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일 / 한빛은행 을지로 기업고객지점 차장
얼마 전 법정관리회사의 한 직원이 필자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이 법정관리 중에서 공익채권에 관한 것으로 매우 특이한 사례에 해당되기에 이번 호에 소개하기로 한다.
사건의 개요
-1997. 5. 15. S사, 부도발생 및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 -1997. 7. 11. 회사재산보전처분 결정 -1997. 12. 10.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 -1998. 8. 27. S사, 정리담보권자인 H금고와 1차 이면계약 체결(H금고가 정리절차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이면계약을 강요하여 S사가 이에 응함) ㅇ 계약 내용 ① S사는 1998년 12월 31일까지 H금고에게 60억 원을 상환함. ② S사는 정리계획안 인가 즉시 H금고에서 50억 원을 대환처리하여 구채무인 정리담보권을 상환함. ③ 대환금액 50억 원에 대하여는 기 설정된 담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함. -1998. 8. 29. S사, H금고에서 할인어음 50억 원을 약정기간 2년으로 하여 대환처리(정리담 보권 50억 원 변제 및 신채무 발생. 98년 12월 기설정된 근저당권을 해지하고 동일물건에 권최고액 50억 원 근저당권 재설정) -1998. 9. 21. S사, 정리계획안 인가 (정리계획안에 의하면 H금고 등 정리담보권자에 대해서는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하도록 작성되었음. 변제기간 2003년∼2007년) -1998. 12. 31. S사, 정리담보권자인 H금고와 2차 이면계약 체결(S사가 이면계약서 상의 60 억 원 상환을 이행하지 못하여 2차 이면계약 체결함)
계약 내용
① S사는 1998년 12월 31일까지 H금고에게 60억 원을 상환함(상환기간 1년 연장). ② H금고의 정리담보권 86억 원 중 잔존채권 36억 원에 대하여 H금고에서 대환처리하여 구채무인 정리담보권을 모두 상환함. -1999. 2. 9. S사, H금고에서 할인어음 36억 원을 약정기간 2년으로 하여 대환처리(정리담 보권 36억 원 변제 및 신채무 발생. 다른 부동산에 기설정된 근저당권을 해지하고 동일물건 에 채권최고액 50억 원 공동담보 재설정) - H금고의 정리담보권 86억 원은 두 차례에 걸친 대환처리에 의해 전액 소멸하고, 신채무 86억 원이 발생함.
문제의 발생
1. 이면계약서 상의 60억 원 변제에 대하여 S개발이 1999년 12월 31일까지 변제 이행을 못 하자, H금고는 86억 원이 공익채권임을 주장하며 즉시 담보권을 실행하여 경매신청을 하겠 다고 통보하고, S사에게 60억 원의 일시상환이 어려우면 10억 원 내지 20억 원 정도의 부분 상환을 강요함. 2. S사는 당초 법정관리에 동의한다는 전제조건으로 정리담보권자 중에서 H금고의 무리한 요구를 마지 못해 수용한 것이 억울하다며 그 대책을 호소함.
문제의 쟁점
1. H금고의 주장대로 대환금액 86억 원이 과연 공익채권인가? 공익채권은 정리계획에 의하 지 않고 수시변제하게 되어 있는 바, 그렇다면 S사의 이행지체에 대해서 H금고가 과연 담 보권을 실행할 수 있는가? 2. S사의 담보물이 경매처분될 때는 사안의 중요성으로 미루어 볼 때, S사는 정리절차를 폐 지하고 파산될 수밖에 없는데, 이 사례의 경우 이것이 가능한가? 즉 공익담보권의 실행으로 인한 정리절차의 폐지가 가능한가? 3. 상기 이면계약서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그 내용이 정리담보권자 간의 공정·형 평성을 저해하고 있음은 물론 정리계획안의 변제내용과도 크게 상이한 바, 이 경우 이면계 약서의 효력은 유효한가 아니면 무효인가? 이상 세 가지 관점에서 검토하기로 한다.
