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ovie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경이로운 순간에 매료된 프랑소와 오종!
임신한 여성을 찍고 싶다는 욕망을 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레퓨지>를 연출하기 일년 전 그의 여배우 친구 중 한 명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의 임신은 프랑소와 오종 감독에게 영화적 아이디어를 불러일으켰고,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그녀에게 함께 작업하자는 제안을 한다. 처음에는 흔쾌히 승낙했던 그녀는 일주일 후 출연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미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둘째 아이를 가진 시점에서 임신을 했을 때의 상황들이 영화를 찍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그녀가 연기에 몰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임신한 배우를 찾을 수 없었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영화를 찍겠다는 계획 자체를 접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캐스팅 디렉터인 새라 테퍼가 파리에 사는 여배우 중 세 명이 현재 임신 중인데 그 중 한 명이 이자벨 까레임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욕망에 불타오르게 되고, 이자벨 까레의 앳된 외모에 그의 영화적 감성이 자극을 받게 된다. 그는 이자벨 까레에게 구상하고 있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했고, 이틀 동안 고민하던 이자벨 까레는 출연을 승낙한다. 오래 전부터 임신한 여배우와 영화를 찍고 싶다는 꿈을 가져온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모성애를 다루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점점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임신부의 육체에서 에로틱한 신비로움을 느껴온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보통 배에 반쪽 짜리 구를 붙이고 짧게만 보여주었던 임신부의 모습을 벗어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난 당신의 부풀어 오른 복부를 에로틱하게 그릴 겁니다. 이 영화에는 당신의 둥근 배가 실제로 나와야 합니다. 난 카메라로 그 배를 어루만질 겁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 <레퓨지> 촬영을 앞두고, 여배우 이자벨 까레에게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전한 말.
모성본능? 여성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레퓨지>의 ‘무스’를 통해 바라본 복잡한 모성애의 감정.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모성 본능을 높은 가치로 이상화 시키고 굉장히 긍정적인 심상과 연관 지어서 생각한다. 그러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모성애가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기는 모성본능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레퓨지>의 ‘무스’를 통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무스’에게 임신은 생식이나 출산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임신은 연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도구였다. 뱃속에 태아를 잉태하고 키우는 과정이 ‘무스’에게는 연인을 잃은 고통을 달래고, 같이 마약을 했음에도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무스’의 임신한 몸은 이런 작업을 위한 하나의 통로이자 임시 매개체일 뿐이었다. 마약을 끊고자 하는 중독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 상태나 욕망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감수성도 일반인보다 예민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스’는 누구보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느끼고 있었다. ‘무스’는 스스로를 속이며 엄마인 척 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하고자 한다.
그와 그녀의 유일한 은신처 <레퓨지>를 만나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이야기 하는 ‘상실’과 ‘결핍’
‘무스’와 ‘루이’가 마약을 맞던 아파트는 그 둘이 외부로부터 자신들을 차단했던 하나의 피난처였다. 하지만 ‘무스’는 계속 그 곳에 머물지 못하고 외부 세계와 대면해야 하는 사건을 겪는다. 그녀는 ‘루이’의 죽음으로 인해 마음이 무너져 내린 상태에서 아기를 지우라는 ‘루이’ 엄마의 강요에 다시 한 번 깊은 상처를 받는다. 결국 ‘무스’는 헤로인의 피난처를 버리고 도시에서 벗어나 바다와 자연이 가까운 또 다른 피난처를 찾게 된다. 그녀는 그 곳에서도 계속 고통에 시달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된다. 그 곳에서 ‘무스’는 이전에는 열지 못했던 마음의 문을 열고, 고요한 부드러움을 자신 안으로 받아들인다.
<레퓨지>는 상처의 치유에 관한 영화다. 사실 상처의 치유 과정이 너무나 격하고 고통스럽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아주 부드럽다. 또한 <레퓨지>는 ‘상실’과 ‘결핍’에 관한 영화다. ‘마약의 결핍’, ‘사랑의 상실’, ‘연인의 상실’ 등을 겪은 ‘무스’와 ‘폴’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무스’와 ‘폴’은 극한의 한계점에서 둘 다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고자 힌다. 영화의 결말에 가서 둘은 자신들만의 장소에서 자유를 찾는다. ‘무스’는 다시 살아가고 사랑하기 위해 결단을 내릴 힘을 회복한다. 그리고 ‘폴’ 또한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게 되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무스’가 아기를 버린 것일까?
‘무스’의 편지를 통해 알아보는 그녀의 진심.
‘폴’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무스’는 아기를 스스로 키웠을 것이다. ‘무스’는 한 순간도 아기를 버린 적이 없다. ‘무스’의 아기는 ‘폴’에게 전달 되어진 것이다. ‘무스’에게는 엄마가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폴’이 자신보다 더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에게 맡긴다. ‘무스’가 지하철 안에서 카메라 안을 들여다 보는 장면은 그녀의 편지처럼 ‘무스’가 ‘폴’과 아기에게, 관객에게 이 순간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말하는 듯 보인다. ‘무스’ 자신이 언젠가는 아기와 ‘폴’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폴’과 ‘무스’와 아기는 실제로 함께 있지는 않지만 깊은 유대감으로 묶여 있게 된다.
PRODUCTION NOTE
짧은 촬영기간과 빠듯한 예산을 해결해 준
마법 같은 고화질 HD로 촬영하기!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여건 상 적은 수의 제작진과 함께 짧은 기간 안에 촬영을 끝내야 했다. 게다가 빠듯한 예산 탓에 필름으로 찍을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예산 때문에 HD디지털 촬영을 선택한 그는 새로운 기술의 테크놀로지를 신속하게 배우기 시작했다. 풍경의 아름다움, 빛, 배경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움 등이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추구하는 바였기 때문에 디지털 이미지의 밋밋함을 커버하기 위해 시네마스코프와 망원 렌즈, 수동 포커스 등을 동원해야 했다. 빛이 아주 적을 때도 인공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새벽, 황혼, 밤 시간대의 풍경을 찍었고, 그 풍경들은 <레퓨지>안에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빛을 발하는 영상으로 담겼다. 최대한 단순하고 빠른 카메라의 움직임은 배우의 움직임을 신속하게 잡아내면서 <레퓨지>가 하고 있는 이야기와 기술적인 면에서 잘 맞아떨어지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친밀한 각본 쓰기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레퓨지> 등장인물에 관한 대략적인 윤곽을 기술한 3쪽 짜리 트리트먼트를 우선 주인공 ‘무스’역의 이자벨 까레에게 보여줬다. 그런 다음 이자벨 까레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임신 6개월이었던 이자벨 까레에게 임신부가 느끼는 감정이나 느낌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예를 들어 ‘이런 몸동작을 할 수 있습니까?’ ‘음식은 뭘 먹습니까?’ ‘침대에선 어떤 식으로 일어납니까?’ 등 의 질문을 통해 뼈대를 갖춰가기 시작한 각본은 어느정도는 이자벨 까레에 대한 다큐멘터리 각본처럼 느껴졌다. 각본의 밑거름이 된 이자벨 까레의 실제 이야기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자벨 까레 또한 각본을 완성시키는 매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즐거워했다. 시간이 촉박해지자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각본가 마티유 이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각 장면에 대한 개괄적인 틀을 제공하면 마티유가 거기에 살을 붙이는 형식이었다. 대사에는 점점 생명감과 유연함이 생겼고, 프랑소와 오종과 마티유 이포는 최대한 직설적으로 각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그 결과, <레퓨지>의 각본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사는 하나도 나오지 않게 되었고, 모든 관계들이 긴밀한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