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월요일
추석 당일(14일) 밤 10시 구포역에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 출발. 구비구비 한계령고개를 지날때 쯤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속이 미싯거리며 구토증상이 온다. 차멀민가 보다. 곧 오색남설악 매표소에 도착하니 새벽 4시. 여기서 대청봉까진 4시간 소요되고, 대청에서 봉정암까진 1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산악회에서는 '오전 8시까지 봉정암에 도착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용아에 간다'라고 한다. 시간내에 도착 못한 사람은 용아에 들어 갈 자격이 없다나... 체력미달인것 뿐만 아니라 용아에서의 체류하는 8시간을 고려 할 때 전체 일정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것도 선착순에 해당하려나... 한번은 꼭 가고 싶었던 곳이라 기를 쓰고 오른다. 초입부부터 가파른 돌계단이 8부능선까지 이어진다. 하늘조차 구름에 가려서인지, 후레쉬없인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827고지를 지나서 한참을 오르니 우측으로 힘찬 물소리가 들린다. 설악폭포인가 보다. 한모금 목을 축이고, 조앙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며 대청봉으로...
오전 6시 7분. 대청봉이다. 두시간 칠분만에 정상에 섰다. 이리 짧은 시간에 대청봉에 올랐다는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용아가 무언지, 그것이 나를 이상게 만드는가 보다. 정상석 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 찍느라고 부산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차례가 올것같지가 않아 바로 앞에 있는 '양양이라네'랑 찰칵~ 대청에서 첨으로 맞이한 장중한 일출도 촬영하며 10여분정도 머문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정상에 잠시 서 있으니 차가운 바람이 내 곁을 스치우고 지나간다. 추~웁~다. 드러난 반팔 위로 소름이 돋고 있다. 춥고 배고프니 아무 생각이 없다. 이제 봉정암으로 출발이다.
오전 7시 8분. 봉정암. 5시간 걸릴 산행을 3시간 10분만에 도착핸 것이다. 먼저 도착한 7명이 아침을 먹고 있다. 지독히도 산을 좋아하는, 산에 미친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있다. 나도 그 중에 한사람인걸 망각한채... 한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느긋하다. 먼저, 봉정암의 약수를 들이킨다. 그것도 두바가지씩이나... 온 몸이 싸아~해진다. 주기적인 오전생리현상들을 해결하고, 만약을 대비해 양무릎에 에어파스를 뿌리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오전7시 55분. 용아로 출발이다.
오전 8시. 봉정암에서 좌측 아래로 내려서면 백담사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오르면 오세암 가는 길이다. 오세암 방향으로 잠시오르면 암벽 위의 석탑에 이른다. 이곳에서 좌측을 ?살피면 입산금지 푯말이 동앗줄에 메달려 있다. 그 줄을 넘어서면, 눈 앞에 보이는 산행금지구역 안내판. '이곳은 등반이 금지된 구역이며, 이를 어길 시 50만원 벌금에 처한다'라는 글구가 있다. 모두 범법자(?)가 되는 순간이다. 나 또한 예외없이... 하지말라고하면 더욱 기를 쓰고 할려는것이 인간의 본성이련가. 용의 아가리에 첫걸음을 넣는다. 소수의 산악인들만 가던 곳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아주 가파른 내리막에 밀림처럼 수풀이 우거지고 등산로조차 희미하다. 매년 오는 곳이라던 산행대장이 초입부터 헤맨다. 계속해서 내려가면 가야동계곡인데, 무작정 내려가다가 후퇴한다. 다시 되돌아 올라와서 찾은 초입부. 대략 15~6M쯤되는 수직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초임부터 긴장감이 흐른다. 