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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세계 최대의 모터사이클 쇼인 EICMA 2020의 개최가 취소됐지만, 그래도 각 브랜드에선 내년을 위한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야마하에서도 여러 신제품들이 선보였는데, 2021년을 준비하는 모델 중 가장 주목할만한 모델이라면 단연 신형 MT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MT란 이름은 ‘Master of Torque’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네이키드 모델에 잘 어울리는 작명이다.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도심에서 스피디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MT 시리즈의 기본 모토로, 2005년과 2006년, 1세대 MT 시리즈인 MT-01과 MT-03이 선보였으나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2014년 MT-09를 필두로 등장한 2세대 MT 시리즈는 레트로 중심으로 흘러가던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나름의 입지를 굳히며 하이퍼 네이키드(혹은 스포츠 네이키드) 장르의 부흥을 이끌었다. MT-09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야마하는 2기통의 MT-07, 단기통의 엔트리 모델 MT-03, YZF-R1의 엔진을 디튠해 탑재한 MT-10 등 다양한 파생 모델들을 연이어 출시하며 입문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며 시장을 사로잡았다.
이번에 야마하에서 2021년을 위해 새롭게 선보인 모델은 MT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MT-09와 MT-07이다. 이와 함께 파생 모델인 트레이서 시리즈(트레이서 9, 국내명 MT-09 트레이서, 트레이서 7은 국내 미출시)까지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며 시장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신형 MT 패밀리에 대한 주요 정보를 살펴보았다.
MT-09
단기통, 2기통, 4기통이 대부분이던 모터사이클 시장에 3기통이라는 보기 드문 엔진을 앞세워 등장한 MT-09는 컴팩트한 차체와 파워풀한 성능으로 시장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성공의 핵심이라면 단연 크로스플레인 기술이 적용된 CP3 3기통 엔진일 것이다. 847cc의 배기량으로 저속부터 고속까지 짜릿할 정도로 뿜어지는 파워는 라이더들에게 그동안과는 다른 새로운 네이키드의 모습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업그레이드된 신형 CP3 3기통 엔진
이번 2021년형에서는 이 엔진이 더욱 강력해졌다. 스트로크가 62.1mm로 3mm 늘어나 배기량이 889cc로 증가했다. 덕분에 최고출력은 119마력/10,000rpm으로 4마력 증가했으며, 최대토크는 93Nm/7,000rpm으로 이전보다 1,500rpm 낮은 회전대에서 뿜어진다.
여기에 2021년 유로 5 대응을 위한 대부분의 구성 요소가 재설계된 결과, 엔진 무게를 1.7kg 덜어내는데 성공했다. 엔진 무게의 감소는 곧 차량의 경쾌함으로 이어진다. 또한 인젝터 위치 변경으로 연소 효율을 높여 연비를 9% 향상시켰다.
라이드-바이-와이어를 위한 YCC-T(Yamaha Chip Controlled Throttle)는 YZF-R1 및 R1M과 유사하게 APSG(Accelerator Position Sensor Grip)을 새로 추가해 조작에 따른 신뢰성을 높였다. 흡배기 시스템을 변경해 토크감을 생성할 뿐 아니라, 1.4kg의 경량화까지 이뤘다. 또한 어시스트 앤 슬리퍼(A&S) 클러치를 업그레이드해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한다.
스윙암을 비롯해 프레임 전반의 경량화로 2.3kg의 무게를 덜어냈다
엔진 배기량의 증가에 맞춰 섀시 역시 새로 설계했다. 경량 CF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델타박스 섀시는 최적의 강도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핸들링 특성의 향상을 위해 프레임의 가로, 세로, 비틀림 강성의 균형을 조절했으며, 측면 강성을 50% 높여 우수한 직진 안정성을 제공한다. 또한 알루미늄 프레임과 서브 프레임, 스윙암은 이전 구조에 비해 2.3kg 가벼워 민첩성을 크게 높이는데 일조한다. 이러한 경량화와 더불어 헤드라이트, 연료탱크, 시트, 배기 시스템을 최대한 엔진에 가깝게 배치하는 질량 집중화 설계를 통해 근육질 외모를 강조하는 동시에 한결 다루기 쉽도록 했다.
TFT 디스플레이 탑재로 주요 전자장비의 정보 확인과 세팅 변경이 수월해졌다
전자장비 역시 신형 MT-09의 주요 업그레이드 요소 중 하나. 관성 측량 장치(IMU)를 탑재해 트랙션 컨트롤(TCS), 슬라이드 컨트롤 시스템(SCS), 전륜 리프트 컨트롤 시스템(LIF), 브레이크 컨트롤 시스템(BC) 등 다양한 전자장비를 보다 정밀하게 제어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TCS의 경우 좌우 기울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앞뒤 바퀴의 속도 차이를 감지해 뒷바퀴 구동력을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총 3단계로 개입도를 조절할 수 있어 숙련도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또한 SCS는 뒷바퀴의 미끄러짐이 예상될 경우 파워를 조절하며, LIF는 앞바퀴 들림을 제어해 코너 탈출이나 가속 시 출력을 조절하며, BC는 앞뒤 브레이크 압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ABS와 함께 휠잠김을 방지하는 동시에 최적의 제동력을 이끌어낸다.
