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트머스 시험이라는 말은 과학 외에서도 흔히 쓰인다. 청문회 자리에 참석하는 고위 공직자 후보들도 리트머스 시험(litmus test)의 대상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판별대상이 사람이기에 색 변화가 화학물질처럼 분명하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질문(염료)에 대한 답(색 변화)을 듣다 보면 그 사람 고유의 색도 파악이 불가능하지는 않은가 보다.
자연의 지시약 안토시아닌

리트머스의 색을 나타내 주는 발색단(chromophore) 분자의 구조는 안토시아닌과 유사한 점이 많다. 리트머스 혹은 안토시아닌은 벤젠고리와 유사 벤젠고리 구조들이 연결된 형태를 하고 있다. 유사 벤젠고리는 벤젠을 구성하는 탄소의 한두 개가 산소나 질소로 치환된 화합물을 말한다. 또한 벤젠고리의 수소 자리에 수산화 기(OH-), 카르복실 기(COO-), 카보닐 기(CO-), 설포닐 기(SO3-)와 같은 각종 작용기(functional group)가 결합된 구조를 하고 있어서 조금 복잡하게 보인다. 많은 발색단 화합물들은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이 교대로 연결된, 소위 말하는 공액(conjugated) 화합물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발색단 분자의 다양한 작용기와 용액내의 수소이온(H+) 혹은 수산화이온(OH-)과 반응하면 새로운 고리 화합물이 형성되기도 한다. 또한 분자 내에 존재하고 있는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이 교대로 연결된 사슬의 길이가 변한다. 어느 한 종류의 변화만 일어나도 발색단 분자가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바뀐다. 따라서 지시약이 흡수하는 파장에 해당하는 색의 보색(complementary color)을 관찰하여 용액 내의 pH 변화를 알아채는 것이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각종 색을 띠는 과일이나 채소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이다. 예를 들어서 포도주에 포함된 안토시아닌은 산성에서 빨강색을, 염기성에서는 파란색을 띤다. 붉은색 포도주는 그 자체가 약산성 혹은 중성의 pH를 유지한다고 그 색으로 우리에게 지시해주고 있다. 안토시아닌은 물에 녹는 색소이며, pH에 따라 청색, 보라, 빨강 색깔을 띨 수 있는 분자이다. 식물의 색깔은 대부분이 안토시아닌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식물의 잎, 줄기, 뿌리는 물론 꽃, 열매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안토시아닌이 검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안토시아닌만 해도 500개 이상이 된다. 최근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인기가 높아만 간다. 사람 몸에 좋다는 음식을 추천할 때 가급적 진한 색을 띤 과일이나 채소를 권하는 이유에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것도 들어간다.
염기성에서 붉게 변하는 페놀프탈레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