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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대구 공방전] 03
S#1. 황제 수퍼 앞 / 낮
‘새 출발 기념세일’ 이라 쓴 색상지 나부낀다.
대청소에 바쁜 메리. 가게 앞엔 쥬스 탄산음료 빨래비누 등을 놓은 진열대.
‘새 출발 기념세일’ ‘잠깐만요, 사주세요’ 등등의 색상지 붙어있다.
간판을 물청소하는 메리. ‘ㅇ’받침이 떨어져나가 ‘화제수퍼’가 된 간판에 호스로 물을 뿌린다.
시원하게 뻗어가는 물줄기.
<플래쉬 백 -- 2부 엔딩 부분. 최황재, 강대구 승리 외치고. 메리, 말도 안 돼. 편파 판정이예요.
용납 못해! 말도 안 돼! 가게 앞에서 펄펄 뛰다가 바람에 날린 간판 쪼가리를 맞고 뻗는 메리.... >
메리, 숙연한 표정으로 간판을 올려다본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듯 손을 가슴에 얹는다.
S#2. 메리네 마당 / 낮
출근 준비를 하고 나오는 도철.
성자, 따라 나온다.
도철 ; 메리는 아침부터 어딜 간거야.
성자 ; (싱글벙글) 직장 갔지. 취직했대요, 메리.
도철 ; 그래? 어디?
성자 ; H그룹이라던데요.
도철 ; H그룹이면....현...? (놀라) 우리 메리가 그런 대기업에 취직을 했단 말야?
성자 ; H그룹 유통 판매 서비스 부분이라구.....
도철 ; 대단하네. 요즘 같이 어려운 때.
성자 ; 오늘 나가면서 메리가 이러더라구요.
마당에 선 메리, 뒤에서 후광이 비춘다.
꽃가루 날리고 빵빠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당당한 표정으로 엄마를 보며
메리 ; 엄마! 이제 고생 끝났어. 나 출근합니다.
뿌듯한 표정의 성자.
성자 ; 걔가 늦게 필려고 여태껏 내 속을 썩였나 봐요.
도철 ; 그럼 이제 노래하고 춤추는 건 안하겠대?
성자 ; 안 할 생각이니까 취직을 했겠죠. 주제파악 한 거지 뭐.
도철 ; ....... (딱한). . . .
성자 ; 나머지 커텐 뜯어서 출근복 한 벌 해줘야겠어요.
도철 ; (화를 버럭) 거 커텐 같은 거 뜯지 말고 좋은 걸로 한 벌 해줘요.
성자 ; (어리벙벙) !!??
S#3. 황제 수퍼 / 낮
메리, 수퍼 안에 서 있다.
혼자 인사 연습.
메리 ;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손님 오지 않는 수퍼.
혼자 노래연습.
천정 모서리에 붙은 볼록 거울, 메리 모습 우스꽝스럽게 비춘다.
메리 ; 라라라.... 라라라.... 예예예예.....
손님 없는 수퍼.
메리, 카운터에 앉아 손거울 보며 눈썹 정리...... 머리 가르마 바꿔가며 머리 빗어보고..... 혼자 놀기의 진수들.
잠시 후 메리, 꾸벅꾸벅 졸고 있다.
고개가 점점 땅으로 꺼져 가는데 누군가 카운터 책상을 팡 내리치는 손.
메리 ; 흐악! (침 닦으며 벌떡 일어나) 어서 오세요, 황제수펍니다.
대구 ; (메리를 한심하게 보다가 진열대로 가 라면과 과자를 거칠게 잡아 막 집어던지며)
뭐가 이래 이거! 유통기간 다 지난 것들 아냐. 와... 이건 한 달이나 지났네.
메리 ; 이 사람이 진짜....
대구 ; 뭘 좀 사줄래도 살 수가 없네. 유통기간이 이게 뭡니까.
메리 ; 조용히 팔아치우고 새롭게 시작하면 돼요. 떠들지 마요.
대구 ; 어이구, 성공하시겠습니다.
메리 ; (놀리듯) 아... 취업을 하니까 말이죠... 어찌나 여유롭고 든든한지 몰라요. 이 소속감, 이 안정감....
대구 ; 이렇게 파리나 날리고 있는데 어디 한 달에 만원이나 가져가겠수?
메리 ; 당장 나가요! 사람이 결과에 승복을 해야지 말야....
이 때, 미용용구(파마롤이나 파마약 같은) 상자를 든 가위 뛰어 들어온다.
메리 ; 어서 오세요, 양가위 선생님. 재료상 다녀오시나 봐요?
가위 ; 나. . . .화... 화장실 좀..... 우리집까지 도저히.... 못....가겠....
메리 ; 네, 다녀오세요.
가위 ; (달려간다)
대구 ; (나갈 생각없이 시비 걸고 싶은 표정으로 계속 둘러보며 서 있는)
메리 ; 안 가고 뭐해요?
대구 ; 고무신 있음 한 켤레 줘요.
메리 ; 고무신이 여기 왜 있어.
대구 ; 무슨 가게에 고무신이 없어. 그럼 양초 한 상자 줘요.
메리 ; 양초요?
대구 ; 양초도 없어요?
메리 ; (식초 한 병을 갖다주며) 자요, 식초나 마시고 속 차려요. 천이백원.
대구 ; (책상에 땅 내려놓으며) 양초 달리니까 왜 식초를 가져와.
메리 ; 양초 없어요.
대구 ; 그럼 쥐덫 하나 줘요.
메리 ; . . . . . .
대구 ; 쥐덫도 없나? 와... 가게에 있는 게 없네.
메리 ; 주문해 놓으면 내일 와서 살껀가?
대구 ; 미쳤어요, 내가? 내일까지 기다리게.
메리 ; 신고하기 전에 당장 나가요.
가위, 푸근한 미소 지으며 화장실 쪽에서 걸어나온다.
가위 ; 메리씨, 수고해요. (나가려는데)
메리 ; 그냥 가시게요?
가위 ; 그럼?
메리 ; 화장실을 쓰셨는데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주셔야죠.
가위 ; 설사하는 사람한테 왜 찬 걸 먹으래.
메리 ; 그럼 이게 좋겠네요. (롤 휴지 한 묶음을 내놓는다)
가위 ; 휴지는 집에 많은데....
메리 ;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이렇게 다르면 안되는거죠.
가위 ; 다음에 와서 사면 안되나.
메리 ; 그럼 화장실 사용료 제가 5백원에 깎아 드릴께요.
가위 ; 원래는 얼만데?
메리 ; 백만원이라고 치죠 뭐.
파리채 하나 들고 군시렁대며 수퍼를 나오는 가위. 마음에 안 드는 듯 파리채를 올려다본다.
황제수퍼 입간판을 신경질적으로 한 대 탁 친다.
가위 ; 머리하러 오기만 해봐. 맹구를 만들어 놓을테니까.
가게 안 메리, 뿌듯한 미소로 매상 장부에 기록한다.
‘파리채 1점 -- 5백원’
대구 ; 이웃한테 물건 강매나 하고..... 참말 보기 안 좋네.
메리 ; 엥? 당신 아직도 안 갔어?
대구 ; 여자가 피자 한판을 다 먹어치우질 않나.... 왜 그렇게 험하게 삽니까?
메리 ; 심심하면 유통기간 지난 라면이나 좀 사가요.
대구 ; 황메리씨! 당신은 정말 황인종의 수치야.
메리 ; 날 마음에 두지 말라니까. 꺼져!
S#4. 거 리 / 낮
달리는 소란의 스포츠카.
뮤지컬 West side story 중 나는 예뻐‘ I feel pretty' 신나는 편곡으로 흐르고.
소란, 환하게 웃으며 차를 달린다.
소란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 날리는 머리칼.
S#5. 고급 부띠끄 / 낮
소란, 들어선다.
옷을 정리하던 은자, 공손히 인사한다.
은자 ; 반갑습니다, 고객님.
소란 ; 오랜만이예요, 은자씨.
은자 ; . . . .?? 절 아세요?
소란 ; . . . .(은자를 빤히 본다)
은자 ; ?? (갸우뚱)
소란 ; 장은자씨.... 나야. 모르겠어?
은자 ; . . . .소란씨? 이 회장님 따님이요?
소란 ; 그래요. 나 이소란.
은자 ; (놀라 호들갑) 어머! 이게 웬일이야! 어머! 몰라보게 이뻐지셨어요.
소란 ; 선 보러 갈 때 입을만한 옷 좀 골라주세요.
화려한 원피스, 타이트한 미니스커트, 얌전한 투피스 등등을 입어보고 돌아보고 휘감아보며
거울 앞에서 도취돼 있는 소란.
은자, 다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은자 ; . . . 어디서....하셨어요?
소란 ; 그건 고객한테 할 질문이 아닌 것 같은데, 장은자씨.
은자 ; . . .어머, 죄송합니다.
소란 ; 수술 전에도 난 매우 이뻤어요. 기억 하시죠?
