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약 10년은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지난 100년간 산업사회를 주도해 온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일련의 사업은 바로 다음 세기의 세계경제와 인류문명의 삶의 질을 변화시켜 놓을 수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 중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디지털 방송의 도입이다.
이들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다름아닌 차세대 멀티미디어 환경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수 십년동안 선진각국에서는 방송, 통신, 정보서비스 부문 등 각종 첨단산업 부문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이루었으며, 이러한 노력은 멀티미디어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였다. 따라서 그동안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멀티미디어 산업을 사회전반에 확산시키고, 이를 응용하는 작업은 개별 기업측면에서나 국가전략적 차원에서도 매우 긴요한 작업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새로운 멀티미디어·정보통신기술의 산업부문과 수용자시장을 연결시키는데 있어서 보편적 미디인 지상파방송이 핵심적인 고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 년동안 멀티미디어의 최종적 서비스의 형태가 PC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될 것인지 텔레비전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될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지상파 방송 도입계획을 추진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흐름이 텔레비전을 기반으로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방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다수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접근이 용이하고 사용이 간편하며, 이용자에게 친숙한 지상파 텔리비전을 디지털화 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종 멀티미디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수용자들에게 보다 양질의 문화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도입하고자 하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그에 따른 연관산업의 활성화와 신규시장 형성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우선, 가장 보편적인 매체인 텔레비전의 전송방식을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시킴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방송관련기기 및 수상기 시장이 형성된다. 뿐만 아니라 가용채널의 증가와 부가방송서비스를 기반으로 하여 영상산업 뿐 아니라 방송-정보-통신이 결합된 각종 멀티미디어 컨텐트 산업의 활성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디지털 방송 시대로의 전환은 단순히 방송신호 송출과 수신의 디지털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다양하게 발전되고 시도되어 온 방송서비스와 통신서비스, 그리고 정보서비스가 하나의 정점으로 모아지는 십자로이며, 이 정점을 중심으로 인간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욕구들이 다차원적으로 충족되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최종적 출구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방송의 디지털화에 주목하는 진정한 이유이다. 동시에 바로 이점이 지금 우리가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이라는 힘든 과제를 논의할 때 방송의 과거 역할에 근거하여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말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 방송의 성공적인 도입은 더 이상 다른 산업부문의 파생물이나 부수적인 요소로서, 혹은 여타의 산업부문과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다음 세기의 기업과 국가의 생존능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있으며, 디지털 방송을 매개로 형성되는 멀티미디어 환경의 성숙정도는 그 자체가 개인의 삶의 질, 기업의 경쟁력, 국가의 부를 가져오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에 따른 비용과 이득의 문제를 논의할 때 지금의 방송의 역할이 아니라 변화된 미디어환경 하에서의 방송의 위치에 근거하여 그 비교형량을 따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선,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기술적인 특성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간략한 논의와 함께, 주요국가의 디지털 지상파방송 추진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디지털 지상파 방송 추진일정과 디지털 방송도입의 주요 쟁점을 줄러싼 사안들에 대한 검토를 하고자 한다.
2.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기술적 특성과 파급효과
1) 디지털방송의 기술적 특성
지상파방송을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점은 대체로 디지털기술이 가진 기술적인 특성, 즉 탁월한 신호재생능력, 다양한 신호양식의 통합적 처리능력, 고효율의 압축전송능력, 그리고 다중화 전송능력 등 네 가지 기술적 특성에 기반을 하고 있다.
<표 1> 디지털기술의 특성과 새로운 방송서비스의 가능성
디지털 기술의 특성
응용 가능성
방송서비스의 변화
신호의 단순성
탁월한 신호재생능력
방송의 고품질화
신호조작 유연성
영상, 음향, 정보의 통합
방송의 멀티미디어화
고효율 압축전송능력
가용채널의 증대
방송의 다채널화
다중화 전송기술
채널의 유기적 활용
다차원적 방송서비스
우선 디지털 기술의 탁월한 신호재생능력은 방송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집, 그리고 전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송신호의 질적 저하를 근본적으로 개선시켜 준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은 방송이 보다 고품위의 영상과 음향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로, 디지털 기술은 동영상 및 그래픽 신호, 음향신호, 문자신호 등 방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다양한 형태의 신호들을 디지털 신호라는 공통된 신호로 처리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상이한 종류의 방송신호를 통합적으로 결합하고 편집, 가공하기에 매우 용이하다. 이러한 신호조작의 용이성과 유연성은 방송이 영상이나 음향뿐만 아니라 에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문자정보 등 디지털 신호로 제작된 각종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송의 멀티미디어화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셋째로, 디지털 기술의 고효율의 압축전송능력은 방송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가용채널을 현재보다 훨씬 확대시켜 준다. 현재 국내에서 채택한 디지털 전송방식인 미주방식의 8-VSB 표준안을 적용할 경우 채널활용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존의 NTSC방식의 아날로그 채널 1개의 주파수대역인 6Mhz대역으로 1개의 고품위방송(HDTV)채널이나 4∼6개의 표준방송(SDTV)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용채널의 확대는 특히 오랫동안 전파 방송미디어의 가장 큰 제약이 되어왔던 가용채널의 부족현상을 상당부분 해소해 줌으로써 전파방송이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같은 여타의 다채널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것이다.
