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을 때와 만났을 때
원제 : The parent Trap
1961년 미국영화
제작 : 월트 디즈니
감독 ; 데이비드 스위프트
출연 : 헤일리 밀즈, 모린 오하라, 브라이언 키스
조안나 반스, 찰스 러글스, 우나 머켈
레오 G 캐롤, 린다 왓킨스
40-50년대의 영국 유명배우 존 밀즈는 그가 주연할 '타이거 베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찾아온 J 리 톰슨 감독과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 영화에는 초등학생 나이의 소년 한 명을 비중있는 역할로 캐스팅해야 했는데 마침 그 집에서 뛰어노는 선머슴같은 소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소녀는 존 밀즈의 딸 헤일리 밀즈 였습니다. J 리 톰슨 감독은 그 모습을 보고 헤일리 밀즈를 캐스팅하기로 결정했고, 대본을 수정하여 남자 소년을 소녀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헤일리 밀즈는 13세의 나이에 영화에 첫 데뷔를 하게 됩니다.
뭐 이런 캐스팅 과정은 헤일리 밀즈가 눈데 띈, 본인의 역량이기도 했지만 아버지 존 밀즈의 후광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거 베이'가 개봉되고 공동 주연인 존 밀즈와 홀스트 부크홀츠 보다 헤일리 밀즈가 더 눈에 띈 것은 스스로의 역량이지요. 이 영화를 본 월트 디즈니의 부인은 헤일리 밀즈를 디즈니 영화에 출연시키기로 마음먹었고, 이렇게 디즈니 부인의 눈에 들어온 헤일리 밀즈는 미국으로 진출하여 디즈니 영화에 계속 출연합니다. 이후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어린 나이에 유명해진 헤일리 밀즈, 1960년 '폴리애너'로 디즈니 영화에 첫 출연을 한 이후 약 5~6년 동안 맹활약을 하며 60년대 초중반까지 디즈니의 달러 박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1961년 헤일리 밀즈가 두 번째로 출연한 영화 '헤어졌을때와 만났을때'는 국내에도 개봉된 그녀의 대표작입니다. 60년대 흥행에 성공한 디즈니 영화지요.
헤일리 밀즈 와 헤일리 밀즈
60년대의 1인 2역 특수 처리가 매끄럽다.
개구쟁이 소녀들
서로가 쌍둥이 친 자매란 걸
알게된 샤론과 수잔
출연하는 영화마다 놀라운 개성을 보여준 헤일리 밀즈인데 이 영화는 놀랍게도 1인 2역을 합니다. 1인 2역 합성은 60년대에도 이미 어느 정도 보편화 된 기술이지만 헤일리 밀즈가 초반에 보여준 연기는 놀랍습니다. 보통 1인 2역은 똑같이 생긴 쌍둥이 연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역할이지만 동부의 샤론은 긴 머리로, 서부의 수잔은 짧은 커트 머리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분장의 도움이 절대적이었겠지만 이렇게 다른 두 얼굴로 쌍둥이를 연기한 건 다른 1인 2역 연기들에 비하면 확실히 더 개성있는 연기였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영화가 지나면 같은 모습으로 계속 출연하지만. 그리고 샤론과 수잔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다른 옷을 입고 율동도 곁들이는 이 장면 역시 마치 실제 듀엣의 노래처럼 자연스럽지요. 사실상 혼자 연기하면서 둘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연기를 헤일리 밀즈는 너무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해내지요.
여름 캠프에 참여한 13살의 샤론(헤일리 밀즈)은 그 캠프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수잔(헤일리 밀즈)이라는 소녀를 만납니다. 둘은 서로 닮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죠. 처음엔 앙숙같이 투닥거리다 같은 방을 쓰게 되는 벌을 받은 두 소녀, 둘은 나이와 생일이 같은 것을 신기하게 여기다가 서로가 친 쌍둥이 자매란 걸 알게 됩니다. 둘의 부모는 두 딸이 아직 1살 때 이혼을 했고 엄마인 매기(모린 오하라)는 샤론을, 아빠인 미치(브라이언 키스)는 수잔을 각각 키우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그래서 두 자매는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서로의 존재도 모른 채 13년을 보낸 것입니다. 매기는 동부인 보스턴에서 사는 세련된 여성이고, 미치는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사는 컨츄리 보이 입니다. 딱 봐도 두 사람이 서로 꽤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샤론과 수잔은 헤어진 아빠 엄마를
재결합 시키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데...
처음 느껴보는 엄마의 포근함
처음 느껴보는 아빠의 푸근함
엄마하고만 자라서 아빠 품이 그리운 샤론, 엄마라는 존재와 엄마와 사는 행복이 그리운 수잔, 샤론과 수잔은 둘이 서로의 신분을 바꾸어서 샤론은 캘리포니아에 가서 아빠를 만나고, 수잔은 보스턴에 가서 엄마를 만나는 걸로 계획을 세웁니다. 이렇게 해서 둘은 여름 캠프가 끝나자 신분을 뒤바꿔서 각각 엄마, 아빠를 찾아갑니다. 샤론은 아빠라는 존재와 만나면서 행복을 느끼고, 수잔은 엄마라는 존재의 따뜻함을 만끽하지요.
뭐 이렇게 각자 또 한 명의 부모를 찾아서 행복한 이야기만 전개된다면 영화가 아니죠. 아빠와 만난 샤론은 아빠 미치가 비키(조안나 반스)라는 젊은 여자와 곧 결혼할 예정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원래 샤론과 수잔의 계획은 부모님을 다시 재결합 시키는 것이었는데 비키 때문에 모든 게 다 틀어질 상황이지요. 샤론과 수잔은 급기야 비키를 방해하여 아빠와의 결혼을 못하게 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수잔은 먼저 엄마에게 자신이 샤론이 아니라 수잔이라는 것을 털어놓고 엄마를 동행하여 아빠와 살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데....