공익채권의 성립에 대한 검토
공익채권이라 함은 회사정리절차의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기 위하여 인정된 회사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주로 정리절차 개시 후의 원인에 기하여 생긴 청구권을 말한다. 이는 정 리채권과 정리담보권이 정리절차 개시 전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재산상의 청구권인 것과 대 조적이다. 공익채권으로 되는 권리는 회사정리법 제208조에 열거되어 있으며, 그 밖에도 법 의 필요에 따라 공익채권으로 인정한 것이 상당수 있다. 지면관계상 이번 사례에 국한하여 살피기로 한다. “회사정리법” 제208조 5호는 “회사의 업무와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권한에 의하여 한 자금의 차입, 기타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정리절차에서는 사업의 경영을 위하여 융자를 받는 일이 많은데, 이 경우 차입으로 인 하여 생긴 청구권의 지위가 불명확하게 되면, 융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염려가 있 으므로 그와 같은 청구권도 공익채권으로 한 것이다. 이 경우의 차입에는 운영자금의 차입 뿐만 아니라 변제자금의 차입도 포함되고, 차입금을 위하여 새로이 담보권(공익담보권)을 설 정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변제자금의 차입이 공익채권에 포함됨에는 이론이 없으나 이번 사례의 경우 채권자 중 일방인 H금고와 우선변제하기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H금고에서 대환처리하여 정리담 보권을 소멸시킨 행위에 대하여 과연 신채무가 공익채권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회사정리법 제208조 13호는 ‘회사를 위하여 지출해야 할 부득이한 비용’도 공익 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러나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의 지급은 비록 그 자체가 부 득이한 지급이라 하더라도 공익채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임채홍·백창훈 공저 『회사정 리법』〈하〉 P86, 한국사법행정학회, 1998).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을 대환함으로써 발생하는 신채무를 공익채권으로 할 것인가에 대 한 판례는 아직 없으나, 상기와 같이 학설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례의 경우 H금고의 대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공익담보권의 실행 여부 검토
만약 대환으로 발생하는 신채무가 공익채권으로 인정된다면 그에 따라 정리담보권을 말소하 고 공익담보권을 설정한 것을 근거로 하여 공익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는가? 통설은 적극설 로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공익채권은 수시변제될 뿐만 아니라 회사정리법 제37조 및 제67조의 강제집행 등 각 절차의 금지 및 중지에 관한 규정이 모두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에 기한 것에 한정되는 바, 이 에 대한 반대 해석으로 공익채권에 기한 강제집행은 중지 또는 금지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 이다. 다만 공익채권에 기한 강제집행을 무한정으로 인정한다면 정리회사가 갱생되기는커녕 오히려 파산에 직면할 우려가 있으므로 회사정리의 목적에 부합되게 법원이 중지 또는 취소 를 명할 수 있도록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례의 경우 H금고의 대환으 로 인한 채권이 공익채권인지의 여부에 대해서 학설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구 나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이면계약서의 무효주장도 가능한 상태에서, H금고가 경매신청을 할 경우 S사는 법적으로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다.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통설은 공익채권의 강제집행을 인정하고 있는 바, 만약 H금고의 채 권이 공익채권이라면 S사의 담보물을 경매처분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경우 사안의 중요성 으로 미루어 볼 때, S사는 정리절차를 폐지하고 파산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공익담보 권의 실행으로 정리절차를 폐지할 수 있는가? 정리계획인가 후의 폐지는 계획수행의 가망이 없을 때 이해관계인의 신청 또는 법원의 직권 으로 할 수 있는 바(회사정리법 제276조), 과연 S사가 계획수행의 가망이 없는가가 문제이 다. S사의 정리계획안에 따르면 아직 정리채권 및 정리담보권의 변제기간이 도래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거치기간중인 상태이다. 현재 정리계획을 잘 수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리담보 권자 등의 폐지신청이나 법원직권으로 폐지결정을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이면계약서(후술하는 바와 같이 그것도 효력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에 근거하여 담보권을 실행하여 결국 정리회사 S사를 정리절차 폐지상태로 몰고 간다면 S 사로서는 충분히 법적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본다.
이면계약서의 효력에 대한 검토
S사의 정리계획안에 의하면 H금고를 포함한 정리담보권자의 채권은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 (상환기간 2003년∼2007년)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정리계획안과는 별도로 정리담보권자 중 유일하게 H금고와 조기상환의 이면계약을 맺은 행위가 과연 정당한 일인가? 더구나 이 면계약서는 두 번 모두 법원의 허가 없이 당사자 간에 체결되었다. S사가 97년 12월 10일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은 후 채권신고 및 관계인집회기일을 거 치는 동안 최대 정리담보권자인 H금고는 정리절차에 부동의할 뜻을 미리 알렸고, 이에 당황 한 S사는 정리계획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98년 8월 27일 두 당사자 간에 계약 을 체결하였는 바, 그 내용을 보면 불과 4개월 만인 98년 12월 31일까지 60억 원을 상환하 며, 또한 정리계획안 인가 즉시 50억 원에 대해 대환처리하여 구채무(정리담보권)를 소멸시 키고 신채무를 발생시킨다는 등 S사에게 너무 가혹한, 매우 불공정한 계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면계약 체결후 한 달 만인 98년 9월 21일 S사는 정리계획안을 인가받았는데, 이 계획안에 의하면 정리담보권자의 변제는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하게 되어 있는 바, 이는 다른 정리담보권자 및 제3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위장계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면계약서는 법원의 허가 없이 S사와 H금고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이 사실을 법원이 몰랐 기 때문에 정리계획안이 인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 법원이 이면계약서를 허가했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관 련서류를 살펴도 법원이 이면계약의 내용을 허가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50억 원 및 36억 원을 대환처리할 때 법원으로부터 차입허가를 받았는데 그 때 차입신청서에 이면계 약서가 첨부되어 있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환을 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첨부한 것에 불 과할 뿐이다. 법원은 대환을 위한 차입행위를 허가한 것이지 첨부자료인 이면계약서를 허가 한 것은 아니다(왜냐하면 법원이 이면계약서를 허가한 후 정리계획안을 인가하는 모순된 행 위를 취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허가가 없는 당사자 간의 이면계약서와 법원이 인가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정리계획안과의 내용이 상이할 때에 과연 이면계약서가 효력이 있는가? 즉 어 느 것이 우선하는가의 문제인데, 이는 판단의 여지가 없이 인가된 정리계획안이 우선한다고 본다. 정리절차에 있어서 동종의 채권자간에는 서로 공정·평등해야 하는데 그런 취지로 평등하게 작성된 정리계획안의 내용을 그대로 둔 채, 별도의 이면계약으로 어느 한 채권자에게 우선 변제하도록 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고 본다.
