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인연이 꽤 깊은 화정산악회의 거창 보해산 산행에 신청했다.
7시에 염주체육관을 거쳐 비엔날레 주차장에서 7시 반이 넘어 출발하는데
회장께서 산행지 변경 건을 꺼내신다. 거창 보해산에 눈이 30cm 정도 쌓여
등산로가 불안하고 봄산행 준비를 한 이들에게는 위험할 것이라고 하신다.
난 거창의 산들에 대해 잘 몰라서 가고 싶은 산으로 신청했기에 속으로 불만이다.
집행부 협의 끝에 보해산으로 가자는 안과 충무나 고흥 쪽으로 바꾸자는 안을 제시한다.
보해산을 손 든 사람은 나 혼자였나 보다.
통영과 고흥 중에 고흥의 두방산으로 결정된다.
두방산은 내가 반나절 정도에 오르곤 하던 산이다.
안 가본 이들에겐 나름 멋을 느낄 수 있는 산이라 생각하면서도 조금 아쉽다.
그 산에 가 본 이들이 없는 분위기여서 내가 안내를 조금 하겠다고 나선다.
오랜만에 참여한 산악회에게는 건방진 일이다.
가는 길에서부터 산행 이정까지 갑자기 바뀐 산행지에 대해 운행이사나
집행부도 부산하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산행에 대해 두서없는 안내를 한다.
A코스 B코스르르 어디서 나누어야 할지, 산행마감 시각을 어찌 정해야 할지는
나도 말하기 어렵다. 그 동안 나는 나 혼자이거나 산악회의 뒷꽁무니를 따라다니기만 했지
내가 기획 등 준비를 해 보지는 않고 편하게 다녔다.
9시 20분이 지나 당곡마을 앞의 주차장에 닿는데 앞에 관광버스 한대가 서 있고
배낭도 안 맨 사람 등이 길을 올라가고 있다.
회장님이 내게 무전기를 주시는데 부담스럽다.
앞장 서서 걷는다. 산길로 접어들어 비탈을 오르며 땀을 흘리는데
앞서가던 앞차의 사람들이 길가에 주저앉아 쉬고 있다.
보니 아는 얼굴이 많다. 풍양 사람들이다. 인사를 나누는데 반갑게 맞아준다.
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풍양을 떠난지라 죄송한 마음이다.
귀절암까지 가는 동안 그분들을 앞지르는데 절반 가까이 아는 분들이다.
귀절암의 바위 끝에서는 물방울이 빠르게 떨어진다.
먼쪽 샘에 들어가 물을 마시고 붓는다. 일행에게 샘을 보라하고 나온다.
시누대 사이를 지나 오라오는 일행을 보고 앞서 간 신사님과 국선님을 따라간다.
자연 전망대에 서 있는 그 분들에게 고흥반도 안내를 하려는데
잔뜩 낀 연무?인지 미세먼지에 조망이 흐리다.
내가 좋아하는 바위 능선길을 올라간다. 처음 뵌 여성 한분과 넷이서 팀이 되어 두방산 정상을
향해 간다. 조망이 아쉽지만 사진을 찍으며 숨을 편하게 오른다.
풍양에서 온 어른 한분이 정상에 앉아 있다.
우리가 도착해 정상주를 하며 막걸리를 권하니 드시지 않는다.
나중에 온 풍양의 일행에게 술을 권하니 이정우 이장이 유자즙을 가득 풀어 놓는다.
풍양 사람들이 다 먼저 올라오신다.
막걸리와 소맥을 마시고 일행에게 자리를 넘기고 일어난다.
바위 위험한 길을 먼저 걷는다. 더러 아랫길로 안내하는 데 많은 일행이 따라온다.
조심스럽다. 갈라진 산벗나무를 지나 병풍산 이르기 전 바위에 닿자
뒤따라오신 어부님이 점심을 먹고 같이 가자고 한다.
후미와의 거리를 생각하신 듯한데 아직 11시 20분이다.
병풍산은 넓지 않고 비조암 가서 드셔도 된다고 하지만 결국 암반 위에
점심을 펼친다.
해찬솔의 뚜벅이 전회장 부부가 다가와 젓갈을 밥에 덜어 주신다.
술은 많지 않다. 다른 자리에도 술은 그리 없다.
먼저 일어나 병풍산 봉우리에 섰다가 비조암으로 걷는다.
꽃은 보이지 않는다. 팽나무인지 푸조나무인지 중간에서 갈라진 나무 사이를 지나
비조암을 오른다. 몇은 거기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먼조망은 없지만 포근한 날씨에 바람도 없어 비조암에 서거나 앉아 있기 좋다.
난 여기 저기 다니며 자연과 그 사이이 있는 사람을 찍어본다.
술이 없어 아쉽다. 사진을 찍고 나서니 신사 국선 형님들은 먼저 내려가 버렸다.
어부님을 앞서 내려가다가 택촌에서 매곡으로 가는 사거리 이정표에 꾸불한 글씨로
B코스 갈라진 길이라 써 푯말 위에 올려두고
가파른 첨산을 오른다. 서둘러서인지 첨산 오르는 길은 숨이 막힌다.
지그재그 돌아가는 길이라 기억하는데 아니다. 서너번 올랐을텐데
형편없는 기억력이다.
먼저 오신 신사형님이 마지막 아껴 둔 술을 따뤄 주신다.
흥덕사로 내려가는 비탈에서는 막 피어난 생강나무 꽃도 보고
빨갛게 몽우리 진 진달래도 만난다.
개가 짖는 흥덕사를 지나 여산송씨 제각 앞의 새로 만들어진 로타리에 있는
성안관광버스로 간다.
술팀에 끼어 몇 잔 마신다. 뚜벅이 부부가 A코스로 내려오고 B코스로 오신 분들 중엔
첨산에 들렀다가 올랐던 길로 내려오신 분도 있다. 선두라고 준 무전기를 한번도 쓰지 않았다.
다행이도 헤매지도 않고 사고도 없이 모두 차로 돌아왔다.
낙안온천에 가 목욕을 한다. 주암 IC 부근 기사식당에 들러 이른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신다. 어둡기 전에 광주에 도착해 신사형님의 동생이 새로 가게를 열었다는
봉선동 호프 집에 가 술을 더 마신다.
국선 형님이 먼저 가시고 나도 먼저 나온다.
술보라고 바보한테 놀림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