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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의 대중화
부산에는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했다.
문수선원에 들어서자 마자 달콤한 복숭아 냄새가 났다. 자원봉사 하시는 보살님들이 벌써 소쿠리에 한가득 복숭아를 씻어서 쌓아놓고 계셨다. 늘 그렇듯 은은하게 화엄경 약찬게가 울리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복숭아를 공양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큰스님과 복숭아공양에 대해 의논하는 대화가 한 번씩은 나왔다.
“복숭아 말고 여기와서 공부하는 것이 공양”이라고 지난 번에 큰스님이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올 여름에 맛보는 마지막 복숭아 간식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비내리는 여름날이 각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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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갔다왔어?” 하고 큰스님께서 물으셨다.
부산 사람들은 범어사를 부산의 끝자락이라고 생각해서 계곡으로 많이 피서를 온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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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법회가 많이 열려서 한창 바쁘신 학무거사님이 큰스님께 이곳 저곳 법회 소식들을 전해주셨다. 큰스님은 일일이 노스님들의 건강을 물으셨다.
백담사로 옮긴 기본선원에서 몇 분의 큰스님들이 돌아가며 강의하시는 특별법회가 열리는데 거사님은 그곳에서 녹음하느라 한달을 있으려면 “섬나라 완전히 귀양살이”라고 하시면서도 싱글벙글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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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께서 화엄경 강설집 5권에 ‘爲...佛子 無比上’이라고 글씨를 써주시면서, 화엄경 책을 들어보셨다.
“손에 들고 다니기 좋지? 저 높이 있던 화엄경을 아래로 끌어내려서 대중 가까이 오게 했다.”
“화엄경 겁을 안내도록 해놨잖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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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와 같이 요즘 큰스님은 조금만 힘이 있으면 화엄경 강설을 집필하신다고 했다.
“시간 정하지 않고 쓰시죠?”
“시간 정할 수도 없어. 피곤하면 수시로 쉬어주고 쉬어줬다 싶으면 일어나서 하고. 일어나더라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력이 있어야 쓸 수 있으니까.”
“집필과 강의중에 어떨 때가 더 재미있으세요?”
“화엄경 쓸 때도 내 마음에 들고 잘 풀리면 재미가 있어. 나는 화엄경을 공부하는 입장이잖아. 그런데 공부를 하루 종일 할 수는 없어. 공부에 잘들면 집필진도가 잘 나가고....”
조금 생각해 보시다가
“현전대중앞에서 강의하는 게 좋지.”
하셨다. 집중해서 강의를 잘하고 나면 상쾌하다고 하셨다.
“글을 쓰는 것도 제약이 있고, 말로 강의하는 것도 제약이 있고 서로 장단점이 다 있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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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인터뷰 이야기 끝에
“스님들은 다들 너무 일찍 일어나셔요. 아침형이 아니면 어떡해요?”하고 여쭸더니 큰 스님께서 “절에는 원래 9시 자고 3시에 일어나지.” 하시고는 “할 수 없지. 금방 바꿔져.”하셨다.
이윽고 상강례
법회의 시작
大方廣佛華嚴經 卷第十八
明法品 第十八
三. 法慧菩薩의 說法
화엄경 본문 들어가기 전에,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제 5권의 서문을 함께 읽는 것으로써 점안 법회를 시작하겠다.
서문
화엄경의 설법은 깊고도 깊으며 넓고도 넓습니다. 그 깊고 넓은 가르침인 화엄경을 저 용수(龍樹)보살은 열 개의 삼천대천(三千大千) 세계 미진수의 게송(偈頌)과 한 사천하(四天下) 미진수의 품(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공부하는 이 80권본 화엄경은 그것을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간략하게 만든 축약본입니다. 축약본인데도 그 서론[序分]에 해당하는 세주묘엄품이 무려 다섯권이며, 이제 그 다섯 권째입니다.
