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QkF3oxziUI4
Led Zeppelin / Stairway to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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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병쟁이 내 사내
허 수경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꼴 갖춰 밤 어두운 길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
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듯이 타오르는 유월 숲속같아
내라도 턱허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 주고 싶었네
산가시내 되어 독 오른 뱀을 잡고
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
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후 불며 먹이고 싶었네 .
저 미친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같이 맛깔 데인 잎차같이 눞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 지킬 때 허벅살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
어디 내 사내 뿐이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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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
실천문학사 /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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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詩의 끝이다.
머리가 띵하게 울려 왔다
몇 번을 다시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고
칠칠치 못하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아 ! . 막막한 시대를 살았던
폐병쟁이로 표현되는 사내는 누구일까 ?
그녀는 왜 폐병쟁이의 각혈한 피를 닦아주고
싶었고. 시는 소설이 아닌데 알듯 모를듯
어둠을 벗어나며 .....
오늘도 직무유기를 한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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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친절하게도 김 선우 . 손 택수
두 분의 시에 대한 해설이 있었다
해설을 읽기 전의 그 신비함이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직 일천한 글쟁이를 지향하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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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병쟁이' 라는 말은 요즘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아주 먼 과거를 떠 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아주 독특한 울림을 갖습니다
' 폐병쟁이 그 사내 ' 가 누구일까 추측이
많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며 경찰에 쫒기던
사람일 수도 있고 , 섬약한 문학청년일 수도
있지요. 누구라도 상관없어요.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화자는 " 산가시내 되어 독 오른
뱀을 잡고 / 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 /
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 고아다가 " 사내를
먹이고 싶은 걸까요 ?
이 시의 사내는 단지 ' 한 사내 '가 아닐 겁니다
시가 쓰인 동기는 특정한 한 사내일 수 있어도
시인의 깊은 마음 속엔 몰골만 겨우 사람 꼴
갖춰 폐병을 앓는 한 ' 인간 ' 한 생명에 대한 지극한 연민이 있습니다.
병 들어도 눈매만은 형형한 존재들이 다시끔
꿈을 이루게 하고픈 , 다시 일어서게 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있는 거지요 .
시에는 " 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 온
남정들 머리맡 지킬 때 허벅지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 보살핌의 정서가 면면히
흐릅니다.
이것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 , 세상의 모든
아프고 지친 것들을 보듬어 안아 힘을 주려는
어머니 마음 입니다.
그러므로 이 詩의 ' 내 사내 ' 는 세상 모든
생명으로 확장 됩니다.
약한 존재를 보살피고 아픔을 나누려는
마음은 세상을 구하고 유지시키는 가장
위대한 힘이지요.
생물학적 성별에 상관없이 , 어머니의 마음을
갖인 존재들이 세상을 유지해 갑니다 .
잔혹한 파괴와 경쟁 , 살생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여지껏 유지괴어 온 것은 ' 어머니의
마음' 을 가진 사람들리 세상 도처에서
상처입은 존재들을 보살피고 격려하며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죠
잘 둘러 보세요 . 우리 주위에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소박하고 위대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답니다
¤ 출처 /
교실 밖을 걸어 나온 시 / 나라말 / 2011.
첫댓글 심심 산골.깊은 계곡처럼 깊고 짙은 밤.
선홍빛 낭자한 시의 구간 구간에 우리모두의 자화상 같기도 보여집니다.
6월의 장미가 이 밤 어디선가 마지막 향을 피우기에 힘겨워하는 모양처럼..
우리의 젊은 시절에 그 힘든 시절에 항거하는 아름다운 흔적같은...
그리도 읽어지는군요...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을라구요. ㅎ
감사합니다. ^^
갈 것 입니다.
우리 모두
절망을 건너서
희망의 니라로...
감동이라는 한마디 외에는...
천국가는 계단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요즘 어째 글에 힘이 좀 빠진 것 같습니다....
시대적으로
뭐 그리~
운동권 男
같지는 않은데...
연민 적셔진 모성애에
원초적 진솔한 삶의 바닥을
긁어대는
핏빛 낭자한
진정한 사랑愛가 느껴지는
눈빛에
6월의 정열 담긴
男을 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