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재판 분석한 책을 주말에 정독했다. 사실 (시도해 본 사람만 알겠지만) 재판 다루는 책을 이렇게 집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방대한 자료를 정리한 후 공들여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책 제목을 보며 생각했던 바와 비교하면 매우 잔잔하고 겸손한 느낌을 준다. 억지나 요란함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방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죄를 기대할 수 있었던 사건이 왜 유죄로 판단되었나?' 라는 질문에 대해 차근차근 과정 설명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경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형사 재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내용이 들어 있다.
솔직히 이 글의 저자인 양지열 변호사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특이한 경력 자체는 좋게 보는 편인데 (기자 출신으로 33살에 사법고시 도전, 40기 사법연수원).. 하지만 왠지? 법정보다 방송에서 많이 활약하는 셀럽형 변호사로 보였기 때문이다. 유튜브 출연이 잦은 그의 정치 성향에 대한 거부감이나 오해가 일부 독자들에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법정에서 뛰는 변호인 즉 오직 '변호'만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이런 책을 쓰기 어렵다. 이 책이 저자에게 그닥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변호인과 피고인은 사건이 끝나면 보통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양변은 아마도 김지사 사건 담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집필이 더 가능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책은 필자의 주관적 목소리보다는 사건 해설, 판결문 해석이 주가 되어 있다. 그리고 김경수 지사 재판에 참여한 변호인 3명의 인터뷰가 질의-응답 방식으로 실려 있는데, 이 부분이 디테일 면에서 매우 유익하다.
뒷부분으로 넘어갈수록, 양 변호사가 내 편견과는 달리 이 책을 신중하고 무겁게 집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법개혁 문제도 진영론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한 점이 보인다. 내용 자체는 경어체로 쉽게 풀어 썼는데, 원래 이런 무거운 주제를 쉽게 쓰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개인적으로 이 재판은 (판사들은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자연계 출신 판사였다면 아마 결론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IT전문가 출신 윤영태 변호사 인터뷰 부분을 보면 이러한 판단에 공감할 분들이 분명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피고인 입장에 역지사지하여 서 보면, 1심 재판 때 정치적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멕이기'는 원래 어렵다. 그런데 김경수 사건은 2심에서 하나는 무죄, 하나는 일부 유죄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실상 내용 자체는 완전히 뒤집어진, 즉 1심을 멕인 것이기도 하다. 드루킹 진술도 대부분 허위로 판단되어 탄핵되었다.(같은 상황을 두고 1심, 2심 판결 내용에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정치적 타격은 똑같이 유지시켰다. 왜냐고? 왜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더 잘 알 것이라 본다. 왜 이것을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법조계 종사자인 피붙이 형제의 분석입니다. 지사님 카페에 올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 강 진 드림
(어떤 책인지? 뒤집힌 진실은?)
메디치미디어 출판사 북피티쇼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e0nSpsBPD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