그동안 법회에 모인 청중들을 소개하였고, 그들 무수 억만 명을 대표한 4백여 명이 부처님의 지혜와 공덕과 자비와 원력과 신통과 교화 등등을 찬탄하는 노래를 끝없이 불렀습니다. 이것이 서론입니다.
만약 열 개의 삼천대천세계 미진수의 게송과 한 사천하미진수의 품을 다 가져와서 번역하였다면 서론만으로도 아마 수천 생을 거듭거듭 태어나서 수만 년을 공부하더라도 다하지 못할 것입니다.
설법심심(說法甚深)을 밝히는 내용에서 “여래의 깨달음은 한법이거늘[如來所悟 唯是一法] 어찌하여 설법은 이와 같이 깊고 넓은가?”라고 하였습니다.
“하나의 먼지 속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 있고, 일체의 먼지속에도 또한 그와 같다.”라고 보는 것이 화엄경의 안목입니다. 여래의 법은 한 법입니다. 그 한 법 안에 열 개의 삼천대천세계 미진수의 게송이 다 들어 있습니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라는 이 간단한 하나의 열쇠로 저 은하계보다 몇 천 배 더 많은 화엄경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의 진여불성과 법성생명이 본래 저절로 갖춘 본자구족(本自具足)의 이치입니다.
이와 같은 화엄경을 공부하게 된 것은 더없는 행운이며, 영광이며, 축복이며, 지혜입니다. 꾸준히 공부하셔서 생애 최고 최대의 축제를 매일매일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2014년 3월 1일
신라 화엄종찰 금정산 범어사
如天 無比
화엄경 공부는 ‘더없는 행운이며, 영광이며, 축복이며, 지혜’ 라고 했다. 지혜 있는 사람이 열심히 공부한다. 열심히 공부하면 없던 지혜도 저절로 생기게 되어 있다.
문수선원에는 ‘금세기 최고의 축제 화엄경 만일결사’ 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고 화엄법회가 성대하게 열린다. 매달 많은 스님들이 오셔서 공부하고, 신도님들은 요즘 저 뒷방에 까지 꽉 차서 법문을 들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부산도 그렇고 서울도 그렇고 다른 지역에서도, 화엄경 강설이 솔솔 불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부하기 좋고 강의하기 좋은 이러한 화엄경 강설책이 만들어지니까 이것을 교재 삼아서 곳곳에서 강의를 한다.
여러 스님들도 이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책을 교재로 사용하여 자기의 절에서 화엄법회를 하시기 바란다. 매달 여기에 와서 공부하고 있고, 염화실지도 있으므로 여기에 자신이 아는 지식과 경험을 더해서 화엄법회를 한다면 밑천 딸릴 일이 없다. 몇십 년을 법문해도 해도 충분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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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불교교양대학에 다니면서 강의도 많이 했다. 요즘 화엄경공부를 하다보니 집착이 생겨서 그런지 신도들이 불교를 인연 맺는 그 첫날부터 아예 화엄경으로 공부를 시키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의 기초다, 중급이다, 고급이다 하는 순서로 교양대학을 열어도 초급반에 나오던 사람들이 고급반까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화엄경은 불교 교재 중에 제일가는 교재다. 이 속에는 소승교리 기본교리 온갖 팔만사천 대장경이 다 무르녹아 있다. 처음부터 최고의 대승 경전인 화엄경을 불자들에게 인연 맺어주면, 그런 교리들이 등장할 때마다 설명을 해주어도 여러 차원에서 충분히 불교적 교리들이 다 정리될 것이다. 일선에서 신도들을 가르치는 스님들이 화엄경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불교 교재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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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명법품 473쪽(민족사 刊) 윗부분 부터 공부할 차례다.
