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 邂逅 ) cest
D H 로렌스 :1885~1930 영국 소설가, 시인 : *사랑은 현세의 행복, 심장의 수축과 이완의 관계, 보편적이고 불변한 사랑은 없다.
* 탄광촌인 이스트우드에서 광부 아버지와 전직교사 어머니, 노팅엄 대학 졸업, 재학 중 소설 (백공작)을 출간하여 인정을 받음
1970년 스무 살 시절
그땐 가요든 팝이든 이룰수 없는 사랑의 가사들이 참 많았었다. 영화를 보고 공원을 걸으며 웃기도,
그가 내게 말했다. 자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 같아, 소설책 읽는 것처럼 재미있어, 또는 꿈꾸는 소녀 같아”
등 그의 칭찬 언어 덕분에 가수가 꿈이었던 나는, 지금 글 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스무 살 때도, 어른이 된 지금에도, 천성적으로 늘 웃는 얼굴과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훌륭한 언어습관,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언제나 지갑을 먼저 열었던 행위들이, 그 스스로에게 복을 지은듯하다.
이 酷寒(혹한) 에도 그는 내게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 내 영혼이 따뜻해지니,
몇 해 전 초겨울 광주 친지 연회를 참석 후 밖을 나오자 바람이 겨울을 모셔온 듯 매섭게 윙윙대어
정겹던 고향의 거라는 휭하고 행인들이 뜸한 거리는 한산했다. 허전한 마음을 다잡고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여 티켓을 사려는 순간 그에게 전화가 왔다. 숨찬 소리로 “차 한 잔 하고 가소 금방 갈게”
그리고 잠시 후 얼굴 가득히 미소 지으며 다가와 쉰아홉 예순둘 그렇게 우린 스무 살 시절로 마주 앉았다.
25분 후 인천 출발하는 티켓을 구입 후, 카페라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생각이 분주히 오갔다.
우리 둘 의 오랜 인연의 조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외갓집에서의 어린 시절을 시작으로 지금껏
참 오래 슬프고 소중한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깨닫게 되자 그에게 참 미안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그때의 모습이 기억 나선 지 여전히 어린양 웃음이 천상 막둥이였다. 그날 터미널에서 25분간의 짧은 만남이
오늘 아련히 그립다. 1976 년 초겨울 저녁, 나는 서울에서 광주로 그리고 또 광주에서 창평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몇 해 만에 만난 그는 가무잡한 얼굴 허스키 목소리 키 큰 청년으로, 우리 둘은 서로 성장한 모습에 눈부셔
했던 것 같다. 가끔 말했다. 그날 빨강 코트를 입은 자네가 너무나 예뻐 마음이 물결쳤다고,
내 생각엔 그러한 표현을 구사하는 그가 글을 썼다면 천 상 훌륭한 문인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는 담양 **에서 내려야 하고 나는 십리쯤 더 가야 하는데 함께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다른 한 친구와 동행하여
친절하고 조심히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날 약속까지 한 뒤 헤어졌었다. 그리고 우린 하루가 멀게 만나고 만났었다 그는 나보다 세 살 아래지만 마음 씀씀이는 늘 오빠처럼 넉넉했으며 내게 주고 또 주었다. 그 시절엔 단둘이 만나는 것보다 두 세 사람이 함께 만나야 어른들도 안심했었을 때라 그가 나를 만나러 올 때면 늘 친구 K와 동행하여 우리의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난 그의 친구 k와 깊은 사랑에 빠져버렸고 그 일로 그는 긴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었다.
친구 K는 나와의 애절한 인연을 끝으로 살아남은 이들에게 깊은 슬픔만 남긴 채 영화 에슐리처럼 떠나버렸다,
한동안 무거운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갔다. 그 후 각자 결혼도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 속에 섞여 드물게 만남도 있었다.
그날 무척 오랜만에 단둘이 마주하고 커피를 마시며 하얗게 웃자 여전히 스무 살 시절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크라크 케이블의 모습이었다, 친구 K는 구창모를 닮아 내가 좋아했었다, 당시 광주 충장로 4가(헤베) 칵테일 바에서 K는 나를 바라보며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희나리를, 그는 김소월의 못 잊어 를 부르던, 아 그날들이 초여름 바람의 맑은향기처럼 싱그럽게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혼자 일 때 가끔씩 그날 셋이 그렇게 앉아 웃고 즐거워하던 날들의 기억을 더듬다가 승차 시간이 다 되어
추억의 필름을 정지했다. 그와의 邂逅(해후)는 더 없는 아쉬움으로 접으며, 그저 이 많은 나이에도, 그 사람 때문에 잠시 설렐 수 있음이 고마웠다. 버스가 서서히 광주를 벗어나자 그는 카톡을 보냈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가슴 설래 는 시간이었어~ ^^
잘 가" 라고, 카톡에서 여전히 풋풋한 소년이 느껴졌다. 잠시 서로 바라만 보다 헤어졌는데 어두운 차 창밖 가로등 불빛 사이로
엷은 그리움들이. 마치 아름다운 강변의 그림을 보듯, 지난날 우리 의 한 생애가, 추억의 강물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이처럼 같은 하늘 아래서, 우리가 함께 숨 쉬며 늙어가는 것만으로도, 더없는 기쁨임을. 여전히 반갑고 좋은 사람이,
이제 나이 들어 喜悲(희비)의 감정을 절재 할 줄 알고 그저 잠깐의 만남만으로도 서로의 입장을 먼저 염려하고 헤아려주는
성숙함, 어두운 겨울 하늘이 바닷물 되어 달콤한 평화가 마음 깊이 젖어들었다.
퇴고 2021년7.6
첫댓글 한편의 연애 소설을 읽은 듯 추억은 아름다워서 더 그리운겁니다
'해후'라는 제목이 글의 중심 내용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글 속에서 잔물결 일듯 잔잔하게 표현 되었어요. 서정적 느낌을 주는 좋은 서정수필입니다. 그런데 이번주 숙제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번 아버지 글 써 올 올렸기에 그리고 시간이 안되어 전에 써 놓은글 퇴고해서 올렸답니다 (지송)ㅠ
글을 읽는 제 마음도 설레입니다.
“차 한 잔 하고 가소 금방 갈게” -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군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랜드> 같아요.
어느날 세번째 만남이 이루어지면 한 편 더 써서 올려 주실꺼지요?
사랑으로 승화할뻔 했으나 멀리 떨어져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짧은 만남의 애틋한 사연.
서로를 배려하며 그리움을 곱게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하겠지요.
최 에스텔님의 순수하고 맑은 love story 네요.
문장 표현 하나 하나가 풍경화처럼 생생히 살아나게 하셨네요.
저도 많이 닮고 싶습니다. 아름다움 마음 애절한 가슴을 노래하셨네요.
서정적 수필로 영화로 10분짜리로 만들 수있다면,,,,ㅎㅎㅎ
" 애틋한 그리움은 만나면 오히려 시시해진다. 떨어져 생각하는 것만으로
삶의 에너지가 된다" 이런 생각이듭니다...
에스텔님, 참 아름답고 애틋한 러브 스토리 같네요. 이제 나이들어 먼 거리에서 추억만 가지고 그리움을 절제하며 살아가는 성숙함이라니! 과거를 돌아보니 좀 아쉽고 안타까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지나고보면 잘못된 만남도, 잘못된 헤여짐도 다 아름다운 추억이 될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흘러간 영화처럼 애절함이 묻어나는 추억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보듯 애틋한 해후 가슴한켠 자리하고 있던 사랑 짧은 해후지만 풋풋한 사랑이 넘치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았어요
감정에 절제된 해후 멋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