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합천 지나 진주 가는 길,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자락 너머로
이른 저녁 반달이 진주성까지 따라왔다
황금들녘을 바라보는데
마을 사람들의 입김이 모여 들었는지
무서리를 훔쳐온 안개가
야트막한 산자락을 가리고
야트막한 집들을 가리고
검푸른 저녁을 짓고 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는지
오솔길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진주에 도착했다
반달은 함양에서 진주까지
차도 타지 않은 채 따라와
촉석루 용마루 위에서
논개의 울음소리로
여독에 지친 가슴을 파고들었다
남강물이 밤새 뒤척이며 강낭콩보다
붉은 하늘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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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가는 길 / 김남권
이희국
추천 1
조회 32
23.12.20 06:1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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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남권 선생님!
진주 하면 논개가 떠오르지요.
5연이 절창입니다.
명시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