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학전의 폴커 루트비히 원작 비르거 하이만 작곡 김민기 번안 연출의 지하철 1호선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폴커 루트비히(Volker Ludwig) 원작, 비르거 하이만(Birger Heymann) 작곡, 김민기 번안 연출의 <지하철 1호선>을 관람했다.
폴커 루트비히(Volker Ludwig, 1937년 - )는 독일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1957년부터 1960년까지 베를린과 뮌헨에서 독일학과 예술역사를 공부했다. 동생과 함께 첫 어린이연극 <슈토커로크와 밀리필리(Stokkerlok und Millipilli)>를 만들었고, 당시 어린이 극장이 없던 서독에서 현대 어린이극의 창시자가 되었다. 폴커 루드비히는 1969년 어린이 극장을 세웠고, 1972년 이 극장은 그리프스 극장(Grips Theater)이 되었다. <우리는 친구다> <공룡이 된 빌리> <슈퍼맨처럼> <지하철 1호선> 등을 발표 공연했고, 1986년에 초연한 <지하철 1호선(Linie 1)>은 그리프스 극장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비르거 하이만(Birger Heymann, 1943~2012)은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Berlin-Kreuzberg)에서 태어났으며 클래식 기타 와 피아노를 공부했다. 그리프스 극장(GRIPS Theatre)의 창단멤버다. 여기에 그는 무수한 어린이 노래를 작곡하고 그 중 일부는 교과서와 음악책에 실렸다. 가장 유명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작곡하고 <모스키토>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지하철 1호선> 그 외 다수 음악극을 작곡했다.
김민기(金敏基, 1951~)는 가수, 작사가, 작곡가, 편곡가이며 극작가, 연극연출가, 뮤지컬 기획자, 뮤지컬 연출가, 뮤지컬 제작자다. <아침 이슬>의 작곡가로 유명하며, 2002년 고별 음반 《김민기 전집》을 발표 후 가수 은퇴를 선언하고 뮤지컬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전라북도 이리시 출생으로, 전라북도 익산군 함열읍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서울로 이사하였으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 ‘도비두’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노래 활동을 시작했다. 그 무렵 재동초등학교 동창인 양희은을 만나게 되면서 〈아침이슬〉을 주게 됐고, 1970년에 발표됐다. 1972년에는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우리 승리하리라〉, 〈해방가〉, 〈꽃 피우는 아이〉 등을 부르다 경찰서에 연행됐으며, 그의 앨범 및 노래는 모두 방송금지 조치됐다. 이후 김민기는 시인 김지하와 조우하게 됐고 야학활동을 벌여나가기도 했다.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를 노동자들과 함께 공연했던 그는 국악인들과 교유하여 다음해 〈아구>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1977년 군 제대 이후 양희은의 〈거치른 들판의 푸르른 솔잎처럼〉을 발표했고, 동일방직 노조문제를 다룬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발표했다. 1980년에는 문화체육관에서 7년의 긴 공백을 깨고 공연을 펼쳤고 1983년에는 국립극장에서 탈춤과 판소리 등 소리굿 공연을 가졌다. 1987년에는 탄광촌 이야기를 담은 〈아빠 얼굴 예쁘네요〉를 발표했고, 1990년대에 들어와 학전 소극장을 개관한 그는 1993년 22년 만에 독집앨범을 발표했고 '겨레의 노래'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뮤지컬 〈개똥이〉와 〈지하철 1호선〉 등 의욕적인 연출활동을 하였다. 현재 소극장 학전과 극단 학전의 대표로 있으며, 1994년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출과 기획을 했다. 이것으로 2007년 독일 바이마르 괴테 메달을 받았다.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이번 공연으로 4000회를 돌파했다.
무대는 배경가까이 높은 무대를 만들고 그 앞에 계단을 만들어 지하철로 내려오는 계단으로 설정했다. 높은 무대 중앙에는 열고 닫는 문을 만들고, 문이 닫히면 계단을 치우고, 지하철의 통로가 되고, 포장마차가 있는 거리가 되기도 한다. 긴 승객 석을 八자형으로 배치하거나 나란히 배치해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배경의 문을 개폐해 지하철 문으로 사용한다. 높은 무대 양쪽에는 연주석이 있어 현악기와 타악기를 연주한다. 영상으로 서울의 야경이 투사되고, 남산타워와 그 주변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며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과 별빛이 초롱초롱한 하늘, 그리고 지하철 천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투사가 된다. 음향효과로 전철의 역 이름과 도착소리나 출발소리가 장면에 따라 객석에 전달된다.