은자 ; 그럼요!
S#6. 호텔 커피숍 / 낮
소란, 다리를 꼬고 앉아서 오만한 여왕처럼 미소 짓는다.
남자1 ;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아름다우십니다.
소란 ; 자주 듣는 이야기예요.
남자1 ; 어떻게 이런 분이 아직 짝을 못 만나셨을까요?
소란 ; 너무 이뻐서.
같은 장소 두 번 째 선.
남자2 ; 선 자리에 나와서 이렇게 맘에 드는 분을 만나긴 처음입니다.
소란 ; 지겹도록 많이 듣는 이야기예요.
남자2 ; 제가 또 만나자면 만나주시겠습니까?
소란 ; 좋지 않은 질문이세요.
같은 장소 세 번째 선.
남자3 ; 화학을 전공하셨다면서요?
소란 ; 전공과 상관없이 학교는 별로 안 갔어요.
남자3 ; 아버님이 재력가라서 돈으로 들어갔단 말이 있던데...
소란 ; 부정 입학 맞아요. 그래도 전 어딜 가나 인기였어요.
S#7. 프렌치 레스토랑 / 밤
최고급 호화 레스토랑.
세도 일가족 앉아있다. 메뉴 보고 있는 네사람.
아문과 소란,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부길도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다.
눈에 띄는 패밀리의 저녁 식사.
세도 ; (짜증, 투덜) 뭐가 이렇게 비싸.... 푸줏간에서 등심 몇 근 끊어다 집에서 배 터지게 구워먹어도
한 사람 밥값보다 싸겠네.
아문 ; (발딱 일어나며) 그럼 다시 집에 가요.
세도 ; 말이 그렇단거지.... 어서 골라봐.
아문 ; . . . . .(계속 서서)....
부길 ; 아문아, 앉아. 착하지?
아문 ; 프라디에서 나온 새 구두 사주면 앉지.
부길 ; 사주께 사주께. 앉아, 우리 애기.
아문 ; (털썩 앉으며) 난 송아지 정강이찜.
부길 ; 당신은 뭐 드실래요?
세도 ; 당신이 알아서 시켜. 싼 걸루.
애피타이저용 샐러드 접시가 각각 놓여있다.
와인을 맛보는 부길.
부길 ; (우아한 척) 음.... 이 집 와인 셀렉션이 아주 괜찮네. 바디가 묵직한게 아주 근사해.
아문 ; 울 엄마 와인스쿨 다니더니 술맛을 좀 아시나봐.
부길 ; 그럼. 여보, 와인 어때요?
세도 ; 이런 거 원가는 천 원두 안 해요. 수입가는 무지 싸다구. 괜히 요즘 겉멋에 너도나도 와인 어쩌구 저쩌구....
다음에 내가 할인마트에서 댓 병 사다 놓을테니까 밖에 나와서 와인시키지 마.
부길 ; 당신 진짜 이럴래?
세도 ; 내가 틀린 말해? 이거 원가 얼마냐고 한번 물어볼까? (웨이터 부르는) 어이!
부길 ; 여보!
웨이터 ; (다가와) 부르셨습니까.
부길 ; 아...그냥 저희 물 좀 더 주세요. (웨이터 가면) 애들 앞에서 참 잘하는 짓이다.
아문 ; 것 봐! 내가 외식하지 말자고 했지.
세도 ; 아문아, 아빠는 적정한 가격에 대해서 얘길하고 있는거야.
이게 말이다, 현지에선 싸구려 와인인데 이리 건너오면서....
부길 ; (히스테리칼) 그만! 당신 자꾸 이럼 나 애들 데리고 일어날꺼야.
세도 ; 일어날꺼면 요리 나오기 전에 지금 일어나던지.
아문 ; (포크 땅 내려놓으며) 나 소리 지른다.
부길 ; 그만! 우리도 남들처럼 한번 조용히, 평범하게 한 시간만 있어보자. 오케이?
일동 침묵..................
세도 ; . . . . .(나즈막히) 밥 먹자!
부길, 세도, 아문 조용히 샐러드로 집중.
소란 ; . . . .(말없이 뭔가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다)
아문 ; 언니!
소란 ; . . . .
아문 ; 이소란!
소란 ; ....(화들짝 깨어나며) 응?
부길 ; 넌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니?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하구.
세도 ; 선에 나온 놈들이 다 시원찮았어?
소란 ; 아빠! 엄마! 저 오늘 중대한 결심을 했어요.
세도. 부길 ; 뭔데?
소란 ; 한국이 너무 좁아요.
세도 ; 그래도 땅 값은 쎄다.
소란 ; 제가 있기에 한국이 너무 좁다구요. 저 나갈래요.
부길 ; 유학을 가겠다 그거니?
소란 ; 바로 그거죠.
아문 ; 니가 무슨 공부야? 여기서도 대학갈 때 부정입학으로 갔으면서.
소란 ; 그래서 이제부터 새롭게 살아보고 싶은거야.
아문 ; 새 얼굴, 새 인생.
소란 ; 아빠, 허락해 주세요. 큰물에서 놀아보고 싶어요. 우리집도 이제 신흥명문 아닌가요?
외국에서 공부도 하고 신나게 놀다가, 세계적으로 으뜸가는 남자를 제가 꼭 잡아올께요.
S#8. 동네 사우나 / 아침
수증기 가득한 여탕. 사람 아무도 없다.
수건을 머리에 쓰고 탕 속에 앉아있는 메리, 음정 연습중.
도레미파솔파미레도를 반음씩 높여서 부르는.
메리 ;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반음올려) 아아아아아아아....
수건 두르고 사우나 부스에서 나오는 변강미.
S라인의 터질 듯한 곡선미 뽐내며 흔들흔들 걸어온다.
강미 ;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
메리 ; 어? 변강미 사장님 안녕하세요.
강미 ; 아침 댓바람부터 뭐하는 짓이야? 술이 덜 깼어?
메리 ; 연습하는 거예요. 사우나는 습기가 많아서 목 푸는 데 딱이거든요.
강미 ; 요새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들 돈도 꽤 번다던데. 얼른 떠서 외상값도 좀 갚고 그래봐.
메리 ; (노래 연습) 라라라라라라라.....
강미 ; 황메리양 외상값 2만 7천원.
메리 ; 라라라라라라라......
S#9. 오피스텔 / 낮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대구.
뒤에선 사장, 팔짱끼고 감시하고 있다.
사장 ; 안 쓰고 뭐하냐.....
대구 ; . . . (심드렁). . .누가 안 쓴대? 선수금 5백 만 땡겨주면 쓴다구요.
사장 ; (무시하고) 어디까지 썼냐하면.... 산에서 신비의 약초를 발견해 3백 날 3백 밤 동안 천 명의 여자들과....
대구 ; (견딜 수 없다는듯) 추잡해 추잡해.
사장 ; 오늘 열 페이지만 쓰면 내가 삼겹살 쏜다.
대구 ; 그 깟 삼겹살에 작가정신을 팔 순 없습니다.
사장 ; 국산 한우 꽃등심이면 팔고도 남을 놈이 고기 차별하기는.....
대구 ; 낮에는 수퍼 배달, 밤에는 작품세계에 몰두.... 이게 내 소박한 꿈이었건만....
메린지 쫑인지 그 이상한 여자 때문에.... (성질 버럭) 으이그!
S#10. 황제 수퍼 / 낮
메리, 아령 들었다 놨다 팔 운동하고 있다. 호흡과 같이 정성껏 하는 근력 운동.
교복 입은 여학생 하나, 거침없이 휙 들어와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꺼내 꼴딱꼴딱 마신다.
메리, 그 뒷모습을 보며
메리 ; 위와 장에 좋은 요구르트, 800원입니다.
다 마시자 빈 병, 아무데나 휙 던진다.
메리 ; (저것 봐라.... 싶은 표정)
빵, 과자, 소세지.... 닥치는 대로 이 것 저 것 잡아 가방에 쳐 넣는 여고생,
메리 다가가 어깨를 탁 잡으며
메리 ; 얘!
귀찮다는 듯 째려보는 눈빛으로 휙 돌아보는 학생, 까칠한 카리스마 최비단이다.
메리 ; (흠칫 놀라) 너는.....
비단 ; . . . 그 때 그 아줌마 아냐.
메리 ; 너 지금 무슨 짓이야. 돈은 있는 거야?
비단 ; 아줌만 뭐야.
메리 ; 나 오늘부터 여기 직원이셔.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아르바이트 해주셔.
비단 ; 울 아빠 돈 거 아냐?
메리 ; 아빠?
비단 ; 이 수퍼 최황재 사장님이 우리 부친되셔.
메리 ; (교복에 붙은 이름표를 본다) 최비단...? 니가 그럼 사장님의 고명딸?
비단 ; 아무리 인건비가 싸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아줌마를 쓰냐.