6, 住菩薩地
(1) 速入地位 十種法
佛子야 有十種法하야 令諸菩薩로 速入諸地하나니 何等이 爲十고 一者는 善巧圓滿福智二行이요 二者는 能大莊嚴波羅蜜道요 三者는 智慧明達하야 不隨他語요 四者는 承事善友하야 恒不捨離요 五者는 常行精進하야 無有懈怠요 六者는 善能安住如來神力이요 七者는 修諸善根호대 不生疲倦이요 八者는 深心利智가 以大乘法으로 而自莊嚴이요 九者는 於地地法門에 心無所住요 十者는 與三世佛善根方便으로 同一體性이라 佛子야 此十種法이 令諸菩薩로 速入諸地니라
"불자여, 열 가지 법이 있어 보살들로 하여금 모든 지위에 빨리 들게 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복덕법과 지혜법을 잘 원만함이요, 둘은 바라밀다의 도(道)를 크게 장엄함이요,
셋은 지혜가 통달하여 다른 이의 말을 따르지 않음이요, 넷은 선지식을 항상 섬기고 여의지 않음이요, 다섯은 항상 정진하여 게으르지 않음이요, 여섯은 여래의 신통한 힘에 잘 머무름이요, 일곱은 선근을 닦는데 피로하지 않음이요, 여덟은 깊은 마음 밝은 지혜를 대승법(大乘法)으로 장엄함이요, 아홉은 지위마다의 법문에 마음이 머물지 않음이요. 열은 삼세(三世) 부처님의 선근과 방편으로 더불어 자체 성품이 같음이니라. 불자여, 이 열 가지 법이 보살들로 하여금 모든 지위에 빨리 들어가게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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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살지(住菩薩地): 보살의 지위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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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에 ‘초명안첩기황주(蟭螟眼睫起皇州) 옥백제후차제투(玉帛諸侯次第投) 천자임헌논토광(天子臨軒論土廣) 태허유시일부구(太虛猶是一浮漚)’라고 하는 멋진 게송이 있다.
관음예문에 들어있는 게송인데 화엄사상에서 나온 게송이다.
풀이를 하자면
초명안첩기황주(蟭螟眼睫起皇州)라.첩(睫)자는 속눈썹 첩자다. 모기의 속눈썹에 황제의 천하를 일으키자 옥백제후차제투(玉帛諸侯次第投) 제후들이 옥과 폐백들을 갖다 바친다. 정초다 추석이다 왕의 생일이다 무슨 명절이다 해서 수 백 곳의 제후들이 황금이며 온갖 귀한 물건들을 폐백으로 바리 바리 싸가지고 와서 줄을 서서 갖다 바치는 것이다.
천자임헌논토광(天子臨軒論土廣) 천자는 누대에 올라가서 ‘우리나라가 참 넓고 넓다. 수 백, 수 천 고을이 있고, 고을마다 제후들이 저렇게 몰려와서 이 천자국에 조공을 바치는구나’하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모기 속눈썹에서 벌어진 일이다.
태허유시일부구(太虛猶是一浮漚) 우리 깨달음의 마음자리에서 보면, 태허공이 하나의 물거품에 불과하다. 허공도 우리의 마음자리에서 보면 물거품에 불과한데,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은 조그마한 모기 속눈썹에서 나라를 일으킨 것처럼 시시하고 보잘 것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통령이 된다, 국회의원이 된다, 장관이 된다, 기업을 일으켜서 무엇을 어쩐다 하고 모기 속눈썹에서 나라 펼쳐놓고 거기에서 제후가 조공을 바치느니 나라가 넓으니 네 것이니, 내 것이니를 따진다.
화엄경에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고 하는 사상이 있다. 오늘 날 천체물리학을 통해서 우주에는 몇 십억 광년, 몇 백억광년이 떨어진 무한한 은하계가 있고, 그것도 얼마나 여러 개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화엄경을 공부하다보면 사람의 마음이 상당히 커진다. 이러한 이치를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러한 이치들이 바로 내 마음이 되어서 ‘태허공도 하나의 뜬 물거품에 불과한데, 뭘 그렇게 소소한 것을 가지고 내거다 네거다 하고 서로 차지하고 따지는가’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화엄경은 대심범부(大心凡夫)가 공부하는 교재다.