시대적 배경은 한국에서 IMF가 발생한 1990년대 후반이다. 내용은 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 한국남자 ‘제비’를 찾아 중국에서 서울로 온 연변처녀 ‘선녀’가 하루 동안 지하철 1호선과 그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웃음과 해학으로 그려낸다. 1998년 11월, ‘제비’가 건네준 주소와 사진만을 의지해 곧 그를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에 부풀어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한 연변 처녀 ‘선녀’. 하지만 지하도에서 걸인 ‘문디’와 ‘땅쇠’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빨강바지’여인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기대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청량리 행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서울 사람들은 일상에 쫓겨 무표정하고 냉담하기만 하고, 이해되지 않는 요란한 광고에 서울의 모습은 온통 낯설기만 하다. 게다가 유명한 무용수라며 ‘제비’가 건네준 주소의 청량리 588은 그의 번드르르한 설명과는 달리 독립군로가 아니라 사창가다. 그곳에서 선녀는 열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운동권 출신 ‘안경’, 그를 사모하는 창녀 ‘걸레’, 혼혈고아 ‘철수’, 그리고 몇몇 창녀들을 만난다. 임신을 한 그녀를 불쌍히 여긴 ‘철수’는 ‘제비’를 찾아줄 테니 서울역 ‘곰보 할매’의 포장마차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서울역 포장마차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선녀’는 서울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 사이비 교주, 자해 공갈범, 잡상인, 가출소녀 등-을 만난다. 서울역 포장마차에서 ‘빨강바지’여인을 다시 만난 ‘선녀’는 그녀가 ‘제비’와 함께 연변에 왔던 그의 이모였음을 깨닫고 애인 ‘제비’의 행방을 묻지만 그의 실체를 알고 절망한다. ‘걸레’는 이런 ‘선녀’에게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며 그녀를 위로해 주고 ‘안경’을 찾아 지하철을 탄다. 거기에서 ‘선녀’는 과부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화려했던 젊은 시절에 대한 넋두리를 듣는다. 장면이 바뀌면 ‘선녀’를 납치해 창녀촌에 팔려는 무리가 등장하지만 지체장애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얼마 후 급정거한 열차 안으로 누군가의 사고 소식이 들려오는데 바로 ‘걸레’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다. 슬픈 소식에 접한 ‘선녀’는 걸레의 초상을 치르러 간다. 그 때 ‘제비’가 등장해 자신은 ‘선녀’와 임신한 아이를 책임질 수 없다고 한다. 실망한 ‘선녀’는 ‘걸레’의 죽음으로 비탄에 잠긴 ‘안경’을 위로해 주고 그와 함께 ‘걸레’의 빈소로 향한다. 밤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빛과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이홍재가 안경, 손진영이 땅쇠, 김태영이 제비, 윤 겸이 포인터, 정재혁이 철수, 장혜민이 선녀, 최새봄이 곰보할매, 손민아가 빨강바지, 이승우가 날탕, 제은빈이 걸레, 박근식이 문디로 출연해, 성격설정과 개그 코미디 같은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다만 정통극적 연기와 더불어 정확한 대사와 가사전달이었으면 좀 더 감동적이고 성공작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동호의 기타, 유현수의 퍼커션, 최 훈의 베이스, 박 현의 베이스, 백나영의 바이올린, 문영은의 바이올린, 미미의 건반 아코디언, 김지은의 건반 아코디언 연주는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의 흥을 북돋는 역할을 한다.
음향슈퍼바이저 김병극, 음악슈퍼바이저 정재일, 음악감독 편곡 정재일 이동호, 안무 임현주 황찬용, 노래지도 채임경 최무열, 특별노래지도 김미선, 조연출 이황의 김은영, 연출부 윤정윤 원영지, 기술감독 조형숙, 기술자문 권순재, 무대감독 서동진 정은서, 조명디자인 감독 조형숙, 음향 조명오퍼 조형숙 윤정윤, 무대미술 감리검수 김경희, 무대디자인 송성원, 의상디자인 조문수, 소품디자인 정윤정, 분장디자인 최유정, 영상제작 편집 정용기 김정은, 그래픽디자인 김덕주, 영어자막 번역 서반석 박유신, 독어자막 번역 맹완호, 일어자막 번역 김종명 네이토 리에, 중국어자막 번역 장동천, 목소리 출연 박윤희 이일진 이상근 원영지, 기획 홍보 김나래 임수빈 박하영, 총무팀 김성민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학전의 폴커 루트비히(Volker Ludwig) 원작, 비르거 하이만(Birger Heymann) 작곡, 김민기 번안 연출의 <지하철 1호선>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