(맥주 캔 하나를 들고 나가며) 당장 짜르라고 할꺼야.
S#11. 황제 수퍼 앞 / 낮
맥주 캔 들고 나오는 비단.
메리 따라 나가 비단의 뒷목덜미를 잡아챈다.
메리 ; 당장 그거 못 놔! 그리고 너, 지금이 몇 신데 학교를 안가니.
비단 ; 남이사!
메리 ; 엄마 어디 계셔? 엄마 찾아서 당장 일러 바칠꺼야.
비단 ; 집 나간 지 3년 된 엄마를 당신이 찾는다고? 찾아봐! 돈 주께.
메리 ; ......
비단 ; 내일부턴 나오지 마. 아줌마 맘에 안 들어.
메리 ; (엄하게) 혼나기 싫음 맥주 이리 내. 나 이래뵈도 무서운 사람이야.
지난 번 메리를 튀겼던 남학생 양아치들 우르르 수퍼로 한발 한발 걸어온다. 쌍절곤을 들었다.
메리, 겁나 비단에게서 떨어지며
메리 ; (비굴하게 웃으며) 오늘은 개교기념일 인가봐... 다들 학교를 안 갔구나아....
비단 ; (째리는)......
메리 ; 최비단! 그건 이리 주고 우유를 먹으면 어떻겠니.
비단 ; 누굴 지금 소새끼로 아나. 그냥 콱!
메리 ; (성질 욱하고) 이게 어른한테..... 맥주 이래 못내.
체격 좋고 사나워 보이는 남학생 둘 다가온다. 하나는 쌍절봉을 휘두르며 위협적으로.
메리의 다리, 주춤하며 한발 물러서는데 반짝 들어 올려지는 두 발.
남학생이 메리의 턱을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
메리, 대롱대롱.....
메리 ; (턱을 잡혀 말하기 힘든)..... 그럼 안주는 잘 챙겨 먹어야 된다....
키득거리는 학생들. 메리를 탁 내려놓는 남학생.
메리, 캑캑 기침한다.
비단과 학생들 킥킥거리며 걸어가는데 메리, 자존심 상한다.
메리 ; ........
멀어지고 있는 비단의 손에 들린 맥주캔을 본다.
메리, 맥주캔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가만히 숨을 고르며 침묵 속에 있다가 불사조처럼 달려나간다.
후다닥 달려가 비단의 손에 든 맥주를 챈다.
비단의 머리통을 한 대 갈기고 잽싸게 달아난다.
비단 ; . . . . 야!
S#12. 학교 담 골목 / 낮
메리, 맥주 캔 들고 뛰고 있다.
뒤엔 비단과 양아치들 우르르 달려 온다.
메리, 막다른 골목으로 꺾는다.
학교 뒷담 골목, 양아치들 달려온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메리 보이지 않는다.
양아치 ; 어? 저기!
우르르 한 쪽으로 달려가고.
잠시 후, 학교 담장 위에 올라가 엎드려 붙어있는 메리, 천천히 일어나 앉는다.
담에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 움직이는데 고양이 하나 나란히 담 위에서 메리를 쳐다보고 있다.
메리 ; . . . .(고양이를 물끄러미 보며) 너도 먹고 살기 힘들지....
담장 안 학교에선 수업 시작을 알리는 명쾌한 종소리 딩동 댕동 울려 퍼진다.
S#13. 학교 교실 / 낮
교탁엔 밝은 웃음의 선도진, 서 있다.
칠판에 선도진이라 반듯하게 써 있는 글씨.
도진 ; 유학을 떠나신 김민국 선생님 후임으로 오늘부터 새롭게 3학년 3반의 담임을 맡게 된 선도진입니다.
교내 영어연극반도 맡게 됐습니다. 영어공부와 연극을 한꺼번에 해보고 싶은 사람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학생들 ; . . . .(경직된 분위기)
도진 ; 자, 다 같이 환영의 박수 세 번 시작!
학생들 ; ...... (썰렁.... )
도진 ; 박수 세 번 시작!
학생들 ; (박수 짝, 짝, 짝)
도진 ; 좋습니다. 아.... 그런데 거기 빈자리는 뭔가.
열라2 ; 결석인데요.
도진 ; 누가 결석했는데?
열라1 ; 최비단이요.
도진 ; (출석부를 본다) 음....최비단.... 결석을 밥 먹듯이 하는군....
선생님의 첫 임무는 비단이를 선도하는일이 될 것 같구나.
S#14. 세도네 거실 / 낮
소란, 세도와 부길에게 큰 절을 한다.
옆엔 커다란 여행가방. 핑크 보라 빨강같은 요란한 색의 여행가방 5개 정도 서 있다.
부길, 약간 훌쩍 눈물을 찍어낸다.
세도 ; 거참.... 큰 물에 놀러가는 애 앞에 두고 눈물은 왜 짜.
부길 ; 그래도 한 달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까...
소란 ; 썸머스쿨 시작하면 바로 놀러오세요.
부길 ; 현지에서 도와줄 사람들이랑은 다 연락된거지?
세도 ; (버럭) 아 날 못 믿어? 몇 번을 물어봐?
부길 ; 깜짝이야....
세도 ; 내가 누구야. 내가 지시했다하면 한국이고 미국이고 다 통하는 거지.
모든 게 다 세팅돼 있다구. 공항에 차 대기해있지, 맨하탄에 아파트 얻어놨지, 가정부 있지,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요.
부길 ; 그걸 꼭 그렇게 화를 내면서 얘기해야 돼요? 누군 화를 못 내서 안 내나.
소란 ; 저 비행기 시간 늦겠어요.
부길 ; 그래 그래. 일어나자.
소란 ; 가슴이 설레요! 저의 화려한 새 인생을 기대해 주세요.
S#15. 비행기 안
솜사탕 같은 음악 흐르고.... 날고 있는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에 앉아있는 소란. 샴페인 잔 들고 꿈에 잠겨 있다.
희망과 기대감으로 가득찬 표정, 행복한 미소.....
기내석 모니터에선 흑백영화 ‘카사블랑카’ 흐른다.
소란 ;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샴페인 원샷)
S#16. 미국 입국심사대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 입국 심사대에 앉아있다.
뚱뚱한 흑인 여자, 심사대에 앉아소란의 여권을 보고 있다.
흑인 여자, 여권과 소란을 왔다갔다 쳐다본다.
여자 ; What's your name?
소란 ; (자신있게) 아이 엠 트웬티 나인 이어즈 올드.
여자 ; No, No. What is your name?
소란 ; 아, 이름? 마이 네임 이즈 소란 리.
여자 ; . . . . Your face is different from this picture.
흑인 여자, 다른 직원을 불러 여권과 비자사진을 보며 소란을 이상하다는 듯 본다.
직원 몇 명이 더 가세해 수군수군, 무전으로 연락하고 테러용의자 사진과 명단을 확인한다.
소란, 뭔가 잘못 돼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소란 ; 저 맞아요. 위조 여권 아니예요. (짧은 영어로 설명하려 애쓰는) 음.... my face change beautiful...
' DENIED' 여권에 빨간 도장 꽝 찍히고 경찰이 양 쪽에서 소란의 팔을 잡아 데려간다.
소란 ; 오우, 노..... 노우!
S#17. 세도네 거실 / 아침
이른 아침. 빈 거실.
커다란 짐 가방 들고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얼굴로 들어오는 소란.
낑낑대며 가방을 끌고 오다 엎어지고 우당탕탕.....
밖의 소음에 부길, 잠에서 방금 깬 모습. 가운 걸치고 방에서 놀란 표정으로 나온다.
부길 ; 얘, 너 어떻게 된 거야.
소란 ; ............혼자 있고 싶어요.
소란, 2층으로 올라간다.
부길, 어리벙벙한.
S#18. 소란 방 / 아침
침대에 캐너피가 쳐진 공주방.
침대로 털썩 뛰어드는 소란.
소란 ; . . . . . .
소란, 엎어져 있다가 리모콘을 들어 오디오를 켠다. 경쾌한 음악이 나온다.
버튼 눌러 음악을 바꾼다. 바이올린곡 ‘몰도바' 나 ‘하차 투리안의 왈츠’ 같은 무거운 분위기의 곡 흐른다.
소란 ; . . . .(음악 들으며 감정잡고 있는)....
화려한 레이스 잠옷을 입은 아문, 뛰어 들어온다.
침대로 폴짝 뛰어올라
아문 ; 언니야! 빠꾸 맞은거야?
소란 ; . . . .인생이 내 맘대로 안 될 때가 다 있네.
아문 ; 언니야, 너.... 옛날에 추리닝맨 사귀다가 아빠한테 머리 깎였을 때도 똑같은 말 했었어.
소란 ; . . . . .인생을 알아가는거지, 내가.
S#19. 뮤지컬 연습실 / 낮
단원들, 연습 중. 춤추고 노래하고.... 얼굴에 땀이 가득하다.
