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03, 2010
Justin
제목: 칼의 노래
저자: 김훈
출판사: 생각의 나무
내용:
이순신의 생애 중 일부로, 이순신이 가토의 군대와 내통하고 역모를 꾀했다는 혐의로 서울로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백의종군을 당하고, 다시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어 열두 척의 패잔병들로 일군 명량대첩과 그 후 이순신의 죽음까지, 그의 인생 후반부를 그리고 있다.
느낌:
김훈의 문체는 무척 간결하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매뉴얼 같은 문장들은 무심한 듯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순을 바꾸어, 다른 느낌으로 문장들이 반복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선했던 것은 이순신의 장계 후미에 ‘신의 몸이 아직 살아있는 한 적들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문장에 대한 해석이었다. 거의 당연하게 나는 그것이 나라에 대한 과감한 충성이라고 생각했다. 이 한 몸 다 바쳐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라고만 생각했다.
그렇지만 김훈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그것이 임금과 세상을 겨누는 칼이라고 말했다. 그의 책에 살아있는 이순신이라면 거의 당연할 뿐 아니라, 임금에게서 무고하게 형장을 받은 후라면 더욱 그럴 듯 하다. 자신을 죽이려는 임금과 자신을 죽이려는 적들 사이에서 그의 칼은 누구를 겨누길 바랬을까.
지나친 비약이지만 한동안 나는 이순신과 예수가 상당히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둘 다, 인류의 내지는 국가의 구원자이고, 죽음을 택해야만 했다는 것 등이. 이순신은 머리 둘 곳조차 없이 싸워야 했고, 자신이 위해왔던 왕은 그를 죽일 생각뿐이었다. 그는 기적을 일으키는 자였다. 열두 척의 배로 백 척이 넘는 배를 깨트리고, 수백 명으로 수만 명을 수장했다. 그는 명나라로 가 승승장구할 기회를 두고, 마지막 전투에서 죽음을 택했다. 예수도 그랬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머리 둘 곳 없이 떠돌아다니며 가르쳤고, 그가 위했던 백성들은 그를 죽이라고 소리를 쳤다. 기적을 일으켰고, 유대인의 왕이 되는 대신 십자가에서 죽었다.
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도 완벽한 인물은 못 되었을 것이고, 아무도(일부를 제외한다면) 그가 완벽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가 존경을 받는 것은 그만큼 우리로부터 가까이 있는 영웅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에게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리석게도, 우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미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들이다. 충성심, 그리고, selflessness, 냉철한 머리. 모두를 갖춘 사람은 찾기 힘들다. 모두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첫댓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들, 가슴이 따뜻하고 냉정한 두뇌를 소유한 정열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