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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박3일 간의 카일라스 코라(순례)를 시작하는 날이다.
집 떠 나온지 벌써 8일째다.
해발 4천m가 넘는 고소에 잠자리, 식사 등 여행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심신이 지쳐가며 슬슬 집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카일라스 코라의 베이스캠프 격인 다르첸(4565m)에서의 첫 밤은 고소에도 불구 달게 잤다.
생전 안 꾸던 꿈을 서너번 씩이나 꾸며 꿈결에 거센 비바람과 천둥소리가 들려
비몽인가 사몽인가 했다.
새벽안개 속의 다르첸을 보기위해 일찍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잔득 흐린 날씨에
약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히뿌연 여명이 저 멀리 평원너머로 보이는 산을 넘어오고 있다.
날이 개면서 어제 밤 밤새 난리를 치던 비바람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티벳고원 날씨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밤에 주로 비가 오고 날이 새면
희한하게 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맑게 갠다는 것이다.
새벽의 다르첸은 두런두런 깨어나기 시작한다.
숙소 앞 간이 정류장에는 아침 첫차를 타기위해 10여명의 스님과 누추한 차림의
서너 명의 촌로 들이 짐을 지고 버스에 오른다.
시가체, 라싸까지 가는 시외버스로 신형의 대형리무진이다.
말을 탄 마부들이 말과 야크 20여 마리를 몰고 마을 입구로 들어선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새벽산책을 나온 인도순례객들로 인도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카일라스 코라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다르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3일간의 카일라스 코라에서 쓸 짐만 간추려 싸고 나머지 짐은 다르첸에 두고 간다.
취침, 취사도구 등 부피가 나가고 무거운 짐은 야크에 실려 보내고
배낭에는 행동식과 물, 카메라 등 필요한 것만 넣고 걷는다.
코라 출발점에 가기위해 다르첸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0여분 올라간다.
티벳의 왠만한 관광지는 일반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당국이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코라 입구는 넓은 평원으로 순례객들과 마부, 말, 짐을 싣는 야크 떼로 혼잡하다.
70~80%가 힌두교도인 인도사람이고 티벳 순례자는 가뭄에 콩 나듯 보인다.
인도인들은 열대지방서 와서 그런지 오리털 파커로 완전무장한데다 거의 말을 타고
당일 혹은 1박2일의 단기 코라를 돈다.
2박3일 간의 카일라스 코라 트레킹은 해발5천6백m가 넘는 돌마라 패스를 넘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힘든 코스다.
며칠 새 눈이 많이 내려 돌마라 패스를 넘지 못하고 중간에 되돌아 올 수도 있단다.
꿈꿔오던 카일라스산과 대면한다는 기대와 설레임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음은 벌써 저만치 카일라스산 밑을 달린다.
숨가쁨도 힘듬도 두근거리는 설레임에는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
코라 첫날 코스의 목적지는 디라푹사원으로 해발 5210m의 고지에 있다.
숙소인 사원까지는 20km로 서쪽면의 카일라스를 오른 쪽에 두고 거대한 협곡사이로
완만한 오르막의 순례 길이 긴 선을 그리며 까마득하게 뻗어 있다.
티벳인이나 인도인들에게는 신 곁으로 다가가는 성스러운 길이다.
코라 길뿐 아니라 카일라스까지 오는 긴 여정자체가 신을 향한 고행길이다.
공기가 희박한 깊숙한 오지에 열악한 교통 인프라로 신실한 신앙심 없이는 접근 자체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신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눈 쌓인 험난한 코라 길에서의 오체투지는 뼈를 깍는 고행의 신앙행위로 신을 좀 더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자신의 업보를 내려놓기 위한 염원의 몸짓이 아닐까?
티벳 최고의 성산답게 코라 입구부터 지형이 범상치 않다.
강한 지기(地氣)가 느껴진다.
어떤 알지 못할 영적 분위기에 휩싸이는 느낌이다.
신의 영역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룽다와 타루쵸가 펄럭이며 순례객들을 맞는다.
나의 온갖 번뇌와 바램을 펄럭이는 타루쵸의 깃발소리에 실어 카일라스로 날려 보낸다.
양옆으로 서부영화에나 나올법한 암갈색의 웅장하면서도 기기묘묘한 바위산들이
긴 협곡을 만들며 순례객 들을 내려다본다.
넓직한 협곡은 빙하 녹은 물이 흐르고 그사이로 난 코라 길에는 많은 순례객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시계방향으로 걷는다.
