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져 맥없이 도망가는 가을이 미워.. 아니 너무 그리워 짧은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가?
어제 아침(11.8) 비몽사몽 근무를 마치고 귀가...(7일 출장의 여파로 계속 졸았었다)
집에 와서 한참 고민을 해본다.
같은 산악회 회원이신 분의 별장겸 과수원이 문경 주흘산 기슭에 있는데 이번주에 사과를
딴다며 놀러오라 해서 그러마하고 약속을 하긴했었는데...
같이 가려고 마음 먹은 울 언니(수양오라버니네 언니)가 마침 일이 생겨서 함께 가지 못해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그래도 간다고 했으니 가보자. 아직 남쪽이니 단풍이 남아있겠지'하는 마음으로 12시 25분 춘천 출발...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원주에서 영동 고속도로로.... 다시 여주에서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gogo
고속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단풍들의 그림이 조금씩 바뀌어간다.
춘천에서는 단풍을 넘어 갈잎으로 변해버렸는데.. 충주를 지나고 괴산을 지나면서 조금씩
붉은빛과 노란빛이 보이는게 이번길의 흥분을 보탠다.
문경새제 IC를 빠져 문경온천 앞에서 미리 마중나오신 유수님(과수원 쥔장)을 만나 이름도
이쁜 팔령리 그분의 과수원으로 향했다..
양옆으로 빈틈없이 펼쳐진 과수원 동네를 지나는데 한쪽에서 사과를 수확중인 마을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실동안 너무도 예뻐서 한컷 찍고는 유수향원으로 따라붙었다.
마을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오른쪽으로 거석이 세워져 있어 '저게 뭐야?'하는데 순간 앞서던
유수님의 차량이 그안으로 쑤욱...
아항 여기구나.....
산밑에 그림처럼 지어진 유수향원의 모습이 그림같이 예쁘다.


[ 가지가 부러지지 않은게 신기할정도 많이 달렸어요]
[ 길에서 본 거석과 유수향원의 정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손님들이 계신다.
전일 도착했다는 언니(유수님의 사모님)와 언니 친구 세분
유수님의 다른 산악회 후배 2명..
유수향원은 문경읍에서 약 4KM정도 떨어진 곳에 있고 뒤로는 산이 감싸주고 저멀리 눈앞에
주흘산이 병풍처럼 근사하게 사진처럼 펼쳐진게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롭다.
차에서 내려 처음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직접 지으신 유수향원의 보금자리와 처마끝에 매달아
놓은 곳감과 양미리....
너무도 목가적인 풍경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다가온다.




[산장에서 바라본 주흘산 옆산... 근데 주흘산이 어디로 갔지?]
[ 유수님의 손길이 깃든 산장 전경]
[유수님과 기념사진 한컷.....김치~~~~~~~~~~~]
다른 분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천천이 과수원을 산책했다....
이미 수확이 시작되서 여기저기 쌓여있는 사과들이 풍성한 가을 실감하게 한다.
넓게 펼쳐진 과수원에는 능금나무과 감나무, 복숭아, 유자나무등이 심어져 있다는데
산책길따라 사과밭만...
여기는 도자기 공방을 만들자리고 여기는 뭐 지을거고 하시면서 안내해주시는 유수님의 표정이
싱그럽다.




[과수원 산책로.... 뒤로 보이는 낙엽송의 빛깔이 환상이다]
[누가누가 예쁘나? 사과? 여우?]
[따서 모아놓은 사과들...]
[감나무에서 감도 한가지 꺽어주신다... 차에다 놓으라고..^^]
급할것 없는 걸음으로 한바퀴 돌아오니 마당에 숯불이 피워지고 있다.
빨갛게 붙은 참숯에 양미리와 삼겹살.... 거기다 내가 왔다고 직접 담구신 유자와인을 꺼내오신다...
흐미 황송한거...
그렇게 한잔의 술과 바베큐 파티로 언니들과 유수님의 후배들과 친숙해질만하니 언니들은
올라가야 한다며 서울로 출발하고....
오늘 올라가야한다는 내게 자고 가라며 술잔을 .. 허걱.
하지만 갈등의 여지 없이 홀짝...원샷.. 그렇게 한잔술에 자의반 타의반.. 거의 자의.. 쿡쿡
남은 사람들... 유수님, 유수님 후배 2명, 나 요렇게 네명은 서서하던 파티를 땅으로 끌어내렸다.
모닥불이 지펴지고.... 붉게 타오르는 가장 황홀한색의 불꼿을 가운데 두고 빙둘러 앉아 한잔
술에 사람 사는 얘기로 안주를 하며 또 민증확인하여 친구도 한명 만들고 오라버니도 한명 만들고... ㅎㅎ
지금생각하니 참 아쉽다.
모닥불의 황홀함에 빠져 고개들어 별들의 잔치를 못본것이....
분명 별들이 무수히 쏟아졌을텐데....
그렇게 우리들의 파티를 마치고 유수님이 직접 지으신 황토방에서 직접 군불지펴 뜨끈뜨근하게 달궈진
황토방에서 황토 원적외선을 흠뻑 쐬며 피곤한 하루를 마감했다.




