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주 산책, 산수 예찬
◉ 2026.10.3
◉ 다사역-다사초-마천산-문양역
이원근
여든을 넘기고 나니 몸 곳곳에서 잔병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벗들은 예순 무렵부터 걷기를 게을리하더니, 다리와 허리의 근육이 쇠하여 이제는 오래 걷지 못한다. 예순을 넘긴 뒤에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다리 근육을 길러온 이들 가운데서도, 어떤 벗은 허리와 무릎에, 또 신체 각 부위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전국의 명산대천을 두루 찾아다니던 벗들이 이제는 근교 산책마저 마다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몇몇은 여전히 한데 모여 지난날의 이야기를 나누며 근교 산책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부곡의 야트막한 야산, 마천산을 찾아 한가로이 산책을 즐겼다.
산수 예찬
여든이 되면, 우산 하나를 접어 마음 한켠에 세워 둔다.
비를 맞을 만큼 맞았고 바람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젖은 날들은 젖은 대로 눈부신 날들은 눈부신 대로 지나갔다.
이제는 멀리 갈 일이 없다.
창가에 햇살이 들면 그 자리에 잠시 앉고 차 한 잔이 따뜻하면 천천히 마신다.
오래된 책장을 넘기다 한 문장 앞에서 멈추고 문득 떠오른 얼굴 하나 가만히 마음에 담아 둔다.
젊은 날에는 늘 무언가를 향해 걸었지만, 지금은 걸어온 길을 바라보는 일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가지 하나 남은 나무처럼 말없이 서 있어도 좋고 낮은 처마 끝에 앉은 새처럼 한동안 세상을 바라보아도 좋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듣고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듣는다.
남은 계절은 재촉하지 않는다.
우산 아래 드리운 작은 그늘에 지난날을 하나씩 내려놓고 오늘의 햇살 하나를 오래 바라본다.
여든, 삶이 조금 느려져 비로소 들리는 것들이 있는 나이, 아무것도 붙잡지 않은 손으로 남은 하루를 받아 드는 조용한 저녁이다.
첫댓글 ㅡ 권수문
자고로 인생 칠십 고래희라 했지요.
전에 같으면 동네에서 8순 어르신은 보기 드물었고
주로 환갑(회갑)잔치가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회갑연 자체가 우리 문화에서
사라지고 없으니...
'산수 예찬'
한 글자,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
명시名詩입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건강하신 몸으로
더도 덜도 말고
지기들과 어울려
발걸음 닿는대로 계속 여정을
이어가시길 기원드립니다.
ㅡ 박종웅
88세 미수예찬까지 기대합니다.
이고문님은 우리 산너머의 자랑이자 버팀목입니다.
화이팅!
ㅡ 조경숙
산수 예찬.
한편의 시가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작품 한편이 기분좋은 아침을 맞게 하네요.
ㅡㅡ 경숙님!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산을 바라보며 쓴 글이 오히려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할 때가 있더군요.
작은 글 한 편이 기분 좋은 아침을 열어드렸다니 저도 참 기쁩니다.
오늘도 산처럼 편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