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2 - 도깨비바늘
분류: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초롱꽃목 국화과 도깨비바늘속
학명: Bidens bipinnata
최근 그림책 원고를 수집하는 데 빠져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원고를 타이핑해 그림책 사진과 함께 자료로 소장하는 것.
나중에 코로나19 사태가 좀 종식된 후, 장애인 인식개선 북소리버스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나가면 하나씩 비축 자료를 활용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언제 쓸 수 있을지, 아니 쓸 날이 오기나 할지 의문.
좌우간 최근 《세모 별 디디》라는 그림책을 봤는데, 거기서 신기한 이름을 가진 풀을 알게 됐다. 이름하여 ‘도깨비바늘’이다.
뭐지? 도깨비들이 바느질할 때 쓰는 바늘처럼 생겼나? 아니, 근데 도깨비들 바늘이나 사람들이 쓰는 바늘이나 형태는 비슷하지 않나?
호기심이 생겨서 관련 자료를 열심히 찾았다. 인터넷 있는 세상 좋은 세상!
‘도깨비바늘’은 쥐도 새도 모르게, 언제 붙은지도 모르게 옷이나 동물의 털 등에 붙어 따라온다는 특징이 있다. 씨앗에 있는 갈고리 때문이란다.
원산지는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이며, 주로 산과 들에 서식한다.
약 25cm 정도 자라고 털이 나 있는 줄기는 네모지며, 잎은 마주나고 날개깃처럼 갈라졌다. 노란색 꽃이 8~9월에 피고 열매는 수과로 익는데 열매 끝에 꽃받침이 변형된 갈고리처럼 생긴 돌기가 3~5개 있어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잘 붙는다. 스치기만 해도 탁 걸려서 안 떨어진다.
이른 봄 어린순을 캐서 나물로 먹기도 했으며, 줄기와 잎을 따서 그늘에 말린 것을 ‘귀침초’라고 하는데, 독을 지닌 거미나 뱀, 곤충에 물렸을 때 해독제로 쓰인다. 그 외에 통풍이나 관절염에 효능이 있고, 백반증 완화에도 효력을 보인다.
단, 임산부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꽃말은 ‘흥분’이다. 어째서 이런 꽃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도 모르게 옷자락에 붙어서 깜짝 놀라 흥분한다는, 뭐 그런 의미에서 유래된 건가?
위에 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이란 제목을 썼는데, 그게 무색하게 도깨비바늘에 대한 전설이나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 것도 찾아봤는데, 검색창에 여러 번 키워드를 다르게 해서 입력해도 건져지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초본 식물만 소개하고 끝내려니, 아쉽고 참 찜찜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창작 도깨비바늘 풀 이야기!
이 전설은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이야기를 마구 짜깁기해서 만든 거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이나 실화랑은 전혀 무관하다는 뜻이다. 그냥 재미로 읽고 끝냅시다!
* 도깨비바늘풀 이야기
옛날 한 마을에 마음씨 착한 소녀 비나리가 살았습니다. 부모를 여의고 혼자 집을 지키며 삯바느질로 끼니를 이어갔지요. 재기발랄해서 마을 사람들은 소소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답니다.
“아주머니, 여기요. 금가락지 찾았어요.”
“아이구마, 그게 어디 있었데? 암만 찾아도 뵈지 않더만.”
“설거지 하시느라 잠시 빼놓았다고 하셨잖아요. 아주머니 손이 닿는 선반이 여기인데, 아마 그릇 정리하시다가 반지가 안쪽으로 밀려난 것 같아요.”
특히 없어진 물건 찾기, 가출한 고양이 찾아내기, 술래잡기 하다가 깜빡 잠든 아이들 데려오기 등에 탁월했어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혹시 뭐 시키실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그런 어느 날, 마을에 처음 보는 나그네가 나타났습니다. 그린비라고, 힘도 세고 순박한 웃음을 짓는 도령이었어요. 집집마다 밭일이나 장작 패기 같은 일손을 거들어주고 양식을 얻었지요. 그 후 며칠 뒤부터 마을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도 살아졌다며? 이번에는 저기 밤나무 집이라고?”
“아이구, 며칠 전에는 봉숭아꽃 집이더니, 이 일을 어쩌면 조을까요?”
“끌끌, 밤에 나다니지 못하게 하면 뭘 하나. 다음날 아침 방을 들여다보면 감쪽같이 없어져 있는데.”
한밤중에 마을 소녀들이 자기 방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지 뭐-예요. 마을 사람들은 이게 무슨 변고인가 싶어 당골 무당을 찾아갔지요.
“훠이, 훠어어이~! 저 산이다! 바로 저 산에 몹쓸 것이 있음이야! 쉬이~! 잡스러운 것아, 여기 터 잡지 말고 이사 가라! 훠이, 훠어어어이~!”
