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영광 37코스(합산 버스정류장 - 하사 6구 마을회관) 걷기
지난 주말 영광으로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를 품은 김제. 부안. 고창의 드넓은 평야들은 어느새 여린 황금빛이 감돌고 있었
다. 오랜 늦더위에 입추와 처서가 한참 지났어도 미쳐 가을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마침 주말이자 추분(秋分)인 날에 여행길 가
며 황금평야를 대하니 가을은 이미 턱밑에 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봉남리 합산마을에서 시작하는 37코스는 지난 구간과 마찬가지로 300리 칠산 갯길을 따라 걷는 코스다. 들머리 갯길에는 활
짝 핀 억새들이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가음산 남쪽 월평리 선착장을 돌아온 갯골은 깊고 긴 물 빠진 갯고랑을 조개산 자락까
지 끌어가고 있고, 한 무리의 흰 갈매기 때들이 이곳까지 들어와 갯벌에서 쉬고 있었다. 가음 방제에서 코스를 비틀어 야월교
회를 찾았다. 1908년 외국인 선교사가 세운 이 교회는 110여 년이 넘는 오래된 교회기도 하지만, 6.25 때 65명의 교인들이 공
산군과 그 추종자들에 의해 산채로 수장되거나 매장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교회다. 순교기념관에 들러 당시의 만행을 둘
러보니 가슴이 아리고 순교자들에게 묵념을 올리고 돌아서는 발길은 무거웠다.
두우리 당두마을을 거쳐 상정 마을 해변을 찾았다. 염산면 서쪽 해안에 접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두우리는 남쪽은 비작도
에, 북쪽은 창우항에 이른다. 이 부락의 해안길은 지금껏 지나온 해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간조 기인 낮시간대의 칠산
갯길(방조제)은 갯벌과 염전과 새우양식장들 뿐인데 비해 이곳은 캠핑장으로 활용되는 작은 솔밭과 여름 한 철 해수욕장으로
사용되는 작은 모래 해변도 있었다. 환기수경(換器殊境)이란 말이 생각났다. '묵은 간장도 그릇을 바꾸면 입맛이 돌고, 일상의
예사롭던 감정도 환경이 달라지면 느끼고 보는 것이 모두 바뀐다(宿醬換器 口齒生新 恒情殊境 心目俱遷).' 는 말이다. 지루하
기만 하던 갯길에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니 금세 걸음이 빨라졌다. 상정 해변의 별경은 바다까지 내려 뻗은 백바위 언덕이다.
바닷속 백바위 자체도 아름답지만 주변과 어우러진 풍경은 더 볼만했다. 백암정에 올라서서 수평선에 점점이 떠 있는 육산도
(六山島)를 보는 것은 더욱 특별했다.
창우항이 내려다 보이는 뒷산(81.6m) 언덕에 섰다. 규모가 작은 항구는 썰물 따라 나간 바다와 갯골로 이어지고 작은 배들은
모두 갯벌에 앉아 있었다. 조그만 항구는 한낮의 간조기에 더 초라한 듯 하지만 칠면초가 군락을 이룬 넓은 갯벌은 한창 붉은
꽃밭을 이뤄 볼수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항구 뒤 멀리에 영광 풍력발전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80기는 족히 넘을 듯한 풍력
발전기들이 저마다 세 개의 큰 날개를 하늘 높이 올려 펼치고 늠름한 자세로 서 있었다.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름 느낌, 그 모두를 한눈에 담고 보니 그것은 또 한 폭 그림이었다. 영암군은 원자력발전소와 풍력발전단지와 태양열발전
단지를 모두 갖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 그래서 영암은 특별한 발전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호
산 북쪽 송암리 갯길을 따라 불갑천교를 찾았다. 불갑산에서 발원한 불갑천은 삼산면과 백수읍을 경계하며 이곳에 이르러 창
우항 쪽으로 흐른다. 이 하천의 하류는 여느 하천들과 달리 갯벌의 갯골 같았다. 하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수역은 없고,
대신 그 위치에 골 깊은 갯골을 형성하고 있었다. 다리 건너는 백수읍 하사리 들녘, 추석 앞둔 이곳은 벌써 누란 벼들이 고개
숙인 황금 들녘이었다.
촬영, 2023, 09, 23.
▼ 염산면 봉남리, 합산 버스정류장
▼ 영광 37코스 안내도
▼ 영광 37코스 지도
▼ 봉남리 서쪽 갯길과 건너편 야월리 가음산
▼ 야월리 선착장을 돌아 들어오는 갯골
▼ 봉남리 서쪽 갯길
▼가음방제 직전 갯길 이정목
▼ 봉남리와 야월리 경계의 가음산 동쪽 자락 '가음방제'
▼ 송암리 가음방제
▼ 송암리 염전
▼ 야월교회 가는 길
▼ 야월교회
▼ 야월교회순교기념관
▼ 기념관 전시실
▼ 가음산 서쪽, 야월 3구 운곡마을 입구
▼야월리 흑벼
▼ 야월리 고추밭
▼ 염산염전 버스정류장과 천일염 장기 저장소
▼ 두우리 1구 당두마을 동구와 마을 회관
▼ 당두 마을 대파밭
▼ 당두 마을 서쪽 방조제
▼ 당두 마을 갯길
▼ 당두 마을 서쪽 해변
▼ 두우리 상정 마을 펜션
▼ 상정 고개
▼ 두우리 상정 해변과 백바위 - 1
▼ 두우리 상정 해변과 백바위 - 2
▼ 두우리 상정 해변과 백바위 - 3
▼ 백바위 언덕 백암정
▼ 백바위에서 본 지나온 상정 해변
▼ 백바위에서 본 육산도
▼ 백바위 언덕 순비기나무와 꽃
▼ 두우리 북쪽 뒷산 해변
▼ 두우리 뒷산 언덕에서 본 백수읍 영광풍력발전 단지
▼ 두우리 창우항
▼ 300리 칠산 갯길(염산면 두우리 창우항~ 옥실리 향화도항) 안내판
▼ 두우리 창우항
▼ 두우리 북쪽 갯벌 칠면초 - 1
▼ 두우리 북쪽 갯벌 칠면초 - 2
▼ 두우리 갯벌에서 본 백수읍 영광풍력발전기들
▼ 두우리 갯길 - 1
▼ 두우리 갯길 - 2
▼ 송암리 갯길
▼ 송암리 불갑천 하류 - 1
▼ 송암리 불갑천 하류 - 2
▼ 불갑천교 앞 영광풍력발전(주)
▼ 불갑천교
▼ 불갑천교에서 본 불갑천 / 염산면(우)과 백수읍(좌)을 경계하는 불갑천
▼ 불갑천 북단 백수읍
▼ 불갑천 하류 갯벌
▼ 백수읍 하사 6리 들녘
▼ 백수읍 하사 6리 마을 회관 / 영광 37코스 종점이자 38코스 들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