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평화공원-조중봉-명막산-해철이산-장안봉-쟁기봉-도솔산-두물머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26.4km (실제거리 23km, 접속 1.4km, 헛발품 2km)
- 산행일시 : 2024년 8월 30일(금) 07:20~17:00(9시간 40분)
★ 흔적들
지맥 산행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고, 두 번째 연결 교통편이 불편할 때다. 아직까지 대전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교통편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고역이다. 세종이든 목포든 산행하는 날이면 새벽 4시에 모닝콜이 울리도록 했지만 침대에서 일어날 때까지가 무척 힘들다.
지난번과 같은 교통편으로 7시 20분 금산군 신대리(압재)에 도착했다. 평화공원 진입로를 따라 올라 능선에는 30분 만에 터치다운 할 수 있었다. 해철이산 6.1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화마가 할퀴고 간 마루금을 따라 깊숙이 들어갈수록 당시 화재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에 놀라운 자연치유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루금엔 관목으로 꽉 채워 진행을 어렵게 했다.
8시 정각 345.1봉을 넘어섰다. 화재가 난 이후에 산패를 새롭게 단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 녹아 없어졌을테니 말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조중봉은 마치 겨울 산을 오르는 듯했다. 수십 년생 소나무와 참나무가 모두 불에 타 죽어 있다. 이파리만 없을 뿐 겨울나무 같다.
대전둘레산길임에도 마루금을 밟으며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정상을 넘어서자 사라진 마루금은 산직동 임도가 지나는 곳으로 떨어졌다. 산림작업중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조중봉까지는 임도처럼 열려있었지만 모터사이클이 그나마 온전한 등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모터사이클이 지나간 자리에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그곳으로 흐르며 더 깊게 파이게 된다.
급경사 길을 올라가던 중 순간적으로 엉덩이에 강한 통증이 전해졌다. 마치 어릴 때 맞았던 불주사 같이 얼얼하다. 이번에도 벌에 쏘였다. 초가을까지는 언제든 벌에 쏘일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9시 정각 도착한 조중봉(333.5m) 정상은 이정표, 의자가 모두 불에 타 사라져 버렸다. 바지를 벗어 엉덩이에 물파스를 잔뜩 발랐다. 땅끝기맥에서 쏘였던 것과 달리 이번엔 아무리 물파스를 발라대도 통증이 사라지질 않는다.
어디로 갈지도 불분명하다. 트랙을 확인하면서 마루금을 덮고있는 고사리를 헤치며 조심스럽게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죽은 고목에 벌들이 둥지를 튼 모습을 여러 차례 발견한다. 가까이 오지 못하게 윙윙 거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공포스럽다.
10시 3분 독짐재를 넘어서자 서서히 화마의 흔적이 사라지면서 길은 뚜렷해졌다. 10시 12분 명막산(332m)에 도착했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우측으로 급사면을 따라 내려서자 군부대 철조망을 한참 동안 따라가야 했다.
10시 53봉 273봉을 넘어서자 철조망과는 작별하고 온전하게 대전광역시로 들어갔다. 11시 5분 정자가 있는 해철이산(268.7m)에 도착한다. 오른쪽 금산군 지량리와 대전 안영동의 경계인 샛고개로 내려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침산과 보문산 그리고 식장산도 멀리 조망된다. 이제부터 길은 무척 편안하게 이어지며 편한 복장으로 산책 나온 주민들을 계속하여 만나게 된다.
269봉을 지나 11시 29분 183.4봉을 넘어서자 세심봉이라는 산패가 달린 곳을 만난다. 실제 이름은 아니고 누군가 임의로 붙였겠다. 11시 30분에는 중심봉을 지났다. 이 또한 임의로 붙인 이름이다. 안영고개를 넘어서 11시 52분 장안봉(177.1m) 정자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마루금에서 떨어져 있는 쟁기봉을 다녀오기로 한다.
14시 22분 복수고등학교 정문으로 떨어졌다. 여기서부터 도솔산 들머리까지는 도로 따라가야 했다. 대청병원을 보면서 우측으로 꺾어 가다 보니 도로관리소 풀질실험실 안으로 마루금이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들어갈 수 없으니 우회하여 서부소방서가 있는 곳에서 길을 건넜지만 도솔산 들머리는 아파트 공사장으로 막혀있다. 불가피하게 이번에는 공굴안 마을로 우회하여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나 찾기 시작했다.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공사장과 인접하여 사람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틈이 보이길래 바로 안으로 진입했다(13:55).
30분을 올라가자 실제 마루금과 만나지만 등산로 폐쇄 현수막이 가로 막고 있다. 그 자리에 앉아 맥주 한잔을 하고, 넓은 등산로 따라 올라가자 두루봉을 지나(14:26) 도솔산에 이르게 된다(14:34). 길은 주민들의 산책로라 무척 편하지만 왼쪽에 벨로드롬이 있는 대전 서구 내동의 리치빌 아파트에서 산길과는 이별하게 된다.
갈마공원을 가로 질러 눈에도 익숙한 정부청사역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는 눈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다. 지금까지 갑천/유등천 합수점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20회 정도 참가했다. 대회 참가 때마다 정부청사역에서 2.7km 떨어진 대회장까지는 조깅으로 몸을 풀면서 이동했다. 그늘을 찾아가며 유등천이 갑천과 만나는 합수점을 터치다운함으로써 안평지맥을 무사하게 마무리한다(17:00).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나오자 벌에 쏘인 엉덩이 부위가 퉁퉁 부어 후끈 거린다. 가려움이 심해 계속 긁어대며 집에 도착한 후에는 약을 바르고 얼음팩을 깔고 앉아 붓기와 가려움증이 사라지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