넷째로, 디지털 TV의 보다 결정적인 특성은 다름아닌 다중화 전송능력(multiplexing transmission)에 있다고 할 것이다. 다중화 전송기술이란 하나의 주파수를 이용하여 다수의 방송채널을 동시에 전송이 가능토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ISO에서 규정하는 MPEG-2시스템의 전송스트림 다중화 방식(ISO/IEC 13818-1)의 기본개념도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디지털 방송의 다중화는 한개의 영상신호와 다수의 음향신호, 그리고 데이타신호가 결합된 프로그램 전송스트림이 하나의 채널을 구성하며, 이 채널을 여러 개 묶어 하나의 주파수대역에 전송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채널을 가지고 복수의 언어를 제공하는 음성다중방송이나 문자자막방송을 동시에 내보낼 수 있으며, 하나의 주파수대역을 가지고 각기 상이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수의 채널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사마다의 독특한 채널운영 전략에 따라 전통적인 표준해상도의 SDTV 채널과 데이타방송, 홈쇼핑채널, 인터넷채널 등 각종 부가방송서비스채널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혹은 다수의 채널대역을 결합하여 고해상도의 HDTV를 운영하는 등 시청자의 다양한 요구에 능동적으로 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디지털방송의 파급효과
이상에서 살펴본 디지털 방송의 기술적인 특성과 가능성은 향후 방송매체의 기본적인 개념을 변화시킬 것이다.
우선, 산업적으로는, 디지털 방송의 고효율의 압축전송 능력이 제공하는 가용채널용량의 증대는 한편으로는 방송매체 내에서의 신규사업자의 진입 여지를 높여 매체내의 경쟁을 촉진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지상파방송, 디지털 위성방송, 디지털 케이블방송 등 다양한 방송매체간의 경쟁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화될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이나 온라인 PC통신과 같은 정보제공업체, 전화사업자 등과의 이종매체간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방송매체의 개념적 측면에서 볼 때, 디지털방송의 다중화 전송능력은 방송의 개념이 과거의 오락중심의 영상 프로그램 서비스 개념에서 벗어나 오락과 정보, 통신기능이 통합된 멀티컨텐츠 서비스 개념으로 전환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방송시대의 방송국은 단순한 무선송출국의 개념이 아니라 수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컨텐트를 수집-가공-제공하는 정보서버로서의 기능을 하며, 따라서 방송사업자의 개념도 프로그램 배포자 개념에서 컨텐트 제공자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표 2> 디지털 방송환경 하에서의 방송개념
구분
내용
방송사업자 개념
-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송출국(station)개념에서 다양한 컨텐트르 제공하는 컨텐트 서버(server) 개념으로 전환
- 송출국(station) 개념에서 컨텐트 정보서버(server)개념으로 전환
- 프로그램 배포자(distributer)개념에서 컨텐트제공자(content provider) 개념으로의 전환
수용자개념
- 수동적 수신자 개념에서 능동적 추구자 개념으로의 전환
방송편성개념
- 획일적 편성개념에서 수용자 요구지향에 부응하는 맞춤편성 개념으로의 전환
메시지개념
- 디지털 가공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형 컨텐트 제작
송수신채널개념
- 수용자의 다양한 수신환경에 탄력적 대응하는 다양한 송신채널의 복합적 활용
수신기
- 방송-통신-정보기능이 결합된 이용자 편의 중심의 다기능 복합형 수신기의 보급
따라서 방송매체가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전환에 따른 파급효과는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과 송출, 수신의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식으로 변환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전파'라고 하는 보편적 전송방식과 '디지털TV 수상기'라고 하는 다기능 정보단말기를 이용하여 기존에 각 미디어영역에서 제공되거나 새롭게 등장할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들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멀티미디어 제공 서비스의 핵심적 매체로 탈바꿈한다는 데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한 국가에서 디지털 방송이 제대로 정착한다는 것은 방송부문 자체의 발전에 그치지 않고 방송서비스, 정보서비스, 통신서비스 전반에 걸쳐서 고도의 유기적인 통합과 발전이 이루어짐을 의미하며, 이러한 유기적인 통합은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산업, 정보통신기반산업, 정보통신단말기산업, 컨텐트 산업 등 정보통신산업 전반의 고도의 발전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3. 주요국가의 디지털방송 추진현황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10년간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선진국가들이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중요한 시기이다. 이들국가는 빠르게는 1998년말, 늦어도 2000년까지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시작되며, 이후 2005년∼2006년 사이에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과 함께 디지털방송이 동시방송형태로 제공되며, 대체로 2000년까지는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에서 완전디지털방송체제로 전환되는 동시에 기존의 아날로그방송채널은 회수된다.(그림1참조)
<그림 1> 주요국가의 디지털지상파방송 추진일정
1) 영국의 디지털 지상파방송 추진현황
주요국가의 구체적인 디지털방송 추진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우선 디지털 지상파 방송에 가장 먼저 진입한 영국의 경우 이미 공영방송인 [BBC]가 1998년 9월부터 을 비롯한 4개 채널에 대한 디지털 방송을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대표적인 민영 위성방송사업자인 [BskyB]사가 올 11월부터 디지털 위성방송을 실시하며, 지상파 민영방송 2개사가 공동출자하는 [On-Digital]사도 11월중반부터 디지털 지상파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민영방송사의 디지털 방송시장에서 양대 산맥을 이룰 [BskyB]사와 [On-Digital]사는 디지털 방송 가입자시장에서의 선점을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사인 [On-Digital]는 값비싼 위성수신 안테나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전통적으로 영국가정에서 위성안테나를 옥외에 설치하기를 싫어한다는 점을 들어 디지털위성방송사인 [BkyB]사의 디지털 위성방송에 대응하려고 하는데 반해, [BkyB]사는 4백파운드짜리 디지털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를 200파운드 이하의 절반이하의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고가의 수신기에 부담을 느끼는 잠재적 가입자층을 유인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95년 8월에 '디지털 지상파방송에 관한 정부제안서'에 밝혀진 대로, 고품위의 영상과 음향서비스 제공을 통한 시청자 서비스의 향상과, 방송사업자 및 산업계의 사업기회 확대와 고용창출이라는 두가 지 목표를 토대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를 조기에 추진하였다.
