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 만추의 가면
원제 : The Mask of Fu Manchu
1932년 미국영화
감독 : 찰스 브래빈
출연 : 보리스 칼로프, 루이스 스톤, 카렌 몰리
찰스 스타렛, 마이나 로이, 진 허숄트
로렌스 그랜트
푸 만추 라는 캐릭터는 영국의 작가 색스 로머의 작품에 등장하는 중국인 악당입니다. 괴이한 인물이고 서구인 입장에서는 만만한 아시아인 악당 캐릭터라서 흥미로웠는지 이 캐릭터를 활용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가까운 예로 마블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의 아버지인 양조위가 한 역할이 푸 만추를 모델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1929년, 1930년 연달아 파라마운트에서 푸 만추 영화가 만들어졌고, 1932년 MGM에서 다시 '푸 만추의 가면'이라는 영화를 보리스 칼로프를 내세워 만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작품이 이 1932년 영화지요. 어떻게 보면 뒷북 영화인 셈입니다. 더구나 보리스 칼로프가 벨라 루고시와 함께 호러영화 간판 2인으로 활약한 유니버셜 영화도 아닙니다.
푸 만추 캐릭터에 가장 집착한 배우는 해머 영화사의 드라큐라 시리즈로 유명했던 크리스토퍼 리 인데 그는 1965년부터 1969년 동안 매년 1편씩 총 5편의 영화에서 푸 만추 역을 맡았습니다. 드라큐라 역할보다 더 먼저 집착한 영화가 이 푸 만추 시리즈였죠. 더구나 푸 만추 시리즈는 해머 영화사 작품조차 아닙니다. 드라큐라 시리즈에 비해서 혹평을 받았죠.
미국 영화에 한국 지도가!
푸 만추에게 납치당한 교수
괴이한 중국 악당 푸 만추를 연기한
보리스 칼로프
아무튼 이렇게 여러 번 만들어진 인기(?) 악당 캐릭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듣보잡 영화인게 푸 만추가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그럴만도 하죠. 백인의 입장에서 아시아인을 괴이한 악당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게 그리 달가울 이유가 없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 알려진 푸 만추 소재 영화는 아예 없습니다. 저도 사실 푸 만추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 보리스 칼로프 등장 영화라서 고른 것인데 아차, 유니버셜 호러가 아닌 다른 영화사 작이었는데 보리스 칼로프는 여기서도 괴이하게 등장한 것이네요. 이 영화에서는 악당 푸 만추를 연기하느라 중국인 시늉을 하고 등장합니다. 뭐 사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할 보다야 낫다고 할 수 있나요? 물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할이 그를 유니버셜 간판스타로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어디 있는지 몰랐던 칭기스칸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요란함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 귀중한 곳에 칭기스칸의 유골과 검, 보석 등이 있나 봐요. 그래서 영국에서는 그걸 대영제국 박물관에 보관하기 위해서 관련 교수가 출동하려고 하지요. (근데 몽골의 영웅을 왜 영국에서?) 급하게 서두른 이유가 푸 만추라는 유명 악당이 그걸 먼저 차지해서 부자가 되려고 한대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중국인에게 더 우선권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것부터 웃기는 영화죠)
그런데 푸 만추가 이 정보를 먼저 입수하여 교수를 납치하고 그 무덤이 있는 장소를 대라고 고문을 합니다. 런던 경시청의 나일랜드 형사(국장이나 수사반장 쯤 되나봐요)와 교수의 딸, 남편이 출동해서 일단 칭기스칸의 무덤에서 귀중 유물을 꺼내서 차지하고 푸 만추에게 납치된 교수를 찾으려고 하죠. 푸 만추는 사람을 보내 보물을 주면 교수를 보내겠다고 하는데 이 계략에 넘어가 교수 딸의 남편이 또 붙잡혀서 푸 만추의 요사스러운 최면에 걸려 그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교수의 딸과 나일랜드 형사 등 일행이 모두 붙잡히는 위기를 맞게 되고 보물도 빼앗길 뻔 하지만 악어떼에게 죽을 뻔한 나일랜드 형사가 007 같은(사실은 훨씬 멋 없는) 기술을 통하여 극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동료들을 구해내고 악을 소탕한다 뭐 그런 만화 같은 내용입니다.
