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옥 선생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의 다섯번째 수필집을 읽고나니 다정하고 따뜻한 품성이 더 드러난다.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선물을 공개하는 일은 저으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그냥 따듯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으로 접수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몸에 익힌 선의와 나눔 생활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자신이 전한 선물이나 베품을 알리지 않는 미덕을 생각하며 나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남는 건 사랑>, <엄마처럼>에서 이영자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렵게 느껴졌던 마음을 편안한 쪽으로 당기게 한다. 임지윤, 김혜영, 우명식.. 내가 아는 반가운 이름들과도 정을 나눈다.
'분당에 사는 노 선배님 시모가 돌아가셨다.' 로 시작하는 <육개장> 이란 글에 우리 어머니 장례식장 풍경도 나온다. 사람과 사물, 자연을 대하는 시선이 남다른다. 소소하고 낮은 것에서 깊고 소중한 정을 발견하는 마음이 김산옥 글밭의 거름이다.
그야말로 수필가의 삶을 잘 살고 있는 김산옥 작가에게 박수보낸다.
* 오늘은 백중기도 날이다.
<원적정사>는 시부모님 만년 위패를 모신 절이다. 분당 메모리얼파크 공원묘지에 모셔진 영가의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지장전이기도 하다. 8년 전 어머님을 이 공원묘지에 모시면서 인연이 되어, 매년 이곳에서 시부모님 백중기도 사십구재 기도를 올린다. (17쪽)
나는 오래 전, '원적정사' 산사음악회에 장사익이 온다고 해서 친구와 다녀온 적이 있다. 메모리얼파크는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계셔서 자주 갔었고...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 요즘엔 몸져누운 아버님을 날마다 세수시킨다. 넓은 이마, 굵게 패인 주름살, 까슬까슬한 턱수염, 커다란 점사마귀가 있는 늘어진 목덜미…. 처음에는 그 촉감이 낯설었다. 마음이 슬그머니 방문 열고 도망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갓난애 세수시키는 것이 더 어색할 것만 같다. (65쪽)
숙연하다. 나도 시부모님을 모셨으나 이 글을 읽으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나도 가끔 어항 앞에서 앉아 '물멍'을 할 때가 있다.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는 이른 아침에 거실로 나오면 어항에 구피가 물방울을 튀기며 반긴다. 조그만 녀석들도 눈이 있는지, 나만 보면 치고받고 몰려든다. (161쪽)
* 그날은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엄마는 흰 수건을 머리에 쓰고 긴 앞치마를 허리에 동여맨다. 보자기를 덮은 채반을 머리에 이고 언덕진 아랫마을로 내달린다. 동장군이 주둔한 마을 길을 하얗게 입김을 내뿜으며 걷는다. 바람에 펄럭이는 옥양목 앞치마가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보다 더 시리다.
그날은 우리집에 특별한 음식을 한 게 틀림없다. (179쪽)
* '마음의 시작은 지금 바로 이 순간부터'라는 스님의 법문과 '열정이 식으면 나이가 든다'는 카르멘 델로피체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나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다짐해 본다. (208쪽)
김산옥 작가가 꿈꾸는 집이다.
이미 마음에서이루어졌다. 그의 환한 마당에 들어선다.
(표지그림 : 전해주)
첫댓글 선배니이임~
이렇게 격 높게 소개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선배님 따틋한 응원 고맙습니다.
칭찬에도 절제가 필요한걸요.
산옥 샘의 따뜻한 마음나누기를 바라보는 것만도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