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갑자기 숲속에 새들이 사라지고 온통 삭막한 정막이 흐른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계의 피조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생태학적 보고서를 보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그 정도가 심각하다.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은 바로 그런 상황을 경고한 대표적 문제작이다.
실제로 오늘날 지구생태계는 총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대기의 온도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21세기를 지나는 동안 지구의 온도는 1.5-5.5도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온도상승 현상은 “열풍, 해수면 상승, 빙하의 축소, 극지방의 온난화, 빨라지는 봄, 더욱 강력한 폭풍, 질병의 확산, 생물종의 상실” 등과 같은 지구온난화 징후로 나타난다. 또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물이 부족하게 됨으로써 2015년에는 전 세계인구의 40퍼센트가 물이 없는 지역에 살게 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특히 “생명의 재생산” 자체가 중단되고 있는 현상은 인간뿐 아니라 다른 모든 종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한 자료는 다음과 같이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여전히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는 지금도 목재와 펄프 생산을 위한 벌채와 작물 재배를 위한 개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기후변화도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요인입니다. 8천년 전만 해도 지구 전체 면적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숲이 이제는 4/5가 황폐화 되었거나 파괴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 2초마다 축구장 한 개 면적에 해당하는 숲이 벌채나 삼림파괴 행위로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원시림의 72%, 아마존 원시림의 15%는 이미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콩고의 원시림마저 같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삼림파괴의 원인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공통된 원인도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활동'입니다.”
생태계에 대한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인류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곧 해체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절박한 경보가 세계 도처에서,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었다. 몰트만(J. Moltmann)은 이러한 사태를 생태계 위기의 차원을 넘어 인간에 있어서 “모든 삶의 체계의 위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독일의 물리학자며 동시에 철학자인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젝커(C. F. von Weizsacker)는 1986년, “정의와 평화 그리고 창조의 보전”을 위해 전 기독교인들이 세계공의회를 개최할 것과 공동으로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처할 것을 제안한 소책자 「시간이 촉박하다」를 펴내, 독일 지성인들의 열띤 논쟁을 유도한 바 있다. 사실 폰 바이젝커의 문제작 「시간이 촉박하다」는 1990년 JPIC세계대회(서울)의 이론적 정당성을 학문적으로 부여한 획기적인 책이며, 그의 사상 및 공의회적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서울대회에서 큰 열매를 맺게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리조프 카프라(Fritjof Capra)는 이러한 형태의 위기를 가리켜 “인식의 위기”라고 지적하였고, 슈마허(F. Schumacher) 역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가치관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으며, 가장 심각한 인식의 위기를 “사악한 형이상학”에서 찾고 있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25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