종소리를 계속 듣게하는
푸 만추 방식의 고문
거대한 푸만추의 본부
중국인, 흑인은 악당으로 나오고, 특히 푸 만추는 제 2의 칭기스칸이 되어 백인종들을 몰살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딱 서구인들 시각에서 본 동양인과 흑인 비하, 백인의 선역을 강조한 영화지요. 당연히 아시아인 입장에서는 반가울 것 없는 영화입니다. 칭기스칸의 보물을 왜 영국에서 차지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물론 결론에서는 영국에도 가져가지 않고 영원히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으로 만들긴 하지만.
그다지 대단한 영화는 아닙니다 확실히 보리스 칼로프가 유니버셜 호러에 출연한 작품들에 비하면 완성도가 낮아요. 괴이한 역할을 많이 했던 보리스 칼로프이긴 하지만 수염 달린 가짜 중국인 분장은 그냥 별로입니다. '우리생애 최고의 해'나 '거성 지그펠드' 등 30-40년대 유명 배우로 활동한 마이나 로이도 푸 만추의 요사스런 딸로 나오는데 보리스 칼로프 보다 더 가짜 중국인 티가 납니다. 그냥 딱 봐도 백인여자에요. 선수층이 얇던 1930년대라서 서구 배우들이 중국인 흉내를 내고 나오는 것입니다.
푸 만추는 굉장히 무섭고 만만찮은 인물로 나오는데 이런 인물과 대적하기 위해서 고작 민간인 남자(교수의 사위)와 늙수그레한 형사가 출동하다니요. 특급 요원을 보내도 살아올까 말까 한데. 이 늙수그레한 형사와 민간인 교수사위가 체격이 훨씬 더 좋은 흑인을 상대로 격투를 벌여 이기는 장면도 그래서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딱 봐도 나이로 보나 체격으로 보나 흑인이 가볍게 때려 눕힐 것 같은데. 중국인 비하에 흑인은 그 중국인 하수인으로 나오니 더 비하군요. 1930년대라서 이런 영화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요즘은 서구영화마다 왜 그리 중국인들이 쓸데없이 많이 등장하는지가 문제로 보이지만.
보리스 칼로프 외에 비중있는 역할로
푸 만추의 딸로 출연한 마이나 로이
전혀 중국 여자 같지 않다.
푸 만추에게 잡힌 사람들
악어떼가 있는 곳에 감금되어
위기를 맞는데....
'길다' '백조' 무기여 잘 있거라' 등 제법 괜찮은 할리우드 영화를 만든 당시 신예인 찰스 비더를 감독으로 내세워서 만들려다가 그는 금방 짤렸고, 대신 들어온 찰스 브래빈 이라는 베테랑 영국 감독이 완성했습니다. 물론 이후 찰스 비더는 절치부심하여 할리우드의 나름 괜찮은 감독으로 자리잡긴 했지요.
보리스 칼로프야 뭐 나름 열심히 괴이한 역할을 했지만 해결사 역할을 한 런던 경시청 형사가 너무 늙수그레하고 멋진 요원으로 어울리지 않아 다소 김이 빠진 영화입니다. 1시간 8분의 짧은 영화지만 대사가 무척 빨라 1시간 30분 영화 분량 정도는 되는 내용이지요. 1930년대의 괴이한 모험물 입니다. 제법 좋은 화질이 제공되고 있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크리스토퍼 리는 키가 195cm 나 되는데 중국인 푸 만추 역할을 계속 한 것이 좀 아이러니네요. 서구인 중에서도 아주 큰 키인데.
ps2 : 푸 만추 역을 한 배우 중에서 피너 셀러즈도 있는데 백인이지만 워낙 천의 얼굴을 가진 인물이니 그가 중국인 역할 한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죠. '5인의 명탐정'에서도 중국인 역을 했으니
[출처] 푸 만추의 가면 (The Mask of Fu Manchu, 1932년) 보리스 칼로프 버전 푸 만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