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장마로 인하여 주변이 습하고 어눌해 질 때 金素月의 詩 '往十里"를 생각해 본다.
사실 "습하고"를 표현 함에 우리 全羅道 사투리인 "끕끕하다"로 대용하면 훨씬 맛이 살아
있을 것 같아 국어 사전을 펼쳐보니 표준어는 "꿉꿉하다"라는 단어 공부도 하여 보고...
旺十里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별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바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 이 시의 첫 연은 마치 반가운 상대가 나타나는 탄성으로 들리기도 한다.
비가 오면 님이 오는 것일지 아니면 님이 오는 대신 비가 오는 실망감을
역으로 과장되게 드러남이 여러 심정이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나른함'과 '늘어짐'의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왕십리란 지명이 갖고 있는
주변인으로서의 애환,세상살이의 고달품과 무상함 등이 결합되면서 시 전체의
위기를 형성한다. 마지막 4연에는 천안의 실버들이 비맞아 처연하게 늘어진
모습이 시름과 우울에 빠진 존재 즉,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애환적 일면이라고
지적한 평론가도 있다.)
(NO-23) 2011.07.10.
첫댓글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오네' 라는 표현은 지루하고 나른함의 극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