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천연기념물인 돗토리 사구는 3만년의 유구한 세월에 걸쳐 바람과 땅이 만들어낸 모래언덕이다
바다위의 낭만…크루즈 타고 일본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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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설렘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설렘이고, 여행지에서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는 순간들도 설렘이며, 여행에서 돌아와 두고두고 떠오르는 추억들도 설렘이다. 크루즈 여행은 그 설렘들에 또 한단계가 더해진다. 여행을 가는 그 동안마저도 설렘의 연속이 되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은 여행지에 도착해야 그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지만, 크루즈를 타고 가는 여행은 선상에 오르는 순간부터가 그 여행의 시작이다.
‘크루즈 여행’하면 비싼 가격에 호화여행이라는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 최근에는 크루즈가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낭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착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행지로 가는 배 안에서 편안한 휴식과 여러가지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뿐 아니라 실버 세대들도 매력을 느낀다.
2009년 6월말 첫 운항을 시작으로 동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사카이미나토를 운행하는 DBS크루즈는 이러한 이유로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낭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DBS크루즈 이스턴 드림호를 타고, 일본 돗토리 현으로 떠나보자.
배안에서 15시간 …도란도란 웃음꽃
낭만적인 여행을 만들어주는 크루즈
매주 목요일,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로 향하는 DBS크루즈를 타려면 동해여객터미널에 오후 4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여객터미널에서 간단하게 출국수속을 마치고 여행일정을 확인한 후 6시쯤 배에 오른다. 비행기로 금방 갈 수 있는 일본을 크루즈훼리를 타고 가는 색다른 경험을 하는 여행객들은 갑판 곳곳에서 바다경치를 즐기며 여행의 설렘을 느낀다.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2층 뷔페 레스토랑으로 가면 저녁식사와 함께 배가 출항하느라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부산해진다.
식사 후 크루즈 안에서 다양한 부대시설들을 둘러보다보면, 저녁시간은 짧기만하다. 선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동해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선상에서 감상하고 아침식사를 하다보면 어느새 일본 땅에 도착한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시야에 들어오는 육지는 일본 돗토리현의 관문 사카이미나토항이다. 처음엔 길게만 느껴지던 15시간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진다. 간밤 선상에서의 추억들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친다. 입국수속은 비행기와 달리 빠르게 진행되고, 사람들은 국제여객터미널을 빠져나오자마자 각자의 여행지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배위에서의 첫 번째 여행을 마무리하고, 일본 돗토리현에서의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할 차례다.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시는 인구 4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이곳은 한해에 16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 관광 수입으로 창출되는 경제효과만도 50억엔(약 600억원)에 이른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쇠락을 거듭하던 위기의 어촌마을이었지만, 1992년 이후 지역 출신의 인기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에 나오는 요괴들을 형상화한 요괴거리를 조성하면서 인기있는 관광지로 떠오르게 된 곳이다. 아기자기한 건축물들과 조용하고 깔끔한 거리의 모습에 개발이 덜되고 때가 타지 않은 소박한 시골 마을의 분위기가 풍긴다.

터미널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요나고시에는 ‘미즈키 시게루’의 거리(사진 ▶)가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만화 ‘게게게노 기타로’의 작가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을 비롯해 800m 거리에는 이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 동상 100여개가 전시되어 있다.
요괴 이발소, 요괴 라면집, 요괴 빵집, 하다못해 가로등도 요괴의 눈이고 경찰서에는 제복을 입은 요괴가 그려져 있어 거리를 걷는 내내 요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돗토리 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로 다양한 만화의 요괴 캐릭터를 이용해 술, 과자, 학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카이미나토항에서 버스를 이용해 30여분을 가면 돗토리시의 서쪽 도시 요나고시에 도착한다. 요나고 공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으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우선 돗토리현이 자랑하는 다이센산(사진 ◀)이 있다. 해발 1,709m로 봄에는 고사리 꺾기, 여름에는 캠프와 등산,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스키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이센산 서편 중턱에는 해발 700~800m에 고원이 있고 남쪽의 가기카게 고개는 단풍으로 유명하다.
다이센산 기슭에 세워진 돗토리 하나카이로는 총면적 50㏊ 규모로 일본 최대 규모의 플라워 파크이다. 일년내내 100품종 이상의 나리꽃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수나리 향나리 을녀나리 나팔나리 등을 볼 수 있다.

돗토리현에는 역사적 유적지도 많다. 모모야마 시대의 건축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는 마쓰에성이 대표적이다. 1611년에 세워진 성으로 현재 일본에 12개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에도시대 이전에 세워진 성중의 하나다. 천수각(사진 ▶)이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국가중요문화재다. 일본의 전형적인 성곽으로 격식보다는 전투에 용이하게 지어진 곳이다.