특히 영국의 경우 디지털방송의 주파수대역을 관리하는 다중사업자(multiplex provider)와 그 주파수를 이용하여 방송사업을 하는 방송사업자에게 각기 별도의 면허를 부여하는 이원적 면허체제를 채택하고, 총 6개의 멀티플렉서 중에서 1개는 공영 [BBC]에게, 그리고 나머지 5개는 민영방송 규제기구인 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ussion)가 면허를 부여토록 하였다. 이에 따라 ITC는 기존의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사업자(ITV, C4, Teletext) 등에 1개의 멀티플랙서를 배당하고, 나머지는 신규사업자의 신청을 받도록 하는 정책을 취하였다.
또한 영국정부는 디지털 방송실시를 앞두고 논란이 되었던 최소전송규칙(minimun carrier regulation)을 폐지하여 아날로그방송의 경우 2000년 1월부터, 그리고 디지털방송의 경우 1998년 7월 1일부터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유로방송채널의 보급확대를 도모하였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각에서는 이러한 최소전송규칙의 철폐가 [BskyB]와 같은 거대채널운영업자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영국정부는 채널선택권을 시청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명분과, 각 채널에 대한 시청자의 선호를 정기적으로 평가하여 편성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 미국의 디지털 지상파방송 추진현황
디지털 방송 부문에서 가장 큰 잠재적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989년 11월부터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시작한다, 미국의 디지털방송 추진일정에 따르면 우선 1999년 상반기까지 시청인구를 기준으로 상위 10대 도시에서 디지털방송을 시작하며, 내년 5월에는 그 범위가 전체가구의 30%까지, 2001년 11월엔 상위30대 도시로 확산된다. 또 2003년 5월1일까지는 모든 상업·공영방송국이 디지털방송체제로 전환하고 2006년에는 아날로그 방송이 종결되도록 하되, 단 2006년말까지 전체 미국가구의 85%가 디지털TV 수상기를 보유했는지 여부를 평가하여 동시방송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경우 당초 디지털 방송채널에 대해 경매를 통한 배정가능성을 꾸준히 논의하였으나, 결국은 경매방식을 철회하고 기존 지상파방송사에 대해 주파수대역 단위로 배당하고, 해당 주파수 내에서의 채널활용은 방송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였다. 아울러 경매방식을 철회하는 대신에 과거의 아날로그방송체제 하에서와 마찬가지로 디지털방송에 대해서도 방송의 공적 책임에 대한 규정을 두기로 하였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이러한 촉박한 추진일정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올해말부터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방송사간에 디지털방송의 주파수기술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ABC], [FOX], [Microsoft]사 등은 디지털TV방송을 손쉽게 인터넷 콘텐츠로 전달할 수 있으며 또한 웹과 TV를 통합하는 데 중요한 기술적 기반이 된다는 점을 들어 PC친화적인 순차주사방식(progressive scanning)을 선호하는데 반해, [CBS], 방송장비업체들은 주사방식을 변경했을 때 기술적인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 외에 시청자들을 MS 등 IT업계와 경쟁 방송국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비월주사방식(interlaced scanning)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반해 [NEC], [Intel], [Compaq] 등 컴퓨터 하드웨어 관련업계에서는 주사방식이 어느 한 쪽 방향으로 결정될 경우 우려되는 자사 제품의 판매고 감소를 우려하여 양쪽 모두를 수용하는 확장된 형태의 주사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기술적인 표준화문제 이외에도 여러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일반 시청자가 디지털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구입해야 하는 디지털 TV수상기의 가격이 1만불 정도, 기존의 아날로그 수상기로 디지털방송을 수신하는데 필요한 디코더 가격이 5천∼6천불 내외로 상당히 고가인데, 적어도 향후 몇 년간 하루 몇 시간 정도의 시험방송형태가 될 디지털방송 수신을 위해 이러한 고가의 수상기를 구입할 것인가 하는 점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짙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아날로그방송과 비교하여 화질이 개선된 SDTV용 프로그램에 비해 HDTV용 프로그램 제작비용이 훨씬 비싼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HDTV용 프로그램 제작에 어느정도 나설 것인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결국 고품위의 프로그램 공급부족은 시청자들이 값비싼 디지털 수상기를 구매하는데 주저하도록 할 것이며, 이는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개별방송사에게는 장래의 불확실한 미래를 의미한다.
한편, 디지털방송에 대한 규제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케이블방송사에 대해 과거의 아날로그 지상파방송과 같이 디지털 지상파방송에 대해서도 의무재전송 규칙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FCC는 1998년 8월에 디지털 의무전송 실시방안을 발표하고, 전체 케이블TV 시스템에 모든 디지털 및 아날로그 상업방송을 채널용량의 1/3까지 즉시전송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각 케이블TV운용자가 시스템을 증설하도록 주문하였다. 정부나 디지털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케이블TV망 가설률이 90%, 케이블TV가입율이 65%를 상회하는 케이블TV매체를 등에 업지 않고서는 디지털방송 및 디지털 수상기의 시장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하지만 케이블TV업계로서는 디지털지상파방송의 의무재전송을 위해서는 기존의 케이블채널 일부를 희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실정이다.
