여 팀 정도가 참가. 띵굴시장이 열리는 주(16~17일)를 제외하고 매주 토요일에 열린다. /일산 동구 강송로 33(벨라시타). 010-2832-7778
호수마켓: 10~11일 11시~18시 /의왕레일바이크, 철도박물관, 조류생태학습관, 왕송호수 등 교육관광타운에서 개최된다. /경기도 의왕시 왕송못동로 307, 의왕시 자연학습공원중앙광장, 010-4555-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