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형상화 ①
동물이 조상이라는 수조론(獸祖論)
우리가 어떤 대상을 기억하거나 전달할 때 그 특징과 인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 이름이 있어도 그렇고 이름을 몰라도 별명으로 쉽게 연상되는 것이다. 나라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도 역사상 여러 나라 이름이 있었는데 정확한 뜻을 모르고 한자의 의미로만 해석하려고 한다. 원래 우리말을 한자로 표시한 것인데 올바른 뜻을 나타내지 못하며 자구적인 해석에 집착하려 한다. 단군신화에서도 한자에 집착하면 우리 겨레의 조상신이 곰, 쑥, 마늘과 연계되어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곰은 동물이 아니고 신이란, 하느님이란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신의 자손이란 뜻이 곰의 자손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우리의 강역에 등장했던 나라들의 이름도 표의문자인 한자로 표기하다보니 이것저것 갖다 붙이면서 그럴싸한 해설을 하게 된다.
주채혁 교수는 고려가 ‘하늘 아래 제일 높고 아름다운 나라’이고, 발해가 ‘밝은 바다’라고 하는 주장이 타당치 않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대흥안령 북동부와 소흥안령 서북부에서는 에(濊, 숫 수달: Buir=夫餘), 맥(貊, 너구리/Elbenku), 조선(朝鮮, 순록치기/Chaatang), 高(句)麗(순록/Qori), 발해(渤海, 늑대/Booqai), 솔롱고스(몽골에서 한국을 지칭/누렁 족제비) 등을 종족 또는 나라 이름이라고 말한다. 발해(渤海)는 몽골어로 보카(boka)로 읽으며 늑대라는 의미이다. 고구려를 이은 발해는 보카(boka)의 왕국, 말하자면 늑대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꾸리는(Qori) 부리아드 Qori(Buriad, 蒼狼, Wolf tribe)와 Boka(渤海)Qori로 나뉘며 동해 쪽의 발해( 渤海, Boka)는 그대로 Gooli(高麗)로 자칭해왔다. 한(汗, 韓)도 늑대(Boka, 渤海)로 상징되는 유목세력이었을 것이다. 몽골사와 중앙아시아사에서 수많이 존재하는 군주의 칭호이자 국명인 우두머리라는 뜻의 汗과 韓은 같은 뜻이고 영자로는 Khan이다. 韓은 Khan, ᄒᆞᆫ을 우리말로 표기하기 위한 음차문자일 뿐이다(개갈 안 나네: 316~318).
이처럼 고대 우리 강역에 세운 나라들은 대개 유목하거나 생업으로 장사를 하거나 기르고 다루는 특정 짐승의 이름을 그 종족의 이름으로 불렀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를 국조 수조론(國祖 獸祖論)이라고 한다.
[202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