그런데 요즘 불교계에는 선학원과 조계종이 싸움이 붙어서 야단법석이다.
선학원 사찰이 사실은 옛날 큰스님들이 만든 것인데, 그분들의 얼굴 한번 못 본 후손들이 자기 이해관계를 가지고 서로 주권다툼을 한다.
이해관계라고 해봐야 크게 조계종이 덕 될 일도 아니고, 선학원이 덕 될 일도 아니고, 선학원이 손해 볼일도 아니고, 조계종이 손해 볼일도 아니다.
그런데 주권다툼을 그렇게 해서 150명이 데모를 한다고 하는 것이 신문에 났다.
항상 이렇게 큰 법문을 공부하면서도 소소한 것,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또 그렇게 싸우는 광경을 볼 때, 화엄경이 하루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이 되어서 좁디 좁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크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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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입지위 십종법(速入地位 十種法): 보살들을 모든 지위에 빨리 들게 하는 열 가지의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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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佛子)야: 불자야
유십종법(有十種法)하야: 열 가지 법이 있어서
영제보살(令諸菩薩)로 : 모든 보살로 하여금
속입제지(速入諸地)하나니 : 모든 지위 점차에 빨리 들어가게 하나니. 지위라는게 화엄경에서는 보살의 수행지위를 말한다.
하등(何等)이: 무엇이
위십(爲十)고 : 열 가지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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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一者)는
선교원만복지이행(善巧圓滿福智二行)이요 : 복과 지혜 두 가지 행이 원만한 것이다.
부처님께 귀의한다고 말할 때 흔히 ‘귀의불양족존(歸依佛 兩足尊)’이라고 한다.
복덕과 지혜 두 가지가 만족한 분이라는 뜻이다. 그것이 이행(二行)이다.
여기서도 복과 지혜 두 가지 행이 잘 원만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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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二者)는 : 보살의 지위 점차에 빨리들게 하는 열 가지 법 중에 두 번째는
능대장엄바라밀도(能大莊嚴波羅蜜道)요: 바라밀도를 능히 크게 장엄하는 것이다.
바라밀은 육바라밀 내지 십바라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을 잘 실천하는 것이 크게 장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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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자(三者)는 :세번째는
지혜명달(智慧明達)하야: 지혜가 아주 밝아서
불수타어(不隨他語)요 :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가지 않는다.
좋은 말이다. 지혜가 아주 밝은 사람은 다른 사람 말을 따라가지 않는다.
불교를 처음 공부할 때 ‘말 쫓아간다’‘말에 떨어진다’고 하는 표현들을 잘 쓴다.
말을 안 쫓아갈수도 없는데 ‘걸핏하면 말에 떨어진다’고 하는 말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그런데 지혜가 명달하면 다른 사람 말을 따라가지 않는다. 심지어 부처님의 말마저도 따라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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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四者)는
승사선우(承事善友)하야 : 선지식을 받들어 섬겨서
항불사리(恒不捨離)요: 항상 떠나지 않는다. 선우는 훌륭한 선지식을 말한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는 것도 선우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화엄경을 공부하는 우리들에게 직접적인 선우는 화엄경이다. 자나깨나 화엄경을 머리맡에 두고 항상 화엄경을 가까이 해야 한다.
매달 여러분께 나눠드리며 같이 점안식을 하고 있는 <대방광불화엄경강설>이라고 하는 이 책은 포켓에도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로 만들었으니 여행을 가더라도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읽어볼 수 있다.
여러 번 읽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용들이 수두룩하게 경문안에 들어있다.
한 구절 한 게송 읽으면서 그것을 깨닫는 것이 승사선우(承事善友)해서 항불사리(恒不捨離)하는 것이다. 선지식을 받들어 섬겨서 항상 떠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이렇게 받들만한 화엄경이라고 하는 선지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또 항상 간단히 지니고 다닐만한 책으로 화엄경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화엄경은 제일 믿음직한 선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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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五者)는
상행정진(常行精進)하야 : 항상 정진을 행해서
무유해태(無有懈怠)요 : 게으르지 않는다. 게으르지 않는 것은 늘 이야기 하지만 참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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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자(六者)는
선능안주여래신력(善能安住如來神力)이요 : 여래의 신통력에 능히 잘 안주한다.
