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름 모두 안고 해가 저물어 간다. 충남 당진군 왜목마을 가는 길의 석문방조제 너머로 태양이 마지막 빛을 토해내고 있다.
일몰은 서해안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바다속으로 밋밋하게 빠져드는 일몰보다는 그럴싸한 배경과 어우러져야 더욱 운치가 있다. 서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인데다 섬이 많아 일몰명소가 흔하다.
▦ 수도권
우선 을왕리해수욕장이 유명하다. 인천시 용유도에 위치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다. 용유도는 영종도와 함께 한 몸이 되어 인천공항의 일부가 됐다.
영종대교를 지나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통행량이 적고 도로폭이 넓어 연중 교통체증이 없는 곳. 연말연시 힘들게 일출, 일몰여행을 떠났다가 자칫 길거리에서 보낼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없다.
인천 강화도 화도면 적석사는 개펄위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이 인상적이다. 강화도옆 석모도의 보문사일몰도 놓치기 아까운 일몰장소이다.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해안은 해질녘 항구로 들어오는 고깃배사이로 떨어지는 해넘이가 장관을 이루는 곳.
▦ 충남권
충남 서천군 마량리 동백정에서 바라본 낙조.
충남지역 바다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리아스식 해안이 유명하다. 지리적인 특성상 일몰 뿐 아니라 바다에서 뜨는 일출까지 덤으로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충남 당진군 석문면 왜목마을이 대표적인 명소. 왜가리의 목처럼 바다쪽으로 길게 튀어나와있어 생긴 지명이다. 충남 서해의 땅끝 마을이다. 일출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일년의 절반이나 된다. 장고항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동해의 일출처럼 장엄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서서히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해넘이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충남 서남단인 서천군 서면 마량리도 일출,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새벽에는 포구앞 동쪽바다 비인만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에는 서해로 사라지는 낙조를 볼 수 있다.
태양이 적도아래로 치우친 동지를 중심으로 전후 한달가량만 가능하다. 서천화력발전소를 끼고 들어가면 나타나는 수령 500년이 넘은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169호)이 있는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압권이다. 붉은 노을보다 더 붉은 동백꽃을 덤으로 볼 수 있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암은 독특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천수만자락에 위치한 높이 5m, 폭15m규모의 작은 암자인 이 곳은 썰물때는 육지, 밀물이면 섬으로 바뀐다. 암자를 배경으로 물드는 핏빛노을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감동을 준다.
▦ 호남권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의 해넘이.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늘었다. 이중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채석강, 모항 등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붉은 기운이 추운 겨울을 녹이는 듯 하다. 내변산의 낙조대는 명성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황홀함을 선사한다.
전남 진도군 지산면 세방리의 낙조는 한반도에서 가장 늦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 다도해의 섬들이 점점이 이어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넘이의 장관은 한 폭의 그림이다. 나리-전두-인지-세방리-운림산방-고군회동까지 이어지는 1시간30분짜리 드라이브코스 곳곳에서 낙조를 볼 수 있는 곳도 재미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기 땅끝마을도 일출,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다도해너머로 해가 떨어지면서 발갛게 물드는 섬들의 풍광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