3) 일본의 디지털방송 도입현황
일본의 경우 1997년 3월에 당초 2000년∼2005년 사이로 예정되었던 지상파방송의 디지털계획을 앞당겨 2000년가지 도입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이에 따라 1997년초 NHK와 공동으로 실시한 실험을 기초로 기술기준을 결정하고 1998년말부터 시험방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방송업계는 디지털 지상파방송보다는 디지털 위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아미 아날로그방식의 BS방송 가입자규모가 NHK위성방송 가입자규모 기준으로 1998년 7월말 현재 9백만가구에 이르며, 통신위성을 이용한 디지털 CS위성방송을 상용화하여 서비스 개시 2년 만에 총 1백만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아날로그방송을 해오던 BS방송이 2000년 BS-4기 출범을 기점으로 하여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게 됨에 따라 디지털BS방송사업에 대한 참여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본 우정성은 이전가지 SDTV 수준의 방송만을 하도록 했던 CS방송에 대해 BS방송의 디지털화를 기점으로 하여 HDTV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이에 따라 기존 CS업계에서 준비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향후 일본의 디지털 위성방송은 BS와 CS 양자간에 HDTV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4. 국내 디지털 지상파 방송 도입의 쟁점과 전망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7년 2월 정보통신부가 국내 디지털 텔리비전 및 FM방송의 디지털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정책적 논의에 들어갔으며, 지난 98년 9월에는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와 가전사 등으로 구성된 [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의회]가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 계획을 위한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파계획 보고서"를 작성하여 정부에 제출함으로써 업계쪽의 기본적인 구상이 구체화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추진협의회의 계획안은 디지털방송 및 동시방송 관련 세부일정, 유료방송관련 사항, 주파수 활용계획, 전환비용, 디지털방송 관련 법.제도 정비방안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당초 정보통신부의 기본계획안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기본골격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향후 정보통신부, 문화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추진협의회가 제시한 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쟁점별로 살펴보고, 국내여건과 문제점, 그리고 대응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 국내 디지털 방송 계획안의 주요내용
추진협의회에서 발표한 계획안의 주요내용을 간추려보면 <표3>과 같다. 이 표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현재 제안된 국내 디지털 위성방송의 실시계획은, 우선, 2000년부터 디지털 위성방송 시험방송에 접어들어 2005년까지 아날로그·디지털 동시방송을 실시하고, 2005년까지의 디지털 수상기 보급율을 토대로 동시방송여부를 재검토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주파수 배정방식에 관한 제안내용이다. 앞서에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이 주파수 배정방식은 크게 영국식의 채널단위 배정방식과 미국식의 주파수대역별 배정방식이 있다. 이 중 이번 제안서에서는 미국식의 주파수대역별 배정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할당된 각 주파수대역 내 채널의 활용은 방송사의 자율에 맡기되 일일 방송시간의 일정량을 HDTV 프로그램 방영에 할당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엄청난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기존 방송사업자에게 배당된 주파수대역에 대한 세부적인 채널운용방식을 자율에 맡김으로써 방송사의 실정과 요구에 맞게 탄력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표 3> [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의회]의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파계획 보고서 개요
구분
제안내용
실시시기
- 국내 디지털 지상파방송은 1999년말까지 국내표준규격 완성 및 기술검증을 완료한다는 조건 하에서 2000년에 시험방송을 하고, 2001년 본방송에 들어가, 2001∼2005년까지 의무동시방송기간으로 하되, 2006년에 그동안의 수상기 보급률을 감안해 의무방송기간 연장여부를 재검토한다.
- 또한 실시지역은 수도권지역, 광역시지역, 도청소재지지역, 시, 군지역 등 네 단계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동시방송 실시로 채널배정의 여유가 없는 경우 간이송신국에 한해 동시방송 없이 아날로그방송 종료시점에 일시에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한다.
주패수의 배분방식
- 디지털방송용 주파수는 기존의 각 방송사별로 6MHz대역의 멀티플렉서 주파대역을 1개씩 배분하되, 이를 HDTV용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복수의 SDTV용 채널로 활용할 것인지는 방송사의 자율에 맞긴다. 단, HDTV 의 개발 및 활성화를 고려하여 총 방송시간의 5∼10%는 HDTV 방송을 하도록 권고한다.
- 디지털 방송용 주파수는 채널2∼채널60까지 전 구간을 사용하며, 이중 채널7∼51까지270MHz 구역을 핵심스팩트럼으로 지정하다.
채널운영방식
- 가용채널의 증가와 부가정보서비스 및 유료채널채널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아날로그채널을 대체하는 방송채널의 경우 기존과 같이 TV수신료 및 광고료로 운영을 하되, 추가방송채널 또는 부가서비스채널의 경우 방송사 자율에 따라 유료화를 허용한다.
동시방송계획
- 기존방송사에 대해서는 아날로그채널 1개당 하나씩의 디지털채널을 배당하여 동시방송을 하도록 하되, 디지털채널용 스팩트럼이 부족한 경우 간이송신국에 한해 동시방송 없이 현 아날로그 채널의 종료시점에서 디지털로 전환한다. 그리고 동시방송 만료 후에는 2개채널 중 1개채널을 회수한다.
재원확보
-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다음의 각 방안을 제안한다.
- (가칭)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기금 조성 방안
- 광고수수료의 일부인하 방안
- 시설투자비에 대한 법인세 공제 방안
- 시설투자비에 대한 50% 융자지원 방안
- 도입장비에 대한 관세감면 방안
- 공영방송의 시청료 인상 방안
디지털 수상기보급
- 디지털방송 시험기간 중에도 저가 디지털TV을 상용판매하며, 동시방송을 고려하여 아날로그·디지털 겸용수상기를 판매한다, 그리고 모든 디지털TV 수상기는 SDTV와 HDTV 신호를 동시에 해독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한다.
