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꿈
written by 내일이면
그들의 꿈
(3)수도를 향해
#1 벨파이 마을
생각보다 긴 접전으로 인하여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레오일행은 마
지막 노숙을 하게 되었다. 언제나 짜증나는 노숙이었지만 오늘은 홀
가분할 뿐이었다. 모두가 실결같은 잠을 이루고 싶었지만 아까 놓친
오크5마가 혹시 모르게 다시 쳐들어 올 가능성이 있어 프리아를 제외
한 레오와 테리는 불침번 결정전을 하게 되었다.
"어제는 내가 불침번을 섰으니까 오늘은 네가 해라."
레오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지만 그에 뒤질 테리가 아니었다.
"허허- 이거 왜 이러시나? 그렇게 말하면 오크들과 싸우기 전에 이틀
연속 불침번 담당한 내가 너무 서러워지지. 설마 승부에 자신이 없어
서 꽁무니 빼는 것은 아니겠지?"
테리가 사악한 미소를 흘리며 쳐다보자 레오는 한숨을 푹 쉬며 땅바닥
에 엎드렸다. 씨익 미소를 지은 테리도 레오의 정면에 엎드려 오른팔
팔꿈치를 땅에 대었다.
"후후. 진작 그럴것이지. 자! 내 손을 잡아봐, 친구."
레오는 인상을 찌푸리며 테리의 손을 맞잡았다.
"오늘의 승부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너랑은 팔씨름 안하겠다."
"왜? 요즘 내가 너무 세져서 질까봐? 큭큭.."
더욱더 얼굴을 일그러뜨린 레오는 뭐라고 한마디 하려 했지만 프리아
가 어느새 다가와 꼭 붙잡고 있는 테리와 레오의 손을 잡았기에 그의
흥분은 차츰 가라앉았다.
달빛을 받은 프리아의 얼굴은 반짝이는 보석보다 아름다웠다. 맑은 눈
망울. 갸름한 턱. 오똑한 코. 딱 청순가련형인 프리아의 예쁘장한 얼
굴은 순간 레오와 테리의 숨을 멎게 했을정도로 빛났다. 그들의 시선
이 느껴져서 였을까? 프리아는 얼굴을 붉히며 꼭 잡고 있던 레오와 테
리의 손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음. 자, 그럼 제가 시작할게요. 긴장 늦추지 마시고.. 시작!"
갑작스런 프리아의 시작 소리에 놀란 둘은 뒤늦게나마 각각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둘은 서로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힘
과 힘이 비슷한 상대와의 팔씨름에서는 끈기가 승부를 가른다. 불침번
담당이라는 힘겨운 일을 앞에 둔 두 사람의 이기기 위한 투쟁과 욕망
은 불타 올랐다. 레오와 테리의 팔에서는 핏줄이 터질듯이 올라와 있
었다.
시간이 지체되어질수록 서로의 팔꿈치 부분이 맞닿아 있는 땅은 조금
씩 패어들어가졌다. 5분이 경과한 시점에 둘의 얼굴에서는 구슬덩어리
같은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두명의 꼭 붙잡은 손은 테리에
게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짓고 있던 레오는
크게 소리쳤다.
"결정타다!"
레오는 크게 소리침과 동시에 손목을 꺽어들어갔다. 동시에 테리의 얼
굴에서는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넌 실수했어! 꺽기의 신인 나에게 꺽기를 사용하다니!"
뒤로 꺽여있던 테리의 손이 점점 올라오더니 이내 레오의 손을 뒤로
꺽었다. 그리고 빠른 스피드로 레오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레오
의 얼굴은 경악에 휩싸인 듯 입이 쫘악 벌려졌다.
-턱
레오의 손이 곧 땅에 닿았다. 동시에 힘을 푼 둘은 풀썩 쓰러졌다. 그
만큼 체력의 소모가 컸다는 소리이다. 그런 와중에 테리는 살짝 얼굴
을 들으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하아.. 녀석. 나에게 꺽기를 사용하다니. 큭큭.. 마지막 승부였던 이
번 팔씨름은 내가 이겼다. 오늘 불침번은 너야. 킥킥.."