여래의 신력이라고 했지만, 특정인을 두고 여래라고 하기 보다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발현될 수 있는 본래 갖춘 신통묘용을 여래라고 이해하면 지극히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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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자(七者)는
수제선근(修諸善根)호대 : 모든 선근, 착한 일이라고 하는 착한 일은 다 닦는다.
내가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뭐든지 하는 것이다.
불생피권(不生疲倦)이요 : 착한 일 하는 데 대해서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다. 피로함을 내지 않는다. 게으르지 않는다. 보통 중생들은 한 번씩 신심 날 때는 착한 일을 하지만 ‘ 저렇게 도와줘 봐야 은혜도 모르는데’ 하고 해태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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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八者)는
심심이지(深心利智)가 : 토를 ‘와’ 라고 하는 게 좋다. 심심이지와, 깊은 마음의 날카로운 지혜와
이대승법(以大乘法)으로: 대승법으로써
이자장엄(而自莊嚴)이요 : 스스로를 장엄한다.
날카로운 지혜란 무엇인가? 날카로운 지혜, 아주 영리한 지혜, 깊은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반야심경을 근거로 말씀드리면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지혜’다. 우리는 자나깨나 반야심경을 외우고 불교의 모든 의식에 반야심경을 외우고 시작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 무색성향미촉법(無色聲香味觸法) 등등 반야심경에서는 전부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본다. 그것이 일차적인 지혜라는 것이다. 그런데 뻔히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보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교와 인연맺으면서 자나깨나 반야심경의 ‘무안이비설신의’를 외우고 있어도 마지막까지 그 관문을 뚫지 못한다. 있는 것을 있는 것으로만 본다.
그런데 사실은 무안이비설신의를 아는 그 관문만 뚫어버리면 끝이 난다.
틀림없이 관자재보살은 깊은 반야, 깊은 지혜로써 그렇게 보았다. 그렇게 보았기 때문에 무안이비설신의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면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이다. 모든 문제,일체 고해를 다 건너간다. 그것이 심심이지(深心利智)다. 날카로운 지혜다.
그러한 깨달음을 나누고 회향하는 일이 대승법이다.
이런 반야심경을 깨닫거나, 심지어 화엄경을 다 낱낱이 깨달아도 혼자만 깨닫고 있으면 대승법이 못된다. 나누고 회향하는 일이 대승법이다.
급식 활동을 하나 해도 나누는 것은 대승법이다.
나누는 일 자체가 대승법인데 얼마나 고급스럽고 값진 것을 나누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천원짜리를 나누는 것과 만원짜리를 나누는 것은 열 배로 차이가 난다.
우리가 보시하고 회향하는 데도 그런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이왕 나누고 회향할 것이라면 공덕이 크고 보시가 많이 될 것을 나눠야 한다.
부처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바로 ‘안이비설신의’가 없다고 하는 이 사실을 스스로 잘 체득해서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큰 보시고 회향이고 나눔이다.
부처님은 그런 것만 나누고 다녔다. 정말 큰 나눔이다.
그런 마음, 대승법으로써 자신을 장엄한다.
깊은 마음과 날카로운 지혜와 대승법으로써 자신을 장엄한다는 말이 참 근사하다.
나에게 무기는 바로 이것이다. 그 무기를 장착하고 언제든지 그 무기를 작동시킨다. 베푸는 일이다. 아주 뛰어난 부처님의 정법으로써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나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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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九者)는
어지지법문(於地地法門)에 : 우리가 한 지위 한 지위를 밟아올라가는데 그 법문에
심무소주(心無所住)요 : 마음이 머물지 않는다.