LED 프로젝터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가 독특한 인상을 만든다
편의장비도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계기판은 TFT 풀 컬러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며, 헤드라이트는 LED가 적용된 프로젝터 방식에 좌우 양족으로 LED 포지션 라이트를 더해 독특한 인상을 만든다. 퀵 시프트 시스템은 상하 모두 가능한 방식으로, 저단 변속 시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와 함께 차량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휠은 야마하가 개발한 회전 단조(Spin Forged) 기술을 통해 0.7kg의 감량으로 민첩한 핸들링에 크게 기여한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KYB 제품으로, 앞에는 예압, 압축, 리바운드 모두를 조절할 수 있는 고사양의 41mm 포크가, 뒤 역시 조절식의 쇼크 업소버가 장착됐다.
신형 MT-09 SP
함께 발매되는 SP 사양은 전용 컬러와 그래픽, 장거리 주행을 편안하게 하는 크루즈 컨트롤, 프리미엄 사양의 KYB 프런트 포크와 올린즈 리어 쇼크 업소버, 이중 바느질이 적용된 시트, 양극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 스윙암, 알루마이트 처리된 블랙 컬러의 핸들바와 레버 등의 고급 파츠들이 추가됐다.
MT-07
MT-09의 3기통 엔진에 비해 배기량도 낮고 파워도 떨어지는 2기통 엔진을 장착한 MT-07이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유럽 출시 이후 지금까지 12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만큼 동급 라이벌을 압도해버린 MT-07의 매력은 단연 ‘다루기 쉬운 조종성’에 있을 것이다. 낮은 배기량 덕분에 출력이나 토크 모두 다루기 쉬운 정도로 세팅되어 대배기량 입문자에게 크게 호평받았다.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의 조합으로 새로운 MT 시리즈의 패밀리 룩을 만들었다
이번 신형은 MT-09와 마찬가지로 원형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의 조합으로 MT 시리즈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의 변경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프로젝션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 역시 LED가 적용되어 야간에도 뛰어난 시야를 확보한다. 또한 방향 지시등에도 LED를 더해 시인성을 높이는 동시에 스타일을 살리는 효과도 거뒀다.
유로 5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신형 CP2 2기통 엔진
엔진은 유로 5 환경규제에 대응하도록 세팅이 변경됐으며, 흡기계 재설계와 인젝터 최적화, 새로운 배기 시스템과 ECU로 MT-07 고유의 특성은 이어가면서 선형적인 엔진 응답으로 차량 특성을 파악하기 쉬워졌다.
앞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을 키워 더 높은 제동력을 확보했다
제동 성능 향상을 위해 앞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을 282mm에서 298mm로 키웠지만, 무게는 늘어나지 않은 채로 더 높은 제동력을 확보했다. 또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폭이 32mm 넓어진 알루미늄 테이퍼 핸들바를 장착했다. 계기판은 LCD로, 부분적으로 컬러를 적용해 주요 정보를 쉽고 효율적으로 조작하도록 했다.
트레이서 9(MT-09 트레이서)
MT-09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투어러 트레이서 9는 출시 이후 편안한 포지션과 스포티한 동력성능을 모두 원하는 라이더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조금은 난폭하다 느껴질 정도의 CP3 3기통 엔진을 투어러 성격에 맞춰 조절하고 윈드스크린과 페어링, 시트, 패니어 케이스 등을 더해 슈퍼스포츠 스타일의 투어러 시장을 어드벤처 스타일로 옮겨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MT-09와 동일한 신형 엔진이 탑재된다
이번 신형은 MT-09의 업그레이드에 함께 발맞췄다. 우선 신형 엔진의 탑재로 최고출력 119마력/10,000rpm, 최대토크 93Nm/7.000rpm으로 성능이 향상됐으며, 엔진부에서 1.7kg의 경량화도 함께 이뤄졌다.
APSG가 더해진 YCC-T 역시 동일하게 적용되며, 배기시스템도 재설계되어 1.4kg 경량화와 함께 질량 집중화에도 기여한다. A&S 클러치는 부드러운 변속감으로 주행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인다.
델타박스 섀시에 얹어진 엔진은 이전보다 세워진 각도(47.5°→52.3°)로 장착되어 프런트 엔드의 높은 피드백과 함께 코너에서 트랙션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재설계된 스윙암은 경량 알루미늄으로, 60mm 길어졌지만 이전과 동일한 1,500mm의 휠베이스로 높은 안정성과 민첩성을 제공한다. 휠 역시 회전 단조 기술이 적용된 휠이 들어가 민첩한 움직임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다.
