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학산
노원역 앞에서 처음 뵙는 수객님의 승합차를 타고 동송초등학교 앞에서 내리니 알싸한 겨울공기를 뚫고 뾰족하게 피라미드처럼 솟아 오른 금학산이 앞에 험준한 모습을 드러낸다.
산에 오르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으로 붙으면 뚜렷한 산길이 이어지고, 깨끗한 송림 사이로 오른 암봉에서는 시야가 트여서 동송 읍내와 너른 철원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명성산 너머로는 각흘봉과 대득봉이 키재기를 하듯 서있다.
반들반들하게 얼어붙은 나무계단을 밟으며 차츰 경사가 심해지는 산길을 따라가니 겨울답지않게 따뜻한 날씨때문인지 아니면 어제 저녁의 과음 탓인지 오랫만에 이마로 구슬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사면으로 능선에 붙어 밑으로 조금 떨어져있는 마애불을 구경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눈길을 올라가면 오래된 묘들이 나오며 앞에 금학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된비알이 보여 기를 죽인다.
밧줄을 잡고 쉽게 나타날 것 같지 않은 정상부를 생각하며 군부대가 올려다보이는 급한 눈길을 올라가니 점차 눈이 많이 쌓여있고 전신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군부대를 지나서 금학산(947.3m) 정상에 올라서면 전망이 훤히 트여서 고대산에서 지장봉을 지나 종자산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발 아래로 철원일대와 푸르른 학저수지가 내려다보이며, 갈 수 없는 이북 땅이 가깝게 펼쳐져 분단의 현실을 실감나게 한다.
▲ 동송초교에서 바라본 금학산
▲ 마애불
▲ 금학산 정상
▲ 금학산에서 바라본 관인봉과 지장봉
▲ 금학산에서 바라본 고대산
▲ 철원평야
- 용정산
돌배주를 한 잔씩 돌려마시고 온길을 되돌아 내려가다 표기기가 붙어있는 사면으로 들어가, 지능선 하 나를 넘고 벙커를 지나서 다음의 용정능선으로 진입하니 역시 길이 뚜렷하게 나있다.
밧줄을 잡고 사면같은 돌길을 뚝 떨어져 내려가 오른쪽 신흥동으로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안부를 지나서 수북하게 덮혀있는 낙엽에 빠지며 736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잡목들이 없어 편한 능선을 따라 다음의 암봉으로 올라가면 금학산 정상의 군부대가 올려다 보이고, 용정산 너머로 역시 시설물을 얹고있는 고남산이 아스라하며, 지장봉과 화인봉이 더욱 가깝게 다가선다.
커다란 암봉들을 우회하며 돌로 쌓은 참호들이 파여있는 봉을 지나고 인적 드문 낙엽길을 따라가면 눈은 많지않지만 심산에서 느껴지던 고요함과 적막감이 슬며시 배어나온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능선에서 멀리 밑으로 보이는 대전차 방호벽을 바라보고 고남산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지점을 헤아려 보지만 두개의 나란히 내려가는 지능선 중 정확한 마루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군인들의 이정목 하나가 서있으며 왼쪽으로 암릉이 보이는 690봉을 넘고 다음으로 역시 능선이 갈라지는 낮은 봉을 지나서 간간이 나타나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낙엽 덮힌 참호 따라 용정산(672m)에 오르니 억새 가득한 헬기장이 나오는데 전망은 그리 좋지 않지만 관인봉과 지장봉 사이로 꾸불거리는 담터계곡과 임도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펼쳐진다.
▲ 암봉에서 바라본 용정산과 뒤의 고남산
▲ 암봉에서 바라본 금학산 정상
▲ 용정산에서 바라본 금학산
▲ 용정산에서 바라본 관인봉과 지장봉
- 87번국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타 마시고 집에 일이 있어 하길성으로 하산하신다는 수객님을 뒤로 하고 되돌아 가며 고남산 갈림봉을 찾으려 기웃거린다.
흐릿하게 능선이 갈라지는 낮은 봉을 지나고 이정목이 서있는, 좀 더 뚜렷하게 능선이 갈라지는 690봉에서 꺾어져 전망 트이는 암봉으로 올라가면 전차 방호벽이 있는 87번국도로 몸을 낮추다 금연저수지 오른쪽의 녹지대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확인할 수 있다.
뚜렷한 눈길을 헤쳐 내려가니 곳곳에 벙커와 돌참호들이 파여있어 그간의 인적을 말해주지만 점차 능선은 사라지고, 방향만 맞춰서 사면같은 잡목숲을 내려가니 시야가 트이는 무덤지대가 나오는데 사격장 관측소같은 초소로 올라가니 앞에 전차 방호벽으로 이어지는 낮은 마루금이 인삼밭과 함께 펼쳐진다.
무성한 억새밭을 뚫고 인삼밭을 지나 전차 방호벽이 서있는 87번 국도를 건너서 바짝 깍여나간 절개지를 피해 산으로 올라갔다가 군부대 철조망에 막혀 길로 내려선다.