허동파, 한껏 멋을 부린 채 손뼉 딱딱치며 박자를 센다. 기고만장한 연출가의 모습.
동파 ; 줄 맞추고, 박자 놓치지 말고.... 철수, 너 턱 들고! (하다가 맘에 안드는 듯 화를 팩 내는)그만 그만!
지금 그걸 춤이라고 하냐? 지금 그걸 연기라고 해?
단원들 ; (궁시렁 궁시렁)
동파 ; (오바해서 화를 내는) 내가 니들 때문에 늙는다, 늙어.
(소리 버럭) 어디서 이런 오사리 작살들을 데려온거야.
감독(E) ; 야, 그만!
동파 ; (돌아본다)
뒤에 연출자와 스탭들 주르륵 앉아있다.
감독 ; 너야말로 지금 그걸 연기라고 하냐?
동파 ; . . . .(주눅)....
감독 ; 대본에도 없는 대사는 왜 만들어 넣어?
동파 ; 제 열정이 뜨겁다보니까....
감독 ; 있는 대사나 제대로 해. 그거 몇 줄 된다고.
동파 ; 감독님, 죄송합니다. 연기에 몰입할 시간 30초만 주십시오.
감독 ; 허동파 없는 씬 부터 다시!
춤 연습, 다시 시작되고 동파, 한구석에 의기소침하게 앉아있다.
연습실로 메리, 고개 들이민다. 허동파와 눈이 마주친다.
동파, 얼른 어깨 펴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메리에게 손 흔든다.
S#20. 스타벅스 같은 / 낮
‘카푸치노 두 잔 나왔습니다’ 건네주는 점원.
커피 받아 들고 자리로 가면서 연신 잘난 척 떠드는 동파.
메리는 열심히 들어주며 따라가고.
동파 ; 우리 해외공연 일정도 잡혔대. 아... 나 너무 바빠... 다른데도 지금 출연해 달라고 난린데 죽겠다 아주.
메리 ; (멈춰서서) 야, 넌 설탕 안 넣어?
동파 ; (잘난 척) 몸매 관리 해야지. 난 무대에 서는 사람이잖아.
메리 ; (자기 커피에 설탕 넣으려다 관두고)
커피마시며 앉아 있는 두 사람.
메리 ; 조만간 큰 껀이 하나 온다면서. 오디션 정보는 내가 꽉 잡고 있어.
동파 ; 정보만 빠삭하면 뭘 하냐.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던 것두 1차에서 떨어지면서.
메리 ; 내가 약간 무대 울렁증이 있는 것 같아. 혼자 있을 땐 캡 잘해, 죽여!..... 그런데 오디션 볼 땐 영.....
동파 ; (선생님처럼 화내고 혼 내키는) 그게 무슨 소용이냐구, 글쎄!
뮤지컬이 혼자 방안에서 잘한다구 되는 일이야?
메리 ; 그러니깐.
동파 ; 나는 여기까지 오기 쉬웠는 줄 아니? 피나는 노력으로 이제서야 인정받고 있는 거 아니냐구, 나도.
메리 ; . . . .그런데 왜 맨날 코러스 아님 단역이야?
동파 ; 연출자랑 뜻이 안 맞아서 그래.
메리 ; 나는 이 울렁증을 어떻게 없애지...
동파 ; 무대에 자꾸 서는 연습을 해야지.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비결을 알려줘?
S#21. 학교 강당 / 낮
무대 위의 핀 조명. 메리, 마치 주인공처럼 서 있다.
뮤지컬 ‘42번가’의 한 장면처럼 지팡이를 짚고, 탭댄스를 흉내 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춤을 춘다.
'Newyork Newyor이 흐르고.... 마이크 들고 ‘빠빠라라라빠’ 노래도 부른다.
동파(E) ; 동네 구민회관, 학교 강당..... 무대가 보이면 무조건 뛰어 들어.
응, 니네 모교도 좋겠다. 너 방송반이었다며. 앰프켜는 것도 다 알꺼 아냐.
메리(E) ; 좋았어, 할 수 있어.
동파(E) ; 자꾸 무대에 서다보면 울렁증도 사라질꺼야. 용기를 내, 자신을 믿어! 너도 나처럼 될 수 있어!
메리, 열심히 춤추는 데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와 함께
‘선생님 여기예요... 미친 여자가 또 왔어요’ ‘조명도 자기가 켜고요, 마이크도 꺼냈어요’
... 사람들 달려오는 소리가 난다.
메리 ; (놀라) 흡! . . .
메리, 마이크를 던지고 도망간다.
허둥지둥 하다가 강당 한쪽에 세워놓은 뜀틀과 매트 사이로 숨는다.
잠시 후, 열라 1,2와 다른 아이들 우르르 뛰어오고 말끔한 양복을 입은 선도진이 들어선다.
강당, 조용하다.
메리, 매트 아래 숨어서 숨죽이고 있다.
도진 ; 소리가 난 거 분명해? 아무도 없는데.
열라1 ; 보세요. 조명이 켜져 있잖아요.
열라2 ; (지팡이 집어들며) 교감선생님 지팡이도 훔쳐 왔나봐요.
도진 ; 흠. . . . .
열라1 ; 선생님 귀신 아닐까요?
학생들 ; (아으으으.... 무서워......)
도진 ; 수업 시작 3분 남았다. 어서들 교실로 돌아가라. 여긴 선생님이 좀더 살펴보고 갈게.
학생들 ; (싫어요오.... 저희도 있을께요....)
도진 ; 안된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늦어선 안 돼. 어서 교실로 돌아가.
학생들, 웅성웅성하며 돌아간다.
메리, 안도의 한숨.
선도진, 샤프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살피며 발걸음을 뚜벅뚜벅뚜벅... 옮기고 있다.
메리가 숨어있는 옆을 지나간다.
메리, 코 실룩실룩... 재채기가 나려고 한다.
선도진,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메리 ; 에에에에.............에취!
도진 ; (걷다가 놀라 스텝이 꼬인다. 휙 돌아보며) 거기 누구야!
메리, 매트에서 나와 출구 쪽으로 뛴다.
도진 ; 멈추십시오!
농구 골대까지 있는 강당, 꽤 넓고 크다.
메리는 뛰어가고 선도진은 따라간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 딩동 댕동 울리기 시작한다.
메리, 뛰다가 운동화 한 짝이 벗겨진다. 신데렐라가 사라질 때 처럼.
종소리는 계속 울리고.
도진 ; 거기 서십시오! 이봐요, 거기 서시란 말입니다!
메리, 한 쪽 발 맨발인 채 그대로 도망간다.
종소리와 함께 사라진 메리, 남겨진 낡은 운동화 한 짝. 나달나달하다.
선도진, 운동화를 집어 든다.
도진 ; 흠. . . .발 사이즈가.... 245? 240? 낡아서 다 지워졌네. 불우한 사람이군. 도움이 필요하겠어.
S#22. 학교 앞 문방구 / 낮
한 쪽 발 맨발로 뛰어오는 메리, 문방구로 들어간다.
잠시 후, 흰색 실내화를 신고 나온다. 뛰어간다.
S#23. 학교 일각 / 낮
도진, 운동화 들고 걸어가다가 문득
도진 ; 우리 강당의 조명과 마이크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면...... 혹시 시설 관리부....?
학교 화단 옆. 시설관리부 여직원들, 줄 서 있다.
한 사람씩 낡은 운동화에 발을 넣어보고 있다.
다들, 짜증나는 표정으로 더러운 운동화에 발을 넣기 싫어하는.
도진 ; 됐습니다. 됐습니다. 여긴 주인이 없는 것 같군요. 귀한 시간 뺏어 죄송했습니다.
(운동화 집어 들며) 앞으로 강당 출입통제에 신경을 좀 써주십시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깍듯이 인사하고 걸어가는 도진.
S#24. 고급 부띠끄 / 낮
실내화 신은 메리, 들어선다.
우아한 손님들 옆에서 시중을 들던 은자, 메리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은자 ; 여기 올 땐 의상에 신경 좀 쓰고 오라니까.
메리 ; 나 5천원만 꿔줘.
은자 ; 돈 없어.
메리 ; (급한) 내 신발 좀 보구 말해.
은자 ; (실내화를 본다)....돌아버리겠네... 너 나가!
메리 ; 신발 잃어버려서 문방구에 핸드폰 맡기고 신었단 말야.
은자 ; 지겨워 정말....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 한 장 꺼내며) 넌 언제부터 빈티가 났니?
메리 ; 다섯 살 때부터.
은자 ; (백원짜리도 보탠다, 하나 두개 꺼내며) 역시 조기발견이 중요해.
메리 ; 다섯 살 때 동네 놀이터에서, 나만 혼자 빤스 바람으로 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었어.
은자 ; 쯔쯔쯔.....
메리 ;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보다 후줄근하게 입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나마 미모로 버티는거지.
