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차 네팔을 다녀왔습니다.
희미해지는 기억을 더듬어 모아봅니다.
스쳐 지나갔던 많은 이들의 얼굴들을 겹치면 하나의 표정만 둥실 떠오릅니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미소짓고 있습니다. 그들처럼 자연스레 웃어보려 노력해보지만 영 어색하네요.
제가 다녀온 곳은 네팔 카트만두의 버히라 버락 스쿨이었습니다.
네팔에는 청각장애학교가 5군데 있다는데 그 중 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페인트칠을 하고,

같이 공부하고,(이곳은 학교가 아니라 인근의 다른 NGO입니다)


뛰어놀았습니다.

녀석들이 지어준 제 수화이름입니다. 이름 이니셜인 D를 표현한 것이더라고요.
언어도 다를 뿐더러, 아예 말을 할 수 없는 친구들이었지만,
소통은 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손짓 발짓으로, 눈빛으로 의사는 전달되었습니다. 말이란게 때로는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봉사일정이 끝나고서는 짤막한 문화탐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들른 곳은 ‘원숭이 사원’이란 별칭을 가진 스왐부나트 사원이었습니다.
네팔은 전통적으로 힌두교가 강세인 국가입니다.
그런데 힌두교가 워낙 스케일이 큰 종교라서 힌두교 사원에서도 부처와 불교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원 주변을 저 동그란 원판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저것은 힌두교 경전인데요.
사원을 돌며 저 판들을 한 번 돌리며 경전을 천 번 외운 것만큼의 공덕이 쌓인다고 합니다.

네팔에는 개들마저 저렇게 한가합니다.
사원에도 어김없이 개들은 한낮의 더위를 피해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퍼슈퍼티나트 라는 강에 있있는화장터입니다. 네팔 사람들은 죽고나서 저 강에 뿌려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저 광경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저는 500루피를 내고 관광객으로서 입장했습니다.
저 광경이 과연 내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풍경인지. 결코 공유해서는 안 되는 슬픔일텐데. 갑갑했습니다.
한 쪽에는 아이들이 자석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죽은 이들이 지니고 있는 노잣돈을 챙기려고 저 지저분한 강물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역시,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마침 제가 갔을 때에는 새해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그곳은 새해가 4월 14일부터입니다. 그쪽 달력으로 지금은 2067년입니다.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요.

새벽 5시면 사람들은 사원으로 몰려가서 신에게 인사합니다. 그들에게 종교는 삶의 일부입니다. 아니, 삶 전체입니다. 그들의 인사 '나마스떼'는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를'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와 같이 경건하고 엄숙하지만은 않습니다. 종교 그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힌두교 인들은 사원참배를 할 때 저렇게 이마에 연지곤지 같은 것을 찍더군요.

네팔에서 가장 좋아하던 풍경입니다. 매일매일 해가 지는 광경을 실컷 볼 수 있었습니다. 몸을 슬슬 휘감는 어둠이 그립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히말라야는 보지 못했지만, 개와 늑대의 시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12일은 지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을 좀 쉬게 하고자 다녀왔습다만, 갔다온 이후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을 주었는지, 무엇을 받았는지. 지금은 그저 아득합니다. 당장 말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큰 것들이 오고 갔습니다. 아직도 그 곳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서 그 인상에 대해 표현할 방도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좋았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첫댓글 좋았겠구나 ... 개와 늑대의 시간 속에 나도 앉아 있고 싶어라 ... 아이들의 표정과 미소가 고요한 평화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 가고 싶다. 서울에 앉아서 네팔 어느 외진 곳에 다녀온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예술이네! 그런데 몸빼 입은 남자 ... 멋지다 ^^
저도 말이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 욕심없는 얼굴에서 평화가 느껴집니다. 여행이 덕이와 잘 맞았을 것같은 생각이 드네요, 좋았다라는 말이 가장 감동입니다. 저도 좋았습니다. 특히 몸빼~! ^___^
시간은 미래로, 삶은 우리들의 5,60년대 같네. NGO에 가입해서 좋은 일도 하고, 또 배우고, 서덕은 여행으로 또 조금 깊어진 마음이겠네. 가져온 선물은 울딸이 좋다고 갖고 다니네. 이따 보세나.^^
순수한 아이들의 눈동자..그들과 하나된 몸빼 청년..비누방울과의 한때..정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종교적 풍습과 해가 지는 풍경까지 감상 잘했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