온통 마루금을 차지하고있는 군부대를 피해 국도를 따라 내려가다 가겟집 평상에 앉아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며 고남산으로 이어지는 낮은 마루금을 확인한다.
다시 도로를 따라가다 밭을 지나 산으로 붙지만 금방 포장도로와 만나고, 부대 정문과 사슴목장을 바라보며 개울을 건너 다시 산으로 올라가면 오랫만에 깨끗한 송림길이 이어진다.
교통호가 길게 파여있는 한적한 송림 따라 마을이 가까운 안부를 지나고 군사시설들이 있는 널찍한 비포장도로를 만나 다시 87번국도로 내려가니 역시 전차 방호벽이 서있고 차량 통행이 많다.
▲ 전망봉에서 바라본 금연저수지와 이어지는 마루금
▲ 무덤지대에서 올려다본 마루금
▲ 87번국도
▲ 도로에서 바라본 고남산
▲ 87번국도
- 고남산
따뜻한 날씨에 질퍽거리는 진흙을 밟으며 산으로 올라가면 넓은 군사도로가 능선으로 나있고, 채석장으로 흠집이 난 고남산을 바라보며 양지 바른 넓은 길을 따라가다 절개지가 형성되어있는 비포장도로를 건넌다.
군인들의 함성을 들으며 타이어로 쌓은 벙커봉을 지나고 왼쪽에서 뚜렷한 길이 올라오는 돌재고개를 지나면 잠시 후 다시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져 나간다.
눈 덮힌 미끄러운 너덜지대를 조심스럽게 통과하니 왼쪽의 윗능말 쪽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며 굵은 밧줄이 걸려있는 된비알이 시작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전선들을 따라 밧줄을 잡아가며 급사면 눈길을 올라가면 진땀이 떨어지지만 올라갈수록 찬바람이 불어오며 흐르는 땀을 말려준다.
쭉쭉 미끄러지며 눈이라도 쌓이면 오르기 힘든 급경사 돌길을 한동안 올라가니 시야가 확 트여서 금학산에서 다도해처럼 떠있는 녹지대들을 지나 고남산으로 이어 온 마루금이 한 눈에 들어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군부대가 있는 고남산(643.2m)에 올라 내무반에서 나온 병사들에게 찬 물 한 잔씩 얻어마시고 멧돼지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으며 부대를 왼쪽으로 우회해 수리봉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진입한다.
▲ 비포장도로
▲ 고남산 정상
▲ 고남산에서 바라본, 금학산에서 이어지는 마루금
- 수리봉
한적한 숲길 따라 몇평 공터가 있는 570봉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내려가 잡초에 뒤덮힌 헬기장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까마득한 절개지가 파여있는 광산터가 나오는데 그 흔한 경고문도 없고 안전시설이 없어 자칫 밤에는 추락하기 십상이라 오금이 저려온다.
광산터를 밧줄이 걸려있는 왼쪽 사면으로 돌아 글씨 없는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486.1봉으로 올라가니 자손의 이름이 비석을 가득 채우고있는 복 많은 분의 묘지가 있고 앞에 수리봉이 흐릿하게 모습을 보여준다.
무심코 묘지에서 바로 남쪽으로 직진해서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휘어도는 마루금으로 복귀하면 잡목들이 많고 길이 흐리지만 곧 뚜렷한 등로가 이어진다.
무덤들을 지나 차바퀴 자국들이 나있는 비포장 임도인 새재고개를 건너고 두리뭉실하게 서있는 수리봉을 바라보며 가시나무들이 성가신 산길을 바삐 올라간다.
삐죽삐죽 솟아있는 바위들을 보며 잡목들을 헤치고 수리봉(384m)에 올라 새똥들이 널려있는 바위위로 올라서니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이 발아래로 보이고 명성산이 앞에 우뚝 서있다.
이어지는 능선 따라 낮아지는 능선을 내려가면 군삼각점(333FOB/A-7239)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오른쪽 지능선으로 꺾어져 중리 방향으로 나간다.
넓은 비포장도로를 만나고, 도로 따라 텅 비어있는 광산 건물들을 지나서 깨끗한 교동마을 사이로 내려가니 지장봉 등로 입구인 중리 신흥동마을과 87번 국도가 나온다.
지장봉을 산행하며 몇번 들렀던 손두부집에 들어가 지금은 손주 재롱에 희희낙락하는 주인 노부부를 보며 시원한 탁주 한사발로 갈증을 달랜다.
▲ 올려다본 고남산
▲ 절개지에서 내려다본 광산
▲ 새재고개
▲ 수리봉 정상
▲ 수리봉에서 내려다본 한탄강과 명성산
▲ 한탄강
(산행후 집에서 복도를 한 결과 제가 내려온 곳은 물길을 건너게 돼있어 마루금이 아닌데 아마 군부대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마루금은 금학산에서 736봉을 넘어 용정산을 향하다 이정목이 서있는 690봉을 지나 다음의 낮은 봉에서 갈라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댓글 수리봉에서 내려다보는 한탄강이 압권입니다.선배님과 함께 산행 즐거웠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않는 호젓한 곳이었습니다. 다음의 오지산행이 있으면 그때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