은자 ; 미모같은 소리하고 있네. (잔돈과 섞인 5천원 주며) 자, 이자 쳐서 6천원으로 갚아.
메리 ; 싫어.
은자 ; (돈 뺏으려) 그럼 내 놔!
메리와 은자의 몸싸움, 매우 원초적이며 유치하나 진지하다.
메리 ; (돈 꼭 쥐고 몸싸움) 준 걸 다시 뺏냐, 이년아.
은자 ; 넌 날 호구로 아냐? 내 놔, 이 백수야.
메리 ; (돈 안 뺏기려 꼭 쥐고 쪼그리고 앉아) 내가 찾아놨어! 멋진 남자들 많이 오는 동호회.
은자 ; (밝아지며) 진짜?
메리 ; (잡힌 손 빼며) 그러니까 이 돈 그냥 줘.
은자 ; 어떤 동호횐데?
메리 ; 나중에 알려줄게. (뛰어나간다)
S#25. 동네 거리 / 낮
반짝이는 세도의 승용차, 미끄러지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꽁치가 운전하고 세도는 뒷좌석 깊숙이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다.
세도 ; 이 쪽 뉴타운 얘기 나오던 건 어떻게 돼가고 있냐.
꽁치 ; 별 진전 없던데요.
세도 ; 이 쪽을 좀 더 사놓아도 괜찮을꺼야.
꽁치 ; 회장님만큼 땅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옛날에 어떻게 여길 점찍어두셨는지 정말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
세도 ; (실은 리키 박의 땅문서를 훔친 것....불편하다) 흠..... 늦겠다 어서 가자.
꽁치 ; 예, 회장님.
꽁치, 속도를 낸다.
세도, 밖을 무심코 보는데 한 사내가 스쳐간다.
세도 ; !!
세도, 돌아본다. 멀어지는 사내의 뒷 모습.
세도, 굳은 표정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초 여름 햇살을 받으며 풍운처사, 기분 좋게 걸어간다.
S#26. 장작구이 통닭집 / 낮
변강미, 도끼로 장작을 패고 있다.
풍운, 걸어오다 강미를 본다. 장작패는 육감적인 모습.
풍운 ; 마치 한 여름을 쪼개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강미 ; . . . . .?
풍운 ; 낮에도 영업합니까?
닭다리 들고 생맥주 마시는 풍운.
옆에선 장작 정리하는 강미.
풍운 ; 맛있네요. 정말 맛있습니다.
강미 ; 장작으로 쓸 나무도 엄선하구요, 생맥주 보관 온도도 무섭게 체크하고 있거든요.
풍운 ; 그래서 그런가.... 재물이 따라올 관상이십니다.
강미 ; 하하하.... 이 동네에서 아마 제가 가장 연봉이 쎌껄요.
풍운 ; 맛있는 통닭을 자주 먹으려면 이 동네에 터를 잡는 게 마땅하겠는데.....
전세나 월세로 들어가기 좋은 집 있음 추천 바랍니다.
강미 ; 아... 이 동네로 이사오시려구요? 깔끔한 오피스텔이나 다세대도 많죠. 제가 알아봐 드릴께요.
풍운 ; 이 통닭만큼이나 따뜻하고 친절한 분이시군요.
S#27. 삼룡 빌딩 인서트 / 밤
외관 조명이 멋진 삼룡 빌딩.
맨 꼭대기층 한 곳에 불이 켜져 있다.
S#28. 이세도 서재 / 밤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세도.
세도 ; . . . . . .
노크소리 나고 나이트 가운 입은 부길, 인삼차를 들고 온다.
부길 ; 일할 게 많아요?
세도 ; 아녜요. 소란이는 아직도 자나?
부길 ; 스물 네 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탔는데 그럼 피곤하겠죠.
세도 ; 거참... 어떻게 여권이랑 사진이 다르다고 공항에서 바로 돌려보내나.
부길 ; 내가 봐도 딴 사람이던데 뭘....
세도 ; 잘됐어. 얼른 좋은 신랑 만나서 결혼하는 게 더 좋지.
부길 ; 내일도 선 세 개 잡아놨어요.
세도 ; 잘했어요.
부길 ; 안 자요?
세도 ; 금방 갈꺼야. 먼저 자요.
부길 ; (나가며) 안 잘래요.
부길 나가고 세도, 가만히 앉아있다가 일어나 벽의 한 쪽을 민다.
문이 열리며 비밀통로가 나타난다. 그리 들어가는 세도.
S#29. 세도의 비밀공간 / 밤
비밀통로로 내려오는 세도. 작고 조촐한 공간.
세도, 캐비넷을 열어본다.
풍운과 찍은 젊은 날의 흑백사진,
엘비스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 풍운과 삐에로 옷을 입고 다정히 어깨동무하며 찍은 사진.
캐비넷엔 낡은 삐에로 구두(발 사이즈를 길게 한), 색 바랜 삐에로 옷이 걸려있다.
세도 ; . . . . . .
꿈속의 단편적 기억들처럼 강렬하고 짧게 플래쉬 백, 스쳐간다.
플래쉬 백---- 사람들 모여드는 천막극장, 삐에로 복을 입고 무대에서 뛰어다니는 젊은날의 세도.
사람들의 함성, 줄을 타고 공중을 도는 리키 박.
백열등 빛 뽀사시한 분장실에서 미소 짓는 리키박.
리키 박 ; .....세도야, 이제 우린 부자가 될 수 있어. 난 널 친형제보다 더 믿는다. 우리 끝까지 함께 가자.....
천막극장, 줄이 끊어지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리키 박.
불길에 휩싸이는 천막극장.
세도 ; . . . . .(무서운 눈빛). . . 넌 그때 죽었어..... 살아 있을 리 없어.
(버럭) 잘못 본거야. 내가 잘못 본거라구!
두려움에 더 독기가 도는 세도
F.O
S#30. 공 원 / 아침
아침 운동중인 메리. 실내화 신고 씩씩하게 뛰고 있다.
뛰다가 서서 허리도 비틀고 심호흡도 하고..... 잘난 척 하는 동파의 모습, 플래쉬 백.
동파 ; 무대에서 두 시간을 노래하고 춤 출려면 우선 체력을 만들어 놔야 해.
날 봐라. 이 알통.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 결코 쉽지 않았다....
메리, 다리도 번쩍들어 차고. 제자리 뛰기 펄쩍펄쩍.....
메리, 또 다시 뛰어가는데 저만치서 아령들고 뛰어오는 대구를 본다.
메리 ; 아침부터 뭐야 재수없게....
대구 ; (메리를 못 본 채 뛰고 다리를 차고 날아차기 하다가 엎어진다)....
메리 ; 쯔쯔.... 마주치면 피곤해....
메리, 오던 길로 다시 뾰로롱 달아난다.
대구, 일어나 흙을 털다가 툭 튀어나온 무릎을 본다.
대구 ; 아...진짜.... 무르팍 안 나오는 추리닝 좀 누가 발명 못하나.
S#31. 오피스텔 / 아침
넥타이 매며 식탁으로 와 앉는 도진.
앞치마 두르고 국 냄비를 식탁에 놓는 대구.
대구 ; 콩나물 국 끓였다, 형.
도진 ; 그래, 먹자. (국 떠먹으며) 아...시원하다.... 이따 저녁 때 명함 맡긴 것 좀 찾아다 줘.
오늘 밤에 할 일이 있다.
대구 ; 심부름 값 얼마줄래.
도진 ; 나 너한테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걸로 모자르냐.
대구 ; 모자라.
도진 ; 사랑하는 후배 대구야.
대구 ; 네, 형님. (건성으로 듣고 있다. 국 떠먹으며) 흣, 뜨거.
도진 ; 넌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래?
대구 ; (밥 잔뜩 떠먹으며) 잘!
도진 ; 어떻게 잘? 지금 도전하는 건 희망이 있긴 한거야? 책도 아는 선배가 내준 거구,
재능을 인정받은 건 중학교 때 도내 백일장 1등이 다였잖아.
대구 ; 그 땐 죽였지... 여학생들이 막 편지도 보내고....
도진 ; 취직해. 스물 아홉이면 아직 안 늦었어.
대구 ; 사람마다 다 똑같진 않아. 나 지금 행복해.
도진 ; 나한테 빈대 붙어 사는 게 행복해? 무명 소설가로 돈 없이 사는 것도 행복해?
대구 ; 응.
도진 ; 넌 진정 쎈 놈이다.
대구 ; 형한테 여자가 생기거나, 형이 나가라고 하면 나갈게.
S#32. 수 퍼 / 아침
황제, 수퍼 한 쪽에 걸린 거울 보며 서 있다.
씨익 웃으며 뇌쇄적인 미소 짓는 황제. 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황제 ; 치약 차차차, 빨래 비누 차차차....
메리, 면장갑 끼고 사이다 상자를 갖고 들어온다.
황제 ; (스텝)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수고했어요, 메리양.
메리 ; 사장님...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런데요.... 사장님 고명딸 최비단이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리더라구요.
