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혼자 사는 집이라도 단장과 애정이 필요하다.'
5년 전 반지하에 이사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했던 생각이다.
한낮에라도 눅눅하고 햇볕 안 들고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방에 들어갈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혀왔다. 도무지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질 않았다.
맘껏 꾸미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세울껀 손 하나라
친구들에게 헌옷가지들을 수거해 패치형태로 꼬매서 울퉁불퉁하고 얼룩진 벽을 가리고,
틈나는대로 짜투리 나무나 과일상자, 와인상자 같은 것들을 모아서 말리고 칠하고 나사못을 박아
자취방을 꾸밀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가 사는 곳에 정이 붙었다.
그런데 한 가지, 늘 아쉬웠던 것은
이사를 하거나 집 단장을 하느라 곤하고 먹을 것이 없는 날에는 짜장을 먹으면 좋은데,
중국집 전화번호를 누르면 웬만한 중국집에서는 달가워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예 배달을 안 해주는 곳이 허다해서 밥을 굶기가 일쑤라는 것이었다.
간혹 배달 해 주는 곳이 있더라도 철가방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나오는 짜장 한 그릇에
배달해주시는 아저씨께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죄송하고, 그 보다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했다.
모르겠다. 왠지 내 사생활을 들키는 것 같고 괜히 무섭고 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는 여기 혼자 있지' 하는 생각을 피해 갈 수가 없었다.
나는 자취방에서 혼자 배달음식을 먹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비상식량 삼아 짜장을 몽땅 만들어서 얼리기 시작했다.
1회분씩 소분해서 냉동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데워 먹으면 뿌듯한 한 끼가 지나가곤 한다.
'혼자라는 우울함이 스스로에 대한 기특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ㅎㅎ
<쓰레기 봉투에는 젖은 신문지를 덮어두기> <고추와 대파는 송송 썰어 얼리기>
<젖은 빨래는 일단 말렸다가 세탁기 돌리기> <학교에서 물 떠다먹기;;>
등의 팁은 알고 있어도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퀭하고 누덕누덕한 방이 때를 벗고 단장을 하듯이 천천히 공간은
물론 자취 생활까지도 내 것이 되어갔다. 점점 여유도 생겼다.
그러고 보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 어른들 말씀대로 사람은 다 살게 되어있나 보다.
집에 내려와서 식구 수대로 양을 맞춰 짜장을 만드는데
재료를 쑹덩쑹덩 썰어 넣고 짜장을 몽땅 만들어 냉동하던 내가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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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있는 고구마 오징어 짜장 (3인분)
재료 오징어 1마리, 고구마 1개(中), 양파 1개 (中), 당근 1/4개, 애호박 1/4개
식용유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다진생강 1/3작은술, 청주 2큰술, 설탕 1/2큰술,
굴소스 1/2큰술, 소금, 물엿, 멸치다시마육수 2컵, 레몬즙 약간
볶은 춘장 춘장 3큰술, 식용유 2큰술
녹말물 녹말 전분가루 2+1/2큰술, 물 2+1/2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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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집에서 짜장 만들때 물엿&설탕을 많이 넣는다고 해요.
전 설탕&물엿의 양을 줄이기 위해 감자대신 고구마를 사용하고,
양파를 넉넉히 넣어 재료 자체에서 단맛이 많이 배어나오도록 했는데...
마지막에 간을 보아서 모자라는 간은 물엿으로 마저 해주세요~
마무리 간이기에 특별히 양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 물 대신 이렇게 멸치다시마육수를 넣어보세요~
중국집에서 MSG 사용 많이 한다죠.. 그래서 그런지 집에서 짜장을 만들면
맛이 1% 부족한 것 같더라구요. 육수를 넣으면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준답니다~
+ 카레도 마찬가지로 얼렸다가 해동해서 먹으면 좋아요~ :)
먼저 춘장을 볶는다. 약한 불에 타지 않도록, 오래오래 잘 볶아야 떫지 않고 고소한 짜장을 만들 수 있다.
잘 볶은 춘장은 고운체 위에 올려 기름을 빼낸다.
오징어, 고구마, 애호박, 양파, 당근은 모두 사방 1cm 정도의 크기로 깍뚝썬다.
이 때 오징어에는 레몬즙과 후추를 약간 뿌려 밑간 해 두고 녹말물을 준비한다.
달군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마늘과 다진 생강을 넣어 타지 않게 볶아 향을 낸 다음
고구마+당근 -> 양파+애호박 -> 오징어 순으로 넣어 볶는다.
청주와 설탕, 굴소스를 넣어 볶다가 기름 뺀 춘장을 넣고 볶는다.
멸치다시마육수를 붓고 바글바글 끓으면 (약 3분 정도) 준비해둔 녹말물을 넣어 농도를 맞추고
모자라는 간은 물엿과 소금으로 해서 짜장소스를 완성한다.