법제도
-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유료방송채널에 대한 법적 근거마련을 위해 통합방송법상의 유료방송 약관승인조항을 확대적용하며, 유선방송의 재송신규정을 개정하여 디지털 지상파 유료방송채널의 재송신 의무를 규정한다.
- 아울러, 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한 종합유선방송국과 유선방송관리법에 의한 중계유선방송국에 부여하는 부가통신역무 제공가능 사업자의 범위를 디지털 지상파방송국에도 적용함으로써 각종 부가정보서비스 실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아울러,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유료방송채널과 부가방송채널 서비스 실시를 위한 법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방송사업자의 입장에서 할당된 채널의 이용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2) 국내 디지털 지상파 방송 실시의 주요 쟁점별 현안 및 대응책
가) 디지털방송 추진일정
당초 정보통신부의 기본계획과 최근의 추진협의회의 계획안을 비교해보면, 두 안 모두 국내 디지털방송의 실시시점을 2000년으로 잡고 있으며, 이후 1년간의 시험방송기간을 거쳐 본방송을 실시하는 등 디지털방송의 실시시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그림 2> 국내 디지털지상파방송 추진일정 비교
하지만 동시방송 실시기간의 경우 당초의 정보통신부 안에서는 2010년까지로 잡았던데 반해 추진협의회 안에서는 그 시기를 2005년까지로 하고, 그때까지의 디지털 방송 수상기의 보급정도를 감안하여 동시방송기간을 재조정하는 안을 제안하였다. 국내에서 디지털방송의 동시방송기간을 잠정적으로 2005년까지로 하자는 의견은 1997년말에 발표된 방송개발원의 보고서에서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2005년까지 동시방송기간을 거쳐 디지털 수신기 보급률이 50%를 상회한 시점에서 동시방송의 중단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동시방송의 종료시점을 당초계획보다 앞당기는 대신 구체적인 종료시점은 해당기간 동안의 디지털 수상기의 보급율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미국의 예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일정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동시방송의 종결시점을 디지털 수상기의 보급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정부의 디지털 방송일정이 시장상황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정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당초의 동시방송 종결시점을 앞당김으로써 막대한 비용투자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용자시장의 미성숙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꺼리는 방송사업자에 대해 보다 과감하고도 신속한 추진을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동시방송기간의 단축과 종료시점의 탄력적인 결정은 방송업계가 시장의 성숙과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하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나) 방송사의 소요재원의 확보문제
앞에서 정부와 추진협의회가 국내 디지털방송의 도입일정을 일단 밝힌 바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일정이 어느정도 실현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개별 방송사가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본방송이 시작되는 2001년부터 동시방송이 종료되는 잠정적인 시점인 2005년까지 5년동안 디지털 방송 수상기 보유가구를 어느정도까지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선,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연주시설, 링크 및 측정장비, 송신시설 등 방송설비를 디지털방식으로 전환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KBS, MBC, SBS 등 3개 방송사를 합하여 약 1조 2천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KBS는 6,076억원, MBC가 4,894억원, 그리고 SBS가 1,27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방송설비를 디지털로 전환하게 될 5년간의 동시방송기간 중 연평균 2천5백억원 규모의 전환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물론 이 비용에는 송신시설의 부지시설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며, 디지털방송으로 전환에 따른 디지털방송용 프로그램 제작비용 및 기존 방송프로그램의 포멧비용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방송사별로 부담해야 하는 이러한 막대한 전환비용을 어떠한 형태로 조달할 것인지의 문제는 국내 디지털방송 도입의 가장 큰 난제 중의 하나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말의 외환위기 이후 방송계를 포함한 산업전반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이며, 따라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디지털 전환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지금까지 방송계와 학계, 추진협의회에서는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에 따른 재원조달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추진협의회 측에서는 ①(가칭)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기금 조성 방안, ②광고수수료의 일부인하 방안, ③시설투자비에 대한 법인세 공제 방안④ 시설투자비에 대한 50% 융자지원 방안, ⑤도입장비에 대한 관세감면 방안⑥공영방송의 시청료 인상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계에서는 ①차관도입지원방안, ② 가전사들이 디지털방송 전환비용 일부지원 방안, ③ 전파사용료 지원방안, ④방송사 차원의 수익성있는 유료서비스 개발, ④과잉채널의 구조조정, ⑤송신기 공동이용 활성화방안 등의 안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각 방안들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명백한 논리적 근거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소요재원을 정부재원이나 일반시청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다. 원칙적으로 볼때, 디지털방송에 따른 전환비용의 1차적인 부담주체는 방송사일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적으로나 전세계적으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은 개별방송사의 의사와는 별도로 추진해야 하는 국책사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소요재원의 일정부분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불기피하다. 아울러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이익의 상당부분은 가전업체, 방송 및 통신관련 제조업체 등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이들도 소요재원의 일부에 대한 분담의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소요재원의 충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의 1차적인 이해의 당사자인 정부-방송계-가전업계 등 세 주체가 적정한 분담을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체로 각 주체별로 담당해야 할 역할은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부의 역할
우선, 정부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 실시에 필요한 인프라 부분에 대한 투자를 담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국적인 송신망구축사업, 디지털방송관련 기술개발 부문, 디지털방송용 프로그램 및 부가정보서비스용 컨텐츠 개발부문 등에서 개별방송사의 투자를 측면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시설투자비에 대한 법인세인하 및 융자지원제도, 도입장비에 대한 관세감면방안, 광고수수료 일부인하 방안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 방송업계의 역할
