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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안위(安危), 고과(考課)에 걸려있다 |
『목민심서』를 읽노라면 “이런 대목이 있었구나!” “이 대목은 너무나 의미가 깊네!”라는 탄성을 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吏典)」을 읽어가다가 「고공(考功)」 조항에 이르러 연달아 탄성을 발하고 말았습니다. 고위 공직자를 임명한 뒤,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물샐틈없이 명확하고 정확하게 그들의 업적을 평가하여 승진이나 인사이동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렇게 큰 의미로 마음에 닿아왔습니다. ‘고공’이란 공직자의 업무 실적을 세밀히 심사하여 등급을 매겨 인사에 활용하는 일인데, 고적(考績)·고과(考課)라고도 하였으니, 다산의 『목민심서』나 『경세유표』에는 국가 통치에 고적제(考績制)의 완비와 철저한 평가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안위는 인심의 향배에 달려있고, 인심의 향배는 생민(生民)의 잘살고 못사는 데에 달렸으며, 생민의 잘살고 못사는 것은 목민관의 좋고 나쁜데에 달렸으며, 목민관의 좋고 나쁜 것은 감사가 목민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감사의 목민관을 평가하는 법은 곧 천명(天命)과 인심의 향배에 기틀이 되는 것이요, 나라의 안위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考功) 공직자의 근무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여 인사에 반영하는 일이 천명과 인심 향배의 기틀이 되고, 나라의 안위가 판가름 된다니, 그런 제도와 그런 제도의 올바른 시행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금방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잘살고 못삶도 인사에 달려 있고 통치의 근본도 인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인사를 ‘만사(萬事)’라 하여 인사를 어떻게 하는 일, 바로 용인(用人)이야말로 통치행위의 핵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용인을 제대로 하려면 해당 인물에 대한 고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반년이 훨씬 지났는데, 발표되는 인사의 결과를 보면 마음에 흡족하지 못한 경우가 정말로 많았습니다. 과거에 고관대작을 지낸 사람을 또다시 쓰려고 한다면, 의당 과거 공직에 있을 때의 업적을 상세히 평가하여 높은 등급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면 다시 임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과거의 고위 공직자 시절에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만 골라다가 다시 고관대작에 임명하는 경우를 보면, 예전에도 그렇게 강조했던 고적제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져서 참으로 씁쓸한 경우가 많기만 합니다. 천명과 인심의 향배가 걸린 고과 제도, 이런 제도를 보완하고 정비하여, 제대로 인재를 검증하고 스크린 하는 인사제도를 살려내면 어떨까요.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전혀 관심이 없이, 겨우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으니, 잘못을 지적하고, 비리를 파헤치면 무슨 소용이 있었던가요. 천명이나 인심의 향배에는 아랑곳없이 윗사람의 눈치나 비위만 살피고 그분의 의중대로만 행하면 고관의 지위가 유지되고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무리들에게, 고적제의 정확한 잣대가 활용될 것을 거듭 요구하고 싶습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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