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1에 여 2의 환상적인 데이트가 동시마당 송년회에서 벌어지는 그 시각, 나는 광명에 있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광명의 한 여류 시인이 출간한 시집의 출판 기념회(10명 남짓 참석한 조촐한 자리였다.)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날의 주인공 시인은 든든한 외조를 자랑하며 부군과 맏딸을 거느리고 출판 기념회에 나왔고, 광명시에서도 소하동을 대표하는 시인(혹시 시 의원으로 착각하지 마시기를!)인 나는 혈혈단신으로 모임에 나와 술집에서 노래방까지의 환상적인 코스를 거쳤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목사님 시인도 나온 그 자리에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목사님 시인의 감동적인 설교에 넘어가 짜릿한 천국 체험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선데이 크리스찬으로서 주일날 설교에만 집중력을 발휘하여 설교를 들을 자세가 되어 있으니까.
내가 본 천국은 한 병의 술이었다. 일종의 국화술인데 천국을 맛보고 싶어하는 크리스찬을 판촉 대상으로 생각했는지 <천국>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나는 기분 좋게 천국을 마셨고 천국은 내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목사님이 따라 준 천국을 마셨다는 사실이다. 나는 성찬식을 하는 기분으로 그 잔을 깨끗이 비웠음은 물론이다.
나는 그 목사님이 나중에 예수님께 칭찬을 받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찌 됐든 불쌍한 영혼에게 천국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첫댓글 천국을 뱃속에 간직한 거미줄님!!! 행복하시겠습니다. ㅎㅎㅎ...
나는 그 시간에 월출산에 가 있었는데, 전남 영암땅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