옛 영주의 성을 감상한 후 호리카와 유람선(사진 ◀)을 타고 성주변 풍경을 즐긴다. 코타츠(일본의 전통 난방기구)가 설치된 쪽배를 타는 일본식 뱃놀이다. 유람선의 노선도인 호리카와는 적으로부터 마쓰에 성을 지키기 위해서 판 못을 의미한다. 호리카와를 따라 유람선을 타고 높고 낮은 10개 이상의 다리 아래를 지나가며, 역사의 풍경이 느껴지는 강가 유적지들을 구경할 수 있다.
돗토리현…한해 160만명 찾는 명소
요괴거리, 모래사구 등 볼거리 풍부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고 돗토리 현의 매력에 흠뻑 취한 채 그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아다치 미술관’. 세계 3대 정원으로 선정된 고품격 예술 공간으로 미술관내에서 근대일본 화단 거장들의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구경하며, 커다란 창밖으로는 잘 가꾸어진 정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정원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
돗토리현에는 메이지 시대의 유일한 서양 건축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인풍각’(진푸카쿠)도 있다. 일본 황족이 머물렀던 르네상스식 건축물로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가 어린시절 잠시 다녀간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옛 일본 서민들이 살아온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아카가와라 거리로 간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에 걸쳐 지어진 흰벽창고가 다마가와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한적한 거리다.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흰 벽에 붉은 기와의 창고군과 상점가가 잘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풍치를 느낄 수 있는 일본 전통마을이었다. 오랜 일본의 문화가 고스란히 전해져 옛 정서가 물씬 풍긴다. 국가가 지정한 전통적 건축물 보존지구에도 선정된 곳이다. 역사적인 외관만 남겨둔 채 신축 개장한 ‘아카가와라’ 상점이 1호관부터 12호관까지 즐비해있다. 양조장 등을 개조한 아카가와라에서는 향토인형 등의 공예품도 구입할 수 있다. 자국의 풍취를 느끼게 하며 관광객들에게 쇼핑의 재미를 주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의 인사동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 돗토리현의 최고 관광지는 뭐니뭐니해도 돗토리사구다.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인 돗토리 사구는 3만년의 유구한 세월에 걸쳐 바람과 땅이 만들어낸 모래언덕이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남북 2km 동서 16km의 광활한 대지가 모래로 뒤덮여 있어 사막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 느껴진다. 사구까지 리프트를 타고 가 10여분 정도면 사구 중 가장 높은 해발 90m에 올라 동해를 바라볼 수 있다.
사구의 모래 골은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수시로 모양이 변하고 태양의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바람의 작품이 따로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살아 있는 모래언덕’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동해를 바라보는 이곳 모래언덕 위에서 가족들은 피크닉을 즐기고 연인들은 사랑을 속삭인다. 사구를 제대로 느껴보려면 해가 지는 저녁 노을에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모래 사구에서는 기복이 심한 사면을 이용하여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샌드보드 등의 스포츠를 체험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일본에서의 짧았던 1박2일의 여행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선박,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떠올려본다.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자기 거주지를 떠나 객지를 다니는 일?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일? 어쨌든, “여행은 떠나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여행을 할 때, 그 목적지나 떠나는 이유 등도 중요하겠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오고 가는 교통수단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것이다. 보통 해외여행이라면 빠르고 편안한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지만, 좁고 밀폐된 공간과 앉아만 있어야한다는 행동제약 조건 때문에 여정에서 느끼는 감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목적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여행자라면 항공편 이외에도 다양한 교통수단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여유롭게 달리는 기차, 구석구석 누빌 수 있는 버스, 그리고 먼 곳을 떠난다는 느낌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는 여객선 등 말이다.
특히 출렁이는 바다위에서 보내는 긴 항해 시간은 같이 떠난 누군가에게 그동안 미뤄왔던 이야기를 털어 놓을 찬스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지로 향하고 있는 이동 순간마저도 설렘이 되는 크루즈여행이야말로 최적의 기회가 아닐까.
김경희 기자
뷔페에서 쇼핑, 그리고 밤하늘의 별까지…
이스턴드림호 100배 즐기기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3시간여를 달려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 간단한 출국심사를 끝내고 배에 탑승하게 된다.
탑승하게 될 선박은 DBS 크루즈훼리의1만 3,000톤급 여객선인 이스턴 드림호. 사카이미나토항을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까지 긴 항로를 여행하는 큰 배다. 파도가 심한 날이라면 이리 저리 흔들리는 항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멀미약 패치 하나 붙이고 선실 바닥에 바짝 붙어 있으면 어느새 적응이 된다.


배에 탑승한 후 로비에서 객실을 안내 받은 후 창밖을 내다보면, 배가 바다를 향해 출항한다. 식사는 출항한 후 안내방송에 따라 2층 뷔페 레스토랑(사진 ◀)을 이용한다. 크루즈를 즐기는 각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메뉴들(사진 ▶)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바닷가 접근이 쉬운 특성상 신선하게 공수할 수 있는 해산물 메뉴들이 여행객의 입맛을 돋운다.
식사를 마친 뒤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바로 크루즈의 묘미인 갑판 위다. 드넓은 바다를 향해 달리는 배 위에서 석양을 감상하며,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느껴본다. 바다 한가운데서의 경치를 만끽한 후 다양한 시설들이 준비돼 있는 선내를 둘러본다.

선박 내에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면세점(사진 ◀)을 이용하거

나, 함께 온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과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밤이 깊어가는 크루즈 안, 시설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나이트 클럽(사진 ▶)과 바(BAR)다. 시설이 그렇게 고급스럽고 럭셔리하지는 않지만, 여행의 감흥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그때쯤이면 공해상으로 나온 배는 어둠 속을 끝없이 달려가고 있다.

갑판 위로 다시 나가 이번에는 밤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달구경을 해보자.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땐 정갈해야 한다면 히노키 사우나(사진 ◀)를 해도 좋다.

객실은 1~3층으로 나뉘어져 마치 리조트에 머무는 것처럼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각 등급에 따라 객실이 나뉘어져 있어 개인의 특성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가족단위로 온 고객들은 4~8인명이 함께 묶을 수 있는 객실(사진 ▶)을 사용하고, 개별적으로 왔을 경우에는 좁아서 답답한 단점은 있지만, 독립공간이 확보된 침실형 객실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임이나 동호회에서 함께 온 단체손님들의 경우에는 다소 시끄럽고 개인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단체실에서 묵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