오른쪽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도는 순례자는 티벳 토착종교인 뵌교 신자들이다.
여기저기 바위협곡사이로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고 뭉게구름이 걸친
부드러운 곡선의 산봉우리 밑둥치에는 말과 야크들이 한가히 노닐고 있다.
주위풍경에 취해 두어시간 걸으니 오른쪽 바위봉우리 사이로
성산 카일라스가 얼굴을 내민다.
검은색 암석의 둥그스럼한 삼각형의 봉우리에 만년설이 덮여있어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전체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람결에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다양한 모습을 내보인다.
일행보다 30여분을 빨리 걸은 덕분에 여유 있게 결가부좌를 트고 앉아 카일라스산을 바라보며
가족의 행복과 국가, 인류의 평화를 기원한다.
티벳의 영혼 카일라스((kailash, 6638m)
카일라스산 앞에는 항상 화려하고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우주의 중심이니, 속세의 축이니, 영혼의 성소이니, 지구영혼의 왕관이니 하는 미사여구의
현란한 형용사들로 장식이 된다.
정말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의 값어치를 지닌 신령스러운 산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내 가슴 속에는 궁금증과 함께 손에 잡히지 않는 신비의 산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가봐야 할 산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티벳 자체가 오랫동안 신비에 쌓인 금단의 땅으로 숨겨져 온데다 카일라스가
여러 종교의 성지로 떠받들어지다 보니 실상보다 훨씬 신비화되고 부풀려져
알려진 것 아닌가 하는 치기어린 생각을 하면서.....
카일라스는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뵌교의 성지로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스러운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카일라스는 티벳의 가장 깊숙한 오지, 히말라야산맥 최서북단 정상에
튼실하게 생긴 남성의 성기 모양새로 우뚝 서있다.
티벳에서는 캉린포체(Kang Rinpoche, 소중한 눈의 보석)로 불린다.
산스크리트어로는 카일라사 파르바타( Kailāśa Parvata )로 카일라사는
수정, 보석을 의미한다.
이 이름이 영어권에 전해지면서 ‘카일라쉬’(Kailash) 또는 ‘카일라스’(Kailas)로 알려진다.
카일라스 남쪽 산자락 아래는 우주의 자궁이라 불리는 마나사로바 호수가 자리를 잡고 있어
티벳 으뜸의 성지로서 효용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티벳인과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에게는 성산(聖山) 카일라스와 성호(聖湖) 마나사로바가 일생에
한번은 꼭 다녀와야 할 최고의 성지로 꼽힌다.
불교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일컫는 수미산이 바로 이 카일라스산이다.
불교의 우주관에 입각한 설화에 따르면 꼭대기에는 제석천왕(帝釋天王)이 33天의 궁전에 살며
중턱에 있는 사천왕을 거느리며 불법과 불제자를 보호한다.
수미산은 4寶, 즉 북쪽은 황금, 동쪽은 백은, 남쪽은 유리, 서쪽은 파리(玻璃)로 이루어져 있다.
9개의 큰 산과 8개의 큰 바다에 둘러 싸여 있는 수미산은 해와 달이 그 주위를 돌며
사방을 비추고 있다.
서양인이 쓴 어느 책자에는 카일라스를 계시가 이루어지는 우주생명과 성스러운 환희의 핵심을
이루는 지구 영혼의 왕관이라고 표현했다.
검은색의 다이아몬드 처럼 생긴 거대한 봉우리가 머리에 만년설을 인채
하늘을 떠받치며 우람하게 솟아있다.
그 주위로는 수많은 봉오리들이 기암절벽을 이루며 카일라스를 감싸고 있다.
힌두교에서는 이산을 시바신의 안식처인 메루산으로 여기고 남근처럼 생겼다 해서
링구아(남근)로 숭배한다.
뵌교와 자이나교에서도 창시자가 하늘에서 강림한, 혹은 정신적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신성시 한다.
카일라스는 주위에 2백50개가 넘는 빙하를 거느리고 있다.
빙하에 덮인 카일라스는 티벳 고원으로 흐르는 4대 강인 브라마푸트라 강, 인더스 강,
수틀레지 강과 갠지스 강 지류인 카르날리 강의 발원지가 된다.
등정이 금지돼 아직 미답의 처녀봉으로 알려졌다.
천년 전 인도의 수행승이자 음유시인인 밀라레파가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카일라스 발밑에는 성호인 마나사로바와 이웃해 귀호(鬼湖)인
락샤스탈호가 장구 모양으로 나란히 있다.
