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나이에 미국·이탈리아·중국·일본 4개국을 돌며 요리 유학을 한 주부가 틀을 깬 TV프로그램 진행으로 팬을 늘려가며 요리 분야 ‘스타’로 뜨고 있다. ‘빅마마’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요리연구가 이혜정(49)씨. 작년11월 케이블 푸드채널에서 ‘빅마마의 오픈키친’(매주 월·화 오후11시) 방송을 시작한 이후, 고정팬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빅마마’를 응원하는 팬 레터가 매일 10~20여개씩 올라온다.
왜 이토록 시청자들이 열광하는지는 그의 프로그램을 한 번 보면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넉넉하고 푸근한 ‘요리 토크쇼’다. 요리만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사이사이 ‘옆집 아주머니처럼’ 구수한 입담을 과시하느라 프로그램 내내 그의 손과 입은 쉴 틈이 없다. 특유의 눈웃음과 높은 톤의 목소리는 맛깔스런 양념이 된다. 아들의 대학 졸업식, 마흔 살 넘어 요리를 공부하던 이탈리아 유학시절의 이야기 등, 요리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 보따리들을 요리의 진행과 함께 술술 풀어낸다.
“저는요, 가자미만 보면 이탈리아 유학시절이 떠올라요. 요리학교 마지막 시험 과제가 가자미였는데 처음에는 막막해서 가자미 앞에서 막 울었어요. 그러다가 생각해 낸 요리가 ‘가자미 감자구이’였던 거에요.”
이씨가 요리강사로 데뷔한 것은 지난 93년 대구MBC에서다. 의대 교수인 남편의 미국 유학길에 동행해 미국에서 살다가 대구로 돌아온 후, 이웃들에게 선보인 퓨전 요리 솜씨가 입소문을 탄 것. 이씨 요리의 특징 역시 넉넉하고 푸근하다. 간단한 소스는 전자레인지로 빨리 만들라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수입 채소를 쓰는 대신 시장에 널려 있는 국산 채소를 주로 재료로 쓴다. 양념 용량도 ‘간장 2와 2분의1큰술’식으로 까다롭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비율만 이 정도로 하시고 넣는 양은 여러분 입맛에 맞추셔도 된다’고 덧붙인다.
“이게 넛맥이라는 향신료인데요, 서양요리를 할 때 이걸 조금 넣으면 집에서도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처럼 기분을 내실 수 있어요. 하지만 넛맥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구요? 없으면 안 넣으셔도 아무 지장 없어요.”
그는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근사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좋은 요리”라며 “평범한 재료와 조리 기구로 요리를 만드는 가정주부들 눈높이로 조리법을 개발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대충 만들면 제 맛을 낼 수 없다. 어려운 요리 상식을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 것도 이씨의 장기이다.
의대 교수인 남편과 두 자녀를 뒷바라지하면서 요리 강사로 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족들이 요리 잘하는 아내, 엄마를 자랑스러워해 준 덕에 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씨의 스케줄은 높아지는 인기 만큼 빈틈없이 꽉 차 있다. 다음 달에는 요리 에세이집을 출간하고, ‘빅마마의 오픈키친’ 3번째 시즌 녹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남들이 요리 재료로 쓰지 않는 자연의 온갖 재료로 요리를 개발해내 ‘자연요리연구가’로 불리는 임지호(51)씨가 우리 전통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해온 공로로 4일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외교부는 “임씨는 작년에 베네수엘라에서 각국 외교관과 일반인을 초청해 한국 음식전을 개최, 호평과 찬사를 받는 등 우리 문화를 소개한 공로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임씨가 그 밖에도 작년 1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음식 시연회, 2003년 UN(국제연합)에서의 한국음식축제, 2004년 캘리포니아에서의 사찰 음식 퍼포먼스 등에서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렸다고 밝혔다.
경북 안동 출신인 임씨는 여덟 살에 집을 나와 라면집·중국집·요정 등 음식과 관련된 일은 닥치는 대로 하며 평생 요리를 연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2000여명의 밥을 지은 주방장 경력도 있다.
그는 생선 비늘, 매미 껍질, 벌레와 닭 배설물, 구더기까지 요리재료로 쓰지 않는 게 없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음식의 재료”라며 “염소가 먹을 수 있으면 모두 식재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음식은 ‘자연’을 추구한다.
외국에서 우리 음식을 소개하면서도 “우리 음식은 자연이 준 열매에 약간의 에너지를 보탠 뒤 다시 자연에 맡겨서 얻어낸 것이라 순하고 담백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게 특징”이라며 “그런 깊이와 맛을 온전히 느끼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