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 장흥(2006. 6. 9)라디오동서남북<169>
6월의 풍경들은 남도의 보리 타작의 뿌우연 연기로 부터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보리타작이 한창인 곳인 전남 장흥으로 다녀와습니다.
천관산으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지요.
이번 주말에 가시면 마치 안개의 나라에 있는 것 같이 보리대 태우는 향기가 진동하는 모습 보실 수 있습니다.
거름이 되기도하고 해충도 태워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예전에는 감자도 구워먹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장흥에서 처음을 찾아간 곳은 정남진 생약초 체험 학습장입니다.
생약초 동산이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구요. 특히 을릉도 특산인 섬초롱꽃이 초롱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옵니다.
오래된 고목에 인동덩굴도 보이구요.
동산 사이로 길이 있어서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습니다.
폐교를 활용한 곳이지만 리모델링이 잘 되어서 실내가 아주 깨끗하지요.
건물이 3동인데 한 곳에 복도는 야생화들을 키우구요.
작은 물레방아같은 것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농기구를 전시하는 공간도 있구요.
그 옆으로 있는건물은 체험을 위한 건물입니다.
우리 식물들을 이곳에서 직접그려 볼 수 잇도록 하는 공간이구요.
화가가 계시기 때문에 약간의 가르침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화를 하시는데 그림의 선이 부드러우면서 가는 필력이 보이는 그림들이 있습니다.(김경학)
그 옆 교실은 염색을 위한 공간입니다.
염색을 하고 난 후에 무엇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재봉틀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식물들과 교감을 위한 공간입니다.
정남진으로 갔습니다.
서울에서 북쪽은 중간진이구요.
남쪽은 장흥의 남포마을입니다.(2004년 2월 지정)
장흥군 용산면 남포마을.
남녘 포구의 아늑함과 정겨움을 안고 있는 남포마을, 찾아가는 길은 산모퉁이를 돌아 언덕을 넘어 간다.
그래서 남포마을은 '산 너머 남촌'이다.
마을 앞 약 200m 지점에는 호롱등처럼 아름다운 소등섬이 자리하고 있어 운치 있는 포구이다.
소등섬은 약 6~700평 정도의 섬으로 하루 2회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데, 바닷길이 열리면 시멘트길을 따라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이 섬은 바위섬으로 노송 10여 그루와 잡목이 우거져있는 푸른섬이다.
솥뚜껑처럼 생겼다하여 소부등섬으로 불리다가 현재는 적은 등불이란 의미로 소등(小燈)섬으로 불린다.
남포마을은 작고 외진 곳에 있지만 토속이 짙은 곳이다.
남포마을 곳곳에 배어있는 영화의 향기와 함께 남녘포구의 포근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1996년에 영화 '축제'(임권택 감독)가 촬영된 곳이다. 97번째 작품.
저명한 작가인 준섭(안성기)은 어머니(안은진)의 부음소식을 듣고 시골로 내려간다.
장례 절차를 치루는 준섭과 가족들, 그러나 오랫 동안 치매를 앓아온 어머니의 죽음이 가족들에게 주는 감정은 각각 다르다.
그러던 중, 집안의 돈을 훔쳐 달아난 준섭의 이복조카 용순(오정해)도 할머니의 부고를 보고 달려온다. 이런 용순을 가족들은 못마땅해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 때문에 온 것이다.
준섭에 대한 취재차 내려온 장기자(정경순)는 용순에게 관심을 가진다.
한편 장례가 치러질수록 가족들의 갈등이 나타난다. 삼경에 준섭이 어머니의 생전에 출간하고 싶어하던 동화책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가 도착하는데...(
소등섬은 수백년 전에 꿈에 왠할머니가 나타나 소등섬에 제사를 지내 달라고 해서 제를 지내주었더니 지금까지 한 번도 바다에서 사고가 난일이 없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지금도 정월 대보름에 제를 지내고 당할머니의 제당으로 모시고 있지요.
작은 섬입니다.
바다에 밀려 떠내려 갈 것 같은 하지만 돌섬이지요.
제당을 알리는 금줄이 쳐져 있습니다.
길을 따라서 내려가시면 신동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조각가의 작업장으로 갔습니다.
작업하는곳(신동초등학교 작업실)
생각이 다르다고 표현해야 될까요.
이 조각품들은 영상으로 처리될 것 들입니다.
피아노를 새가 날아다니면서 연주를 하지요.
문학의 향기 넘치는 회진항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잡아당기면 갈매기 우는소리가 나는
낡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름한 바다와 하늘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허름한 바다와 허름한 하늘이 존재하는 공간.
그곳에는 언제나 오징어가
이웃 순이의 팬티처럼 펄럭이는 빨랫줄이 있습니다.
그리고 검은 통치마를 입은 어머니가 바닷가로 걸어나가고 있고,
그 바닷가 하늘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완장을 차고 만화가게 앞으로 나타나는 게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아직도 난로 위 주전자 뚜껑 소리 같은 사투리가 있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도 외상으로 남기는 목포 아저씨,
그 백구두 소리가 날아가는 하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김영남 詩 '회진항에는 허름한 하늘이 있다'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항, 득량만 서쪽입구에 있는 노력도 북서쪽 포구 내에 위치한 껄쭉한 남도 사투리가 정겹게 깔려있는 어항.
소설가 '서편제'의 이청준과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의 고향바다로 그들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와 '눈길', '앞산도 첩첩하고', '동학제'의 배경이된 정감어린 장면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다.
회진항과 탐스런 동백꽃, 허름한 선술집, 여인들의 싱싱한 웃음 등 어느 하나 시와 소설의 소재가 아닌 게 없다.
회진으로 가시면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장흥촬영 세트가 있습니다.
바닷가에 접하고 있어서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나는 곳이지요.
이청준의 선학동나그네가 원제목이지요.
진목마을에 있는 이청준의 태어난 곳으로 갔습니다.
조해일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 최인훈의 광장과 함께, 필독서로 꼽히던 이청준의 무수한 소설들.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 '눈길'은 그의 고향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가 소설의 배경이 되면서 화제를 몰고 왔었지요.
소설 속 '노인'은 그의 어머니였는데, 94년 작고한 걸로 압니다.
주인공과 어머니 그리고 주인공의 아내가 등장하는 내용이었어요.
어머니가 자식에게 역할을 못했다고 믿는 주인공은 어머니를 타자로서 여기며 '노인'이라 부르지만 어머니는 자식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을 갖으면서도 그리워합니다.
주인공인 둘째아들이 그의 형이 술로 탕진하는 바람에 집이 팔려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엘 옵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
그 아들이 알새라 새주인에게 부탁해, 당신의 옷궤를 가져다두고 제집인양 꾸며놓고 밥을 지어먹이며, 새벽길을 나서는 아들을 배웅합니다.
그 새벽길 하얀 눈길을 떠나는 아들, 거리를 두고 따라나서는 어머니, 모른 척하는 주인공, 안타까워하는 주인공의 아내..
참, 한국적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깊은 우물 같은 소설이었지요.
뒷쪽에 마을 전체 그림이 있습니다.
진목마을은 7월에 호박축제를 하는 곳이라서 호박을 많이 심어 두었습니다.
생가에는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약간의 자료가 있습니다.
회진초등학교를 이곳에서 다녔지요.
끝으로 장흥에서 제일이라는 한정식집입니다.
34가지더군요.
육회와 홍어 삭힌 것이 제일이었습니다.
문어회, 키조개회, 토하젓, 장아구이, 전어회무침...
1인분에 15,000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