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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괴산 산막이옛길~ 비단결 같은 등산코스~|작성자 강산
충북 괴산의 오지마을인 산막이마을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 소나무 숲에 출렁다리를 설치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산행길에 재미를 더했다.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름 더위도 한풀 꺾인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지고 해도 짧아졌다. 그러고 보니 처서(處暑·23일)다. 길가엔 노란 마타리가 하늘거리고, 연보랏빛 쑥부쟁이가 무리지어 피어난다. 넝쿨이 뒤덮인 곳에는 사위질빵 하얀 꽃이 이제 곧 밀려올 가을을 반긴다. 여름을 보내는 초가을 여행지로 손색없는 곳이 충북 괴산군의 ‘산막이옛길’. 이 길은 오지 중의 오지 ‘산막이마을’로 드는 벼랑길이다. 산막이마을은 괴산으로 흘러가는 달천(달래강·감천)을 가둔 괴산호가 앞을 막고, 험준한 군자산이 뒤를 막고 있어 최근까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산길이다.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고 험하지만 괴산호에 바짝 붙은 맑은 물빛을 내려다보며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낼 수 있는 생명 같은 길이다.
충북 괴산의 오지마을인 산막이마을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 깎아지른 바위 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망세루에 서면 괴산의 명산인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기봉 등이 겹겹이 눈앞에 펼쳐진다. |
◇오지 중의 오지 ‘산막이마을’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이곳 첩첩산중에 마을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산막이마을. 산이 막아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사시사철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성지순례 하듯 걷는 길이 있어서다. 바로 ‘산막이옛길’이다. 호수를 끼고 돌며 숲 터널을 지나는 가파른 산막이옛길을 지나야 산막이마을로 들어선다.
산막이마을은 예부터 산속 오지였던 터라 조선시대에는 죄인의 유배지였다. 을사사회(1545)에 휘말렸던 조선 중기 학자 노수신(1515~1590)이 이 두메에서 한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중에 그의 10대손인 노성도가 선조의 자취를 더듬어 이곳으로 왔다가 마을을 에둘러 흐르는 달천 주변의 비경에 반했고, 아홉 경승지를 골라 ‘연하구곡’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하지만 연하구곡은 1957년 괴산댐이 완공돼 물을 가두면서 호수 속에 잠겼다. 달천을 따라 마을로 드는 유일한 길도 물에 잠겨 끊어졌다. 통행로가 잠기자 산막이마을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호수 위 산허리에 가느다란 벼랑길을 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고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호수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길. 그럼에도 산막이마을은 점점 더 바깥세상과 멀어져 갔고, 주민은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드나드는 사람이 없으니 산막이길도 황폐해졌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졌다.
이처럼 위태로운 벼랑길을 복원하자고 나선 건 2011년. 산막이옛길로 이름을 정하고 총 길이 약 4㎞의 걷기길로 만든 것이다. 구간은 칠성면 사은리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까지. 호수를 끼고 도니 풍경이 수려하고 경사도 완만하다. 또 사람 손을 타지 않았으니 나무도 무성하다. 편도 30~40분 걸리는 거리도 걷기에 부담 없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며 음이온이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충북 괴산의 오지마을인 산막이마을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 소나무 숲에 출렁다리를 설치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산행길에 재미를 더했다. |
◇옛길 매력 곳곳에 숨겨진 ‘산막이옛길’
길의 들머리는 사오랑마을. 마을 왼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 오르면 잘 건사한 소나무숲이 먼저 반긴다. 소나무 숲의 솔향을 가득 머금고 사오랑 서당과 고인돌 쉼터를 지나면 출렁다리를 만나는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길에 아찔힌 재미까지 추가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깎아지른 바위 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망세루에 다다른다. 괴산의 명산인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기봉 등이 겹겹이 눈앞에 펼쳐진다. 일상의 모든 시름을 내려놓기에 딱 좋은 장소다.
