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의 몰락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며 가족들에게 보낸 메일입니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4월 12일 저녁,
기사를 보다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잠시 망연자실해졌습니다.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법원이 기업회생절차에 착수했다는 비보(悲報)였죠.
지난 1945년 8월 15일,
잔인무도한 일제치하의 기나긴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만끽한 지도 잠시, 한반도에는 포츠담선언에 따라 원한의 38선이 그어지고, 북쪽엔 소비에트연방의 꼭두각시였던 김일성이 만주 군벌과 손잡고 공산정권을 수립하고, 남한엔 공장도 전기도 없는 암흑속에서 미군들이 던져주는 초콜릿에 목말라하며 백여개가 넘는 정파들이 이합집산을 하며 3년간의 미군의 통치를 받다가 드디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국호로 하는 민주정부가 탄생했던 바로 그 해,
1948년 부여 출신 조 정구, 창구, 경구 3형제가 의기투합해 대한민국의 공인 건설면허 1호 회사를 설립하니 이름하여 삼부토건(三扶土建)의 시작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부여 출신 3형제가 바로 삼부(三扶)였고, 내가 태어나던 해인 1960년대에 국내 각종 대형공사를 수주하며 한 때 국내 도급순위(수주 및 매출액 기준) 3위를 랭크할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였습니다.
1960년대 후반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과 더불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으며, 포항만 공사로 오늘날의 포스코의 기반을 닦았고, 안동댐, 서울의 양화대교를 건설하였으며, 1970년대초에는 강남 개발붐에 따라 잠실을 개발하며 한낮 누에밭에 불과했던 벌판을 오늘날의 잠실로 만든 서울 개발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강남 역삼동에 특급 호텔인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경주의 도쿄호텔을 지으며 호텔업에도 진출했으며, 70년대초에는 해외 건설시장에 뛰어들어 말레이지아 제2고속도로부터 열사의 사막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상수도 확장공사에 이르기까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이 땅에 막대한 외화를 벌어다 준 고마운 기업이었던 바로 그 삼부토건이 무너진 것입니다.
그 옛날 그리스의 한 철학자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세상 만물은 다 변한다.
인도의 깨달은 성자 고오타마 싯달타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은 변한다.
삼부토건의 몰락은 바로 이 세상이 변하는 이치를 발빠르게 순응하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다가 기차 놓쳐버리고 길에 주저앉아 우는 아이꼴입니다.
창업 63년, 대한민국 건설 면허 제 1호!
이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지키지 못하는 명예는 명예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죠.
삼부토건의 몰락을 지켜보며, 과거 대한민국 컴퓨터의 산 역사이기도 하였던 삼보컴퓨터의 몰락이 연상되었으며, 이런 쓰나미가 바로 우리 천하닷컴, 우리 한국번역그룹에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늘 깨어있으라. 내가 언제 너희 집앞을 지나칠 지도 모르니~~~.
변화무쌍한, 아니 변화의 속도가 숨가쁘게 진행되는 초속의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가족들에게 당부드립니다.
늘 깨어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애벌레가 껍질을 벗지 못하면 7년의 기나긴 인내의 세월도 헛수고로 돌아가고 결국 매미가 되지 못하듯이, 늘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한국번역그룹 가족이 되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법!
고인 물은 결국 악취를 내게 됩니다.
Keep on running!
이 송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