[양미리와 삼겹살의 바베큐 파티]
[모닥불 피워놓고.....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옛이야기... 끄읏이 없어라..]
[황토방 아궁이..... 군불을 떼야만 따뜻하다우...옛날 시골집 생각나]
지난밤 과음해서인지 타는 갈증으로 눈을 뜨니... 밤에는 자세히 못보았던 통유리가 하나의 가을 풍경화 액자처럼 근사하다.
7시 30분에 일어나 슬슬 다시 안개에 둘러쌓인 고즈넉한 과수원을 산책....
안개에 묻힌 유수향원은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잠겨있다.



[새벽의 과수원 산책로와 안개에 잠긴 과수원]
[유수산장에서 내다본 마당의 정자... 소나무와 정자가 근사하다]
시간이 정지되어 버린듯한 이곳.... 눈내리는 겨울이어도 근사할것 같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그러고 보니 늦지도 않았다. 8시반경이니..
다같이 황토방으로 옮겨 근사한 차탁에서 차를 마시고....
그제사 잠에서 깬 산새들의 조잘거림이 그 어떤 음악보다도 싱그럽게 다가온다.
딱 더도덜도 말고 이곳에서 혼자서 일주일만 살아봤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한번 와야겠다... 유수님도 그러라하시고....
오후 츨근해야하는 나는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10시가 조금 넘어 유수향원을 뒤로했다.
원주쯤 왔을때 갑자기 생각난 사람..
어차피 길떠난거 온김에 보구가자....
텔렐레레..
서울청에서 근무하시다가 작년에 승진해서 횡성에 와계신 분이 있어 연락을 하니 오란다.
작년부터 오라고 하는 것을 뭐 바쁜일이 있다고 시간을 못냈었는데....
지구대에서 만난 그분은 시골생활이라 그런가 얼굴에 건강함이 묻어난다.
횡성에 왔으니 좋은거 먹어야 한다며 우천에 있는 그 유명한 횡성 한우로...
오호호호.. 흐미 맛잇는거...
입에서 살살 녹는 꽃등심으로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차한잔 하고는 이해가 가기전에
같이 산행한번 하자는 약속을 하고는 돌아왔다.
그렇게 달려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잡기 위해 나섰던 길은 가을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으로 살찌워 풍요로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느티나무...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바로 그것]
[문경읍에서 팔령리 가는 길가의 단풍들]
첫댓글 춘천댁 사진을 보니 지난 늦 가을과 올 초에 들렸던 유수 사과밭 생각이 더 간절하구나, 그 감나무 나 때문에 부러졌는데 감이 잘 열렸네.... 좋은곳에서 좋은사람들과 좋은시간 보낸 춘천댁 담엔 사이버랑 꼭 같이 더니면 더 보기 좋을껄...
사이버랑도 좋지만 혼자여서도 좋았답니다. 토욜에 사이버랑 다시 가려고 꼬시고 꼬셔도 안간다구.... 앞으로도 한번 얘기해서 no라고 하면 혼자다닐랍니다. 싫다는 사람 괜스레 끌고 다니며 스트레스 안받을래요.... 서로 편하게 ... 그져 편하게 즐길랍니다. 사이버도 그걸 원할지도.. ㅋㅋ 제꿈은 바람의 딸이 되는거...... 어디 머무는 곳 없이 그렇게 스치는 바람이 되고 싶어요...
에고 바람의딸,,,,, 제목만 들어도 섬짓하네..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니 좀 자제하시도록.. 너무도 아름다운 유수향원을 올해도 못가보고 지나야할것 같은데 그 아쉬움을 너무 멋지게 표현해줘서 조금은 위안이 되는군, 혼자만의 여행을 한 춘천댁의 마음은 이가을 풍성한 결실을 맺은 농부의 마음과 같을것 같네.. 잘 읽고가네
홀로한 나들이가 고요하던 저를 뒤 흔드네요... 아마도 춘천댁 가을 바람 나는듯... ㅋㅋ
윤까칠(사이버준)ㅎㅎㅎㅎ 한 까칠 하죠
그래도 또 꼬셔 같이 다니시길....................
넵.... 다음에 꼬셔서 같이 갈께요.... 안간다면 수갑채워 같이 갈까요? ㅋㅋ
좋은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풍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혹시 수필집 내실 의향은
후원자 물색해서 내시면 일거양득, 제목은 "바람의 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