망세루를 지나면 갈림길이다. 오던 길을 따라 산 허리로 죽 이어진 게 산책로, 산 능선을 따라 나 있는 게 등산로다. 산책로는 느티나무 고목 위에 만들어 놓은 괴음정과 바닥이 유리로 된 고공전망대로 이어진다. 3m의 강화유리로 만든 고공전망대는 곧 떨어질 듯한 암벽과 새파란 물 위에 놓여 서 있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다. 산책로는 이름처럼 산책하듯 자연의 소리를 듣고 풍광을 보며 쉬엄쉬엄 걷는 길이다.
반면 등산로는 꽤 험하다. 호수를 에워싼 등잔봉(450m), 천장봉(437m), 삼성봉(550m)을 잇는 능선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풍경이 장쾌해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종종 찾는다.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까지는 편도 2~3시간 거리다.
곳곳에 숨은 이야깃거리도 산막이옛길의 또 다른 매력. 허리 높이에서 살짝 구부러져 사람의 손을 많이 탄 나무는 ‘미녀 엉덩이 참나무’라 이름지었고, 백설기 모양의 두꺼운 바위가 차곡차곡 쌓인 단층은 ‘스핑크스 바위’라 불린다. 한 사람이 겨우 비를 피할 만한 바위 아래 공간은 ‘여우비 바위굴’이 되었고, 그것보다 조금 깊은 동굴은 ‘호랑이굴’이 되었다. 무거운 지게를 잠시 내리고 목을 축인 옹달샘은 ‘노루샘’, 쌀 한 말 건지기도 힘든 천수답에는 연을 심어 ‘연화담’으로 이름 붙였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발랄한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짙은 숲터널을 지나면서 맑은 괴산호의 물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게 산막이옛길의 빼어난 점이다.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활엽수의 숲속에서 물만 곁에 두고 걷노라면 몸과 마음이 자연에 온전히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쌍곡구곡 초입에서 더위를 식히는 탐방객들. |
◇소금강의 절경 갖춘 ‘쌍곡구곡’
여름 더위가 채 식지 않았다면 계곡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괴산은 도처에 계곡이 있다. 일찍이 이름난 화양계곡과 선유계곡은 말할 것 없고 갈은구곡도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계곡이다. 그중 소금강의 절경을 갖춘 쌍곡구곡은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이 산수경치에 반해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12㎞ 지점의 칠성면 쌍곡마을로부터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의 구간 물길이 쌍곡구곡이다.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장암(마당바위) 등 명소가 즐비하다.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의 웅장한 산세에 둘러싸여 흐르는 맑은 물은 기암절벽과 노송,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룬다. 특히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칠보산과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군자산은 등산객에게 인기가 많다.
선유동 입구에서 관평 방면으로 이동한 뒤 51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한 후 고갯마루를 넘으면 쌍곡구곡의 상류가 시작된다. 괴산에서는 문경 방면 34번 국도로 15분 남짓 내려오면 쌍곡구곡으로 연결된 517번 지방도를 만날 수 있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룬 곳.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것다고 해 소금강이라 불린다. 517번 지방도 옆이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들를 수도 있다.
쌍곡폭포는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8m 정도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종국엔 여인의 치마폭처럼 넓게 펼쳐지는데 간장을 서늘케 할 정도로 시원하다.
◇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나가 30㎞ 정도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는 괴산IC와 연풍IC를 거쳐 약 20㎞와 35㎞를 가면 괴산읍에 도달할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40㎞ 정도 가면 된다.
△먹거리=산막이옛길 인근의 맛집이라면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왼쪽의 ‘할머니 괴강매운탕’(043-832-2974)이 첫손에 꼽힌다. 괴산의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단연 올갱이해장국이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이 몰려 있다. 서울식당(043-832-2135)과 기사식당(043-833-5794)이 30년 넘게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내고 있다.
괴강매운탕 |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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