아빠가 젊은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자
난감한 샤론
마침내 두 딸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 엄마
부모 역의 모린 오하라와 브라이언 키스
사실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 내용입니다. 오래전에 이혼한 부모님을 자녀 둘이 다시 재결합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내용, 그리고 거기에 결정적 방해자, 아빠의 젊은 애인을 끼워 넣어서 걸림돌을 만드는 이야기죠. 이런 이야기에서는 물론 미치의 애인 역을 맡은 비키 라는 캐릭터가 가장 불쌍한 역할이 됩니다. 가족의 새로운 행복을 위해서 들러리를 서는 역할 같은 것이죠. 이런 유형의 캐릭터 중 역대급으로 불쌍한 캐릭터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백작부인 역의 엘레노어 파커 입니다. 결론은 주인공 남녀의 행복한 결합이고 그 가운데서 애꿎은 들러리만 서는 역할. '헤어졌을 때와 만났을 때'의 비키가 딱 그런 역할이죠. 비키는 샤론과 수잔에게 늘 골탕만 먹는 가엾은 캐릭터입니다.
이혼 문제를 다룬 영화지만 굉장히 경쾌하고 코믹한 내용이지요. 전형적인 디즈니표 가족 영화입니다. 엄마역의 모린 오하라는 30년대부터 활동한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고, 아빠역의 브라이언 키스는 비중있는 조연으로 60년대에 많이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두 중견 배우보다 단연 헤일리 밀즈의 톡톡튀는 연기가 돋보입니다. 헤일리 밀즈는 1인 2역으로 시종일관 영화를 자기 페이스로 이끌고 갑니다. 디즈니에서 밀어준 관심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디즈니의 마스코트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간 것입니다. 보통 아역 소녀들이 뜨는 것은 깜찍하거나 예쁘거나 귀엽거나 그런 행동을 보여주는 것인데 헤일리 밀즈는 오히려 천방지축에 보이시한 매력으로 눈에 띄고 그런 캐릭터를 살린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예쁜 척, 귀여운 척 안하고 뜬 보기 드문 아역 배우지요. 13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아역으로 데뷔했지만 20살이 될 때까지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영국 최고의 아역배우이자 60년대 디즈니 최고의 스타가 된 것이지요.
30대 이후에는 주로 서부의 시골여자 역할을
많이 했던 모린 오하라가
동부의 세련된 여성으로 의외로 잘 어울림.
헤일리 밀즈의 영화중에서는 이 영화가 유명한 편이고 60년대 디즈니 영화 중에서 흥행성적도 준수했으며 헤일리 밀즈 출연 디즈니 작품 중 유일하게 국내에 개봉된 영화입니다. 1998년에 다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헤일리 밀즈의 영화 중에서는 '연인의 창문'이나 '타이거 베이' '우리들만의 비밀' 등이 완성도는 더 높습니다. 특히 같은 해 출연한 '우리들만의 비밀'에서도 헤일리 밀즈는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내 보였습니다. 그 영화에서 지나치게 진지하면서도 천진한 시골 소녀의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면 '헤어졌을 때와 만났을 때'에서는 활달하고 거침없고 장난기 많은 10대 소녀였지요. 기존 베테랑 배우의 머리 위에 있는 연기를 보여준 헤일리 밀즈의 재미난 연기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가족영화입니다.
ps1 : 98년 리메이크작 에서는 미국 동부와 서부보다 더 부모의 사이를 멀리 떨어뜨렸죠. 엄마는 런던에 있고, 아빠는 캘리포니아에 있고.
ps2 : 이혼으로 인하여 아이가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 마음 아픈 내용인데 그걸 코믹하게 잘 승화시킨 영화지요. 샤론은 엄마 것, 수잔은 아빠 것 이런 말을 들은 수잔이 '마치 누구 것 누구 것 하니 욕실의 타월 같네요' 이렇게 대답하는 대사도 있고. 다신 수잔을 버리지 않겠다는 엄마에게 '결국 6개월씩 분할이겠지요'라고 답하는 대사도 그렇고. 아빠가 '비키를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했다'라고 하자 수잔은 '잘 됐네요. 저도 언니가 있었으면 했는데'라며 엉뚱하게 받아치는 장면들. 아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무 잘못 없이 상처받고 피해보는 대상이지요. 이혼이 훨씬 보편화된 요즘이라서 이 영화는 '영화'라는 것을 이용한 전형적인 판타지입니다.
ps3 : 쌍둥이 둘이 나란히 있는 장면도 자주 나오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오는 장면 등에서는 한 명이 돌아서 있고 한 명만 얼굴을 보이는 장면도 많이 쓰입니다. 키가 비슷하고 머리 스타일까지 같이 한 대역 배우가 바빴겠습니다. 요즘이라면야 특수효과로 쉽게 처리하겠지만.
ps4 : 모린 오하라는 젊은 시절에 나름 미인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존 포드 영화 등에서 서부의 시골 여자로 많이 등장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보스턴이 세련된 동부 여성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세련된 귀부인 같은 역할도 잘 어울리네요.
ps5 : 브라이언 키스튼 콜린 퍼스의 하위 호환같은 느낌입니다. 이 배우를 좀 더 세련되고 품위있게 만든 모습이 콜린 퍼스 같네요.
ps6 : 헤일리 밀즈가 1인 2역의 연기로 노래와 율동을 통해 재롱을 떠는 장면입니다.
[출처] 헤어졌을 때와 만났을 때 (The parent Trap, 61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