아무말도 하지 않던 레오는 프리아의 위로의 말을 기다렸지만 냉정하
기만 한 그녀였다.
"후후. 안됐네요, 레오님. 그럼 오늘밤 부탁해요."
그리고서는 테리를 부축해 잠자리로 이동하는 프리아. 레오는 이번만큼
그녀가 미운것이 처음이었다.
다음날 아침
꼬박 밤을 샌 레오를 제외한 테리와 프리아의 얼굴에서는 피로가 말끔
히 씻겨간듯한 상쾌한 얼굴로 아침을 맞이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잠시동안 몸을 맡기던 프리아는 싱긋 웃으며 엉킨 머리를 정리했다.
"여러분. 앞으로 5시간만 걸어가면 벨파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할거에
요. 가는동안 만날 몬스터는 없을것으로 생각되고.. 그리고 벨파이 마
을에 도착해서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해 보자구요."
"아,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구나! 빨리 목욕하고 싶어!"
온몸을 긁으며 말한 테리는 근처 나무에 기대어 아무말도 하지 않는 레
오를 바라보며 비웃듯 말하였다.
"자식. 그깟 일로 삐져서 아직도 저 모양이니. 임마! 빨리 준비해. 고
지가 멀지 않았대잖아."
그러나 레오의 몸은 전혀 미동이 없었다. 테리는 실소를 지으며 다가가
레오의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들어 댔다.
"야. 진짜 삐진거냐? 것참, 이녀석이 옛날 성격 되찾을려고 하네? 빨리
일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는 전혀 미동도 없었다. 눈도 껌뻑이질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테리는 다시한번 레오의 눈앞에 손을 들이대며 흔
들었다. 잠시동안 손을 흔들던 테리는 경악에 휩싸인 듯한 얼굴로 조용
히 입을 움직였다.
"이, 이녀석..."
"왜 그러세요, 테리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프리아도 뭔가 이상했는지 다가와 물었다. 곧
테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레오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였다.
"얼마나 고생이 심했기에.. 눈을 뜨고 자는거지?"
곧 웃음바다가 되었고 그 소리에 놀란 레오는 눈에 초점을 잡으며 벌떡
일어났다.
"무, 무슨일이야?"
상황을 모르는 레오는 그저 궁금할뿐이었다.
∽
"아- 정말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군"
숲을 나와 언덕에서 바라본 벨파이마을에 대한 테리의 감탄이었다. 옹
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은 마치 장난감나라를 연상시켰고, 형형색색의 지
붕들은 그것를 더욱 고조시켰다.
약 40여개의 가구가 붙어 있었고 그 주위는 작은 시냇물과 산으로 덮혀
있었다.
"역시 이세계에는 이런곳이 있었군.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풍경이야."
마을에서 뿜어져 나오는 평화의 선율이 레오의 입을 열게 만들었다. 반
면 프리아는 이곳에 온적이 있었기 때문에 별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
다.
모두가 마을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들때 마을로서부터 한명의 여성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곧 레오일행과 마주친 그녀는 싱긋 웃으며 고
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여행을 하시던 중인가요?"
"아..네. 뭐 그런거죠."
테리가 엉겁결에 대답하자 그녀는 앞으로 몇가닥 흘러내린 하얀색 긴
생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말했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실 거죠? 여기는 워낙 작은 마을이고, 또 들르는
여행객이 적어 여관이 한곳 밖에 없어요. 그리고 제가 그 여관주인의
딸 입니다."
"네.. 저기 그럼 지금 그곳으로 데려가 주시면 안될까요? 저희가 몇일
째 씻지를 못해서.."
프리아가 급한듯 묻자 하얀색 긴 머리결의 여자는 흔쾌히 허락했다.
