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강원스토리 홍천의 단오행사
1. 오늘은 강원도 홍천의 단오행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고요. 단오는 다들 아는 명절인데요. 먼저 강원도 단오제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해 주세요?
강원도에는 옛날 마을마다 단오제를 지내고, 단오행사를 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매년 단오만 되면 마을 중간에 있는 큰 밤나무에 그네를 맸고, 그 옆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수리취떡이며 국수를 삶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동네 청년들 서너 명이 그넷줄을 트는 장면도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동네 처녀들이 색동옷을 입고 그네를 탈 때면 참 예뻤지요. 그래서 해마다 기다려지는 명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1970년대 중반이니 새마을운동을 할 때 쯤 해서 단오행사가 없어지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인데요. 그래도 꾸준히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이 간혹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강릉단오제가 있어 다행입니다. 강릉단오제는 이제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되었으니, 그 의의가 아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어제 2019년 단오제가 대관령 서낭당에 기거하는 범일국사와 홍제동에 있는 여성황을 보내는 송신제를 끝으로 폐막을 했습니다. 강릉단오제 외에도 삼척 미로면에서 지내는 단오도 있습니다. 미로단오제는 조선조 개국과 관련이 있는 준경묘, 영경묘, 천은사가 있는 곳입니다. 삼척의 단오행사도 강릉단오제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3. 단오의 전통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면 홍천에는 어떤 단오행사가 열리나요?
홍천에서도 예전에는 마을 곳곳에서 단오행사가 열렸습니다. 마을을 다니면서 조사를 하다보면 어른들이 그 시절을 많이 그리워합니다. 올해는 홍천문화원에서도 단오공연을 했는데요. 무엇보다 홍천군 동면의 노천리 단오행사를 소개하겠습니다.
4. 홍천 동면에 있는 노천리 단오, 뭔가 특이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노천리에 가면 솟대배기라는 소지명이 있습니다. 옛날 이곳에 살던 염 씨가 과거에 급제해서 그 기념으로 솟대를 세워 마을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이곳에 가면 간송정이라는 정자가 있어요. 정자에는 1958년에 이용범이라는 사람이 쓴 중수문이 있는데 자신의 조부께서 이 정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시인묵객들이 모여 경서를 읽고 학문을 토론하던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그러니까 2015년일 겁니다. 그때 이 간송정 용마루 밑에서 옛 현판과 함께 단오그네를 탈 때 쓰는 발판이 나왔습니다.
5. 그럼 그 간송정 부근에서 오랜 옛날부터 그네를 매고 단오행사를 했다는 얘기네요?
예, 지금도 간송정을 주무대로 매년 단오가 되면 이곳 사람들은 단오행사를 엽니다. 수리취떡을 비롯한 음식과 술을 장만하여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즐기게 됩니다. 떡, 고기, 술 등이 아주 푸짐 합니다. 그리고 간송정 옆에는 아주 커다란 물푸레나무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바로 그 물푸레나무에 매년 그네를 맵니다. 동네 장정들이 전 해에 추수를 할 때 미리 준비해 두었던 짚으로 그네 줄을 꼬아서 나무에 매고 그네를 탑니다.
6. 혹시 노천리 간송정에서 단오행사를 하는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나요?
예,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옛날 이 간송정에는 아이들이 글공부를 하였습니다. 글공부를 하는 학생 중에 준수하게 생겼고 목소리도 청아한 허 씨 성을 가진 학동이 있었지요. 간송정 옆에는 염 씨 성을 가진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허 학동을 짝사랑 하게 됩니다. 염 씨 처녀는 허 학동을 좋아는 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혼자 애만 태우고 있었지요. 그렇게 짝사랑을 한지 벌써 해를 넘겼고, 먼발치 담 너머로 허 학동을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염 씨 처녀가 허 학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단 하루가 있었습니다. 바로 단옷날이었습니다. 이때면 동네처녀들이 곱게 옷을 차려입고 단오장에 나가서 그네를 타고 놀 수 있었습니다. 염 씨 처녀는 자신의 예쁜 모습을 허 학동에게 보일 수 있다는 마음에 그네를 타면서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그 해도 염 씨 처녀는 단오가 얼른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해는 동네에 초상이 나서 단오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오매불망 염 씨 처녀는 허 학동을 볼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 단오를 기다렸는데,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만 병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두 집안 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 부모님께 말해 중매를 넣어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두 집안은 아주 오래 전부터 무엇 때문인지 원수지간으로 지내고 있었으니까요.
처녀의 병은 더욱 깊어졌고, 마음의 병인지라 백약을 써도 낫지를 낳았습니다. 처녀는 마지막 숨을 거두며 물끄러미 엄마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엄마, 나 죽거든 저 산 양지바른 곳에 묻어줘요. 간송정이 잘 보이는 곳에요.….”
처녀는 그렇게 말을 다 잇지도 못하고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죽고 말았습니다. 처녀의 어머니는 딸을 산에다 묻고 내려와서 유품을 정리하다가 가슴을 치며 한탄을 했습니다. 허 학동을 향한 그리움과 단옷날 볼 수 있다는 염원이 깃든 글귀가 꼬박 상자에 채워져 있었지요.
처녀가 죽은 후 노냇골에서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단오행사를 하고 그네를 매었습니다. 처녀는 죽어 마을 뒷산의 산신이 되었고, 매년 단옷날 자신의 영혼을 달래며 그네를 매주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을 점지해 준다고 합니다. 대신 그네를 매지 않으면 마을의 젊은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생긴다고 해요. 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염 처녀와 같이 그런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기원하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네를 매고 뛰면서 단오행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7. 참 슬픈 사연이네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