맺음말
필자는 이번 사례를 접하면서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첫째, 법원이 왜 대환신청을 허가했는가 하는 점이다. 대환일자가 불과 정리계획안 인가가 결정되기 한 달 전인데, 그렇다면 대환신청서에 첨부된 이면계약서의 내용과 이미 법원에 제출되어 있는 정리계획안 상의 변제계획을 상호 대조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수개월 전에 당사자 간에 체결된 이면계약서를 추후 대환신청 시점에서 법원이 알았다면 대환으로 인한 S사의 신채무가 공익채권을 새로이 발생시키기 위함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확인해야 했으며, 만약 공익채권으로 인정했다면 당연히 한 달 후의 정리계획안 인가시에 이를 반영했어야 했 다. 또한 법원이 이면계약서의 내용을 인지한 이상 실현가능성 여부를 판단하여 실현이 불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환을 허가하지 않았어야 했다. 98년 8월 27일 이면계약서를 체결 하면서 4개월 후인 98년 12월말까지 무려 60억 원을 상환하라고 하는 내용이 정리절차에 들 어간 회사에게 실현가능한 것인가? 둘째, 회사정리절차의 근본취지가 채권자의 희생 하에 기업의 갱생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동종의 다른 채권자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채권자가 만족을 얻기 위해 이 면계약을 강요하여 정리회사가 실현불가능한 내용인 줄 알면서도 마지 못해 계약에 응했다 면, 그와 같은 사실을 추후 법원이 대환신청 시점에서 인지한 이상, 대환을 허가하지 말든지 아니면 정리의 가망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됨을 이유로 회사정리절차 폐지결정을 내 리든지(회사정리법 제272조 2항) 두 가지 중 한 방법을 취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필자는 S사에게 공익채권의 불성립과 이면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H금고와 법적 투쟁을 벌 여 법원의 심판을 받을 것을 자문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들리는 말은 S사가 이면계약서를 1 년간 다시 연장하되(기간 : 2000년말) 금년 내에 7억 5천만 원을 상환하고 연말에 가서 재 차 연장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왜 정리회사가 법적으로 다투지 않고 채권자 중 일방에게 우선변제하고 있는가? 정리계획안 에는 버젓이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이라고 명시해 놓고 말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다 른 정리담보권자들은 얼마나 억울한가? 정리법원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되 지 않도록 사전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참고〉 회사정리법 제112조는 정리채권에 관하여 정리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조문은 같은 법 제123조 제2항에 의하여 정리담보권에 대하여도 준용되 고 있는 바, 정리절차에 있어서 정리채권과 정리담보권의 변제는 정리계획에 의한 자본구성 변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종전의 채권·채무관계는 일단 동결할 필요가 있고, 만약 변제를 금지하지 아니하면 회사의 적극재산이 감소되어 기업의 유지를 도모할 수 없고, 일 부 정리채권자나 정리담보권자에게만 정리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우선변제하는 것은 정리 채권자나 정리담보권자들 사이의 공평을 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정리회사가 정리채권 신고 기간 만료 이후 정리계획인가가 이루어지기 전에 정리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일부 금융기 관에 대한 정리담보권을 상환한 경우, 위와 같은 일부 정리담보권자에 대한 우선변제가 법 에 의하여 허용될 수 있는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리회사의 위와 같은 조 치는 이미 정리담보권자들 사이의 공정·형평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위 정리계획은 공정·형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1998. 8. 28. 대법원 자98그11 결정). 결론적으로 이번 사례의 이면계약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았을 뿐더러 정리계획안의 변 제내용과도 배치되는 것이며, 채권자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