디지털방송 실시에 따른 재원충당의 1차적인 주체는 방송업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계는 정부보조에 앞서 자구적인 노력으로 소요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아 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방송사 스스로, 보다 과감한 경영합리화와 조직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원의 일부분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조직이나 인력을 감축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방법도 있을 수 있겠으나, 조직이나 인력을 재배치함으로써 내부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리포지셔닝(repositioning)방법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디지털 방송채널의 활용도를 극대화함으로써 부가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각종 부가정보방송서비스와 유료방송채널의 운용은 디지털방송이 방송사의 경영에 적지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과정에서 방송사간의 중복적인 설비투자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소요비용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이 다각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6월에 정부, 방송계와 그리고 관련주체가 디지털방송용 송신소의 공동사용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로 보여진다. 주요방송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정보통신부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인 [지상파 디지털 송신소 공동사용 추진협의회]는 각 방송사별 전국 중계소 설치계획을 토대로 공동이용분야 및 대상 송·중계소의 선정, 설치장소 결정, 시설 규모 및 부지확보 방안을 추진하여 98년말까지 합의각서를 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은 중계소 운영부문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 가전업계의 역할
디지털 지상파 방송사업에 관한 한 가전업계는 방송사와 함께 중요한 이익주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방송에 따른 수상기 제조부문 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된 반도체 등 각종 기기제조 부분에서 엄청난 규모의 잠재적 시장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가전업체 및 정보통신 제조업체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추진협의회에서 제안한 [(가칭)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기금 조성]방안은 이러한 맥락해서 그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 디지털방송용 수상기 보급문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일정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중요한 변수는 다름아닌 수용자의 디지털방송 수상기 보유율이다. 1997년 방송개발원 보고서의 제안에서는 2005년까지 디지털방송 수상기나 디지털방송 수신용 컨버터를 보유한 가구가 전체TV수신가구의 50%를 상회하는지 여부에 따라 동시방송의 종료시점을 정하는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현재 예상되고 있는 디지털 방송용 수상기의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LG전자에서 예측한 수상기의 가격은 32인치 수상기를 기준으로 HDTV는 3,000∼2,000불, SDTV는 2,500∼1,800불 수준이었다. 그리고 일반수상기로 디지털방송을 수신하는데 필요한 셋톱박스의 가격은 400∼300불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11월부터 디지털방송을 실시하는 미국에서 예상하고 있는 디지털 수상기는 최저 5천달러에서 1만달러를 호가한다. 또한 셋톱박스의 가격은 개당 3백∼5백달러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표 3> 디지털 TV수상기의 예상가격 (단위:USD)
구분
1999년
2000년
2001년
셋톱박스
400
300
-
일반 32인치 광폭(16:9)
HDTV
3,000
2,500
2,000
SDTV
2,500
2,000
1,800
46인치 광폭(16:9)프로젝션
HDTV
6,000
5,000
3,500
SDTV
5,000
4,000
3,000
.
물론 디지털 수상기의 가격 자체만으로 수신기 보급율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비록 수상기나 셋톱박스의 가격이 비싸다고 하더라도 디지털방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나 프로그램의 다양성 면에서 소구력을 가질 경우에는 일정규모의 구매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방송 개시 5년간은 각 방송사별로 시스템 전환에 치중할 것이며, 방송프로그램 또한 디지털방송의 본래의 특성을 반영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상기가격을 상쇄할 만한 서비스의 수준을 확보하기가 힘들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방송 수신자 규모를 가능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 가지 정도의 조치가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저렴한 가격의 셋톱박스의 대량보급
우선 디지털방송 초기단계에는 가전업체의 입장에서도 낮은 가격대의 디지털 수상기를 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시험방송단계부터 기존의 아날로그 수상기를 통해서 디지털방송의 방송서비스 뿐만 아니라 각종 부가정보서비스를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셋톱박스를 대량 보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셋톱박스의 대량 보급을 위해 방송사와 가전업체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셋톱박스의 판매 뿐만 아니라 장기대여 대여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디지털방송을 통한 각종 부가정보서비스 제공
디지털 지상파방송 초기단계에는 디지털방송용 프로그램 제작편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문에 비싼 디지털 수상기를 구매하고도 양질의 프로그램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방송 초기단계부터 인터넷채널, 홈쇼핑, 시장정보, 교통정보, 기상정보 등 각종 부가방송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함으로써 디지털방송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 케이블TV등을 통한 디지털방송의 동시재전송
한편, 케이블TV나 중계유선방송을 통한 디지털방송의 중계재전송을 전국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디지털방송에 대한 노출기회를 가능한 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방송과 케이블TV와의 연계를 통한 성과는 EBS의 위성교육방송사업이 케이블TV를 통해서 중계재전송됨으로써 얻은 성과에서 어느정도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매체전략을 디지털 지상파방송에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 경우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케이블재전송 문제는 결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기존의 케이블TV의 채널용량을 볼때 디지털방송의 채널을 수용할 만한 여유가 있는지부터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가용채널이 기존의 아날로그 채널에 비해서 수적으로 최소 2∼4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이들 채널의 전부를 케이블TV에서 수용가능한가 하는 점에 대한 기술적인 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디지털방송의 케이블 재전송에 따른 추가비용이 소요될 경우 이를 정부차원에서 재정적 보조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방안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 지상파 방송채널의 일부가 유료채널로 운영될 경우 이들 채널에 대한 재전송여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문제 때문에 케이블업계에서는 의무재전송에 따른 기존 케이블채널의 잠식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FCC는 각 케이블사업자가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재전송을 위해 채널용량 확대등의 설비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 주파수 할당과 면허방식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주파수를 사업자별로 할당하는 방식으로는 대체로 미국식의 주파수대역별 할당방식과 영국식의 채널별 할당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주파수단위 할당방법의 특성과 장단점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주파수단위의 할당방법은 각 방송사에 1개의 다중화 주파수대역을 할당하고, 해당 주파수 내에서 SDTV채널을 운영 할 것인지 HDTV를 운영할 것인지는 방송사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다. 당초 미국에서는 디지털방송의 주파수할당을 경매방식으로 할 것을 상당기간 검토하여 왔으나, 결국 기존방송송사의 우선권을 인정하여 각 방송사별로 1개 주파수대역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지었다.