지위마다 법문이 가득한데 마음이 거기에 머물면 안된다.
예를 들어서 십신(十信)지위에 머물면 십주(十住)지위에 못올라 간다. 십주에 머물러 있으면 십행(十行)에 못 올라간다. 학교를 다녀도 유급을 하면 안되듯이 한 지위를 마쳤으면 올라가야 된다.
공부를 오죽 못하면 유급을 하는가. 머무는 것은 유급이다.
마음에 머무는 바가 없어서 자꾸 올라가고 앞으로 나아가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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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十者)는
여삼세불선근방편(與三世佛善根方便)으로 : 과거 현재 미래 모든 부처님의 선근방편으로
동일체성(同一體性)이라: 나와 한 몸이 되어 버린다.
부처님이 착한 일 많이 했다면 ‘오냐 좋다 나도 부처님처럼 착한 일 잘할 수가 있다. 나누는 것은 부처님이나 나나 똑같이 할 수 있다’라고 마음 먹는 것이 큰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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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佛子)야
차십종법(此十種法)이 : 이 열 가지 법이
영제보살(令諸菩薩)로 : 모든 보살로 하여금
속입제지(速入諸地)니라: 모든 지위에 빨리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다.
(2) 住地觀察
復次佛子야 諸菩薩이 初住地時에 應善觀察호대 隨其所有一切法門하며 隨其所有甚深智慧하며 隨所修因하며 隨所得果하며 隨其境界하며 隨其力用하며 隨其示現하며 隨其分別하며 隨其所得하야 悉善觀察하야 知一切法이 皆是自心하야 而無所着이니 如是知已에 入菩薩地하야 能善安住니라
"또 불자여, 모든 보살이 처음으로 지위에 머문 뒤에는 마땅히 잘 관찰할 것이니, 그 온갖 법문을 따르며 그 깊은 지혜를 따르며 닦을 바 인(因)을 따르며 얻을 바 과보(果報)를 따르며 그 경계를 따르며 그 힘의 작용을 따르며 그 나타내 보임을 따르며 그 분별함을 따르며 그 증득할 바를 따라서 모두 잘 관찰하여 온갖 법이 다 자기의 마음인 줄을 알고 집착함이 없나니, 이렇게 알고는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능히 편안히 머무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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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관찰(住地觀察): 보살의 지위에 머물러 관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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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불자(復次佛子)야 : 다시 또 불자야
제보살(諸菩薩)이 : 모든 보살이
초주지시(初住地時)에:처음 그 지위에 머물 때에
응선관찰(應善觀察)호대 : 응당히 잘 관찰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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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소유일체법문(隨其所有一切法門)하며 : 있는 바 일체 법문을 따르며
수기소유심심지혜(隨其所有甚深智慧)하며 : 그 깊고 깊은 지혜를 또 따르며
수소수인(隨所修因)하며: 닦는 바 원인 씨앗을 따르며
수소득과(隨所得果)하며 : 얻은 바 결과를 따르며
수기경계(隨其境界)하며 : 그 경계를 따르며
수기역용(隨其力用)하며 : 힘의 작용을 따르며
수기시현(隨其示現)하며 : 그 시현,나타내 보이는 것을 따르며
수기분별(隨其分別)하며 : 그 분별을 따르며
수기소득(隨其所得)하야 : 그 소득, 얻은 바를 따르며
*
실선관찰(悉善觀察)하야 : 다 잘 관찰해서
지일체법(知一切法)이 : 일체법이
개시자심(皆是自心)하야 : 모두가 자기 마음이다. 언필칭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이야기 한다. 일체가 다 내 마음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구절이 그 말이다.
일체법이 다 내 자신의 내 마음이다 하는 사실을 알아서
이무소착(而無所着)이니: 집착하지 않는다.
잘 되어도 내 마음, 못되어도 내 마음인데 뭐 더 이상 집착할 것이 있는가, 모두가 내 마음 안에서 다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 자연스럽게 집착하는 바가 없게 된다.