황제 ; (포즈로 탁 서며 스텝을 멈춘다) 불쌍한 녀석.....
메리 ; . . . . .
황제 ; 3년 전에 비단이 엄마가 춤바람 나서 가출하고... 그 후로 난 마누라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됐지.
메리 ; 그래서 사장님도 역시 춤바람....
황제 ; 어쩔 수 없었지. 비단이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의 캬바레를 뒤지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 그만 리듬감이 날 덮쳤어.
메리 ; 사장님이라도 정신 차리셔야죠. 비단이 저대로 놔두면 안될것 같아요.
황제 ; 비단 엄마를 찾으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꺼야.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메리양.
비단이 좀 잘 챙겨줘요. (겉옷을 챙기는)
메리 ; 또 나가시게요?
황제 ; 비단 엄마 찾으려면 부지런히 다녀야 해.
메리 ; 대낮에도 캬바레를 열어요?
황제 ; 50퍼센트 주간할인 되는 데가 있어요. 알뜰했던 사람이라 그런 델 노릴꺼야. (나간다)
메리 ; . . . . . .
S#33. 호텔 커피숍 / 낮
소란, 심드렁하게 앉아있다.
앞 자리의 남자 오버랩으로 바뀌고, 바뀌고, 바뀌고.....
소란 자리의 쥬스도 오렌지에서 토마토로 키위로 바뀐다.
소란 ; . . . . .(하품). . . .
S#34. 부띠끄 / 낮
은자, 통화중이다.
(메리는 수퍼 앞에서 사다리에 올라앉아 입간판 닦으며)
은자 ; 야, 괜찮은 남자 많이 오는 동호회 찾아놨다며? 카페 주소 알려줘봐. 가입 신청 하게.
메리 ; (당황) 응... 지금 내가 직장이라..... 이따 퇴근하고 알려줄게.
은자 ; 그래도 몇 개 기억나는 이름은 있을 꺼 아냐.
메리 ; (지어내는) 응.... 하버드 예일 졸업생 모임...그리고 음.... 연봉 3억이상 치과의사 어머님 모임.....
은자 ; 야! 자격조건을 어느 정도 속일 수 있는 델 골라야지.
메리 ; 이것 말고도 많아. 이따 밤에 알려줄게.
은자, 군시렁대며 전화 끊는데 소란 들어온다.
은자 ; 어서오세요. 소란씨.
소란 ; 은자씨 용한 점집 많이 알죠?
S#35. 점집 / 낮
소란과 은자, 턱을 들고 고개가 아프게 위를 쳐다보고 있다.
벽엔 ‘하늘이 내린 새 점 도사’ ‘자연과 소통하며 천기를 읽는 새점 도사’ 등등의 광고문구 붙어있고.
소란과 은자의 시선이 닿는 곳, 커다란 새장 천장에 달려있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가부좌 틀고 앉아있다.
40대로 보이는 남자, 신라 화랑들처럼 깃털을 머리에 멋지게 꽂았다.
눈을 감고 새가 머리를 갸우뚱 갸우뚱 하듯 자잘자잘 움직인다.
소란 ; 원래 새 점은 새가 치는 거 아니예요?
은자 ; 전생에 옥황상제 옆을 지키던 봉황새였대요. 우리 샵에 오는 손님들이 다들 용하다고 난리예요.
소란 ; 도사님! 제가 유학도 못 가게 되고... 그래서 이제 그냥 결혼이나 할까 하는데요....
결혼할 남자는 언제쯤 나올까요.
도사 ; (새장 안에서) 아버지 함자가 어찌 되는고.
소란 ; 제 결혼에 왜 아버지 이름이 필요해요?
은자 ; 가족 내력까지 훑어야 앞날이 정확히 나온대요.
소란 ; 이자, 세자, 도자 쓰십니다.
도사 ; 흠..... 이세도라..... 이세도..... 엄청 드센 기운이 느껴진다. 아.... 아...
도사, 몸부림 치듯 새장 안에서 출렁출렁하는데 천장에서 새장이 툭 끊어지며 떨어진다. 새털 훅 날리고.
소란과 은자, 놀라 벌떡 일어난다.
소란 ; 용한 집 맞아요?
은자 ; 뭐야.... 완전 새 되셨네....
S#36. 공 원 / 낮
실내화 신은 메리, 발성연습 하고 있다.
메리 ; 아. . . .아. . .오. . . . 오....
대구,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대구 ; 아으, 시끄러!
메리 ; 흣 깜짝이야.
대구 ; 수퍼는 어쩌구 여기 나와서 돼지 목을 땁니까.
메리 ; 근무시간 끝났어요. 그러는 댁은 왜 맨날 거기 디비져 있어요?
대구 ; 뭐 하나 물어봅시다. 도대체 왜 여기서 혼자 노래하는거예요?
지난번 남자한테 차이던 날은 왜 수상소감 같은 걸 지껄이고?
메리 ; 알 꺼 없쟎아요.
대구 ; 혹시 개그맨 지망생이쇼?
메리 ; . . . .아닌데요.
대구 ; 설마 배우 지망생은 아니시겠지.
메리 ; 맞다면?
대구 ; 많이 아프시군요.
메리 ; 그러는 댁은?
대구 ; 난 작가요.
메리 ; (픽 웃는다) 댁도 현대의학으론 힘들어.
대구 ; 진짜예요. 소설책도 냈다니까.
메리 ; 책 제목이 뭔데요?
대구 ; 풍운도사의 백팔번뇌 1권, 그리고 2권.
메리 ; 가요! 나 연습하게.
대구 ; 이봐요! 난 진지하게 내 작품에 대해서 얘기했구만.
메리 ; 아.....아.... 아..... 아.....
대구 ; 아으 시끄러.... 당신 이거 경범죄에 해당하는 거 알아요?
메리 ; 라라라라라.....
대구 ; 신고할꺼야! (전화기 들어) 봐요! 나 112 누를 꺼니까. (버튼 꾹꾹 누르는데)
메리의 실내화 한 짝, 날아와 전화를 친다.
전화, 툭 떨어진다.
대구 ; 저 여자가 진짜.... (하다가 실내화 본다) 어떻게 성인이 이런걸 신고 외출을 할 수 있지? 갑자기 오싹하네.
메리 ; 운동화를 잃어버려서 그렇수. (한 짝을 마저 벗어든다)
대구 ; 집에 가서 신고할꺼야. (후다닥 가고)
S#37. 메리네 부엌 / 밤
식사중인 도철 성자 메리.
김치, 된장국, 콩나물무침, 시금치, 멸치조림.....
메리 ; . . . . .(시큰둥)
성자 ; 안 먹냐?
메리 ; 체력이 딸려요. 고기 먹고 싶어요.
성자 ; 첫 월급 타오면 갈비 해주마.
도철 ; 그래 회사생활은 적응이 됐니?
메리 ; 회사요?
도철 ; H그룹에 취직했다며.
메리 ; 아. . .그게요....
도철 ; 우리 동사무소 직원들한테 다 자랑했다.
메리 ; . . . . .
도철 ; 구청 소식지 편집장이 너한테 취업성공기도 하나 부탁하겠대.
성자 ; 회사 이름 찍힌 추리닝 한 벌 얻어와. 그거 입고 시장 좀 가게.
나도 난생처음으로 딸 자랑이란 걸 해보고 싶다.
메리 ; ........ (젓가락을 놓고 일어선다)
성자 ; 왜? 더 안 먹구.
메리 ; 힘드네요.
도철 ; 그래 그래. 가서 쉬어. 직장생활이 힘들지.
S#38. 메리 방 / 밤
메리 앉아있는 뒷모습. 방바닥에 앉아 뭔가 열심인 표정.
카메라 내려오면 화투로 열심히 패를 떼보고 있는 메리.
메리 ; . . . . .좋은 일은 없네... 없어.........
S#39. 클럽 / 밤
물 좋은 클럽. 모델 같은 남녀들로 가득하다.
소란과 은자, 들어선다.
미니스커트 입은 소란의 늘씬한 각선미, 시선이 모아진다.
소란, 자신감 있게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들어온다.
은자 ; 우와... 여긴 다들 모델만 있는 것 같아요.
소란 ; 요즘 최고로 물 좋은 클럽이예요.
은자 ; 어! 저 사람..... 미니시리즈에 나오는 그 신인 배운데.... 와 여기 정말 짱이예요. 연예인도 많이 오나봐....
소란 ; (바에 앉아) 마티니 둘!
은자 ; 우리 나가서 춤춰요.
소란 ; 일단 술 마셔요. 오자마자 춤부터 추면.... 없어 보여요.
올리브 띄워진 마티니 두 잔.
소란,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며 은자와 건배를 하고
은자 ; 다음엔 정말 용한 점집 알려드릴께요. 오늘은 죄송해요.
소란 ; 자 원샷!
두 사람, 쫙 마신다.