무당 할머니가 쇳소리로 외치며 뒷산을 가리켰어요. 아닌 게 아니라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었지요. 가끔 밤에 불빛 같은 게 춤추듯 어른거리곤 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도깨비의 짓이 분명하다고 수근거렸지요.
“난 어쩐지, 저 도령이 좀 수상하단 말이지. 이런 작은 마을에 뭐 볼 게 있다고 나그네가 오겠어?”
“그러고 보니, 마을에 들어올 때 뒷산 쪽에서 내려오지 않았어? 에구머니, 혹시 진짜 사람이 아닌 거 아니여?”
빨래를 하던 아주머니들이 수군수군 귀엣말을 했어요. 느티나무 아래서 곰방대를 피우던 어르신들도 혀를 끌끌 찼지요.
“아무리 젊은 녀석이라도 괴력은 괴력이야. 꼭 도깨비처럼 말이지.”
“저 젊은 것이 온 때와 비슷한 시기에 애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 같으이.”
혹시 도깨비 아닌가 의심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왔어요. 또 도령이 범인 아닌가 의심하는 눈총도 곧잘 보였지요.
“됐네, 맡길 일 없으니 썩 사라지게.”
그 바람에 그린비 도령의 일감이 뚝 끊어져 버렸어요. 도령은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부여잡고 터덜터덜 걷다가 어느 집 싸리 울타리에 기대 주저앉았어요.
“오곡 잡곡 들어간 뜨슨 밥 먹고 싶네. 지마유에 깨 솔솔 뿌린 나물이랑 번철에 화닦화닥 부친 전도 먹고 싶어.”
“그런 건 없어. 대신 보리밥 누룽지랑 묵나물 반찬은 좀 있는데. 같이 먹을래?”
낮은 담장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초가삼간 싸리 울타리 집은 비나리가 사는 곳이거든요.
“정말? 고마워. 요즘 마을 사람들은 나한테 엄청 쌀쌀맞은데, 넌 진짜 친절하네.”
“뭘, 남의 집 울타리 앞에서 그러고 있으면 누구라도 신경 쓰일 거야.”
비나리와 그린비는 솥에 다닥다닥 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었어요. 그리고 딱 쥐꼬리만큼 남은 묵나물을 반찬 삼아 허기를 때웠지요.
“사람들이 변한 건 실종 사건 때문이야. 시기가 묘하게 비슷해서 의심을 산 거지.”
비나리는 삯바느질을 하며 말했어요. 그린비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왜?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며. 넌 아니야?”
“그야, 진짜 범인이라면 지나치게 공교로우니까. 마을에 정착해, 굳이 의심을 사면서 사건을 저지르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잖아.”
그린비가 뭐가 좋은지 헤헤 웃었어요. 순간 비나리의 손에서 바늘이 미끌어지네요. 바늘귀에 달린 실도 하느작 풀렸어요. 엄지에서 방울방울 피가 떨어졌지요. 하지만 비나리는 상처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아, 그래! 바로 이거야! 옷섶에 실을 묶은 바늘을 꽂아두면 되잖아!”
비나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그린비가 어벙한 얼굴로 눈을 끔뻑댔지요.
“어, 그런데 이거. 내가 줍다가 부러뜨렸는데?”
역시 괴력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어떻게 힘을 주었기에 바늘 허리가 댕강 반토막이 났을까요?
“야, 그거 엄청 중요한 도구라구! 내 밥줄이자 사건 해결에 필수품이란 말이야!”
“어, 그런 거야? 근데, 솜씨는 영 없는데?”
사실 비나리의 바느질은 천을 기우는 수준이랍니다. 수놓기라든가 꼼꼼한 박음질은 살짝 무리랄까요?
“뭐야, 이 힘만 센 도깨비 같은 게!”
“어어, 알았어! 알았어! 내가 어떻게 해볼게.”
그린비가 허둥지둥 움직였어요. 마당에 가시풀과 자기 더벅머리 몇 올을 뽑고, 부러진 바늘 조각을 조물조물 뭉쳤지요. 그리고 허리춤에서 작은 나무 방망이 하나를 꺼내 두드렸습니다.
“원래 내 전문은 야장이 아니라 농경이야. 하지만 이 정도 요술은 식은 죽 먹기지.”
뿅, 잡동사니 쓰레기가 바늘이 되었어요. 비나리는 기함하며 외쳤지요.
“진짜 도깨비였어?!”
“응? 다 아는 거 아니었어? 방금 자기가 말해놓고.”
그린비가 머리를 긁적이며 헤실헤실 웃었습니다. 그리고 까만 밤이 되었어요.
“마을에 여자애는 둘이야. 나랑 저기 민들레 집.”
“아! 너도 여자애였지!”
“너 진짜, 나 화낸다! 아무튼 혹시 모르니까 넌 민들레 집에 가서 망을 좀 봐. 무슨 일 있으면 비명 지를 테니까.”