주파수단위의 할당방법은 몇 가지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주파수단위로 방송사업자에게 할당하고 세부 채널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개별방송사에 일임함으로써 방송사가 대상수용자층의 특성이나 방송사의 여건, HDTV용 프로그램의 수급여건 등에 따라 HDTV, SDTV서비스를 채널별 혹은 시간대별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유료채널이나 부가방송서비스를 운용함으로써 방송사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에 따른 막대한 재정적 투자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개별방송사로서는 다양한 채널운용전략을 통해서 투자에 따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에 주파수대역별 할당은 결국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실시에 따른 잉여채널의 상당부분을 기존방송사에게 배당함으로써 이 분야에서의 신규진입을 제한한다는 단점도 있다.
- 채널단위 할당방식의 특성과 장단점
한편, 또다른 주파수 할당방법으로는 영국식의 채널별 할당방식이 있을 수 있다. 앞서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의 경우 디지털 지상파방송에 대한 면허를 이원화하여 다중화사업자와 개별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사업자에게 각기 별도의 면허를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영국의 이러한 이원적 면허방식은 결국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지상파의 다중화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대역단위의 다중화 주파수를 할당받아 이를 운영하는 일종의 플렛포옴, 혹은 채널패키져의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들은 할당받은 주파수를 다수의 채널로 세분화하여 정부로부터 채널운영사업자 면허를 받은 사업자에게 재할당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채널단위의 할당방법은 주파수단위의 할당방식에 비해 신규방송사업자의 시장진입의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해준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방송사의 여건이나 요소시장의 여건에 따라 채널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에 부적절한 단점이 있다. 우선, 각 채널사업자별로 디지털방송채널을 고정적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사전에 HDTV 방송사업자와 SDTV 방송사업자가 구획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 경우 HDTV용 프로그램의 수급이 어렵고 고가의 수상기를 구입해아 하는 디지털방송 초기단계에는 HDTV 채널운용사업자가 재정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채널단위의 할당방식을 채택할 경우 디지털 지상파방송은 HDTV용으로서 보다는 SDTV에 더 큰 비중을 둔 할당방식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채택하고 있는 디지털방속인 COFDM방식은 6MHz 대역을 사용하는 HDTV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대체적으로 유럽의 경우 디지터 지상파방송 도입의 일차적인 목적을 HDTV서비스 보다는 SDTV에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의 주파수 할당방법의 특성과 과제
한편,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주파수할당방식에 관련해서 이번 추진협의회에서는 방송사별로 6MHz대역의 1개 주파수대역을 할당하고, 동시방송이 종료하는 시점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주파수를 반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 방안은 미국방식의 주파수 할당방법과 유사한 방식이다. 따라서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앞서에서 논의 한 주파수별 할당방법의 장단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국내 방송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디지털 지상파방송으로의 전환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때, 기존방송사별로 주파수단위의 할당을 하는 것이 시의적으로 적절한 방안이라고 보여진다.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개별 방송사는 전환비용 부담을 채널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서 어느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터 지상파방송 도입의 중요한 목적이 HDTV 방송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방송채널의 탄력적인 이용이 가능한 주파수대역별 할당방법이 보다 적절하다.