여시지이(如是知已)에 : 이와 같이 알고 나서
입보살지(入菩薩地)하야 : 보살지위에 들어가서
능선안주(能善安住)니라: 능히 잘 안주하느니라.
(3) 菩薩地位의 殊勝
佛子야 彼諸菩薩이 作是思惟호대 我等이 宜應速入諸地니 何以故오 我等이 若於地地中住하면 成就如是廣大功德이니 具功德已에 漸入佛地하며 住佛地已에 能作無邊廣大佛事라 是故로 宜應常勤修習하야 無有休息하고 無有疲厭하야 以大功德으로 而自莊嚴하야 入菩薩地니라
"불자여, 모든 보살이 생각하기를 우리들이 빨리 모든 지위에 들어가야 한다 하나니, 무슨 까닭인가. 우리가 여러 지위에 머물면 이러한 크고 넓은 공덕을 성취할 것이요, 공덕을 구족하고는 점점 부처님 지위에 들어갈 것이며, 부처님 지위에 머물면 끝이 없는 광대한 불사를 지을 것이니, 그러므로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 쉬지 아니하고 싫어하지 아니하며 큰 공덕으로써 스스로 장엄하여 보살의 지위에 들어갈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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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지위(菩薩地位)의 수승(殊勝) : 보살지위의 수승함
*
불자(佛子)야
피제보살(彼諸菩薩)이: 저 모든 보살이
작시사유(作是思惟)호대 : 이러한 사유를 짓되. 사유라는 말은 자주 나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무안이비설신의다’ 하면 ‘왜 버젓이 안이비설신의가 있는데 없다고 했는가?’ 하고 우리는 이것을 사유할 수 있다. 사유하는 것이 제일 큰 수행이다. 이러한 사유를 짓되
아등(我等)이 : 우리들이
의응속입제지(宜應速入諸地)니: 마땅히 모든 지위에 빨리 들어감이니
*
하이고(何以故)오
아등(我等)이
약어지지중주(若於地地中住)하면: 만약 지위와 지위 가운데 머물게 되면
성취여시광대공덕(成就如是廣大功德)이니: 광대공덕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니
구공덕이(具功德已)에: 공덕을 갖춘 뒤에는
점입불지(漸入佛地)하며 : 결국은 부처의 지위에까지 머문다.
일지에 머물고 이지에 머물고 삼지에 머물고 이런 식으로 계속 들어가는 것이다.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 십지, 등각, 이렇게 머물러서 묘각에 머무는데 묘각이 부처의 지위다.
주불지이(住佛地已)에 : 그런 부처의 지위에 머문 뒤에는 무엇을 하는가?
능작무변광대불사(能作無邊廣大佛事)라: 능히 끝없이 광대한 불사를 짓는다. 참 좋은 말이다.
부처가 되었으니 하는 일마다 불사다. 능히 무변광대의 불사를 짓는 것이다. 일부러 우리처럼 특별히 절을 짓고 탑을 세워서 불사가 아니라 부처가 되면 앉아도 불사고 서도 불사고 하는 일이 전부 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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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是故)로 : 그런 까닭에
의응상근수습(宜應常勤修習)하야 : 마땅히 응당 항상 부지런히 수습해서
무유휴식(無有休息)하고 : 불사 짓는 일을 휴식하지 않는다.
여기 나오신 스님들은 절의 건물을 세우고 절을 잘 관리하고 뒷사람에게 물려주는 불사를 한다. 신도들이나 누가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절 환경 참 좋다하고 감동을 하는데 그러한 것이 또 큰 공덕이 된다.
무유피염(無有疲厭)하야 : 피로함이 없어서
이대공덕(以大功德)으로 :이 큰 공덕으로써
이자장엄(而自莊嚴)하야 : 스스로를 장엄하여
입보살지(入菩薩地)니라: 보살지위에 들어간다.
자장엄(自莊嚴)이라는 말이 또 나왔다. 앞에서는 대승법으로써 자신을 장엄한다고 하였다.