"네. 잠시 바람을 쐬러 올라왔다가 손님을 만나게 되네요.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앞장선 그녀를 따라 레오일행은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
레오일행은 내려오면서 그녀에게 자초지종 여러가지를 물었는데 첫째
로 그녀의 이름은 '리리아 컨트'였고 두번째 질문은 이 나라에 대한
세세한 정보였다.
우선 지금 발을 놓고 있는 곳은 델포니아 대륙의 커맨트리왕국이라고
한다. 커맨트리 왕국의 크기는 대륙의 약 40%나 차지하고 있고 그밖
의 3개국은 커맨트리 왕국을 처리대상1호로 찍고 있다고 한다.
커맨트리 왕국이 커다란 전쟁에서 거의 백전백승하는 이유중 하나는
대륙 최고의 무기인 대공포대가 있기 때문이다. 사정거리는 1키르세
티안이나 되고(2km) 폭발력은 폭발지점 전방 200m의 생물들은 거의
몰살한다. 터질때 폭발력도 그렇지만 폭발과 동시에 수천개의 철침
들이 뻗어나가기에 대륙최고의 살상무기라고 불린다.
그밖에 왕국의 특수부대 '카시오페아'와 '매드렉시안'의 명성은 하
늘을 찌른다고 한다. 이런 정보들은 레오와 테리의 귀를 간지럽히지
못하였으나 리리아의 마지막 정보를 들은 순간 꿈틀대었다.
"그리고 왕국 최대의 축제중 하나인 검술대회가 2개월 후에 열려요.
우승자에게 주는 상금은 무려 100만트리라고 들었어요."
눈썹을 꿈틀거리던 테리는 손으로 턱을 괴며 물었다.
"저기.. 화폐단위좀 말해주시겠어요? 대충 짐작이 안가서.."
리리아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우선 제일 낮은 화폐단위는 세트. 그리고 그 열배인 매트. 매트의
열배인 세르.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르의 열배인 트리가 있어요.
그러니까 100만트리의 돈이면 이곳 벨파이 마을은 5번사고도 남는
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마을에서도 그 대회에 출전하기 위
해 한분이 수련중이세요. 음.. 그런데 그쪽에 관심이 있는걸로 봐
선 출전하시려 하는것 같은데..?"
"네? 아.. 음. 생각을 좀 해보구요. 헤헷."
테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리리아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2층집을 가르키며 말했다.
"여기에요. 여기가 여관이랍니다. 들어가셔서 우리어머니께 묵을곳
과 기타 등등 여러가지를 여쭤보세요. 그럼 전."
인사를 하고는 다시 언덕쪽으로 달려가는 리리아를 보던 레오일행
은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여관안은 약간 어두침침했다. 통로도 좁았고
식당조차 없었다. 하지만 여관 바로 옆에 음식점이 있었기에 걱정
은 하지 않아도 됐다.
"어서오세요."
옆 카운터에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일행은 그곳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기 방이 몇개나 있죠?"
"호호. 이래뵈도 방은 꽤 많답니다. 샤워 시설과 화장실도 있으니
걱정마세요."
꽤나 순박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일행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선 레오가 말했다.
"그럼 방 3개 주세요. 돈은 후불로 드릴게요."
"어머. 두분 같이 안주무세요?"
프리아가 눈을 껌벅이며 묻자 테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후후.. 프리아. 제가 어찌 저런 호모같은 녀석과 잠을 이룰수 있
겠습니까. 프리아님도 조심하셔야 해요."
레오의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할 일은 다 하고 각자
에게 열쇠를 나눠주었다.
"자, 이 103호실 열쇠는 프리아가 가져가시구, 넌 106호실 열쇠 가
지고 구석으로 찌그러져라."
레오가 일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역시 말발에 당할 테리가 아니었다.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넌 104호실이구나? 프리아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가까이 있고 싶어? 큭큭.."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레오를 뒤로한채 테리는 흥얼거리며 106호실
로 향해 갔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마친 일행은 찢어지고 난리가 난 복
장을 그대로 입고 모였다. 레오는 바지주머니에서 디카프장로가 준
보석이 들어있는 가죽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이것으로 우선 복장을 맞추고 음식점에 가자."
