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適正技術]
"제3 세계의 지역적 조건에 맞는 기술. 제삼 세계로 직수입된 근대 과학 기술이
그 나라의 근대화에 기여하기보다 인적·물적 환경을 파괴한 데 대한 반성에서,
새로이 자립 경제의 관점에서 모색된 기술 개념이다." (naver 국어사전)
지난 해외개발활동가 공부모임에서 '적정기술'이란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생소한 이 단어는 '대안기술'이라고도 불리는데,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말한 '중간 기술' 혹은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이란 말에서 왔다고 합니다.
'중간 기술'이란 생태계의 법칙과 공존하며, 희소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하며(노동을 배제하지 않으며),
자본투자 비율을 낮춰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하는데,
요즘에는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술,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임을 보다 강조해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말로 바뀌어 쓰인다고 합니다. (출처: ODA Watch 35호)
* 그림출처 : ODA Watch 35호)
기존의 해외개발사업이 그 마을을 돕기 위해 좋은 물건이나 도구 등을 지원하는 것이었다면,
그러한 지원은 결국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한계를 갖지고 있습니다.
좋은 전기 발전시스템을 외부의 지원을 통해 지원받아 마을에 전기를 공급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값비싼 기름이 계속 들어간다면?
고장 나면 고칠 수 있는 기술자가 그 나라에 없다면?
교환해야 하는 기계 부속들이 그 마을, 그 나라에 없는 것이라면?
그래서 계속 외부에 지원받아야 한다면?
이처럼 적정기술은 작은 마을 단위의 전기설비를 설치하되,
그 모든 재료를 그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만 제작하거나,
그 기술 또한 되도록 단순하고 마을 사람들의 지혜로써 이루게 하여
마을 사람들이 계속 스스로 유지, 보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기가 아닌 기술의 이전을 의미합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보니 적정기술, 특별한 것도 아니군요.
우리에게 익숙한 강점관점, 당사자 참여, 당사자 임파워먼트.
이 세 바퀴가 조화로울 때 자전거가 잘 굴러가듯,
우리가 현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이 요소들을
해외개발사업현장에 적용하면 '적정기술'이 따라오게 됩니다.
그 마을의 강점, 잘하는 것 등을 살피면서
이를 살려내지 못하고,
계속 외부자원을 투여하는 것은
자칫 그 지역사회를 고사시킬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해외개발사업,
다를 것 하나 없습니다.
끝으로,
'적정기술'에 대해 듣는 동안
책『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 떠올랐습니다.

소년 캄쾀바가 만든 자전거를 개조한 풍차,
이것이 적정기술이군요.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말리위의 캄쾀바,
책에서 보니 우리의 '돕는 일'이란
그를 그의 뜻대로
조금 거드는 것 뿐입니다.
첫댓글 서적과 영상을 넘나들며 생각의 폭, 깊이를 더하는 김세진 선생님 보며 감탄합니다. 나눠주시니 큰 공부한 셈이지요. 고맙습니다.
아하! 이거였군요. 깊이 공감합니다.
대안기술이라는 용어에는 동조하기 어렵습니다. 한의학이나 민간요법 중심의 사회에 서양의학이 들어와 전통 의학,의술을 대체의학. 대안요법 등으로 불렀는데, 이해는 하지만 동조하기 어렵습니다. 대안기술이라는 것도 외인의 시각에서 붙인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