하지만 이 방법을 채택할 경우 새로운 디지털 지상파 방송시장에서 기존 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게 되며, 특히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동시방송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는 잉여주파수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잠재적 사업자의 진입이 그만큼 제한된다는 점에서 그 보완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 디지털 지상파방송에 대한 공적 책임의 범위
우선, 새로운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는 기존 방송사업자에 대해서 아날로그방송체제 하에서 부과되었던 방송의 공적인 책임의 의무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경우 기존의 아날로그 지상파와 달리 디지털 지상파의 경우 각종 부가정보방송서비스, 유료채널과 같이 기존의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다채널 방송매체에서의 채널운용방식이 새롭게 도입된다는 점에서, 이들 유료방송채널이나 부가정보채널에 대해서 책임의 범위를 어느정도 수준까지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파수 경매방식을 철회하고 기존방송사에 주파수를 할당하는 대신에 이들 디지털방송사업자에 대해 기존의 아날로그체제 하에서 부여되었던 각종 공적 책임의 의무를 디지털방송사업자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신규진입 기회
한편, 기존 방송사에 대해 디지털방송용 주파수대역을 우선적으로 할당함으로써 잠재적인 신규방송사업자의 진입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는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도입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즉, 일차적으로 디지털 방송도입 초기 5년간은 일반방송채널 사업자의 신규진입을 위한 채널할당은 사실상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시방송이 종료되는 2005년까지는 기존 방송사가 운영하는 디지털방송채널을 이용하여 부가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방송사업자의 사업신청을 받은 후, 각 방송사와 제휴하여 부가정보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반방송사업자의 경우 동시방송이 종료되는 2005년 이후에 기존방송사로부터 회수된 주파수를 토대로 신규방송사업자의 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단, 이 경우 신규방송사업자의 경우 HDTV방송을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반영하여, 영국방식의 이원적 면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즉, 회수된 주파수대역을 기반으로 한개, 혹은 복수의 다중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들 다중사업자가 채널을 분할 한 후, 정부로부터 채널운영사업자 면허를 받은 신규방송사업자에게 재할당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채널운영방식을 채택할 경우, 향후 디지털 지상파방송은 상대적으로 자본과 인력, 제작능력 면에서 우세에 있는 기존의 지상파방송사업자는 HDTV 중심의 고품위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2005년 이후에 신규로 진입하는 방송사업자는 SDTV 중심의 다채널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혼합적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라) 디지털 지상파방송과 여타 방송매체간의 관계
디지털지상파방송의 도입과 관련하여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중의 하나가 다름아닌 케이블TV, 위성방송과의 연계성에 관련된 부분이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에 따라 기존의 케이블TV, 위성방송으로 대칭되는 다채널방송매체 환경에 지상파방송이 합류하게 되며, 이로 인해 국내 방송시장은 명실상부한 다매체 다채널 다서비스 방송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특히 디지털 지상파방송이 유료방송채널이나 부가정보서비스 운영 등 케이블TV, 위성방송 등과 방송서비스 면에서도 매체간 차별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방송업계에서 향후 디지털 지상파방송과 여타의 다채널 방송매체간에 매체차별성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점은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미래 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환경 전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위상
우선 디지털 지상파방송은 비록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여전히 대다수 일반국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방송매체이다. 따라서 보편적 방송매체로서의 공적인 책임도 동시에 수반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방송에 대한 주파수할당을 기존의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사에게 일차적으로 배당할 경우, 전통적으로 지상파방송에 부과되던 공적인 책임을 계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간의 기술적인 호환성
또하나의 문제는 3대 방송매체간의 기술적인 연계문제이다. 향후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진행될 경우, 이미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위성방송과 함께 3대 방송매체가 모두 디지털방식으로 운영되게 된다. 따라서 이들 3개 방송매체간의 기술적인 호환성은 방송사업자의 입장에서나 프로그램 제작업체의 입장, 그리고 수용자의 입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수용자의 입장에서 3대 방송매체간에 기술적인 호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수신할때와 케이블TV에 가입할때, 그리고 위성방송에 가입할 때 각기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입해야 하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되며, 그 결과 각 방송매체간의 기술적인 차이가 국매 방송수용자 시장을 매체별로 구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기술적인 차이로 인해 방송매체간의 수용자시장이 구획화 될 경우 협소한 방송수용자시장을 분점하는데 따른 매체운영의 부실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선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도입초기단계부터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방송에 상호 호환적인 셋톱박스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5. 결 론
지금까지 국내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도입에 따른 쟁점사안에 대한 검토를 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디지털 지상파방송 추진일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내 산업 전반의 침체에 따른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범세계적인 디지털화 추세는 중단없이 계속될 것이며, 그 결과는 21세기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반 여건 하에서 국내 디지털 방송의 추진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방송계, 기업 등 관련주체들이 디지털 방송사업의 목표와 추진과제에 대해 명확한 목표의식과 역할분담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디지털 지상파방송 계획이 원할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방송사측과 수용자측에 새로운 기술도입에 대한 동기부여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우선,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현재의 힘든 재정적 여건과 불확실한 미래 상황 하에서 디지털 방송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지상파방송사업의 국가전략적 차원의 목표와 실행계획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의지를 구체화하고, 디지털 방송전환에 따른 적정한 수익성을 방송사에게 담보함으로써 방송업계의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수용자 차원에서는,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에 따른 수상기 교체의 동기부여를 높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수용자측의 디지털 수상기 구매결정에는 크게 지불능력의 문제와 지불의사의 문제가 동시에 관련되어 있다. 우선, 디지털 지상방송 도입초기 5년 동안은 높은 수상기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며,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소득수준을 가진 수용자가 아니면 수상기의 구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수용자측의 지불능력의 문제는 수상기의 가격하락폭에 의해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방송업계와 가전업계의 협력을 기반으로 디지털 수상기나 셋톱박스의 가격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자연적인 수요공급원칙에 따른 가격결정방식을 적용하기 보다는 초기단계부터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이후의 시장확장기에 보전하는 적극적인 시장개척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수용자의 수상기 구입동기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요인은 다름아닌 지불의사에 관한 것이다. 동일한 수상기 가격이라도 이를 구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익의 정도가 많을 수록 구매의사는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 지상파방송이 이전의 아날로그 방송과 차별화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특히 방송 초기단계에는 일반방송서비스 부문에서는 뚜렷한 차별화의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각종 부가정보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신규수요를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전업체 차원에서는 디지털 방송의 추진단계별로 수용자의 요구에 맞는 적정한 수준의 수상기를 보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특히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가격결정에 있어서 구매자의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생산단가 하락을 기다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수준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그 손실을 장기적으로 보전하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가전업계는 디지털 지상파방송으로의 전환에 따른 중요한 수혜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방송기반시설 구축을 비롯한 각종 대규모 재정투입 부문에 가전업계의 재정적인 기여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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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멀티미디어와 정보사회]. 서울:나남. 1997.
김영석, 이현철.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도래에 따른 국내 미디어환경 변화와 방송의 미래". [社會科學論集] 제28집.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1997. 80면.
전자신문. 10.26일자. "美 디지털방송 첫 전파 D-6일 불구 HDTV 상용화 "걸림돌" 많다".