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페라타의 역사와 장비, 등반요령
비아페라타(via ferrata)는 이탈리아어로 ‘쇠로 만든 길’이다. 암벽을 안전하고 쉽게 오를 수 있게 쇠말뚝과 와이어로프로 고정을 하고 난이도에 따라 철계단이나 철제 스텝, 또는 암벽을 깎아서 발디딤을 만들기도 하고 철제 다리나 와이어로프로 흔들거리는 티베트 다리를 설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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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샤두 코스 정상이 가까워지며 나타나는 오버행의 철계단은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계단 같다
비아페라타는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842년 프랑스 왕은 “저 산의 정상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겠으니 너희는 내가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라”고 명령했다. 몽 에귀(Mont Aguille·2,086m)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있는 산으로 고정 로프와 계단을 이용해 왕이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1843년 9월 15일에는 오스트리아의 다크슈타인(Dachstein·2,995m)에 140m 길이의 와이어로프와 5m 길이의 쇠로 만든 계단을 설치되며 난이도 2급의 등산로가 개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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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레 디 토블린 코스 정상 벽의 철계단을 오르다 보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돌로미테의 위압적인 전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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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샤두 코스 3단 벽을 오르다 보면 해가 높게 오르고 그늘을 벗어나면서 등반은 더욱 즐거워진다.
비아페라타의 역사와 장비, 등반요령
비아페라타는 5등급으로 난이도가 구분되며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이 즐겁게 등반하며 거벽 등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도감과 벽과 벽 사이의 미로를 오르며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것으로 ‘알파인 관광’(turismo alpino) 등반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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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피샤두 코스 1단 벽을 오른 뒤 약 5분을 걸어가면 2단 벽에 도착하며 왼쪽으로 100m가 넘는 폭포와 줄지어 오르는 수백 명의 클라이머를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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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토레 디 토블린 코스 아내 박종열씨가 허공에 걸쳐 있는 철계단을 오르며 무서워하자 남편 이상완씨가 뒤에 바짝 붙어 격려하며 같이 등반하고 있다. 3 도소네 리오 세코 코스 등반법에 대해 서로 말다툼하다가도 서로 격려해 주며 오르는 이상완-박종열 부부 클라이머. 4 가르조레트(다인 피콜로) 리노 피제타 코스 상단부에서 카라비너를 연결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항상 한 개의 카라비너는 와이어로프에 걸려 있어야 하며 대형 쇠말뚝을 지나는 지점에서는 먼저 한 개의 카라비너를 옮기고 난 후 뒤에 있는 카라비너를 옮겨야만 추락시 안전하다. 아래에 보이는 호수는 토블린호수.
- [비아페라타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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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비아페라타 장비 세트. 처음에는 로프나 슬링으로 나오다가 최근에는 스프링식 슬링으로 나와 사용하기가 매우 편해졌고, 자동 잠금 카라비너도 빠른 시간에 손으로 작동하기 쉽게 매우 커지고 가벼워졌다. 2 등반중 와이어로프를 고정하는 피톤이 번개나 낙석으로 깨져 있는 곳도 있고, 와이어로프가 절단된 것도 있으니 등반 시 항상 루트파인딩을 하며 주의해야 한다. 3 등반 스타트 지점에는 항상 장비 착용을 재검검하라는 경고판가 달려 있어 등반 전 주의를 준다. 4 비아페라타 등반은 장시간 와이어로프를 잡고 체중을 걸어야 하고, 낙석이나 번개로 상한 와이어로프의 날카로운 철사 부분에 손을 다칠 수 있으니 장갑을 사용하는 게 좋다. 등반용 장갑은 손가락이 나와 있는 것이 카라비너 작동에 편리하다. 가죽제품은 여름 등반 시 매우 덥고 땀이 차니 손등 부분은 통풍성이 뛰어나고 신축성이 있는 원단이 좋다.
2급 7~9세 어린이들은 성인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장비 조작법이 익숙해야 하고, 고소 공포증이 있으면 안 된다.
3급 주니어들도 성인과 같이 등반 가능하나 장비 조작에 매우 익숙해야 하고, 와이어로프가 없는 벽 중간의 등산로에서도 고소공포증이 없이 균형을 잘 잡고 걸어야 하며, 위급 상황 시 탈출 능력이 있어야 한다. 팔 힘이 많이 있어야 하고 발사용을 잘해야 한다.
4급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절대로 안 되며, 강력한 팔힘이 있어야 하며, 등반자 스스로 발디딤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 알피니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등반 가능하다.
5급 전문 알피니스트가 아니면 절대 등반해서는 안 되며 암벽 등반 경험이 많아야 한다. 탈출할 상황에 대비해 로프 하강은 물론 탁월한 자기 확보 능력이 있어야 한다. 팔에 매우 강한 파워가 있어야 하고, 인공 보조물이 없는 자연 암벽에서도 발 디딤을 잘 찾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수십 m 오버행을 와이어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체력과 담력, 경험이 있어야 한다.
[비아페라타 장비]
비아페라타 세트(안전벨트와 연결하는 두 개의 길다란 슬링과 자동 잠금 장치가 있는 카라비너), 헬멧, 안전벨트, 손가락이 나와 있는 장갑이 있어야 한다.
4급 이상은 데이지체인(일반 비아페라타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나 워낙 팔 힘이 드니 자주 쉬는 게 좋다. 일반 비아페라타 세트는 슬링의 길이 조절하기가 힘들어 짧은 휴식 시 불편할 수 있다), 비상용 로프와 퀵드로를 가져가는 게 좋다.
[비아페라타 등반 시 주의 사항]
비아페라타 등반 전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일기 예보이다. 알프스의 급변하는 날씨는 모든 등반에 위험하지만 특히 번개가 칠 경우 와이어로프와 수백 개의 쇠말뚝이나 쇠 발디딤에서 감전할 위험이 있다. 만약 등반 중 천둥 번개 등이 치면 노출된 벽면보다는 숨어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나, 와이어로프가 많지 않은 등반지로 대피하고 몸에 연결된 금속 장비와 배터리를 몸에서 멀리하는 게 좋다.
등반 루트 밑에 다가가면 제일 먼저 헬멧을 착용해서 낙석에 대비하는 게 좋고 그 다음에 간식이나 음료, 등반 장비를 준비하는 게 좋다.
등반 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슬링에 걸린 두 개의 카라비너 중 한 개는 항상 와이어로프에 걸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추락 시 쇠말뚝에 걸려 자동 제동이 된다. 와이어로프에는 항상 두 개의 카라비너가 걸려 있어야 하며 말뚝 구간을 넘어 갈 때는 카라비너 한 개를 먼저 빼서 말뚝 건너 로프에 걸어야 한다.
편하게 등반하는 법은 항상 카라비너 두 개를 등강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한 손 위에 두고 밀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안 그러면 말뚝을 넘어갈 때마다 밑에 처져 있는 두 개의 카라비너를 올려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힘들어지고 등반 속도가 나지 않는다.
비경험자와 함께 등반할 경우에는 보조 자일과 몇 개의 퀵드로를 가지고 다니면서 확보를 해주어야 한다. 정신적으로나마 위안을 주어 등반을 용이하게 한다. 뒤에서 한 줄로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경우 비경험자의 경우 진퇴양난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출발기점을 찾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깊은 산일 경우 하산 길을 찾기 어려울 수 있고 안개가 낄 경우에는 매우 위험한 상항을 초래할 수 있으니 가능한 한 전문가나 등반 가이드와 같이 등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