계기판을 통해 전자장비의 설정값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전자장비 업그레이드 역시 MT-09와 동일하게 이뤄졌다. IMU 탑재와 함께 TCS, SCS, LIF, BC 등의 전자장비가 더해져 주행을 보조한다. 또한 D-모드는 다양한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4종의 라이딩 모드를 제공한다. 장거리 주행에 도움을 주는 크루즈 컨트롤도 기본 장착. 연료 공급 시스템 역시 변경되어 연비가 9% 향상, 1회 주유로 35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향상된 성능에 걸맞은 제동력 확보를 위해 YZF-R1과 같은 타입의 프런트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를 장착해 선형(linear)적 브레이크 작동으로 원하는 수준의 제동력을 쉽게 뽑아낼 수 있다.
윈드스크린과 너클가드 등 장거리 라이딩의 필수 요소들이 두루 갖춰졌다
투어러답게 편안한 포지션을 위해 이전보다 15mm 낮아진 시트는 높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풋 페그(발판) 역시 15mm 조절 가능한 방식이 적용됐다. 핸들바도 위치를 변경할 수 있어 총 8개 라이딩 포지션 중 자신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주행시 피로 감소에 큰 역할을 하는 윈드스크린은 5mm씩 10단계로 최대 50mm까지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며, 핸들바 브러시 가드(너클 가드)도 더해져 손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형 트레이서 9 GT
함께 발매되는 GT 사양은 프리미엄 장비로 투어링을 더욱 편안하게 만든다. 우선 풀페이스 헬멧을 보관할 수 있는 하드케이스가 기본 장착되며, KYB의 전자 제어 서스펜션을 탑재해 주행 중에도 노면 상황에 맞춰 바로바로 설정값을 바꿀 수 있다.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을 가능하게 하는 퀵 시프트 시스템, 차량 기울기와 속도에 맞춰 조사 방향을 바꾸는 LED 코너링 라이트, 야간이나 동절기에 추위로부터 손을 보호하는 그립 워머 등이 기본 장착된다.
트레이서 7(국내 미출시)
트레이서 9와 마찬가지로 MT-07의 CP2 2기통 엔진을 베이스로 하는 스포츠 투어러. 3기통 엔진보다 부드러운 출력 특성으로 도심에서의 사용도 부담스럽지 않은 전천후 모델이다.
유로 5에 대응하는 신형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조절식 전후 서스펜션, 장거리 주행도 문제없는 17L 연료탱크, 20L 사이드 케이스, 조절식 윈드 스크린, 컴포트 시트 등으로 도심 라이딩은 물론이고 장거리 통근, 근교 투어링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함께 만날 수 있는 MT 패밀리
MT-03
고배기량 입문을 위한 시작점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MT-03은 가벼운 무게와 부담없는 성능, 착한 가격으로 300cc급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에서는 LED 헤드라이트로 MT 시리즈 패밀리룩을 적용했을 뿐 아니라 단단함이 느껴지는 특유의 디자인 역시 담아내 300cc급 답지 않은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YZF-R3와 동일한 2기통 321cc 엔진
YZF-R3에도 탑재된 2기통 321cc 엔진은 저회전에서의 부드러운 느낌으로 초심자들도 한결 부담없이 다룰 수 있다. 서스펜션은 동급에서 보기 드문 37mm 역방향 포크를 채택해 향상된 핸들링 성능을 제공한다. 573mm 길이의 비대칭형 스윙암은 제동, 코너링, 가속에서 높은 수준의 컨트롤을 제공한다. 경량 다이아몬드 튜블러 강철 프레임으로 민첩함과 가벼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강성까지 확보했으며, 자연스럽고 인체공학적인 라이딩 포지션 설정으로 편안한 컨트롤이 가능하도록 했다.
MT-10
MT-03이 MT 시리즈의 막내라면, 첫째는 단연 YZF-R1의 심장을 이어받은 MT-10 아닐까? 125cc(국내 미출시)급부터 900cc급까지 라인업이 갖춰진 상황에서 R1의 엔진이 있는 만큼 리터급 MT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YZF-R1의 엔진을 실사용 영역에 맞춰 디튠했다
고회전대에 특화된 R1과 달리 실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저중속 회전대를 강화해 한결 다루기 쉽게 한 것이 특징이다. 최고출력 160.4마력/11,500rpm, 최대토크 111Nm/9,000rpm의 성능으로 투어링은 물론이고 트랙에서도 상당한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플래그십 모델 답게 YCC-T, 크루즈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 퀵 시프트 시스템, A&S 클러치 등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됐다.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내년쯤에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