대승법은 간단하다. 무엇이든 나누는 것이다. 쌀한톨이라도 나누면 대승법이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나누지 않으면 소승법이다.
참선처럼 좋은 수행을 해도 나누지 않으면 소승법이다.
‘나누고 회향하면 대승법이다’ 라고 알고 있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서 좀 더 값진 것, 소중한 것을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는 대공덕으로써 장엄을 한다고 하였다.
그런 회향과 나눔, 대승법이 결국 큰 공덕이 되고 그런 큰공덕으로써 자신을 장엄한다.
공덕이 꽉 찬 사람은 어디를 가도 통한다. 거짓말을 해도 ‘아유 그 스님 말은 절대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라고 사람들이 믿어준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불교TV로 다른 스님들이 법문하는 것을 참 잘 듣는다. 인품이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법문을 하면 시시한 소리라도 귀를 기울여 듣게 된다. 그런데 아주 똑똑하고 많이 안다고 소문난 사람이 나왔어도 그 사람 인품이 별로라고 선입관이 좀 들어가면 그 사람이 하는 법문을 듣느라 애를 먹는다. 그럴 때마다 초발심자경문의 구절을 떠올린다.
여인야행(如人夜行)에 죄인집거당로(罪人執炬當路)어든 약이인악고(若以人惡故)로 불수광명(不受光明)하면 타갱락참거의(墮坑落塹去矣)라는 말이다. 어두운 밤에 길을 가는데 누가 횃불을 들고 온다. 그런데 그 횃불을 든 사람이 동네에서 아주 나쁜 사람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의 횃불을 받지 않으면 나 혼자 어두운 길을 가다가 자빠지고 떨어지고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어릴 적에 말 한마디 가슴에 박힌 것이 그렇게 영향을 끼친다.
‘저 사람 인품은 별로인 줄은 아는데 그래도 법문 내용은 귀담아 들을 게 있겠지’ 하고 ‘그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그 광명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면 내가 구렁텅이에 떨어지고 만다’
‘그사람은 차치하고, 내가 구렁텅이에 떨어지면 안된다. 그러니 그 사람이 하신 말씀을 잘 듣자.’ 라고 “초심(初心)”에 나오는 말을 기억하며 힘들게라도 그 사람의 법문을 끝까지 듣는 것이다.
열반경에도 부처님이 유언으로 의법불의인(依法不依人)하라고 하였다. 설하는 법에 의지하지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말세에는 더욱 필요한 말씀이다.
사람은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이다. 그래도 남 앞에 나왔을 때는 자기 실력을 다 토해낸다. 공부를 해서 그 앞에 섰기 때문에 옳은 말은 한다. 그러니 들을만하다 라고 인정하고 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덕이 있는 사람은 설사 말은 시시한 소리를 하더라도 그 사람 말이 참 재미있고 뭔가 더 듣고 싶은 생각이 난다. 그런 것이 공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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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_()()()_
실상 관세음보살님 이십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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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_()()()_ 화엄경 스케치에 불빛이 유난히 밝게 비추는 날입니다. 오늘 아침은 승차권 예매를 하느라 조금 부산을 떨었지요. 왜냐하면 인터넷으로 승차권 예매를 처음해 보는데다가 정확하게 30일전에 하면 30% 할인도 받고, 오전 7시부터 시작하는데 늦으면 안되니까 미리 준비를 하고있다가... 땡! 왕복승차권을 무사히 다 예매했답니다.ㅎㅎ 무슨 큰일을 해낸 것처럼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일각심님 어디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는 감요?
준비된....ㅋㅋ_()()()_
^^_()()()_
혜명화님 수고 많으셨습니다._()()()_
잘 아시면서...^^
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_()()()_
能作無邊廣大佛事..고맙습니다._()()()_
혜명화 님!! 고맙습니다..._()()()_
고맙습니다. _()()()_
혜명화님 고맙습니다()()()...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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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