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서 쫓기듯 산행을 하다가 오늘은 제대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 보리라 작정을 하고 유명산을 찾았다.
그러나 느리지만 길게 산행을 하기 위해 양평 한화콘도에서
출발, 농다치 고개로 올라 한강기맥 구간인 소구니산을 경유,
유명산까지 가는 코스를 잡았다. 하산 길은 덩어리가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1000m급 산들의 계곡보다도 더 아름다운
유명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한화콘도 슈퍼마켓에서 막걸리 5병을 사서 일단은 출발했다.
그러나 바람이 설렁설렁 불어오는 나무 그늘이 나타나자 조금
쉬었다 가자기에 모두들 앉았다. 오늘의 산행은 바쁠 것도 없고
또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야 하므로 모두들 기꺼이 앉았다.
일행 중 하나가 쉼터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면서 배낭 속에서
막걸리 1병을 주저 없이 꺼냈다. 딱 1병으로 목만 축이고
가자는 것이었다. 아! 글쎄,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퍼질러 앉아서 먹다보니 막걸리 5병이 어느새 동이 났었고
1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한화콘도 슈퍼에서 막걸리 5병을 다시 사들고는 그제야 산행
들머리로 들어섰다.
한화콘도에서 농다치 고개로 올라가는 산길은 오래 전에
폐쇄된 임도여서 잡초가 무성했다. 그늘이 없는지라 따가운
햇볕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고, 아까 먹었던 막걸리의
술기까지 올라와 초장부터 몸뚱이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농다치 고개를 지나 헉헉거리며 오르막길을 가다보니
소구니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대원들이 아예 웃통을
벗어젖히고 그늘 아래 퍼질러 앉았다. 이른바 2차 막걸리
회담이 시작된 것이다.
소구니산 정상에서 1시간이 또 바람같이 지나갔다. 유명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30분 만에 유명산 정상 도착. 인증샷을
찍고 나서 하산을 하자니 뭔가 허전했다. 그 원인이 바로 눈에
확 띄었던 정상석 옆의 막걸리 가판대였음을 누가 감히 부정을
하리! 못 본 척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가지고 온 막걸리는 바닥이 났지만 다행스럽게도(?)
냉막걸리의 공급이 중단 되지는 않았다. 일행 모두가 무언의
약속을 한 듯 자동으로 퍼질러 앉았다. 3차 막걸리 회담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의 산행은 성공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였다.
5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을 무려 9시간씩이나 소비했으니.......
대원 한 명이 취기에 흔들리면서 하산을 하기는 했지만
별 탈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걸으면서 취기가
가셔졌기도 했겠지만 아마도 유명계곡의 서늘한 기운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게다.
자! 이젠 뒤풀이를 어디 가서 하지?
2011. 8. 27. 정 연 호
한화콘도- 농다치 고개- 소구니산- 유명산- 유명계곡- 자연휴양림
- 유명산 입구 버스 종점 (9.5Km, 5시간 소요)
<교통안내>
중앙선 전철 아신역 하차- 한화콘도행 시내버스 환승- 한화콘도 하차
*한화콘도행 시내버스 시간표 (양평 터미널 출발 시간)
06:40, 08:45, 10;00, 11:50........
*날머리: 청평행 시내버스 1일 8~9회 운행 (15:20, 17:10, 17:25, 막차 20:00)
유명산 입구 버스 종점- 청평 터미널- 경춘선 전철 청평역- 상봉역
8005번 청량리행 간선급행 버스 시간표- 14:50, 18:30
한화콘도
농다치 고개 방향 들머리
짚신나물
농다치 고개
도로를 건너서 소구니산 들머리
자주조희풀
삼거리
닭의장풀 군락지
등골나물
알며느리밥풀
소구니산
소구니산에서 바라본 유명산
또 퍼질러 앉았다. 2차 막걸리 회담
물봉선 군락지
유명산
유명산에서 바라본 용문산
가평읍과 남한강
미스터 박의 폼 나는 인생
계속 퍼질러 앉기. 3차 막걸리 회담
오리방풀
유명계곡 마당소
용소
박쥐소
자연휴양림 도착, 산행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