옷가게를 찾아 헤매던 레오일행은 작은 옷판매점을 찾아내었다. 보
통 모험을 하는 이들이 찾는 갑옷류가 아닌 평범한 옷을 파는 곳이
었다.
짤랑짤랑-
문을 열자 종소리가 울렸다. 옷가게 주인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반겼다.
"허허. 어서 오십시요. 어떤 옷을 찾습니까?"
60세가량은 들어보였지만 그런데로 건강하게 보이는 할아버지가 물
었다.
"아니.. 특별히 찾는건 없고 그냥 입기 편한 것으로 좀 보여주세요."
레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잠시 뒤 복장을 맞춘 그들은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역시 프리아는 어떤 옷이든 다 소화시키네요."
"어머.. 테리씨도 멋진걸요."
하얀색의 펄럭이는 치마와 약간 펑퍼짐한 상의. 그리고 흰 머리결과
잘 조화되는 빨간색의 리본. 그 모습은 마치 어린숙녀의 모습과 같
았다. 반면에 테리는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하얀색의 셔츠
와 쭉 뻗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허리에 위치
한 검집은 테리의 모습을 한층 더 세련되어 보이게 하였다. 비록 나
무로 만들어진 검집이지만 곧 바꿀거니 걱정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레오의 옷차림새는 테리와 별다를바 없었다.
복장준비를 끝내고 레오는 보석주머니에서 투명하게 반짝이는 보석
한개를 꺼내들었다. 엄지손톱의 두배가량되어 보이는 그 보석을 본
가게 주인은 입을 쫘악 벌렸다.
"이거 주면 얼마정도 남나요?"
"하.하하.. 그냥 가져가십시요."
레오일행은 어리둥절할 뿐이었지만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문을 나섰
다. 그리고 무기상점에서 검집을 맞추었고 오랜만에 음식점에서 요
리다운 요리를 맛본 레오일행은 레오의 방에 모여서 여러가지 얘기
를 나누었다. 물론 물건을 매입할 때는 옷가게에서와 마찬가지로 돈
을 지불하지 않았다.
"마을은 작지만 있을건 다 있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야."
테리가 불룩해진 배를 만지며 말하자 레오는 검집을 침대 옆에다 세
워놓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할꺼야? 검술대회."
"아아. 당연히 출전해야지. 난 에어 나이트라구. 큭큭."
테리가 거만하게 말하자 프리아는 후훗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테리님. 너무 그렇게 자만하시면 안되요. 아마도 그곳에선
테리님보다 강한 사람을 많이 보시게 될거에요. 그건 제가 보장할
게요."
프리아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임마. 그깟 에어나이트가 대수냐. 거기가면 너같은 초짜마검
사와 다른 진짜 제대로된 마검사가 있을수도 있잖아. 하지만 출전
은 해보고 싶다. 순전히 상금때문이 아니라 내 실력을 알아볼겸
해서 출전해보는거야."
"으음.."
어둑어둑해진 햇빛과 노을이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와 테리의 얼굴
에 비벼댔다. 잠시 동안 생각을 정리하던 테리는 씨익 웃으며 일어
섰다.
"언제 출발할까?"
그에 맞춰 씨익 웃은 레오는 침대에 누웠다.
"여기서 수도까지의 거리와 가는 방향을 모르니까 내일 자초지종
알아내고 준비해서 떠나자."
고개를 끄덕인 테리가 먼저 방문을 나섰고 뒤 이어 프리아가 인사
를 하고 문을 나섰다.
혼자 남은 레오는 한숨을 쉬며 때이른 잠을 청했다.
"후우-"
그리고 휭휭 부는 바람소리와 함께 날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레오
는 그동안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 꿈속으로 향했다.
연재가 무척 늦어졌슴다! 이런 이런 리니지..
이번달 안에 리니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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