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만연산입니다...
제가 조금 만연체이기는 하지만, 마음 없는 곳에선 늘
간결체 내지 말없음부호로 이를 닦습니다.
만연산... '만석이'와 '연순이'의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사이였던 만석이와 연순이는 만석이가 전쟁터에 나가게 되면서 잠시 헤어지게 됐다.
그사이 연순이는 부모의 강압에 못이겨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하게 됐고,
혼인식날 몰골이 상한 만석이가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연순이는 첫날밤에 신방을 뛰쳐나와 만석이를 만났고,
둘은 만연폭포에서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 이룰 것을 약속하며 폭포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연폭포라고 불렀다고 한다." [옮김]
이루지 못할 일들이 더 많은 숱한 인생살이에서
오직 하나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아들 낳고 딸 낳고
수 십년을 함께한 죄로
이렇게 수심 깊은 만연산에 와서도 달콤하고 달작지근하고 달달한 사람들...
저 팥꽃나무 보석 같은 열매보다 붉고
이 고양이의 눈망울 보다 맑으며
부드럽고 유연하고 평화로운
저 웃음!
피치 못하여 서방님만 보내주신 애교덩어리 권용구사모님 보고싶어잉~
그 분재 소나무처럼 아름답던 브이 자 손가락과 허리 선...^^
우리 간에 늘 새악시 같고 숫총각 같은 임창우부부의 부재는
몹시도 아쉬웠지만,
혼자라도 먼 길을 달려와 뚜부 모를 함께 헐어준 창우 아우님껜
너무 감사드리곰...
노인과 고양이
- 김진수
저 사랑채에 돌아온 고양이처럼 어느 날
산도 들도 그만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되도록 햇살 오래 드는 바람벽에 기대어
되도록 모서리 익숙한 툇마루에 걸터앉아
누군가의 밥상과 게으른 간섭도 받으며
꽃도 새도 마저 내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시월이라 알싸한 짚불 향기 코끝에 달고
슬슬 낮잠 속에 기어드는 저 고양이처럼
도무지 혼자이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함박꽃 같은 웃음 속에서도 문득,
잔주름 어언, 부스스한 눈두덩이 어언,
이내 혼자이기도 해야하는 시절이
뉘엇뉘엇하겠습니다.
우리가 만난 청춘의 시절...
우리가 애썼던 지난 지상의 소임들...
우리가 견뎌내야 했던 긴 생의 그림자들도
그만 내려놓고 싶을 때가 오긴 올 것입니다.
그러면 뭐합니까.
이렇게 좋은 걸...
늙어도 그 옛 소녀를 가장 오래 보여줄 사모님 허리 보듬고
막걸리 한 사발 쯤 되는 알딸딸하고 톱톱한 미소로
먼산 바라보는 저 병량씨 파안의 표정을 보세요!
부처님이 기분 좋을 때 사바세계에 한번씩 지어보이는
고런 기막힌 미소 같지 않습니까?
오메~ 이번엔 달마 자세에 달마승의 볼턱까지!!
참 출세가 뭔고 했더니 이 두 남녀의 뽀송뽀송한 애정과 그
애정 사이로 간극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착 달라붙은 '도반'의 것.
그것 아니고 뭐겄습니까? 참 보기 좋고 아름다운 노부부로
맡아놓은 말년의 성공이 그림 같습니다그려~~~
워따따~~~
고만 좀 웃어라!!!
음마???
햐~~
내가 살면서 심장이 달뜰 때마다 한번씩 배우곤 하는 성실한 성연씨
저 봄빛 같고 가을빛 같고 중심 같고 가장자리 같은 착한 속.
그와 똑 닮은 붕어빵 착한 여인을 아내로 껴안고 평생 평화로운 자.
남을 빌지 않고 스스로 내어 솟아나는 샘물처럼
결단코 고이지 않는 사랑,
지치지 않는 아름다운 지구인 부부.
우리 동네, 내 집 옆에다, 들어앉히고, 살면, 딱 좋을,
들꽃 같은, 효소 같은, 산삼 같은 저 부부!!
뒷 무등산 같고
앞 만연산 같으니라구!
양이 둘이면서도 음 하나 양 하나처럼 잘 맞아서 우 아래가 없고
좌도 우도 없으며, 너와 내가 따로 없이 하나인 대한민국 행운거사, 조영철.
사회선생이라설까, 들이고 산이고를 옆구리에 꿰차고
산이고 들이고를 자유자재인 화통한 소양인...
징허고 아니꼬울 정도로 손잡고 행복헌 부부.
저 명랑성의 바탕이나 배경을 내가 조금만 더 뒹굴고 바라보았더라도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텐데...^^
가벼우면 가벼워질수록
어깻죽지 뒤로 날개가 돋아납니다.
몰라도 평화로운 두 분 노년은 가을하늘처럼 청청하고
새털구름처럼 드높아질 것을
바람도 알고 별빛도 알고 안개도 강물도 다 알 것입니다...
ㅋ...
생쥐처럼 나도 나왔넹~~!
고등학교 3학년에 만난 내 고양이, 진아.
본 이름이래요. 고등학교 친구들이 진진뻐꾹하며 골려묵던...
그녀도 꽤 괜찮은 뇨자 맞습니다.
"싸움질 한번 없이 산다."고 말하면,
이 세상 사람(제 누나, 동생, 형, 고모 포함)
아무도 믿어주질 않습니다. 다 착한 늬 아내 덕인 것을 모르는 넌 아조
어렸을 때부터 골목대장에 가파른데다 성질이 불덩이고 쌈쟁이인
너 떼보의 평생의 복인줄만 아라라!!!
이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눈물 나고 억울할 때도
바로 이 지점, 이 지경, 이 순간 이 찰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