이제부터 8시간동안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 잠깐의 방심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차하는 순간 수십미터 암벽을 낙하하여 깊은 계곡 속으로 사라지기 십상이다. 설악산 주변의 경관을 조망하며 용의 입속을 천천히 이동한다. 어금니에서부터 송곳니, 앞니... 이렇게 아홉개의 거대한 잇발들을 줄을 타고 오르고 내리며, 암봉들을 넘어 간다. 때론 풀뿌리와 나뭇가지를 잡고서 칼날같은 능선을 네발로 기다시피하며 간다. 드디어 용의 마지막 잇빨 옥녀봉에 도착했다. 일명 개.구.멍 왜 개구멍이라 불리우는지는 모르겠다. 일반 통념상 좁은문을 개구멍이라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개구멍은 구멍이 아니었다. 잇몸의 끝부분에 붙어있는 어금니처럼 3면이 그야말로 밑이 보이지 않는 낭떨어지이고 우회하는 길, 후퇴하는 길도 없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봉정암까지 되돌아 갈 수도 없는 노릇. 이곳은 용의 아가리를 탈출하는 마지막 통과의례이자 용에 대한 예의이다. 이곳을 지나지 않고선 용아를 말하긴 어렵다. 얼굴을 바위쪽으로 향하고선 횡으로 걸린 허리 높이의 자일을 잡고 발 디딜곳 조차 변변치 않는 절벽 위를 10여 미터나 미끌어지듯이 이동해야만 한다. 이곳을 통과 중에 아래를 내려다봐선 절대로 안된다. 아래를 보는 순간 오금이 저려 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테니까... 개구멍을 통과하지 않고선 용아를 갔다와다고 말 할 자격이 없다. 뉘가 개구멍을 알겠느뇨. 용牙. 이제는 그 무시무시한 용의 잇빨로 보이질 않는다. 더욱 친근해진 모습으로 다가온 용兒. 용兒라고 부르리. 이제는 사납고 거칠은 용이 아닌 내 마음 속에 들어와버린 용아. 기회가 된다면 차제에 다시 찾으리. 수렴동계곡 일부분을 거쳐 수렴동대피소, 영사암, 백담사까지 지루하게 간다. 셔틀버스를 타고 용대리 주차장에서 오늘의 산행을 완료하다.
대청봉에서 조망한 파노라마 좌측아래에 공룡능선 일부가 보이고 그 너머로 운해가 내려앉아 있고 중앙이 천불동계곡이다. 우측으로 권금성과 화채능선이 펼쳐지고, 다음 기회에 가 볼 목적지이다.
용아 입구에서 맞은편을 조망한 공룡능선
오색남설악 매표소 오전 2시부터 개방된다.
대청봉에서 맞이한 일출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을 바라보고...
대청봉
정상석을 포기하고 양양석과 함께
봉정암
용아장성 입구 앞에 보이는 저지선을 넘으면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초입부 15~6미터 쯤 되는 암벽이 가로막고 있다.
하늘금을 긋고 있는 서북능선
뒤돌아 본 모습 멀리 소청과 중청이 보이다.
촛대바위
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이 사다리 역활을 하고있다. 거진 썩어서 금새 부스러질것 같으나 탄력이 굉장하고 탄탄하다.
좌측 뒷편에 뭉텅하게 보이는 곳이 귀떼기청봉인가 보다.
용아장성의 건너편인 공룡능선의 끝자락. 터 좋은 곳에 오세암이 자리잡고 있다.
개.구.멍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순 없다. 통과?을 반드시 치뤄야만 한다. 바위 중앙 작은 동판에는, 이곳에서 추락사한 이들을 추모하는 글귀가 적혀있다. 바위 우측으로 외줄에 의지 한채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개구멍의 뒷모습. 전과 후에 산대장이 위치해있고,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애를 쓰고있다. 사진과는 달리 실제 모습은... 생각만해도 아랫도리가 아리~~해지고 오금이 저려 온다. 가 본 사람만 느낄 수 있을것이다.
??
|
출처: 꺼병이의 속알 원문보기 글쓴이: 꺼병이
첫댓글 멋진 사진 잘 보았읍니다. 한마디로 굿입니다.
잘 잘 하신네요.
소설같은 아름다운 산행기네요 .... 저도 굿 입니다 ...
멋있어요! 우회 많이한것 같군요. 다음에는 개구멍 그리 겁나지않읍니다. 옥녀봉까지......
멋진 산행기 굿-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