마나사로바는 담수호이고 락샤스탈호는 물이 짠 염호다.
카일라스와 마나사로바는 다가가기 힘든 만큼 세계에서 가장 성스럽고 험난한
순례코스로 이름나 있다.
살아생전 꼭 걸어봐야 할 코라 길로 티벳인과 인도인의 영원한 로망이다.
카일라스 코라는 총 52km로 2박3일에 걸쳐 수미산을 한 바퀴 돈다.
또 이 코라 길 안쪽으로 거리가 짧은 난코르라는 내부 순례길이 있다.
카일라스 코라는 다르첸(4565m)에서 시작해서 5,640m의 돌마라 패스를 걸어 넘는
총 52km의 여정으로서 산 외곽을 한 바퀴 도는데 보통 2박 3일이 걸린다.
워낙 고도가 높고 가파른 깔딱 고개가 많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코스이다.
많은 외국 순례자들이 고산증으로 고생을 하며 2박3일도 힘겹게 걷는데 티벳인
순례자 중에는 하루코스로 도는 경우도 많단다.
카일라스 코라를 한 바퀴 돌면 일생동안 지은 죄를 씻어주며, 10번을 돌면 5백년
윤회 중에 지은 죄를 면할 수 있고 108번을 돌면 해탈에 이른다고 한다.
오늘 숙소는 해발5210m인 다리푹 사원이다.
코라 중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수미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장소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두동의 유목민 텐트를 지나 넓은 협곡사이로 난 시냇가 길을 돌아선다.
따라오던 카일라스산이 모습을 감추고 타루쵸가 펄럭이는 다리가 나타난다.
햇볕이 따갑다.
안면가리개를 하고 걷는데 숨이 차고 덥다.
다리 옆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올라서니 왼쪽으로 디라푹사원이 개울건너
저 멀리 자리 잡고 있다.
이사원은 13세기 카규파에 의해 세워진 절로 문화혁명 때 파괴됐다가
1986년 다시 복원됐다.
앞 쪽 길 끝으로는 롯지로 보이는 가건물과 천막들이 보인다.
다왔다는 생각을 하니 긴장이 풀리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풀린다.
사람의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갑자기 찬바람과 함께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장대비는 우박으로 바뀌어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다행이 숙소 가까이여서 비를 적게 맞았는데도 온몸이 떨리는 게 춥다.
늦게 도착한 일행은 비와 우박을 고스란히 맞아 추위에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며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고통스러워한다.
가건물인 숙소바닥은 물이 흥건하고 여기저기 비가 새 침대와
매트리스, 담요는 누울 수 없을 정도로 젖은 데다 전기까지 안 들어온다.
우박비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숙소 배정을 받느라 경황이 없는 가운데 문득
카일라스산 생각이 나 바라보니 구름 속에 파묻혀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른 저녁식사 후 야크 똥 난로에서 몸을 녹이고 삼각대까지 갖춰 카일라스산
촬영에 나섰으나 구름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힌두교도인 인도인 열 댓명이 보이지 않는 구름 속 카일라스 산을 향해 연신 기도를 한다.
인도인들은 디라푹 사원서 수미산을 보고 당일로 내려가거나 1박을 한다.
해가 질 무렵 바람에 구름이 움직이며 잠깐 잠깐 카일라스가 모습을 드러내
아쉬움 속에 카메라에 담는다.
해발5210m의 헛간 같은 롯지는 희박한 산소에 영하의 추위로 침낭 속의 순례객 들을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한다.
첫댓글 순례자의 합창이라도 띄워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카일라스와 마나사로바의의 진면목이 기대됩니다..
며칠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왔습니다...
8월까지 카일라스를 포함한 서티벳지역 외국인 전면 출입금지..........ㅠㅠ
몇 년을 고대하던 카일라스 순레가 올 해도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산되니
이 포스팅이 더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ㅠㅠ
지금 대체코스로 기획을 하고 있는데 아직 참석자분들한테 통보도 못한 상태입니다....ㅠㅠ
어떻게 이런 불상사가...
인연이 닿지 않았다 생각하시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대체코스를 잡으시던지 아니면
다음을 기약해야 되겠지요.
원래 뜸을 오래 들인린 밥이 맛있게 마련입니다.
마음속에 늘 수미산이 있는데…… 편안히 잘 보았습니다~^*^
왜 그토록 사람들이 저 곳에 가려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전율이 이네요.
어떤 강력한 영적인 기운이 분명 깃들어 있는 듯 합니다.
다시봐도 숨이 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