“곧장 달려와서 방망이를 휘두르면 돼겠네.”
“아니지. 조용히 하고 바늘귀에 매어둔 실을 따라와야지. 다른 여자애들도 구해야 할 거 아니야.”
그린비가 민들레 집으로 가고 비나리 혼자 방에 남았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무언가 싸리 울타리를 스르륵 넘어 지붕을 지나 대들보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어요.
“해 떨어진 지가 언제인데, 이 밤중에 안 자고 뭐하는 거야!”
“헉, 스파이더맨?”
그래요, 정체는 8개의 다리에 털이 북슬북슬한 대형 거미었습니다. 거미는 거미줄로 비나리를 칭칭 감아서 뒷산 동굴로 향했지요. 그런데 거미줄에 마취제인지 독인지 수면제인지, 아무튼 약성분이 있는 모양입니다. 비나리는 비명도 채 못 지르고 까무룩 정신을 잃었거든요.
“얘, 일어나봐. 그만 일어나래두.”
부르는 소리에 번쩍 눈을 떠보니 사라진 소녀들이 보였어요. 그리고 거미줄인 듯한 실뭉치도 보였지요. 대형 거미도 거미줄에 매달려 있네요.
“웰컴 투 노동의 현장! 나는 이래 보여도 패션 감각 있는 거미란 말이지. 실은 무한 제공! 나한테 어울리는 의상을 만들어.”
“아, 뭐래. 저 스파이더맨.”
동굴은 한마디로 무임금, 강제 노동 착취의 현장이었던 것입니다. 거미는 거미줄을 뿜뿜 생산하고 쿨쿨 잠에 빠졌지요. 비나리는 바느질을 하는 척하다가 속닥속닥 말했어요.
“이 실 보이지? 이걸 따라서 곧 사람들이 올 거야. 혹시 모르니까 저 스파이더맨을 묶어두자. 날 좀 도와줘.”
거미줄을 끌어다가 거미의 몸에 칭칭 둘렀습니다. 거미가 잠결에 웅얼웅얼 물었어요.
“음냐음냐, 지금 뭘 하는 거야?”
“음, 말하자면 원단을 대어보는 거지. 깔맞춤이라고 아니? 옷발이 살려면 피부톤이랑 천 빛깔이 잘 맞는지가 중요하거든.”
대형 거미는 비나리의 말을 찰떡같이 믿고 좋아서 다리를 꿈틀꿈틀 움직였어요. 그런데, 어째 다리 몇 개가 좀 뻑적지근하지 뭐-예요.
“여기에요! 이 동굴로 실이 이어져 있어요.”
“뭐여, 어떤 놈이 우리 딸을 데려간 겨? 잡히면 다리몽둥이를 확!”
때마침 그린비가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왔습니다. 대형 거미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지요.
“에잇, 날 속이다니! 패션을 완성해서 거미계의 트렌드세터가 좀 돼보겠다는데, 웬 훼방질이야!”
“얘들아, 튀어!”
거미가 꽁꽁 묶인 다리 빼고 4개의 다리로 날뛰었어요. 비나리는 실이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은 후, 매듭에 도깨비가 만든 바늘을 꽂아 고정했어요. 그리고 후다닥 달렸지요.
“요, 파이어!”
그린비가 펑 소리를 내며 노란색 도깨비불로 변했어요. 벌레들은 불에 약하니까요. 마침 거미를 칭칭 감은 거미줄도 무슨 화학 성분인지 불에 아주 잘 탔답니다. 무임금으로 노동력 착취를 일삼던 대형 거미는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면서 세상을 하직했지요.
“어쨌든, 당골 할머니 말이 영 그른 소리는 아니었네. 진짜 뒷산에 뭔가 있긴 했잖아.”
“도깨비도 있었지. 오해하는 바람에 좀 거시기했지만서도.”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린비도 이웃 사촌으로 받아들여줬고, 비나리는 삯바느질은 접고 탐정이 되기로 했지요. 이듬해 그 거미가 뒹굴면서 난동을 피운 자리에 신기한 풀이 무더기로 자랐어요. 그린비의 도깨비 불을 닮은 노란 꽃이 피고, 씨앗에는 바늘 닮은 갈고리가 있어서 비나리의 옷섶에 찔러놓았던 바늘처럼 사람들에게 씨앗이 곧잘 묻어오곤 하는 풀. 독이 있는 벌레에 물렸을 때 해독 효능을 지닌 풀. 사람들은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그 풀을 ‘도깨비바늘’이라고 불렀답니다.
출처 1: 다음 백과사전
출처 2: 카페 작은 도서관 사서 머릿속
PS. 누차 강조하지만 도깨비바늘 풀의 전설은 창작이다. 이야기 구성 봐라, 여기저기서 긁어온 티 팍팍 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