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숙 개인전 <자연의 표상>
구상에서 추상으로
일상속 사랑과 열정을 ‘창조적’으로 그려내다
지난 가을 어느날, 필자는 아내와 함께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 전시 중인 박진숙 작가의 개인전을 보러 갔다.
박진숙 화가는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초대작가, 한국현대미술작가연합회 김포을 지부장 및 자문위원,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협회 자문위원,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 등의 경력을 지니고 있는 유명 화가이다. 제5회 서울모던 아트쇼(예술의 전당), 하얼빈국제뉴아트페어, 조형갤러리 개인전(2017, 2018), 인사아트센터 개인전(2024) 등을 비롯, 이탈리아밀라노 초대전, 오스트리아 비엔나초대전, 베트남 다낭시립박물관 초대전, 필리핀 카가얀데오로시 초대전, 중국 복권성 초대전 등 국내외 초대전 28회, 한·러국제미술교류전, 2016년 한·중교류전 등 무려 90회의 국내ㆍ외 단체전에 참가한 열성 작가이기도 하다.
박진숙 화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입선, 대한민국교직원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 현대조형미전 특별상, 현대 예술인상((2021), 현대 미술인상(2023), 아트서울스타 2022선정작가, 앙데팡당2919 행복에네지 작가상. 제22회 대한민국회화대상 우수상 등 총 145회의 놀라운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필자는 미술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시를 쓰고 사진공부를 하다 보니 미술이든, 문학이든, 사진이든 예술장르에 속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매우 가까운 유사성을 갖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
“사진은 뺄셈이다”라는 말이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을 담으려 하지말고 핵심이 되는 오브제 만을 압축해서 표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함축성’이 그것이다. 이 이외에도 ‘은유·역설·상징’, ‘운률과 감성적 표현’ 역시 중요한데 이들은 모두 ‘시(詩)’ 나 ‘미술’ 영역에서도 비슷하다고 본다.
문학에서 ‘낮설게 하기’라는 표현도 있다.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사람의 눈길을 끌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대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창조적’으로 표현해 내는 기법을 말한다. 특히 ‘시 쓰기’에서 ‘낮설게 하기’는 매우 중요한 표현 방법인데, 이는 미술이나 사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한 표현이다.
현대예술은 모든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Creative(창조성)'란 말이 오늘날 특히 예술 가치의 핵심으로 강조되는 추세이다. 뒷골목 담벽에 어지럽게 그려진 낙서인 그래피티(Graffiti)가 예술 영역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이고, 화장실 휴지에 제 멋대로 그린 것 같은 피카소(Pablo Ruiz Picasso)의 입체파(큐비즘) 추상화나, 형체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색의 배치 만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 하고자 하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추상 표현주의 미술이 최고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술에서 하이퍼리얼리즘, 즉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밀하게 그리는 극사실주의나 구상화가 나름대로 탄탄한 예술 영역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추상화를 미술이 아니라고 배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각설하고, 박진숙 작가의 작품을 보자마자 필자는 박 작가의 ‘창조적 발상’ 과 ‘은유적 표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생성 창조 시리즈’와 ‘Memory시리즈’ 작품 대부분이 단순히 오브제 자체를 그대로 그려내는 ‘사실주의적’ 작품이 아니라 작품 하나 하나가 자연 풍경의 표현과 보여지는 세계 이외에도 볼 수 없는 비가시적 세계와 정신과 마음, 그 세계를 표상화 하고자 하는 힘이 비구상과 추상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특히 박 작가의 작업 과정에서는 수차례에 물감을 펴 바르는 과정과 오브제(Object)와 마티에르(Matiere)를 사용할 때 작품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내재시키고, ‘푸어링(Pouring)’ 작업을 통하여 추상의 묘미를 극대화한 점이 참으로 ‘창조적(Creative)’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미술에서 ‘푸어링 아트(Pouring Art)’란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 위에 직접 부어 다양한 패턴과 색상의 추상적인 예술 작품을 만드는 기법이다. 이 과정에서 물감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독특한 무늬를 형성한다. 푸어링 아트는 브러시 대신 물감의 흐름을 이용해 작업하며, 미리 섞은 여러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한 번에 붓거나 여러 컵에 나누어 캔버스에 부어 작업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리콘 오일을 사용하면 물감이 퍼지면서 벌집 모양의 셀(Cell) 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우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박진숙 작가는 특히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푸어링 아트’ 속에 다양한 형태로 조물주의 ‘우주 생성과 창조’과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천지 창조 때의 카오스(Caos,대혼란)의 내면을 보는 듯 하다. ‘생성.창조 IX’와 ‘생성.창조 X’가 그 대표적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진숙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즐거움과 환희의 울림, Fun이 있습니다. 기억의 단면이 투영되어 자연의 아름다움과 창조의 감사가 감동으로 밀려와 새하얀 캔버스 위에 내려앉습니다. 사람은 예술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 세계의 현상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캔버스에 펼쳐지는 자연 속으로 오늘도 붓을 잡고 소망과 기대를 갖고 즐겁게 그려 나갑니다”라고 말한다.(글,사진/임윤식)
*이곳에 올린 박진숙 작가의 작품들은 필자가 전시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어서 화질이 원본 작품에 비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일부 작품은 편집 편의상 임의로 크롭한 부분도 있음을 밝혀 둡니다. 또한 모든 작품들의 지적 재산권은 박진숙 작가에게 있다는 점도 부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