하얀밥에 얹어내면 짜장밥~ 면을 삶아 얹으면 짜장면~
면을 이용할 경우에는 쫄면을 푸욱 삶아 쓰면 쫄깃하고 탱탱한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
좀 더티하지만 비빈 사진...^^;;; 이렇게 비벼먹었다.
윤기 흐르면서도 질펀하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
더 많은 음식 이야기를 보시려면
http://girinnam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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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제 진심어린 글과 사진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상업적,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함을 말씀드립니다
첫댓글 오징어 대신 돼지고기...고구마 대신 감자 넣으셔도 됩니다..맛있게 냠냠~!!!ㅋㅋㅋㅋ
히히히 또 잭슨별님의 반가운 레시피 등장~~와우~~~조만간 또 해 먹어 봐야쥐 ㅋㅋㅋ 완전 기대되요. 좋은 레시피 늘 감사드려요~갓블레슈~*^^*
아이리스님 반갑습니다. 짜장 맛있게 만들어드세요~~울님도 신의 축복을^^*
맛있겠다...맛있겠다 ㅠㅠㅠㅠㅠㅠ
그쵸그쵸...저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야밤에..ㅋㅋㅋ
내일점심은 짜장이야~~~우~~
결정했어..!!!ㅋㅋㅋ우~~~~짜장 난 곱배기로다가~~~ㅋㅋㅋ
완전 군침이...후루룹~~~ 쩝
황제님 만들어 드세요~~아주 쉽습니다..카레만드는거랑 아주 비슷하답니다^^*
너무 맛있어 보여요~~
울님도 만들어보아요~~울 신랑님이랑 혀니랑 같이 맛있게 냠냠~~!!ㅋㅋㅋ
캬~~ 짜장 ... 여기서 막히네....
오우~~생각보다 아주 쉽습니다..모든 야채와 고기 볶다가 물 부어 끓여주시고~~춘장은 식용유에 살짝 볶다가 섞어주시면 끝~~물엿 전분가루 개어서 살짝 넣어주시면 되고요~~초간단 요리랍니다 아주아주 쉬워요^^
짜장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요 ㅠ.ㅠ
헐.................짜장에 대한 안좋은기억이란 무얼까요..?? 갑자기 저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닉네임님..ㅋㅋㅋ혹시 짜장먹고 체하신적이 있는건 아니겠죠? 저도 예전에 먹고 체했던 음식은 아직도 먹지 못하거든요..후후
잭슨별님 얘긴줄알고 ㅠㅠㅠ 어릴때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짜장밥 생각나네요...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들은 다 너무 정이 들어서..음식먹다가 눈물나는경우도 많죠..^^
저도 울 엄니가 해주시는 김치콩나물해장국은 아무리 만들어도 흉내내기가 어려워요^^
헐 .... 맛있을것 같아요...... 저 짜장 완전 좋아하는데 ㅠㅠ
샤이링님 반가워요^^저도 완전 짜장 사랑합니다..ㅋㅋ카레랑 하이라이스도요/ㅋㅋㅋ
어므나~!^^ 너므맛있겠어요~!^^ 잭슨별님의 레시피 너므멋지네요~!^^ 고구마에 오징어까쥐..좋은 레시피 감사드려요~!^^
안녕하세요..울님도 만들어보세요~~아주 쉽죠^^ 설탕 대신 고구마 양파를 사용한다는 생각..정말 굿 아이디어죠~~!!!^^
음... 왠지 끌리는데요 ㅎㅎ 엄마한테 해달라 해야지 ㅎㅎ
울트라님 안녕하세요^^ 끌리면 만들면 되죠..^^ 엄마한테 해달라 하시고 다음엔 도전해 보세요~~맛있게 드세요~~^^*
헐.....먹고싶다.....침좔좔..ㄷㄷㄷ
울님 안녕하세요~만들어 보아요~~ㅎㅎㅎ아주 쉽답니다^^ 일본에 계시면 특히나 우리나라 음식(짜장은 울나라 음식이 아니지만요) 많이 생각나실텐데..만들어보세요~ 쉽고 간단하고 맛도 좋아요^^*
촐촐해질 때 쯤 한번씩 배달해 주는 잭슨별님 간식. 잘 먹고 있습니다요. 요거 우리집 아가들 방학인데 해줘야지. 정보 감사합니다
보석님 안녕하세요~^^ 울님은 요리에 관한한 베테랑 이시니 정보 없으셔도 잘 하실텐데..후후 짜장을 워낙좋아해요^^ 울 자녀분들 방학이군요..아 부럽습니다. 방학이 언제였던가..^^*
오호~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ㅋㅋㅋ
mjjlove님 안녕하세요 시도해보아요..아주 쉽습니다.. 맛도 좋구요..오늘같이 추운겨울날에는 정말 따뜻한 짜장밥 강추입니당..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