소란 ; (바텐더에) 블랙 러시안 두 잔이요!
말끔하게 생긴 남자 1, 2 소란과 은자를 쳐다보며 잔을 들어 올리며 눈 인사를 건넨다.
소란 ; 은자씨 있쟎아요....
은자 ; (귀 기울이면)
소란 ; 이쁜 건 너무 피곤해요. 남자들이 가만 두질 않아.
은자 ; 저도 너무 잘 알아요. 저도 나름 매력적이잖아요. 보는 남자들마다 나한테 꽂히더라구요.
피곤한 거 제가 왜 모르겠어요.
선도진, 들어선다. 이리저리 둘러본다.
은자 ; 어머! 저 남자가 날 쳐다보는 것 같아요. 어머, 난 몰라...
선도진, 소란과 은자에게 다가온다.
은자 ; 어머... 이리로 와요.... 어머.... 난 몰라...
소란 ; (올 것이 온다는 듯 도도하게 목 꼿꼿이 세우고 앉아있는데)
도진, 소란 은자를 지나쳐 앳되고 섹시한 차림의 여자에게 다가간다.
뭐라 열심히 작업을 거는 모습, 잠시 후 여자 둘의 손을 잡고 나간다.
은자 ; . . . . .
소란 ; . . . .(민망.... 술잔을 비운다)
클럽 밖.
선도진, 화장이 진한 두 여자를 꾸짖고 있다.
도진 ; 고등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이런 덴 왜 놀러와. 미성년인 거 대번에 티 난다.
여학생 ; 진짜 선생님 맞아요?
도진 ; 그래 이녀석아. 청소년을 바른 길로 선도 중인, 남산 중학교 영어 담당 선도진 선생이다.
S#40. 유흥거리 / 밤
신촌이나 신천역, 또는 강남역 부근 같은.
명함 케이스 들고 두리번거리며 다니는 대구.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대구 ; (짜증)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어, 형! 나 왔어.
거리 일각. 대구, 기다리고 서 있다.
지나가는 여자들보며 흐뭇한 미소, 위아래로 훑어보고 다리와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도진, 달려온다.
도진 ; 좀 일찍 왔어야지. 벌써 한 군데 돌았다.
도진, 대구에게서 100장들이 명함케이스를 받는다.
그 중 20장 정도만 빼고 나머지는 다시 대구에게 준다.
도진 ; 나머진 책상에 갖다 놔. 심부름 해줘서 고맙다.
대구 ; (명함통 대충 주머니에 넣으며) 야... 여기 이쁜 애들 많네.... 물 좋은데! 어우, 쟤 다리 좀 봐. 죽인다.....
도진 ; (대구 머리통을 한 대치며) 야! 우동이나 한 그릇 사 먹고 들어가. (지갑에서 빳빳한 만원 2장 꺼내준다)
대구 ; 우와! 두 장씩이나?
도진 ; 들어가는 길에 세탁소에서 여름 양복 두 벌 크리닝 한 것 좀 찾아다 놔.
대구 ; (짜증) 남는 것도 없겠다.
S#41. 거리일각 포장마차 /밤
대구, 우동 먹고 있다.
대구 ; 아줌마, 사리 조금만 더 주세요. (그릇 들어 국물 후룩후룩)
소란과 은자, 들어선다.
은자 ; 우동은 제가 살께요. 아줌마 여기 우동 둘이요.
소란 ; 난 파 들어감 싫은데.
은자 ; 우동 하나는 파 넣지 말고 주세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아줌마! 화장실 어떻게 가요? 열쇠 가져가야 돼요? (한 쪽에 걸린 열쇠 들고 나간다)
소란, 혼자 앉아있는데 포장마차로 클럽에서 추파를 던지던 남자 둘 들어온다.
남자1 ; 너무 한 거 아냐. 도망가 버리고.
소란 ; . . . . .
남자2 ; 합석해도 되죠?
소란 ; 싫은데요.
남자1 ; 그런게 어딨어. 선수끼리. 아주머니, 여기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소란 ; 나 소주 못 마셔요.
대구 ; (먹다가 뒤돌아본다)
남자1 ; 그럼 여기말고 딴 데 가서 한잔 더해요.
소란 ; 좋지 않은 생각이세요.
남자2 ; 귀엽기는.... 나가자, 자기야!
소란 ; 싫다니까 왜 이래.
남자1 ; 가자! 가보면 재밌을꺼야. (손 잡아 끌고 나가는)
대구 ; . . . . . .(따라나갈까 하는데 우동이 남아있다, 우동을 마저 먹는데 집중)
포장마차 밖.
소란, 남자한테 손 붙잡혀 나온다.
소란 ; 야, 내가 이쁜 건 사실이지만 니네랑 놀아줘야할 이윤 없어.
남자1 ; 너 진짜 매력있다. 가자.
소란 ; 아 놔!
대구(E) ; 싫다잖아요. 그만하고 가쇼!
소란, 돌아본다.
추리닝을 입고 당당히 서 있는 대구의 모습, 광채가 난다.
남자1 ; 넌 뭐냐? 들어가서 설거지나 해.
대구 ; 이 자식들이.........
대구, 가서 소란을 끌고 가는 남자의 팔을 우왁스럽게 잡는다.
남자2 ; 악! 이게! (대구를 한 대 치는데)
대구, 한 대 맞고 바로 픽 나가 뻗는다.
소란 ; . . . .
남자들 킥킥거리며 소란의 손을 잡아 끄는데 대구, 벌떡 일어나 남자의 멱살을 잡고 한 대 치는데
남자2 샥 피한다.
남자2, 대구를 깔보며 강력한 훅을 날리는데 대구 날렵하게 피하며 강한 어퍼컷.
무릎 꺾이는 남자2의 등을 밟고 날아올라 남자1의 턱을 차 넘어뜨린다.
소란 ; . . . .(감동). . . .
대구 ; (손 탁탁 털며) 다친데 없죠?
소란 ; . . .네.... 감사합니다...
대구 ; 정말요?
소란 ; . . .네? . . .네 감사하죠.
대구 ; 그럼 제가 먹은 우동 계산해주고 가세요. (뛰어 간다)
소란 ; . . . .
은자, 나무판에 붙은 화장실 열쇠들고 촐랑촐랑 뛰어온다.
은자 ; 어머! 왜 나와 있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소란 ; (땅에 떨어진 명함통을 집어든다. 꺼내보면 남산중학교 선도진)
은자 ; 웬 명함이예요?
소란 ; (명함 꼭 쥐며 미소)
S#42. 오피스텔 / 아침
선도진, 방에서 가방 메고 나온다.
대구, 소파에서 자고 있다.
도진 ; 또 자냐. 나 출근한다.
대구 ; 다음에 또 선도 갈 일 있음 나 좀 꼭 데리고 가요. 나도 이쁜 여자들 구경 좀 해보자.
도진 ; 참, 너 이 근방에 혹시 미친 여자 다닌다는 소문 들었니?
대구 ; 응..... 왜요?
도진 ; 어제 왔었어, 우리 학교에. 가끔씩 학교에 와서 춤추고 노래 부르다 사라진대.
대구 ; 형도 봤어?
선도진, 테이블 아래 있던 봉투를 하나 던진다.
열어보면 낡은 운동화 한 짝 들어있다.
대구 ; 웬 걸레야?
도진 ; 그 여자가 벗어놓고 달아났어. 난 뒷모습만 봤지.
대구 ; 자기가 무슨 신데렐란 줄 아나... 신발은 왜 벗어던지고... (하다가 퍼뜩)
대구, 공원 벤치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발.
메리의 낡은 운동화가 떠오른다.
대구 ; 흣..... (갸우뚱). . .
S#43. 황제 수퍼 / 낮
메리, 물건 정리중이다. 뭔가 퍽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문 쪽을 보면 신문지에 뭔가 둘둘 말려있다.
메리, 다가가서 조심스레 펼쳐 본다. 잃어버린 낡은 운동화 한 짝, 들어있다.
메리 ; 흡! 이게 어떻게 된거지. (운동화 들고 밖으로 나가며) 누구야!
메리 나가고 텅빈 수퍼.
잠시 후 도진, 들어온다. 말끔한 모습의 도진.
도진 ;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계세요? . . . .여기가 최비단 학생 집이 맞습니까? . . .(정적). . . .아무도 없나?
도진, 명함을 꺼내 펜으로 적는다. ‘비단이 담임입니다. 연락주세요’.
명함, 카운터 책상에 놓고 나간다.
잠시 후 강미, 과일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와 책상에 털썩 놓는다.
강미 ; 나 간장 하나 가져갈께요. 돈은 이따와서 줄께.
강미, 비닐봉지 들고 나간다.
도진의 명함, 비닐봉지 밑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다.
S#44. 세도네 거실 / 낮
꽁치, 와서 브리핑하는.
부길과 소란, 듣고 있다.
