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 초토(焦土)에서
2026. 10. 21.-11. 2 / 나무아트(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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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근작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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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남긴 이 초토 위에/ 우리는 또 무슨 씨앗을 심어야 하는가.”
- 구상, <초토焦土의 시> 중에서
김재홍의 근작이 조금 변모했다. 예의 거대한 인체 흉곽 부분의 클로즈업으로 한국 현대사의 실존적 상흔을 드러내는 형식은 <초토焦土>연작 그대로 연장되고 있으나, 동족상잔의 비극성과 분단의 현장성을 좀 더 또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또 다른 작업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 변화 중 하나는 같은 형체의 인체를 데칼코마니마냥 대칭으로 화면 좌우에 위치시킨 화면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인체가 갈라지는 중앙 부분에 한국전쟁을 전후한 사진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그려서 배치한 몽타주이다. 무거운 느낌의 화면은 여전하나, 이 두 가지 변화는 그동안 구사했던 압축된 상징성에 해설과 설명을 추가하며 서술적인 요소를 강화한다.
이런 변주는 특히 <카인의 들>과 <아벨의 들> 연작에서 도드라진다. 숱한 주검들이 늘어진 들판을 배경으로, 좌우를 뒤집은 창백한 신체가 대칭으로 갈라지고, 그 결절점인 화면 중앙부에 한국전쟁 전후 여러 사건이 음울하게 콜라주 형식으로 그려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 분단에 대한 사진 자료들은 이제는 일반화된 정보다. 역사적으로 고증된 확정적 사실이라는 뜻이다. 이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팩트가 척추와 늑골이 두드러지는 창백한 인체의 고통스럽고도 음울한 포우즈에, 마치 내장처럼 위치한다. 이는 고착된 분단 현실에 대한현재 우리 사회의 분열적 징후를 포착한 도상이라 하겠다.
이 무의식적 ‘프래트리사이드’ 형상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사한 주제 강화의 방식이다. Fratricide는 라틴어로 Frater형제와 Caedere살해하다의 합성어다. 형 또는 아우를 죽이는 존속살해 행위를 의미한다. 창세기의 ‘카인’과 ‘아벨’, 로마의 ‘로물루스’와 ‘레무스’, 이집트의 ‘오시리스’와 ‘세트’ 신화, 문학 작품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이 유명하고, 역사적 실례로는 조선시대 태종 이방원의 왕자의 난, 고대 로마의 카라칼라 황제의 형제 살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원형Archetype적 서사가 극대화된 현대적 실례로는 미국 남북전쟁, 러시아 내전, 중국 국공내전, 스페인 내전, 베트남 전쟁, 레바논 내전, 르완다 내전, 시리아 내전 등이 있고, 1950년 한국전쟁도 여기에 해당한다. 김재홍의 <카인의 들>과 <아벨의 들> 연작과 같은 형상의 대칭적 배치는, 이 형제간 골육상쟁 서사 원형을 응용함으로 그 비극성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확보한다.
이런 바탕에서 전개되는 화면을 보자. 숱한 시신들이 늘어진 들판을 배경으로, 인체 대칭이 시작되는 화면 중앙부에 한국전쟁 관련 사진을 배치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분단에 대한 이 시각적 기호들은, 이제는 일반화된 정보로 역사적 사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냉정한 기호들을 척추와 늑골이 두드러지는 창백한 인체의 슬프고도 음울한 심리적 포우즈 사이에 배치함으로, 화면은 사실과 상징간의 묘한 충돌과 긴장을 확보한다. 예의 김재홍 특유의 형식이 그대로 유지되는 <초토焦土에서> 연작과 비교해 보면, 이 <카인의 들>과 <아벨의 들> 연작은 분단에 대해 고착화된 분열적인 집단적 무의식의 징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서술/상징이라는 상대적 어법의 동시 구사로 그 형식의 변화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록 사진이란 질료들을 소환하는 서사적 서술성과 작가의 내면 정서가 압축되어 표출된 형상적 상징은, 기실, 동시에 구사가 난해할 정도로 상호 역설적인 특성의 어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어울리기 어려운 이 상반된 어법을 같은 화면에서 결합하는 시도는, 분단에 대한 주제 의식을 좀 더 강화해서 드러내기 위한 김재홍의 의지이자 결기이지 싶다. 그것은 김재홍의 다음 작업에서의 형상적 진화를 주시하게 만드는 단서이기도 하다. 이질적 요소들이 상호 작용으로 통일되며 주제화되는 심화 과정을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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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의 들-1(The Fields of Cain-1)_161x356cm_Acrylic on canvas_2026
# 카인의 들-2(The Fields of Cain-2)_Acrylic on canvas_2026
# 초토-1(焦土-1, Scorched-1)_161x331cm_Oil on canvas_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