꽁치 ; 명문대 영문과를 나와서 미국으로 유학, 역시 예일인지 코넬에서 영어교육학 석사를 따고
얼마 전 귀국했다고 합니다. 집안은 대대로 교육자 집안이구요.
소란 ; 어쩜.... 훌륭한 사람이네요. 아문이 내일부터 학교가죠? 제가 데리고 갈께요.
부길 ; 니가 웬일이니. 아문이 담임선생 프로필까지 알고 싶어하구....
소란 ; 뒤늦게 언니 노릇을 좀 하고 싶어서 그러죠.
S#45. 거 리 / 낮
막히는 도로.
한 운전자, 옆 차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옆차엔 소형 승용차의 은자. 뒤에 옷감을 잔뜩 실었다.
혼자 화가 난듯 막 떠들고 있는 광녀같은 모습........
차 안, 은자 핸즈 프리로 통화중이다.
은자 ; 너, 날 우습게 보면 클난다. 내가 누구야. 짜장면에 침 뱉어 먹는 여자야.
백군데 점집에서 받은 부적을 갖고 다니는 여자야. 그런데 니가 괜찮은 남자 많이 오는 동호회를 찾았다고
뻥치고, 내 돈도 안갚고.... 무사할 것 같으냐.
S#46. 메리네 마루 / 낮
메리, 궁시렁대며 인터넷으로 동호회 사이트 뒤적거리는.
메리 ; .....내가 드러워서 찾고야만다. 남자들 왕창 오는 모임, 내가 찾는다 찾어.
..... 상어부대 전우모임.... 이건 좀 그렇고..... 독귀골동.....?? 독신귀족 골프 동호회.... 놀구 있네.
메리, 또 뒤적이는 .... 상추에 고기 싸서 한가득 먹고 있는 사람들 사진 나온다.
생고기가 든 쟁반들고 엄지 세우고 있는 남자의 미소등등....
메리 ; 국경없는 동호회를 아십니까? 국경없이 허물없이 남녀노소 모두 모여
소량의 동호회비로 다량의 고기를 시식해 보는 범세계적인 동호회.... 고찾사! 고기를 찾는 사람들...
(환희로) 바로 이거야!
F.O
S#47. 고기집 / 밤
F.I
규모가 큰 고기집이다.
<<고찾사(고기를 찾는 사람들)5월 정기 모임: 항정살을 찾아서>> 라 붙어있는 안내문.
잔뜩 멋을 부린 은자와 추리닝을 입은 메리, 들어선다.
메리 ; 고찾사...... 이 쪽이다!
은자 ; 잠깐! 이게 뭐야. 국경없는 동호회라더니.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거랑은 질적으로 다른데.
메리 ; 그건 예명이구 본명은 고찾사야.
은자 ; 나 갈래. 이런 허접한 모임에 회비 3만원, 니 꺼 까지 6만원을 내고 들어갈 순 없어.
메리 ; 전문직들이 원래 맛있는 집 밝히는거 몰라? 변호사 의사 펀드매니져.... 다들 여기 가입해 있대.
내가 다 검색했어.
은자 ; 진짜지?
15명에서 20명 정도 모인 회원. 커다란 홀에 앉아있다.
은자 ; 다들 전문직 같아 보이진 않는데.....
말끔한 젊은 남자, 다가온다.
회장 ; 신입회원이십니까?
은자 ; (회장을 위 아래로 훑는다) 여기 멤버세요?
회장 ; 예, 제가 이 모임 시삽이자 압구정동 소 한 마리 갈비집 오너입니다.
은자 ; 어머! 정말요? 저 거기 잘 알아요. 재벌이시구나아.
회장 ; 두 분, 이 쪽 자리로 앉으시죠.
메리와 은자, 마주보고 앉는다.
메리의 옆 자리, 냅킨은 풀어져 있는데 사람이 없다. 화장실에라도 간 듯.
메리 ; 고기 언제부터 굽나요? 배고픈데....
대구, 하와이안 티셔츠 입고 위에 추리닝 걸친 채 걸어온다.
걸어오다 메리와 눈이 마주친다.
메리 ; 어? 뭐야....
대구 ; 당신도 고찾사 멤버였어?
메리 ; 그 티셔츠 내가 집에서만 입으랬지 재수 없다고.
대구 ; 당신이 입지 말란다고 안 입을 내가 아니지.
일동, 메리와 대구에게 시선 집중.
대구, 메리 옆에 나란히 앉는다.
은자 ; 이 남자 분 누구야? 너 나 모르게 동거하고 있니?
메리 ; 여긴 왜 왔어요?
대구 ; 나 여기 원년 멤버요.
메리 ; 정말 악연은 끝이 없네.
대구 ; 운동화는 찾으셨나봐. 신발장보니까 실내화는 없던데.
메리 ; 나한테 관심 좀 갖지마요.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대구 ; 당신이야말로 나 좀 따라다니지 마.
시삽, 일어나 기쁜 목소리로 외친다.
시삽 ; 여러분, 드디어 우리 모임에서 헤어졌던 옛 연인이 재회를 하는 감격적인 장면을 목격합니다. 박수!
일동 ; (박수)
시삽 ; 그리구보니 의상도 커플룩이시네요.
일동 ; (우우우 환호)
시삽 ; 두 분.... 이렇게 극적으로 해후 하셨는데 기념으로 키스하시죠.
일동 ; (우우우. . . .뽀뽀해! 뽀뽀해!)
시삽 ; 키스하시면 오늘의 회비 3만원을 두 분께는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대구 ; . . . . .
메리 ; . . . . .
일동 ; (뽀뽀해! 뽀뽀해!)
대구 ; 합시다.
메리 ; 미쳤어요?
대구 ; 당신이나 나나 3만원이면 큰 돈 아냐?
메리 ; 큰 돈이죠. 하지만 돈 때문에 여자의 자존심을 버릴 순 없어요.
대구 ; 누군 뭐 하고 싶어서 해?
메리 ; 그러니까 하지 말자구.
은자 ; 해! 3만원 내가 꿔준 거 아냐. 당장 해.
메리 ; 안돼. 3만원에 입술을 팔 순 없어.
대구 ; 허! 관둬요.
메리 ; 저희 그냥 돈 낼께요.
일동 ; (실망으로 에이......)
대구 ; 후회 안해요? 진짜 후회 안해? 3만원인데!
메리, 3만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모락모락 맛있게 김이 나는 포장마차 떡볶이 한 양푼과 순대 한 사발, 로션과 샴푸 세트,
예쁜 티셔츠와 반바지입고 빙글 도는 메리의 모습, 깨끗한 운동화 신고 팔짝팔짝 뛰는 메리의 모습.....
후줄근하고 대충 빗은 머리, 예쁜 파마와 드라이로 변신한 찰랑한 머리의 메리의 모습
(이 때 Before / After 자막과 함께)
메리 ; . . . . . (생각에 잠겨) 해야 혀.
대구 ; 뭐라구요?
메리 ; 하자구요.
메리, 후다닥 주방 쪽으로 나간다.
잠시 후, 랩을 입술부터 뒷목 부근까지 감고 나타나는 메리.
메리 ; (대구에게 다가오라는 손짓) 읍! 읍!
대구 ; 지금 장난하나.
시삽 ; 반칙입니다. 랩은 안돼요.
메리 ; . . . .
일동 ; (반칙! 반칙! 외친다)
메리 ; (랩을 푼다)
일동 ; 와.....(박수)
메리 ; 좋아, 까짓 꺼 하는거야.
대구 ; 준비됐죠 3만원.
메리 ; 준비됐어요 3만원.
대구, 메리를 벽에 밀어 기대 세운다. 터프하게.
사람들 우우우.... 기대감.
메리 ; (긴장해서 눈 뜨고 빤히 보는)
대구 ; 눈 좀 감을래요?
메리 ; . . . 역시 날 마음에 두고 있었어.
대구 ; 차마 두 눈 뜨고 못하겠어서 그래요. 나도 감을테니 댁도 감아요.
메리 ; . . . .
대구 ; (눈 감고 다가온다)
메리 ; (눈을 감는다)
모두들 주시, 긴장.....
은자, 두 손으로 물수건을 꼭 쥐고 침을 꿀꺽!
대구의 입술, 메리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메리 ; (벌컥 밀치고 나오며) 안 해 안해! 나 못해. 못하겠어요.
일동 ; (야유.... 물수건 던지고 고추 던지고)
메리 ; 죄송합니다 여러분, 저희 안합니다. 고기들 굽죠. 먹자구요.
메리, 털썩 앉아 불판에 고기를 얹기 시작한다.
대구도 옆에 와 앉으며
대구 ; 이왕 이렇게 된거 마음껏 드슈.
메리 ; 그러슈.
대구 ; 참, 수퍼 일은 어때요?
메리 ; 수퍼는 뭐..........
메리, 대답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대구가 입술을 강하게 갖다댄다.
메리, 눈 뜨고 읍!
두 사람, 강렬한 키스의 순간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